유럽의 풍력발전 사랑   

2015. 8. 1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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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차 온 유럽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마다 드넓은 들판이나 언덕에 서있는 풍력 발전기를 볼 수 있다. 처음엔 장관이라는 생각에 연신 카메라를 눌러댔지만 나중에는 심심치 않게 나타나서 무감해질 정도다. 지나는 길에 네덜란드의 잔세스칸스에 들른 나는 풍력 발전의 원류인 풍차를 만났다. 이곳은 무역과 어업이 번창하여 17~18세기 무렵 수백여 기의 풍차가 돌아가던 지역이었지만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조금씩 줄다가 내연기관이 일상이 된 지금은 관광용으로 10기 가량만 유지되고 있다. 


4유로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땅콩에서 기름을 짜고 염료 가루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를 이용한 요즘의 방식에 비하면 한없이 더딘 작업이지만 육지보다 바다가 높은 척박한 환경에서 삶을 일구어 가던 옛사람의 간난과 지혜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바람으로 맷돌을 돌릴 수 있다면 전기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1852년 미국에서 발전기와 축전지가 연결된 풍력 터빈이 최초로 제작되었고, 1891년에 덴마크의 기상학자 폴 라쿠르가 오랫동안 실험을 거듭해 풍력 발전기의 원형을 처음 건설하면서 풍력발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북해와 발트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자연스럽게 전기 생산의 자원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후 네덜란드 엔지니어들이 날개를 유선형으로 만드는 등의 개선을 통해 3개의 날개가 돌아가는, 거대한 선풍기 모양의 풍력 발전기가 완성되었다.


바람의 힘으로 어떻게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요즘에도 있는지 모르겠으나 어릴 적에 타고 다니던 자전거에는 핸들 아래에 전구가 달려 있었고 전선을 따라가면 바퀴에 물려서 돌아가는 조그만 발전기가 있었다. 바퀴가 돌아갈 때 발전기를 갖다 대면 페달 밟는 속도에 따라 전구가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했다. 풍력 발전의 원리는 그것과 동일하다. 풍력 발전기에서 선풍기 모터와 비슷하게 생긴 부분을 ‘나셀’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바람의 힘을 전기 에너지로 바꾼다.


풍력은 청정 에너지이지만, 풍력 발전의 확대를 논할 때마다 발전 효율이 도마 위에 오른다. 전기 생산의 주력인 화력 발전의 효율은 40~50%이고 수력 발전은 80~90%이지만, 풍력 발전은 효율이 30%이다.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또 다른 대체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 태양광 발전이 8~15%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다행히 기술의 발달로 풍력 발전의 효율이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IFAM이라 불리는 독일 연구소는 상어 비늘을 본뜬 구조를 날개에 적용하면 날개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효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상어 비늘은 헤엄칠 때 발생하는 작은 소용돌이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밀어내는 역할을 해서 적은 힘으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게 돕는다. 마이클 펠프스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상어 비늘 수영복’을 입고 8개의 금메달을 따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IFAM은 나노 기술을 이용해 ‘상어 비늘 날개’의 실용화에 성공한 것이다.


유럽 여행을 한다면 관광뿐만 아니라 에너지에 대한 그들의 노력을 체험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히 덴마크의 미델그룬덴을 추천할 만하다. 이곳은 바다 위에 줄지어 선 20기의 풍력 발전기로 유명해서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놀랍게도 주민 8500여명이 협동조합을 구성해 발전소 건설에 투자했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전기를 판매하여 정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관령 삼양목장 등에 풍력 발전기가 있지만 풍력으로 전기 수요의 140%를 생산한다는 덴마크에 비하면 걸음마 단계이다. 독일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에 17개의 핵발전소 중 8개를 즉시 중단했고 2022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풍력 발전기가 미관을 해치고 소음을 유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가 있으나 전기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산다면 해법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다. 강바닥에 쏟아부은 돈의 몇십 퍼센트만 풍력 발전에 썼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답답함은 분명 더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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