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직원들보다 유독 끈기와 인내심이 강한 직원이 팀내에 한 두 명 정도는 있을 겁니다. 그들이 평소 달성하는 성과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요? 또 그들이 비윤리적이고 비생산적인 행동(Counterproductive Work Behaviors, CWB)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판단합니까? 이스라엘 아리엘 대학교의 하다샤 리트만-오바디아(Hadassah Littman-Ovadia)는 인간의 여러 가지 성격적 특성 중에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그리고 CWB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가설을 수립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이 가설을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모두 686명의 응답자를 확보한 리트만-오바디아는 ‘VIA-IS’라 불리는 ‘성격적 강점’ 측정방법을 변형하여 120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VIA-120’이란 설문을 구성했습니다. 여러 가지 성격적 특성 중 ’창의력’을 측정하는 설문을 예로 들면, “새롭고 차별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능력이 내 강점 중 하나다.”라는 항목에 5점 척도로 응답해야 했죠. 또한 리트만-오바디아는 “나는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적절하게 수행한다.”라는 식의 문항에 응답하게 해서 응답자 스스로 자신의 업무 성과를 드러내도록 했고, “아프지 않은데도 아프다고 전화해서 집에서 논 적이 있다.”라는 식의 문항을 통해 얼마나 자주 CWB를 범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피어슨 상관분석을 해보니, 인내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업무 성과가 좋고 CWB를 덜 범했는데, 이런 상관관계는 정직성, 열정, 호기심, 팀워크 등과 같은 성격적 강점보다 더 강했습니다.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CWB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성격적 특성임을 알 수 있죠. 응답자들 중에는 자신의 일을 그저 직업으로 보는 사람이 있었지만, 경력으로 인식하는 사람과 ‘소명’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리트만-오바디아는 통계분석을 통해 자신의 일을 경력이나 소명으로 볼 때 인내심과 업무 성과 사이에 정(+)의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남을 규명했습니다. 일을 그저 직업으로 볼 경우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면, 여러 가지 성격적 강점 중에서 인내심이 업무 성과와 가장 큰 관련이 있고, 일을 경력이나 소명으로 느낄 때 이런 연관성이 큽니다. 물론 리트만-오바디아의 연구가 자가진단을 통한 설문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거짓으로 답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조직에서 이루어진 평가 결과를 가지고 인내심과 업무 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하면 좀더 확실한 결과를 알 수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가 주는 시사점은 학습의욕, 통찰, 리더십, 희망적인 태도, 용기, 열정 등과 같이 업무 성과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성격적 특성들을 제치고 의외로 인내심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성격적 강점임이 드러났다는 것입니다.
리더는 화려하고 열정적으로 보이는 직원들에게 지나친 관심을 두기보다는 화려하진 않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조용히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게도 비슷한 수준의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가 주는 교훈입니다. ‘열정을 가져라’는 독려도 좋지만, 일의 의미, 일의 목적과 소명을 일깨우도록 돕는 것도 직원들의 인내심이 업무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한 리더의 임무라는 점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인내심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성공적인 기업가와 그렇지 않은 기업가를 나누는 기준이 있다면 나는 그것이 '순수한 인내심'이라고 확신한다."
오늘은 과묵하게 자신의 업무를 끈기 있게 수행하는 직원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것은 어떨까요? 조직 성과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그들의 노고를 고마워하면서 말입니다.
(*참고논문)
Littman-Ovadia, H., & Lavy, S. (2015). Going the Extra Mile Perseverance as a Key Character Strength at Work. Journal of Career Assessment, 10690727155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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