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올바르게 '상대평가'하는 방법   

2020. 2. 2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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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에 불만을 제시하는 대부분의 직원들은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일 많이 제기한다. 공정성(fairness)이란 '직원이 창출한 성과에 상응하도록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믿는 정도'를 뜻한다. 평가지표 개선, 피드백 강화 등 많은 평가제도가 공정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이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왜 평가에 대한 공정성 이슈는 사라지지 않는 걸까? 왜 직원들은 평가제도에 계속해서 불만을 느끼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직원들이 실제로 어떻게 공정성을 인식하는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전진석(Jinseok Chun)등 콜럼비아 경영대학원의 연구자들은 지적한다. 전진석은 평가에 대한 공정성 인식은 평가자가 직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기준점’에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다시 말해, 상사가 어떤 기준점을 가지고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냐에 따라 직원이 평가에 대해 가지는 공정성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의 기준점을 가지고 평가에 대한 공정성 인식도를 분석했다. 하나의 기준점은 ‘해당 직원의 과거 성과’로서, 평가자가 직원을 평가할 때 과거의 성과와 비교하여 현재 얼마나 나아졌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시간적 비교(temporal comparison)라고 부른다. 또 다른 기준점은 ‘다른 직원의 성과’로서, 해당 직원의 성과를 다른 직원의 성과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얼마나 나은지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는데,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자기 자신과 비교할 때와 남들과 비교할 때, 이 중 어떨 때 평가가 공정하다고 느끼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전진석은 모두 4번의 실험을 진행했다. 그 중 한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들은 과제를 두 번 수행한 다음 평가자로부터 평가를 받았는데, 참가자들 중 A그룹은 2라운드의 성적을 1라운드와의 비교로 평가 받은 반면, B그룹의 참가자들은 1라운드와 2라운드의 성과를 다른 참가자와의 비교로 평가를 받았다.

과제를 수행한 후에 공정성에 대한 참가자들의 인식도를 조사하니, 본인의 과거 성과와 비교하여 평가 받은 A그룹이 타 직원과의 비교로 평가 받은 B그룹에 비해 평가가 더 공정했다고 밝혔다. “전보다 잘했다”라는 평가가 “다른 사람보다 잘했다”라는 평가보다 ‘절차적으로’ 더 공정하다고 느낀다는 뜻이었ㄷ. 또한, 평가자가 적합한 정보를 가지고 평가를 내린다고 믿었으며, 직원 각자의 상황을 충분히 배려하여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평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절차상의 공정성과 대인관계상의 공정성에서 모두 시간적 비교가 사회적 비교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그림 출처: 아래에 명기한 논문

 


연구를 주도한 전진석은 중국의 정보통신업체 화웨이의 예를 든다. 이 회사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직원들의 역량이 어떻게 향상되는가가 중요하다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비록 사회적 비교 방식이 일부 사용되긴 하지만, 평가의 주된 초점은 각 직원이 얼마나 성장하고 계발되었는가, 즉 시간적 비교에 맞춰져 있다. 창업자 렌 쳉페이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고 한다. “나는 어느 팀이 잘 하는지 못하는지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앞으로 전진한다면 상관없다.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달리고 더 많이 달성하면 영웅이 될 것이다. 하지만 느리게 달린다고 해서 나는 그를 부진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의 리서치 업체 CEB(Corporate Executive Board)가 1,000여개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직원들 중 무려 66퍼센트가 현재 조직에서 운영 중인 성과평가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성과평가에 쏟아 붓는 돈이 직원 1인당 매년 평균 3천 달러에 달하기 때문에 이런 설문결과는 경영자 입장에서 힘이 빠지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성과평가에 대한 불만은 비단 미국의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런 불만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평가 방식을 변경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절대평가를 진행할 때 무엇을(혹은 누구를) 기준점으로 직원에게 피드백할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직원과 비교해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직원의 과거를 기준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 평가자(상사)가 해야 할 일들이 조금 많아지긴 한다. 직원 각자의 역량 개발 및 성과 창출의 과정을 기록하고 피드백한 내용도 역시 기록을 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번거롭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직원의 과거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평가보다 훨씬 큰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직원들을 상대평가를 하되 비교대상은 자기자신이어야 한다.


(*참고논문)
Chun, J. S., Brockner, J., & De Cremer, D. (2018). 

How temporal and social comparisons in performance evaluation 

affect fairness perceptions.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 145,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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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금요일 오후에 반드시 해야 할 일   

2020. 2. 2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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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업무를 어떤 직원은 한 두 시간 안에 끝내지만, 다른 직원은 하루종일 붙잡고 있어도 끝내지 못하곤 한다. 또한, 어떤 직원은 팀장의 기대수준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훌륭한 아웃풋을 가지고 오지만, 다른 직원은 지시한 수준에 못미치거나 '구멍이 숭숭 뚫린' 저급한 아웃풋을 내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직원들의 역량 수준과 경험이 제각기 다를뿐더러 업무에 대한 몰입 정도가 또한 다르기 때문에 늘 팀 내에서 발생하는 팀장의 골치거리일 것이다. 아무래도 자신도 모르게 혹은 의도적으로 팀장은 빠른 시간 안에 일을 훌륭하게 처리하는 직원에게는 중요하고 긴급한 일을 몰아주고 업무처리 속도와 아웃풋의 품질이 저조한 직원에게는 상대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고 바쁠 것도 없는 일을 배정하게 된다. 특히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거나 단기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업무량 편중 문제가 심각해지고 만다.

업무량 편중이 문제가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는 우수직원은 자신에게 일이 몰리는 상황을 부당하다고 여기고 조직을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신이 중요하고 긴급한 업무를 우수하게 수행한다 해도 별다른 보상이 없다면 '억울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특히 '일도 못하고 뺀질거리면서도' 본인과 동일한 보상을 받는 동료들이 곁에 있으면 우수직원의 동기는 급격하게 저하된다. 번아웃되거나 조직을 떠나고 만다. 우수직원에게 중요하고 긴급한 일을 집중적으로 배분하는 것은 어쩌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업무량 편중이 우수직원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역량과 성과 수준이 떨어지는 직원들 역시 자신들에게 부여되는 업무가 우수직원에게 주어지는 업무보다 상대적으로 저급하다고 여기면, 비록 자신의 역량 및 경력 수준이 모자른다고 생각하더라도 일에 대한 도전의지와 흥미를 잃어 버리고 만다. "왜 만날 나에게 이런 일만 시키는가?" 불만을 가질 뿐더러 일을 통한 역량 계발의 기회, 성과 창출을 통한 승진의기회 등을 발탁 당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역시나 동기 저하를 경험한다. 그렇게 되면 팀 역량 수준이 향상될 가능성은 물건너 간다. 물론 자신에게 적은 업무량이 배정된다는 것을 '해피하게' 여기거나 어떻게든 자신에게 일이 적게 주어지도록 교묘하게 행동하는 직원이 극소수 존재하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논외로 한다(첨언하자면, 이들은 팀장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금세 발각된다).

이렇듯 우수직원에게나 보통직원에게나 업무량 편중이 문제점을 일으키기 때문에 긴급한 상황에서 팀성과를 훌륭히 창출해 내면서도 여러 직원들에게 일을 공평하게 배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가 팀장에게 주어진 숙명적 과제들 중 하나가 된다. 그렇다면 팀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경우라도 문제적 상황이 발견되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상(As-Is)'을 파악하는 것이다. 막연하게 문제를 인식하기보다는 과연 어떤 직원에게 현재 어떤 업무가 배정되어 있는지, 그 업무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업무가 일정에 맞게 수행되는지, 그리고 중간 산출물의 품질은 어떠한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런 현황 파악이 있어야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을 시작할 수 있는데, 과연 이런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 팀장들이 얼마나 될까? 나는 금요일 오후에 따로 시간을 내어 이런 작업을 수행할 것을 조언한다. 직원들이 산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면 그때그때 업무를 조정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간트 차트(Gantt chart)'를 만들거나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그런 다음, 다음의 질문을 던져 현황을 면밀하게 분석하라.

- 업무가 과도하게 편중된 직원이 누구인가?
- 업무가 기대보다 적게 주어진 직원은 누구인가?
- 각 업무가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어 있는가?
- 일정보다 빠르거나 느려진 업무는 무엇인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 중간산출물의 품질이 기대보다 뛰어난 업무는 무엇인가?
   그렇지 못한 업무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 각 직원이 현재 가지고 있는 애로사항이 무엇인가?

- 어떤 직원과 언제 면담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매주 정기적으로 던져 문제를 발견하라. 그런 다음, 월요일 아침에 열리는 주간회의 때 직원들에게 (선별적으로) 문제를 밝힌 다음, 해결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거나 팀장 본인의 생각을 제안하라. 필요하다면(혹은 민감한 사안이라면), 문제가 있는 직원들을 1대 1로 만나서 현황에 대한 팀장 본인의 판단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같이 논의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둘째, 일한 시간이 아니라 아웃풋을 기준으로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하라. 직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량을 본인이 각 업무에 쏟은 시간을 가지고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아웃풋의 품질이 높지 않더라도, 업무의 난이도가 절대적으로 평이하다 해도, 자신의 역량과 스킬이 높지 않아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더라도, 일단 업무를 붙들고 있는 시간으로 업무량을 판단한다. 비슷한 수준의 업무를 맡은 동료가 자신보다 일찍 퇴근한다면, 동료의 업무 속도와 품질이 자신보다 우수하다 해도 동료에게 주어진 업무량이 자신보다 적다고 오해를 하곤 한다.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한 시간 혹은 페이스 타임(face time, 회사에 오래 남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각 직원이 내놓은 아웃풋을 기준으로 공개적으로 칭찬하거나 팀장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상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찍 성과를 내고 퇴근하는 우수직원을 향해 불만을 가지거나 공개적으로 불평을 낸다면 이를 저지하고 오해를 불식시킬 책임은 팀장에게 있다. 성과 중심의 조직이란 단순히 일한 시간이 아니라 성과를 중시하고 보상하는 조직 아니겠는가? 진정한 생산성이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충분히 각인시켜라.

 



셋째, 일을 못하면서 열의도 없거니와 심지어 동료에게 부정적 기운을 전달하는 직원을 배제시켜야 한다. 많은 이들에게 질문을 던져 본 결과, 직원들은 우수직원이 자신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경우보다 일 못하고 열의 없고 뺀질거리는 직원들이 자신과 같은 연봉을 받는 경우에 더 분노한다. "왜 저 친구는 놀면서 회사 다니는데, 팀장님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면 실제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량을 과중하다 여길 것 아니겠는가? 그런 뺀질이 직원들에게 확실하게 경고하고 기대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하라. 계속 뺀질이처럼 직장생활을 한다면 배제될 수 있음을 분명히 알려라. 직원들에게 대한 가장 큰 보상은 좋은 동료들과 같이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넷째, 업무가 상황에 따라 편중될 수 있음을 우수직원들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그 결과를 보상하라. 단기적인 대처를 위해 혹은 업무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직원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다. 중요하고 긴급하며 어려운 업무를 우수직원에게 위임할 때 팀장은 이를 솔직하게 언급해야 한다. 팀장이 어떻게 지원할지, 진행되는 동안 서로 어떻게 소통할지 등을 충분히 논의함으로써 우수직원이 충분히 배려 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리고 분명히 기억했다가 (기록해야 한다!) 나중에 평가 결과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팀성과에 기여한 만큼 평가하고 보상하라. 이런 당연한 말을 하는 이유는 '승진 돌려먹기'와 연공서열, 다른 직원들 눈치보기 등 때문에 현장에서 자주 실종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역량을 키울 직원을 매주 고민하라. 긴급하고 중요한 상황이라고 우수직원을 혹사시키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다. 어느 직원을 우수직원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그 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긴 적이 없어서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번 빠진 '확신의 덫' 때문에 우수직원이 될 수 있는 직원의 잠재력을 보지 못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매주 금요일, 자신의 업무 배정 현황을 들여다보면서 '역량을 실험해 볼 직원'을 정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직원은 이 업무(혹은 프로젝트)를 해본 적이 없지만 한번 시켜봐야겠어."라고 말이다. 각 직원의 잠재력을 겉으로 드러내고 역량을 향상시킬 방법은 실제적인 업무 수행이 유일하다. 이런 시도는 팀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레버리지가 큰 방법이다.


물론 이런 여러 가지 해결책을 강구한다 해도 모든 직원들에게 기계적으로 똑같은 업무량을 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업무량 과중에 대한 불만을 완전히 불식시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욕심은 버려라. 팀장 자신이 직원들에게 업무를 배분하는 잘못된 습관과 관행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모색함으로써 달성해야 할 진짜 목표는 모든 직원의 동기를 저하시키지 않고 번아웃을 막으며 업무역량과 스킬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은 금요일이다. 오후에 시간을 내어 업무 배분의 As-Is를 냉정하게 평가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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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피드백’하지 마라. '조언'하라   

2020. 2.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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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은 기업들이 '평가'의 폐해를 절감하고 이를 대신할 방법으로 '피드백'을 채용 중이거나 앞으로 대체할 시기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평가의 본래 목적이 구성원의 역량 개발과 동기부여, 이를 통한 조직성과의 창출인데, 기존의 '사정형 평가'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구성원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왔다. 

그동안 이 블로그를 통해서 사정형 평가의 문제점과 피드백의 중요성을 설명해 왔기에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다. 다만, 기존 평가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물로 '활발한 피드백 제도(보통은 'check-in'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다)'를 도입하고자 한다면, 또한 당초에 바라던 효과(구성원의 역량개발 등)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리더를 포함한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일종의 '평가' 개념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평가를 없애는 대신에 피드백을 강화하겠다고(혹은 새로 도입하겠다고) 하면, 구성원들은 '아, 이제 피드백 방식으로 직원들을 평가하는 것이구나'라고 인식하기 십상인데, 그렇게 되면 큰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인 윤재원(Jaewon Yoon)은 피드백이 평가의 개념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면, 개선해야 할 영역, 개선할 수 있는 방법과 제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본래 피드백은 상대방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며, 장점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단점을 또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행위인데, '피드백하라'는 말은 그런 행위를 오히려 소극적으로 만들고 상대방을 '평면적'으로 평가만 하려고 한다고 윤재원은 지적한다. 그는 피드백의 효과를 제대로 발휘토록 하려면 피드백이라는 말보다는 '상대방에게 조언(advise)하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윤재원은 20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교사직을 희망하는 지원자가 쓴 가상의 지원서를 읽고서 지원서 내용에 대해 '피드백해 달라' 혹은 '조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피드백을 요청 받은 그룹보다 조언을 요청 받은 그룹이 가상의 지원자에게 부족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더 많이 제안하는 경향을 보였다. 

예를 들어, 피드백 요청 그룹은 "이 사람은 지원조건을 아주 충족시키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한 경험이 있고, 가르치는 스킬을 적절하게 갖추었다"는 식으로 두루뭉술한 코멘트를 쓴 반면, 조언 요청 그룹은 "나라면 아이들을 가르쳤던 과거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겠다. 본인의 '가르치는 스타일'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왜 그런 스타일을 가지게 됐는지 더 설명하면 좋겠다. 왜 아이들을 가르치고 했는지, 무엇을 최종 목표로 생각하는지 등을 추가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지원서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어떻게 지원서를 보완할지를 상세하게 코멘트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조언 요청 그룹은 피드백 요청 그룹보다 '개선 영역'을 34퍼센트 많게 코멘트하고 '개선 방법'을 56퍼센트 많게 제안했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이와 동일한 결과가 나왔다.  윤재원은194명의 정규직 직원들에게 동료의 최근 업무성과에 대해 '피드백' 혹은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동료의 업무는 '제품에 라벨을 붙이는 일'에서부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난이도를 달리했다. 실험 결과, 피드백을 요청 받은 직원들은 조언을 요청 받은 직원들보다 구체적이지 못하고 실천가능하지 못한 코멘트를 더 많이 제시했다. 이를테면 "업무에 대해 불평 한마디 없이 아주 좋은 성과를 냈다"는 식이었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칭찬이라서 기분은 좋겠지만,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에 관해서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강사의 강의가 끝나고 '피드백' 혹은 '조언'을 해달라고 교육생들에게 요청했던 실험도 결과는 비슷했다. 피드백을 요청 받은 교육생들은 "이 강사의 교육내용과 강의 스타일이 아주 좋았다"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코멘트했던 것이다. 

 

 

 



'피드백해 달라'는 말과 '조언해 달라'는 말이 이렇게 의외의 차이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피드백하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거의 모두가 상대방의 '과거 상황과 과거의 성과'를 떠올리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피드백을 상대방의 성과를 '심사(judge)'하는 행위로 인식한다는 뜻이다. 피드백이란 말이 이런 방향의 '넛지(nudge)'가 되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한다는 미래지향적 코멘트를 덜하게 만들어 버린다. 반면, 조언해 달라는 말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이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할 준비를 하게 된다. 심사하기보다는 '기회'를 더 알려줘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넛지가 일어나는 것이다. 

피드백보다는 조언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피드백을 통해 얻고자 하는 효과를 더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데, 그렇다고 해서 평가를 대체하는 공식적 제도로 피드백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필요는 없다. 피드백이라는 말을 쓰되 그것이 과거의 성과를 평가하거나 심사하는 것이 아님을 구성원(상사와 직원 모두)에게 잘 인식시키면 된다. '직원들의 성과를 피드백하라'고 단순하게 말하지 말고 '직원의 개선점, 발전 가능성을 피드백하라'고 말하면 '직원에게 조언하라'고 말할 때와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윤재원이 실시한 후속실험에서 나온 결과인데, 가상의 지원자가 쓴 지원서를 이번에는 "개선점에 초점을 맞춰 피드백해 달라"고 요청하자 조언을 요청할 때와 거의 동일한 효과가 나왔다(아래의 그래프 참조). 피드백 제도를 운용할 때 '평가하거나 심사하려는 마인드'를 제거해 주는 것이 키포인트라는 의미다.

 

 

 

출처: 아래 명기된 논문



예전에 나는 모 조직에 동료들의 피드백을 중심으로 기존의 평가제도를 대체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 그때 어떤 사람이 "피드백이란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뜻이 연상됩니다."라고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그는 피드백이 '상대방이 했던 잘못을 지적하는 것'으로 느껴진다고 답했다. 그래서 누군가를 피드백하고 싶어도 잘못을 지적하는 것만 같아서 되도록이면 기분 나쁘지 않은 말을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누군가가 자신에게 피드백할 것이 있다면 그 내용과 상관없이 일단 기분부터 나빠진다고도 고백했다. 의견을 취합해 보니 그사람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피드백'이라는 단어를 양식에 표기하지 않고 대신에 '개선해야 할 점', '개선을 위한 나의 제안'이라는 두 개의 기입란을 남기도록 조정했다. 그렇게 하니,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코멘트가 사라지고 보다 건설적인 조언이 제시되는 효과를 경험했다.

평가를 피드백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피드백은 절대 만능이 아닐뿐더러 어떨 때는 오히려 직원의 동기를 꺾어 놓기도 한다(피드백이 단점 지적이라고 직원들이 오해할 때 그렇다). 그렇기에 리더들에게 '직원들의 성과를 피드백하라'는 점을 강조할 때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피드백해야 하는지를 가이드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피드백은 과거를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조언이어야 함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참고논문
Yoon, J., Blunden, H., Kristal, A., & Whillans, A. (2019). Framing Feedback Giving as Advice Giving Yields More Critical and Actionable Input. Harvard Business School Working Paper, No. 2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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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7일의 읽을거리   

2020. 2. 1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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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7일 여러분이 읽으면 좋을 아티클 5편을 소개합니다.

 



내면의 창의력을 꺼내는 4가지 방법은?

 

4 Ways to Unlock Your Inner Creativity

With some practice and nurturing, you can train yourself to become a more creative person.

www.entrepreneur.com

 

바디랭귀지에서 나타나는 리더의 2가지 유형.
상대방을 지배하는 리더인가, 아니면 명망을 통해 권위를 얻는 리더인가?

 

Leaders Show Distinct Body Language Depending On Whether They Gain Authority Through Prestige Or Dominance

By Emma Young. Distinct physical displays let others know how to respond to high-ranking individuals.

digest.bps.org.uk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를 중단하고 더 많은 업무를 위임하는 방법

 

How to finally stop micromanaging and delegate more

Most leaders are afraid of delegating because it requires them to relinquish control.

www.fastcompany.com

 

'빠르게 움직이는' 걸 조직의 미션 혹은 가치라 여기는 조직의 부작용 혹은 문제는?

 

Research: Organizations That Move Fast Really Do Break Things

Prioritizing action over consideration often leads to unethical behavior.

hbr.org

 

남의 비판을 마음 편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5가지 방법은?

 

5 ways you can get more comfortable taking criticism

Feedback and criticism are going to happen, so why not take a more positive approach to them with these tips?

www.fast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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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3일의 읽을거리   

2020. 2. 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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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3일 여러분이 읽으면 좋을 아티클 4편을 소개합니다.

 



비싼 물건을 사도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는?

 

Buying expensive stuff doesn’t make us happy. Harvard researchers explain why

And actually, it makes us pretty miserable. A new study from researchers at Harvard Business School and Boston College hints at why.

www.fastcompany.com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기 위한, 가장 완벽한 타이밍을 잡는 방법

 

'Next Time, Do Better.' How to Pick the Perfect Moment to Give Constructive Feedback

When should you deliver feedback intended to improve performance? Sometimes not as soon as you might think.

www.inc.com

 

상세사항에 관심이 없는(관리하지 못하는) 리더와 같이 일하는 방법

 

How to Work with a Leader Who Doesn’t Care About Details

While their head is in the clouds, you’re in the weeds.

hbr.org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 코치가 필요한 이유는?

 

Why Everyone Needs a Life Coach

Successful people have to grab progress by the horns.

www.entreprene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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