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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신간이자 10번째 책인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이 2년 여의 집필 기간을 거쳐 6월 30일자로 출간되었습니다. 초고를 출판사에 넘긴 지 거의 1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 책이 나왔습니다. 당초 올 초에 나올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출간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상반기 끄트머리인 6월 30일이 되어서 마침내 탄생한 <나의 첫 경영어 수업>! 오래 기다린 만큼 출간의 기쁨도 큽니다.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의 집필 계기, 취지, 방향을 참고하시라고 책의 머리말을 여기에 옮겨 봅니다. 제가 오랫동안 준비한 신작 '나의 첫 경영어 수업'에 대한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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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한계가 당신 인생의 한계다

 

“자동차란 무엇입니까?”
대학교 3학년 2학기 때였다. 어느 자동차 회사에서 산학 장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교에 찾아와 나를 포함한 몇몇 지원자들과 일대일로 면접을 진행했다. 면접관은 나에게 산학 장학생을 왜 지원하게 됐냐는 상투적인 질문 대신 이 질문으로 처음부터 나를 당황케 했다. 요식적인 과정에 가깝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임한 면접이었는데 이렇게 근본적이면서도 어쩌면 철학적이기까지 한 질문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나는 꽤나 얼버무렸다. 한참 생각한 끝에 이렇게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엔진을 통해 동력을 얻어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 자동차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구요? 아, ‘자동차(自動車)’라는 한자어 뜻을 풀이한 것이군요. 그런데 진짜로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나요? 스스로 움직이면 운전자는 왜 필요하죠?” 면접관은 즉각 되물었다.
“운전자가 제어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사고를 일으키기 때문이죠.”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고 정의하려면 운전자가 없어도 ‘가고자 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움직인다’라는 조건이 전제돼야 할 텐데요, 운전자가 없으면 가고자 하는 곳을 알 수 없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그러면 자동차를 스스로 움직이는 이동수단이라고 정의할 수 없죠. 안 그렇나요?”

‘이런 게 말로만 듣던 압박면접인가?’ 순발력을 발휘해서 면접관의 공격을 막아야 했건만 머리 속이 하얗게 된 나는 대답을 떠올리지 못한 채 바보처럼 “그렇군요.”라고 면접관의 말에 동조하고 말았다. 면접관의 표정은 자동차 회사의 장학생이 되려면 적어도 자동차의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라며 실망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진짜로 요식적인 과정이었는지 다행히 나는 산학 장학생에 뽑혀서 학비 걱정 없이 대학을 끝마칠 수 있었다.

“자동차가 뭐라고 생각해?”
졸업 후 산학 장학생으로 선발해 준 회사에 입사해 팀에 배속된 첫 날 첫 회식 때, 팀장은 내게 술을 따라주며 툭 던지듯 물었다. 농으로 던진 질문이 아니라는 듯 그 눈빛은 아주 진지했다. ‘아, 또 물어보네. 이 회사는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문화인가 봐.’ 술에 취해 어떻게 대답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꽤나 횡설수설했던 것만은 분명했다. 팀장은 “자동차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자동차란 말도 정의하지 못하면 곤란하지.”라고 핀잔하며 내게 연거푸 벌주를 따랐다.

두 번의 창피 덕에 나는 자동차란 ‘원동기(엔진)의 동력을 사용해 바퀴를 돌려 도로를 달림으로써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이동수단’이라는 일반적 정의를 확실하게 암기할 수 있었고, 선배사원들이 신입사원을 골려 주려고 자동차의 정의를 물을 때마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맞받아칠 수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무언가를 새로 접하거나 배우면 용어의 정의부터 찾아보았고 ‘정의를 알지 못하면 아무리 배우고 경험해도 알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신조를 생각날 때마다 다짐하곤 했다. 나중에 경영 컨설팅사에 입사를 할 때 ‘경영’과 ‘컨설팅’의 정의와 그 이유를 미리 준비했던 것이 인터뷰 합격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의를 잘 알지 못한다. 그 용어가 자신이 몸담은 비즈니스와 자기업무의 핵심인데도 ‘그걸 꼭 정의해야 하나?’라며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다. 멀리 찾을 것 없다. 인사팀이라면 ‘인사’, 기획팀이라면 ‘기획’, 고객만족팀이라면 ‘고객만족’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지금 말해 보라. 장담컨대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열에 둘셋이나 될까? 아마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아니, 이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받아보거나 스스로 던져 본 적 있는가? ‘경영(management)’, 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라고 하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라고 답한다면 그것은 경영이란 단어를 조금 풀어 쓴 것이지 절대 정의는 아니다. 무엇을 위해 경영을 하는지, 어떤 행위가 경영의 활동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이란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행하는 모든 활동의 총합’을 일컫는다. 목적이 없다면 경영이 아니고, 목적만 있고 별다른 행위를 하지 않으면 그 또한 경영이 아니다(여기에서 목적objective은 목표goal을 포괄한 개념이다).

경영이 이런 정의를 지니기 때문에 경영은 영리기업이나 비영리단체에만 쓸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자신의 성장 목적과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자기계발에 열중하고 경력경로를 탐색하는 것을 ‘자기경영’이라 말할 수 있고, 가족의 행복과 건강이라는 목적을 위해 가족 구성원 모두가 헌신하고 희생하는 활동을 ‘가정경영’이라 부를 수 있다. 국가경영, 지역경영, 팀경영 등 목적의 주체가 나름의 목적을 설정하고 나름의 목적 달성 활동을 실천하면 그 무엇이든 ‘경영’이다. 단, 목적과 목적 달성 활동이 윤리적이냐, 효율 혹은 효과적이냐의 문제는 경영 자체와는 다른 차원의 질문이다. 윤리적이지 않아도 비효율 혹은 비효과적이라 해도 경영은 경영이다.

내가 용어의 정의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단순히 그 용어와 관련된 분야에서 먹고살기에 그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언어의 한계가 내가 사는 세상의 한계를 규정한다”라는 철학자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의 말처럼, 정의가 사고와 행동의 방향을 지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프랑스어 ‘빠삐용(papillon)’의 뜻을 ‘나비’로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나방’을 뜻하는 프랑스어가 따로 있을 거라 믿는다(빠삐용은 나비와 나방을 모두 일컫는다). 또한, 성공을 금전적 잣대로 정의하는 사람과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으로 정의하는 사람의 행동은 확연하게 다르기 마련이다. 

몇 년 전, 모 자동차 회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나는 신입사원 때의 경험을 들려주고 나서 그들에게 자동차의 정의를 물었다. 자동차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임원들 역시 내 질문에 당황해 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대답은 여러 가지로 달랐다. ‘엔진으로 바퀴를 움직이는 운송수단’이라는 전통적 정의를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람과 화물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수단’이라면서 안전에 초점을 맞추는 임원도 있었다. 어떤 이는 독특하게도 ‘이동하는 동안에도 집에 있을 때와 동일한 즐거움과 안락함을 느끼는 공간’이라고 말하면서 생활공간의 연장으로서 자동차의 가치를 인식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사적 관점이 아니라 각자의 소속부서가 자신들의 입장에 기초하여 설정한 개념을 자동차의 정의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기 입장에서 정의하고 자기 정의대로 행동하기 쉽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부분 최적화’라는 고질적인 병폐는 바로 전사적으로 통일되지 않은 용어 정의에서 비롯되지 않을까란 통찰과, 통일된 정의를 구성원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다면 미션과 비전을 향해 구성원들을 올바르게 정렬시킬 수 있지 않을까란 아이디어를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이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이 책 <나의 첫 경영어 수업>에서 나는 전략, 혁신, 팀, 팀워크, 미션, 조직문화, 고객가치, 인사, 평가 등 조직에서 매우 자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 뜻을 제대로 잘 알지 못할 법한 용어의 정의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차례를 살펴보면, 자신도 모르게 하루에도 여러 번 언급하는 상투적인 용어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인구에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등과 같은 ‘섹시한’ 주제가 아니라서 어쩌면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시쳇말로 ‘있어빌리티’가 있는 분야에 열을 올리며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미션이란 무엇인가’, ‘전략이란 무엇인가’ 등과 같은 근본적 질문을 고민한 적이 얼마나 되는지 의심이 든다. 그런 트렌디한 주제들은 과거에 한창 유행했다가 이제는 거의 잊혀진 BSC(Balanced Scorecard, 균형성과지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 6시그마 등의 전철을 밟을지 누가 알겠는가?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팀장, 크고 작은 조직의 리더를 꿈꾸는 자, 핵심인재로 성장하고 싶은 직원 모두에게 이 책은 유행에 휩쓸리지 않는 경영의 근본적 개념을 일깨우고 늘 상기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경영의 본질을 재정립하고 조직을 추스리려는 CEO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용어사전만 펼치면 바로 나올 법한 학술적이고 현학적인 정의를 나열하지는 않았다. 20년 넘는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무엇이 용어의 핵심 의미가 되어야 하는지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풀어가는 방식을 취했다.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이라는 책 제목에 걸맞게 이 책 곳곳에는 나와 수강생 간의 토론을 대화체로 표현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독자 여러분도 토론에 동참하여 자신의 의견을 생각하면서 읽어가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경영어의 정의는 대부분 한 문장 이내이다. 그 이유는 긴 정의를 축약해 최종적으로 남는 것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의미이고 반드시 해야 할 행동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짧아야 암기할 수 있고 ‘암기하지 못하면 모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란 또다른 나의 신조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혹자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의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말할지 모른다. 아니면, 전통적이고 교과서적인 개념과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이견을 환영한다. 용어의 정의는 고정적이지 않다. 각자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전사적으로 통일만 되어 있다면(즉, 부서별로 용어를 제각기 다르게 인식하지 않는다면), 하나의 용어에 대한 각기 다른 정의는 각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를 대내외에 차별적으로 표현하고 구현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권장할 만한 일이다. 

또한, 용어의 정의는 시대의 변화가 반영되어야 한다. ‘스스로 움직이는 차’라는 자동차의 정의는 과거에는 상당히 과장된 의미였지만, 이제는 그렇게 정의하는 것이 무리가 없을 만큼 무인운행과 자율주행이 일상화되었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라는 오랜 정의는 고객의 중요성이 떠오르자 ‘고객 혹은 팬(fan)을 창조하는 조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미션을 추구하는 조직’으로 대체되지 않았는가? 한번 정해진 정의를 고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정의를 갱신하고 이를 구성원 모두가 동일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제2차 세계대전 등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를 보면 부대원들이 작전에 임하기 직전, 긴장이 한껏 고조된 상태에서 각자의 시계를 하나로 맞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서로가 약속된 공격을 약속된 시간에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리 뛰어난 화기를 보유하고 훌륭한 작전을 수립했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시계 맞추기가 전투 직전에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듯, <나의 첫 경영어 수업>을 통해 서로가 다르게 알고 있는 용어의 정의를 맞추는 것이 경쟁이라는 소리없는 전쟁에 나서기 전 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닐까?

 

이제 그 교실의 문을 열어보자. 

 

2020년 초여름

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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