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의미'를 얻는다면 연봉을 낮춰도 될까?   

2018. 12. 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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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미국의 코칭기업인 베터업(BetterUp)은 직장에서 느끼는 '일의 의미'와 그 효과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습니다. 26개 산업에 걸쳐 총 2,285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타났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원들은 자신의 일에서 100 정도의 의미를 얻고자 하지만, 50 정도 밖에 의미를 느끼지 못한다.


- 의미 있는 일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직원들은 더 높은 직급에서 더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더 오랫동안 회사를 다닌다.


-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느끼는 직원들은 더 오랜 시간 일하고 결근을 덜 한다.


- 직장에서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를 경험하는 직원들이 일의 의미를 더 크게 느낀다.


- 직원들은 자신의 일의 의미 있다고 느낄 때 더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1년 평균 5,437달러 더 높은 생산성).


-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직원들이 더 높은 보상을 받고 더 높이 승진한다.



이런 결과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이제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들 말고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었습니다.


- 직원들은 일의 의미를 위해 자신의 돈을 기꺼이 포기한다.


이 결론에 대해서 BetterUp은 "90퍼센트 이상의 직원들은 직장에서 더 큰 의미를 얻기 위해서 자신이 일생 동안 벌어들일 소득의 일부를 기꺼이 내놓고자 한다"라고 설명합니다. 부연하면, 의미 있는 일을 찾을 수만 있다면 평생 벌어들일 소득의 23%를 포기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옮겨 갈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조사에 응답한 직장인들의 소득 정보를 대입해 보면 이는 매년 21,100달러(한화로 약 2,300만원)을 은퇴할 때까지 기꺼이 희생하고자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만약 은퇴할 때까지 20년이 남았다면, 4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려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지금의 일 혹은 지금의 직장을 버리고 이 정도의 금액을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까? (비록 BetterUp의 조사는 미국의 경우지만) 40만 달러라는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일의 의미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보나요, 아니면 그래 봤자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에 괜한 돈을 지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각자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BetterUp의 설문조사 리포트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설문조사 결과뿐만 아니라, 리포트의 44페이지부터 '어떻게 하면 일의 의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지'에 관한 조언도 적혀 있으니 함께 읽어보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Meaning And Purpose At Work>, BetterUp, 

https://get.betterup.co/rs/600-WTC-654/images/betterup-meaning-purpose-at-work.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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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성공하는 유일한 비결은?   

2018. 12. 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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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투자자들을 위해 매년 발간하는 연례보고서(Annual Report)를 보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3페이지의 글이 있습니다. 바로 1997년에 주주들에게 보냈던 첫 번째 편지입니다. 왜 이 글이 20년이 넘도록 계속 연례보고서에 게재될까요? 아마도 그것은 바로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의 비전을 확실히 설정하고 선포한 해가 1997년이었고, 그때의 기억과 성과를 계속 기억하고 정진하자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편지를 통해 베조스는 "우리는 고객에게 끊임없이 집중할 것이다"식으로 " 장기적으로 '계속하여(continue to~)'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9가지의 장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출처: http://www.annualreports.com/HostedData/AnnualReportArchive/a/NASDAQ_AMZN_2016.pdf )


그런데 한 가지 특징적인 점은 'Our Employee'라는 항목에 제시된 목표입니다. "Setting the bar high in our approach to hiring has been, and will continue to be, the single most important element of Amazon.com's success."

"채용에 접근하는 우리의 방식에 있어 기준을 높게 설정하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Amazon.com의 성공에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요소이다."


채용이 아마존의 성공을 이끄는 유일한 요소이고 9가지의 장대한 포부를 성공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베조스는 강조했던 것이죠. 'the single most'라는 문구에서 단지 그냥 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성공 비결이 그의 말처럼 "인재 채용의 기준을 높게 설정하고 그것을 계속 유지한 것"인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가 매년 발간되는 연례보고서로 '높은 채용 기준'을 매번 강조하는 것에서 그가 20년 넘게 아마존을 경영하며 인재 채용의 중요성과 '결국은 사람'이라는 점을 절절하게 느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높은 채용 기준'을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존에서 강조하는 '리더십 원칙(Leadership Principles)'에서 알 수 있습니다(https://www.amazon.jobs/en/principles). 


- 고객에게 집착하라

- 오너십을 가져라

- 발명하고 단순화하라

- 올바르게 판단하라

- 학습하고 호기심을 가져라

-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고 육성하라

- 최상의 기준을 고수하라

- 크게 생각하라

- 바로 행동하라

- 비용을 절약하라

- 신뢰를 얻어라

- 깊게 파고들라

- 반대의견이 있으면 적극 개진하되, 결정되면 따르라

- 결과를 내라




이 웹페이지에 제시된 14가지의 리더십 원칙은 '리더 자리를 맡은 사람에게 필요한 자질'이라기보다 직원 모두가 명심하고 실천해야 하는 행동의 규범으로 작용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관한 아이디어를 토론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상의 접근방식을 결정하거나 할 때 이 14가지 리더십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아마존은 강조합니다. 14가지 리더십 원칙이 아마존을 '고유하게' 만드는 요소라고 덧붙이죠. 14가지 원칙은 채용 면접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지원자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충실하게 각각의 리더십 원칙을 준수할 것인지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인터뷰 질문이 제시된다고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이 모든 회사에게 있습니다. 그것이 도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면 인재 채용과 육성의 원칙으로 설정하고 그 원칙을 무슨 일이 있어도 유지하는 것(예를 들어, 업무 공백이 있어도 대충 뽑는 일이 없도록 함)이 경쟁력의 시작입니다. 아마존이 바로 실사례입니다. 성공의 유일한 비결은 결국 '사람'입니다.



*참고문헌

https://www.inc.com/scott-mautz/jeff-bezos-says-this-1-sentence-hidden-in-plain-sight-for-20-years-is-key-to-amazons-success.html


http://www.annualreports.com/HostedData/AnnualReportArchive/a/NASDAQ_AMZN_2016.pdf


https://www.amazon.jobs/en/princi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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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치는 작년보다 높아야 한다. 상황이 어려워도.   

2018. 11. 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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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과 팀원들이 서로 목표를 합의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이 목표치(target)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는 것이 효과적인가라는 문제입니다. 팀장은 도전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고 싶지만 팀원이 곤란한 표정을 짓거나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경우가 생길까 염려합니다(요즘 팀장들은 팀원들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사실). 게다가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고 회사가 경쟁사에 비해 경쟁우위를 상실한 시기라면, 즉 상황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면, 팀원들이 도전적 목표치를 겉으로는 받아들이더라도 절대 수용(buy-in)하지 않으리라 지레 겁을 먹곤 합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나쁜 상황에서 도전적인 목표치를 주는 건 팀원에게 연말에 좋지 않은 평가점수를 받을 거란 암시를 미리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비우호적인 상황에서는 팀장이나 팀원이나 전년도와 동일한 수준의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목표 합의의 원활함이나 직원들의 사기, 목표 달성의 가능성 등에서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죠.


그러나 이런 상식이 옳지 않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마드리드에 있는 IE 경영대학원의 안토니오스 스타마토지아나키스(Antonios Stamatogiannakis)와 동료들이 진행한 일련의 실험 결과는 목표치 수준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이 상식과 다름을 보여줍니다. 연구자들은 305명의 응답자들을 5개의 소그룹으로 나눠서 학점, 저축, 테니스 등 3가지 영역에 대한 목표치를 '현상 유지', '조금 향상(small)', '어느 정도 향상(moderate)', '많이 향상(large)', '매우 많이 향상(very large)' 이라는 5개 수준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런 다음, 목표치가 얼마나 어렵게 느껴지는지 5점 만점으로 판단해 달라고 질문했죠. 




상식적으로 현상 유지 목표치를 가장 쉽게 느끼리라 예상했지만,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아래 그래프 참조) 현상 유지 목표치를  '조금 향상된' 목표치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는 결과가 나왔으니까요(3.23 대 2.82, '어느 정도 향상'과 비슷한 정도의 어려움(3.49)으로 평가). 물론, 응답자들은 '매우 많이 향상된 목표치'로 갈수록 목표치 달성을 어렵게 생각했지만, 이 두 개의 목표치 사이에 발생한 '반전'은 상식과 달랐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이 실험만으로는 뚜렷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 연구에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시사점은 "현상 유지 목표치를 제시한다고 해서 팀원들이 그걸 쉽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조금 향상된(small)' 목표치를 좀더 용이하다고 여긴다"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향상된(moderate) 목표치를 제시하는 게 목표치 수용 측면에서 현상 유지 목표치와 비슷하니, 팀원들이 향상된 목표치를 거부할 거란 생각은 옳지 않다"이겠죠.


(Source: 이 글 하단에 명기한 논문)



후속실험에서 연구자들은 응답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어느 정도 향상된(moderate) 목표치와 현상 유지 목표치를 각각 제시한 다음, 목표 달성의 어려운 정도를 판단하고 그 이유를 답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던니,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받은 응답자들은 현재 수준과의 '차이(gap)'를 지적하고 그 차이가 얼마나 작은지를 언급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낙관적인 경향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받은 응답자들은 상황에 따라 실패할 수 있다는 이유를 더 많이 제시함으로써 목표 달성에 비관적인 모습을 보였죠. 


왜 그럴까요? 연구자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람들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부여 받으면 예전 수준과의 차이가 없으니 목표를 둘러싼 상황(context)에 더 민감해지기 마련이고 상황이 안 좋아지면 실패할 수 있는 이유를 더 많이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상 유지 목표치를 주면 직원들이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그 기대가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 결과를 보고 "에이, 내외부 환경이 확실히 좋지 않으면 직원들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더 용이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걸 본인의 목표치로 채택하려고 할 걸요?"라고 의문을 던질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죠. 연구자들은 우호적인 상황과 비우호적인 상황을 각각 설정한 다음, 현상 유지 목표치와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제시하고서 앞서의 실험과 동일하게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측정했습니다. 그러자,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현상 유지 목표치를 받을 때'를 '비우호적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받을 때'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3.93 대 3.39). 이것은 여러 가지로 내외부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돌아가면, 현상 유지 목표치를 받을 때 내외부 상황(context)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더욱 증폭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실험은 응답자들이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판단할 때 각 목표치를 서로 비교해보지 않고 따로따로 판단하도록 했기에(이를 isolated evaluation이라 함) 오류가 발생했을지도 모릅니다. 현상 유지 목표치와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함께 보면서 평가(이를 joint evaluation이라 함)하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렇게 joint evaluation을 하도록 하니, 응답자들은 앞서의 실험과 달리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현상 유지 목표치보다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3.02 대 2.43).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연구자들이 응답자들에게 "그러면 둘 중에 어떤 목표치를 부여 받을래?"라고 질문했을 때 나왔습니다. 예상과 달리, 응답자들은 현상 유지 목표치보다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비록 어렵긴 하지만 달성했을 때 얻을 만족감이 더 크리라 기대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일련의 실험들은 목표치를 제시해야 하는 팀장들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1. 현상 유지 목표치라고 해서 직원들이 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2. 현상 유지 목표치는 약간 향상된(small) 목표치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상황에 더 많이 신경쓰게 되므로).

3. 현상 유지 목표치는 어느 정도 향상된(moderate) 목표치와 비슷한 어려움을 느낀다.

4. 비우호적인 상황에서는 현상 유지 목표치를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보다 더 어렵게 여긴다(상황에 더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

5. 현상 유지 목표치와 어느 정도 향상된 목표치를 함께 제시하면, 상대적으로 후자를 더 많이 선택한다(더 큰 만족을 줄 것이므로).


기존의 상식을 깨는 이 5가지 시사점을 기억해 두었다가 앞으로 다가올 목표 수립 세션에 참고하기 바랍니다. 경기가 안 좋아지니 무조건 직원들이 현상 유지 목표치를 선호할 거란 편견만 버려도 좋지 않을까요? 직원들은 작년과 똑같은 수준의 목표치를 그리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니까요.



*참고논문

Stamatogiannakis, A., Chattopadhyay, A., & Chakravarti, D. (2018). Attainment versus maintenance goals: Perceived difficulty and impact on goal choice.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4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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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 상사와 일한다   

2018. 11. 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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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다.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퇴직 면담시에 자기개발을 위해서, 좀더 넓은 곳에서 일하고 싶어서, 보상을 많이 받고 싶어서라는 등 사유가 여러 가지이지만 실은 상사의 괴롭힘(bullying)이나 무관심이 회사를 떠나기로 최초에 방아쇠를 당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상사가 싫다고 과연 회사를 떠날 필요가 있는가란 의문이 듭니다. 조직도가 바뀌거나 상사가 다른 자리로 옮겨 가거나 직원 본인이 승진하여 새로운 역할을 맡거나 하여 그런 상사와 자연스레 헤어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다른 회사를 간다고 해서 좋은 상사를 만나리란 보장도 없으니, 현재 다니는 회사 자체가 본인의 경력에 괜찮은 곳이라면 굳이 새로운 터에서 다시 자리를 잡느라 힘을 분산시킬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물론 매일 어쩔 수 없이 접해야 하는 상사와 얼마나 같이 일하기 싫은지, 그 고통을 알기나 하냐고 항의하겠지만, 냉철하게(혹은 경제학적으로) 본인의 이득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소리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심리라는 게 그런 냉철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상사가 자신의 성과, 역량, 경력, 웰빙 등에 관심을 전혀 갖지 않는다면, 회사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즉, 상사와 조직 전체를 '하나로' 인식하니까요. 불운하게 '나쁜 상사' 혹은 '무능한 상사'와 한 팀이 되면 비록 객관적으로 좋은 회사라 해도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에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델라웨어 대학교의 로저 아이젠버거(Roger Eisenberger)와 동료들은 이런 판단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상사가 자신을 얼마나 지원한다고 생각하는지(Perception of supervisor support, PSS)와 회사(조직)가 자신을 얼마나 지원한다고 생각하는지(Perception of organizational support)를 질문했습니다. 시점을 달리하여 두 번 실시된 조사에서 PSS와 POS 사이의 뚜렷한 상관관계가 도출됐습니다. 상사가 자신에게 별 관심이 없으면 회사 전체도 그렇다고 여긴다는 뜻이죠.


아이젠버거는 상사가 조직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PSS와 POS 사이의 상관관계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응답자들에게 '나의 상사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조직은 상사의 기여를 인정한다', '우리 조직은 상사에게 새로운 것을 시도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등의 질문으로 본인의 상사가 조직 내에서 얼마나 인정 받는지를 측정하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상사의 위상이 높을수록 PSS와 POS 사이의 상관관계가 더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위 '힘있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직원의 경우, 상사가 자신에게 많은 관심을 보인다면 회사 전체가 본인에게 꽤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더욱' 여기고, 반대로 그 힘있는 상사가 자신을 그다지 지원하지 않거나 오히려 괴롭힌다면 회사 전체를 자신에게 '적대적'인 존재로 '더욱' 느낀다는 뜻입니다.


또한 아이젠버거는 PSS 및 POS가 직원의 퇴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할인가전매장에서 일하는 493명의 직원들 중 13명이 설문조사가 벌어지던 6개월 동안 자발적으로 퇴사를 했는데, 비록 샘플 수가 적긴 하지만 의미있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PSS가 POS에 영향을 끼치고 POS는 이직율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었죠. 상사의 관심이 적다고 느끼면 조직 역시 직원 자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느끼고 결국 그것이 이직 결심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퇴직은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라는 속설 아닌 속설이 (비록 샘플 수는 작지만) 어느 정도 증명된 것이죠.




이 연구는 약간 비틀어 생각하면 또 다른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첫째, PSS와 POS를 같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둘은 다릅니다. 매일 접하며 일하는 상사가 회사 전체를 대표한다고 잘못 판단하여 회사를 떠나겠다고 결심한다면 결국 직원 본인의 손해가 아닐까요? 냉정히 생각하면, 언젠가 상사는 바뀔 테니까요. 상사와 회사를 동일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쁜 상사를 매일 만나느라) 힘들겠지만 회사가 자신의 경력 비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상사에게 해당합니다. 직원들이 상사와 회사를 '한 몸'처럼 인식한다면, 상사 본인이 직원들을 어떻게 대하는가가 회사 전체에 대한 충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인식해야 합니다. 그러니 상사로서 직원에게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상사는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라는 인식을 주는 게 훨씬 중요합니다. 우수인재가 회사를 떠나지 못하도록 파격적인 보상이나 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조치도 필요하지만, 상사의 실질적인 관심과 지원 노력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앞으로는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다. 상사를 떠나는 것이다"라는 말보다는 "직원들은 회사를 다니는 것이 아니다. 상사가 일하는 사무실을 다니는 것이다"라고 바꿔 말하면 어떨까요? 이런 표현이 상사가 직원에게 해야 할 역할을 좀더 잘 느끼도록 하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Eisenberger, R., Stinglhamber, F., Vandenberghe, C., Sucharski, I. L., & Rhoades, L. (2002). Perceived supervisor support: Contributions to 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 and employee retent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7(3),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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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해맑은 리더는 게으른 리더   

2018. 11. 2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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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게으른 리더의 첫 번째 유형인 '몸이 게으른 리더', 즉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리더로서 일을 하지 않으려는 리더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게으른 리더의 두 번째 유형 '생각이 게으른 리더'가 어떤 리더를 말하는지, 그런 리더가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살펴보자.


[생각이 게으른 리더]


생각이 게으르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조직 내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원인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 원인을 짐작조차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또한 개인이나 일개 부서가 딱히 원인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나 이해관계자들의 공동책임인 경우도 많다. 게다가 그런 잘못은 무언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저질렀다기보다 각자가 자기 입장에서 '잘하려고' 했던 결과인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럴 때 리더는 문제 발생의 메커니즘을 먼저 밝혀내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하고 구조적인 메커니즘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생각이 게으른 리더는 문제 발생의 책임자를 찾는 데 주력한다. 책임자를 찾아내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여긴다. "이 문제는 바로 너 때문이야!" 언급했듯이, 조직 내외부의 시스템이 복잡하게 얽힌 구조 속에서 발생한 문제는 누가 원인인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인지 쏙 발라내기가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그저 "이 업무는 네가 맡았으니 문제 발생도 너 때문이야"라고 희생양을 지목한다. 시스템의 메커니즘에 집중하기보다 사람이 원인이라고 말하며 아주 '간단명료하게' 문제를 해결하며 손을 턴다. 상황보다는 개인의 성격이나 역량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을 밝혀내어 벌을 주거나 교육을 시키고 때론 다른 사람으로 교체를 하면 다시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아주 명료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러나 구조적인 메커니즘의 개선이나 혁신이 없으면 비슷한 문제는 계속 발생한다. 생각이 게으른 리더는 말 그대로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예전에 적용했던 문제 해결 방식인 희생양 찾기만을 반복한다. 이런 리더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절대 자기 업무에 몰입하지 못한다. 언제 문제 발생의 원인으로 지목 당할지 모르니 문제가 벌어져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덮기에 급급하다.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못하고 조직의 경쟁력은 급격히 노화된다. 생각이 게으른 리더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생각이 게으른 리더들은 무엇이든 쉽고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려는 경우가 많아? 그러면 연봉을 높여주면 되지. 돈 많이 준다는데 그만두겠어?",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아? 그러면 평가를 강화하고 보상의 차등폭을 넓혀서 긴장감을 강화시키면 되지.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저 회사가 이런 정책을 실시해서 재미를 봤대. 우리도 하자", "내가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을 봤거든.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을 거래. 당장 해보자"라는 식이다. 그리고  고민하는 직원들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띠며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이러면 간단하잖아"라고 충고한다. 절대 고민하는 법이 없다. 해맑다. '머리'가 백지처럼 맑다. 그렇기에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 심화된다.




경영 혹은 관리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문제의 답은 이거야"라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을 수가 없다. 어제 잘 먹혔던 해결책이 오늘은 안 먹힐 수 있다. 저 회사가 잘 써먹은 해결책이 우리 회사에서는 전혀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유명한 저자가 쓴 책 속의 지혜, 신문이나 경영잡지에 게재된 최신 경영 트렌드는 우리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 경영의 문제는 늘 새로운 원인에 의해서, 복잡한 시스템의 구조로 발생하기 때문에 간단한 해결책이 있을 수가 없다. 생각이 게으른 "1 더하기 1은 2야. 왜 그리 복잡하게 생각해"라고 말하는데, 리더 손에 떨어진 문제는 그리 간단명료한 산수 문제가 아니다. 50~60%만 들어 맞는 답도 감지덕지인, 아인슈타인도 울고 갈 난제 중의 난제다. 


생각이 게으른 리더가 되고 싶지 않다고? 그렇다면 생각을 하라. 수많은 경영서들, 선진사례들, 이렇게 저렇게 전해지는 경영의 '산수'들은 저멀리 던져 버려라. 리더는 빠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고민하는 사람이다. 전지적 시점에서 해결책을 '하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끌어안은 직원을 '돕고 지원하며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다. 직원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먼저 살피는 사람이다. 고민하기가 어렵다면 적어도 고민하는 척이라도 하라. 해결책을 딱히 주지 않더라도 직원들을 돕고 지원하면, 직원들이 조직에 대해 갖는 믿음, 즉 '조직이 날 도와주는구나'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조직 충성도도 높아져서 회사를 그만두려는 의도가 낮아진다는 연구가 있으니 말이다.  


나 역시 말은 간단히 하지만, 준수하기는 쉽지 않다. 뭐, 리더가 쉬운 자리는 아니지 않는가? 리더 노릇이 쉽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게으른 것이다.



*참고문헌

Don’t Let Lazy Managers Drive Away Your Top Performers, Mark C. Bolino, Anthony C. Klotz, NOVEMBER 21, 2018, HBR

https://hbr.org/2018/11/dont-let-lazy-managers-drive-away-your-top-performers


Eisenberger, R., Stinglhamber, F., Vandenberghe, C., Sucharski, I. L., & Rhoades, L. (2002). Perceived supervisor support: Contributions to perceived organizational support and employee retention.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7(3), 565-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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