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되려면 먼저 팔로워가 돼라   

2019. 1. 2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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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지능 2.0>이란 책을 쓴 트레비스 브래드베리(Travis Bradberry)는 포브스 지에 기고한 <당신은 리더인가 아니면 팔로워인가?>라는 글에서 팔로워는 다른 사람의 재능과 성취를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리더는 그걸 자산으로 바라보고, 팔로워는 변화를 문제로 받아들이는 반면 리더는 그걸 기회라고 여기고, 팔로워는 매일의 업무에 묶여 있지만 리더는 미래의 가능성에 집중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처럼 사람들은 리더와 팔로워를 서로 반대되는 유형으로 이분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리더처럼 행동하라. 팔로워처럼 굴지 마라'고 흔히들 조언하곤 하죠. 팔로워처럼 행동하면 리더십을 갖춘 사람으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리더 대 팔로워' 혹은 '리더십 대 팔로워십'이라는 전통적인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퀸즈랜드 대학교의 킴 피터스(Kim Peters)와 그의 동료 알렉스 해즐럼(Alex Haslam)에 의해 제기되었습니다. 그들은 영국 해병대의 신병훈련소에서 관찰한 결과를 통해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먼저 훌륭한 팔로워가 돼라'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팔로워십이 없으면 리더십도 없다'는 것이죠.




피터스와 해즐럼은 218명의 신병(모두 남자, 평균 20.9세)들에게 설문을 돌려 스스로 본인을 얼마나 리더로 생각하는지(리더 정체성, leader identity), 얼마나 스스로를 팔로워라고 평가하는지(팔로워 정체성, follower identity)를 평가했습니다. "나는 천성적으로 리더라고 생각한다"와 같은 문항으로 리더 정체성을, "다른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으면 나는 그걸 이루기 위해 열심히 일할 준비를 한다"와 같은 질문으로 팔로워 정체성을 평가한 것이죠. 또한 지휘관들에게는 각자 통솔하는 신병들의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신병들에게는 동료들의 리더십을 평가해 달라고 했습니다. 신병 훈련이 진행되는 32주 동안 이러한 평가가 모두 5번 진행되었죠. 


신병 훈련이 종료되고 나면 신병들과 지휘관들 모두가 참여해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한 자'를 투표로 결정하여 '특공대 메달(Commando Medal)'을 수여하는데, 피터스와 해즐럼은 과연 스스로를 리더라고 여기는 자가 표를 얻는지, 아니면 자신을 팔로워라고 생각하는 자가 많은 표를 얻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분석해 보니, 스스로를 천성적인 리더라고 여기는 신병들(자신의 리더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은 동료들에게 그리 느껴지도록 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본인은 스스로를 리더라고 생각하더라도 동료들은 그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팔로워라고 생각하는 신병들(자신의 팔로워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이 동료들로부터 리더십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리더가 되기를 원하면 동료들에게 '봉사하는' 팔로워가 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면에 지휘관들은 리더 정체성을 높게 평가한 신병들(즉 리더처럼 행동하는 신병들)에게 더 높은 리더십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동료들의 평가 경향과는 달랐죠. 집단 내부에 있느냐(동료들) 집단 외부에 있느냐(지휘관)에 따라 리더십을 다르게 평가하는 건 흥미로운 결과입니다. 동료들은 팔로워 정체성이 높은 사람을 리더로 여기지만, 집단 밖의 지휘관은 리더 정체성이 높은 사람을 리더로 생각하니 말입니다. 




피터스와 해즐럼의 연구 결과는 기업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첫 번째 시사점은 앞에서도 밝혔듯이 리더가 되려면 먼저 좋은 팔로워가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료들에게 좋은 팔로워라는 평가를 받아야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고 리더가 되어서도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리더로 성장하려는 꿈을 지닌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입니다. 동료들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고 동료들을 도우며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리더가 진정한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기업에서 행해지는 리더십 교육의 방향도 리더로서가 아니라 팔로워로서 정체성을 먼저 형성하도록 만드는 쪽으로 설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조금은 안타까운 현실을 드러냅니다. 최고경영자들은 리더처럼 행동하려는 자를 리더로 선발하려고 하는 반면, 직원들은 그런 사람보다는 팔로워로 좋은 면모를 보이는 자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고경영자가 리더로 선발하는 사람을 직원들은 리더로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직책자 임명 결정이 덜 민주적일수록(최고경영자에게 집중되어 있을수록)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리더 임명에 동료들과 부하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된다면 이런 괴리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미국 육군사관학교(West Point Military Academy)는 교육의 방향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팔로워가 되라는 가르침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합니다.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기꺼이 책임을 지며 집단에 봉사하려는 팔로워가 동료들로부터 리더로 인정 받고, 그렇게 해서 실제로 리더가 된 사람이 신뢰를 통해 동료들을 훌륭하게 리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았던 것입니다. 리더가 되려면 먼저 팔로워가 되어야 합니다.



*참고문헌

https://www.forbes.com/sites/travisbradberry/2015/08/18/are-you-a-leader-or-a-follower/#2f1cbc136091


Peters, K., & Haslam, S. A. (2018). I follow, therefore I lead: A longitudinal study of leader and follower identity and leadership in the marines. British Journal of Psychology. DOI: 10.1111/bjop.1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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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나쁜 행동이 팀 밖으로 알려지지 않는 이유   

2019. 1. 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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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상 고객사의 직원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제법 자주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식의 말들입니다. "팀장의 문제를 윗사람(그 위의 임원)이 잘 모른다", "문제가 많은데도 CEO는 팀장이 아주 일을 잘하고 능력이 있는 줄 안다.", "팀장은 아랫사람한텐 나쁜 행동을 서슴지 않지만 윗사람들에게는 아부를 잘해서 그런 것 같다" 


성희롱이나 언어 폭력, 부당한 업무 지시, 은근한 따돌림 등 나쁜 행동을 저지르는 팀장이 있다면 분명 그 위의 임원이나 CEO가 분명 알아차릴 만도 한데, 그러지 못한다고 털어놓는 직원도 간혹 접하곤 합니다. 분명 뭔가 커넥션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펴는 직원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이미 팀내 혹은 팀 주변에서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이 된 팀장의 바람직하지 않은 언행을 윗선이 모른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젓기도 하죠.


팀장(여기서는 단위조직의 장을 의미함)의 나쁜 행동이 윗선까지 전달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말처럼 아랫사람들에게는 매우 부적절하게 행동하면서 윗사람들에게는 그런 행동을 정당화시키거나 눈에 띄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감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수직적 위계구조의 특성상 애초부터 그런 '악행'을 발견해 내는 데에 어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여기에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면, 행동과학자 인시야 후세인(Insiya Hussain)가 제시한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일 겁니다. 후세인은 윗사람들이 팀장의 나쁜 행동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직원들 모두가 그런 악행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 외에 다른 직원들도 이미 잘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수록 팀장의 악행은 팀 외부로, 회사의 top management로 고발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책임감의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 이게 바로 방관자 효과입니다. 


후세인은 수브라 탄지랄라(Subra Tangirala)와 함께 진행한 여러 번의 실험으로 방관자 효과가 가장 그럴듯한 이유임을 밝혔습니다. 후세인은 서로 거리가 먼 학교 건물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부족하다는 이슈를 163명의 학부생들에게 읽게 한 다음, 그런 문제를 학교 이사회 측에 제기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줬죠. 그런데,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다른 동료들도 이 이슈를 잘 인지하고 있다고 전한 반면, 다른 참가자들에게는 본인만 알고 있는 이슈라고 전했습니다. 그랬더니, '나 말고 다른 친구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책임감의 분산 현상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혼자만 이슈를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한 참가자들이 2.5배나 많이 학교 이사회 측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고 했으니까 말입니다.


440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실험에서는 자기네 조직에서 만드는 실제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를 읽도록 한 다음, 이전 실험과 같은 실험조건을 조성해 봤습니다. 예상했듯이, '나 말고 다른 팀원들도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라는 조건의 실험참가자들이 제품상의 하자를 경영진에게 자발적으로 보고하려는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할 만한 책임감을 덜 느꼈다는 것이죠. 포천 지 선정 500대 기업 중 하나인 전자회사(인도 지사)에서 근무하는 132명의 직원들과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면밀한 분석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한 후에 자신이 감당해야 할 주변의 시선과 스트레스, 해당 팀장의 반격 혹은 보복, 혹은 문제를 제기했다라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처벌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예상되는 상황일수록(즉, 조직문화가 위계적이고 보수적일수록) 이런 방관자 효과는 더욱 강해집니다. "나 말고 다른 직원들도 잘 알고 있으니 누가 나 대신 문제 제기를 하겠지"라고 말입니다. '나 말고 다른 직원이 적극적으로 행동할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 괜히 내가 나섰다가 나만 바보되는 거 아니야?" 이것이 바로 팀장의 바람직하지 않는 행동이나 단위조직 내의 이슈, 아니 회사의 문제가 외부로 고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런 방관자 효과를 피하기 위해 경영자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방관자 효과는 나 말고 누군가가 말하겠지, 혹은 누군가가 이미 말했을 거야, 라는 '지레 짐작' 때문에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지레 짐작을 하지 않도록 경영자는 "문제가 있다면 뭐든지 바로 말하라. 다른 사람이 이미 문제 제기를 했다고 간주하지 마라"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말하는 직원의 목소리에 늘 귀를 열어야 합니다.


또한 직원들이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문제 제기한 사람을 조직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사람으로 오인하여 벌 주는 조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죠. 문제 제기한 사람을 제거하는 것을 문제 해결의 방법이라고 여기는 조직이 의외로 많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 사람들 중 하나가 문제 제기를 해서 조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떠나야했습니다. 문제 제기가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귀중한 자가치료라고 인식하고 그에 보상하는 조직문화가 방관자 효과를 몰아낼 수 있겠죠.


따지고 보면, 팀장의 나쁜 행동이 팀 외부로 나가지 못하는 까닭은 직원들이 외부에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직원들을 탓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입을 막는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경영자와 관리자의 도리이겠죠.



*참고논문

Hussain, I., Shu, R., Tangirala, S., & Ekkirala, S. The Voice Bystander Effect: How Information Redundancy Inhibits Employee Voi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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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퓨처컨설팅의 유정식입니다.


제가 번역하여 2018년 6월에 출간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앤드루 S. 그로브 저, 유정식 역, 청림출판)의 요약본을 여러분에게 공유합니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분에게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


표지를 제외하고 모두 12페이지로 구성된 파일에는 인텔의 전설적인 CEO였던 앤디 그로브가 전하고자 하는 '관리'의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배경과 사례를 보려면 이 파일만으로는 부족하니 반드시 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앤디 그로브가 관리자로서 경험하고 축적했던 관리의 노하우를 직접 담은 명저로 평가되는 이 책에는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성과를 창출하는 데 있어 중간 관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관리의 기본은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 크고 작은 조직을 운영하는 관리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말하고 싶네요.




본 자료는 배포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변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일 때만 배포가 가능합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라도 상업적 이용을 금합니다(예: 자료 판매, 캡처하거나 내용을 복제하여 강의자료에 사용 등)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High Output Management.pdf


파일을 열면 암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나오는데, infuture 라고 기입하시면 파일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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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최소한 지켜야 할 3가지 도리   

2019. 1. 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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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도리 1.

9시 넘어 출근하고 6시 전에 퇴근할 때, 이럴 때 사장은 직원에게 월급 주는 게 아까울 정도로 서운하다. 특히 사장(혹은 팀장)이 출타 중일 때 직원들이 그렇게 행동한다면, 서운함을 넘어 분노가 일어난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


—> 일이 없더라도 법정 근무시간은 지켜야 한다. 전날 야근했다고 해서 출퇴근 시간을 임의로 정해서는 안 된다. 그런 경우엔 떳떳하게 양해를 구하는 게 어떨까? 빈 시간이 생기면 앞으로 생겨날 업무를 준비하든지,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하라. 그것이 싫다면 동료들과 잡담을 하든지, 인터넷을 서핑하며 노는 게 어떤가? '땡땡이'는 학교에서나 하라.


직원의 도리 2.

일을 지시하면 “팀장님이 더 잘 하시니까 직접 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직원이 간혹 있다.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입을 삐죽이는 직원들이 많다. '자기가 하지, 왜 나한테 시키고 그래?'


—> 팀장(혹은 사장)이 할줄 몰라서 일을 시키는 게 아니다. 일을 시키는 목적은 일을 잘 완수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일을 배우도록 하는 의도도 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본인의 ‘밥값’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일을 잘 하지 못해도 좋다. 적어도 본인의 밥값을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것이 직원의 도리이다. 


팀장(혹은 사장)이 업무 지시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지시의 방향이 왔다갔다 한다고 해서 "그러면 당신이 하셔라"라는 말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그런 상사라 해도 그가 지시한 일은 직원의 임무다. 직원 본인이 일의 주인이다. 일의 주인이라면, 상사에게 끊임없이 업무의 방향을 묻고 피드백 받아라. 이것이 월급을 받는 이유다.




직원의 도리 3.

새로운 사람이 조직에 합류하면 텃세를 부리거나 왕따를 한다. 같이 밥도 안 먹으려 한다. 그러다가 잘해주면서 ‘이 회사에 다니면 안 되는 이유’를 그에게 친절히(?) 알려준다. 사장과 팀장을 대놓고 험담한다. “더 다녀봤자 좋을 것 없으니 기회 있을 때 빨리 그만 둬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한다. 신규 직원은 어느새 불평불만세력의 일원이 된다.


—> 회사에 불만이 많은 걸 뭐라 할 수는 없다. 진짜로 문제 많은 조직일지 모르니까. 그러나 신규 직원의 의지를 꺾을 필요까지는 없다. 아니, 그럴 자격은 절대 없다. 어떻게 하면 이런 회사에서 잘 일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타인의 선택을 평가하거나 부정해서는 안 된다. 본인은 본인의 인생을 살아라. 타인은 타인의 인생을 ‘아주 잘’ 살 터이니. 


회사에 문제가 많으면 사장과 팀장에게 공식적으로 제기하라. 그렇게 했는데도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다면(당신은 분명 이렇게 반문하리라), '조용히' 회사를 나가거나, 그냥 포기하고 '조용히' 회사를 다니거나, 둘 중 하나다. 아니, 누가 뭐라 하든 (시정될 가능성이 적다 해도) 끊임없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또 하나의 선택지가 더 있다. 하지만 주변 직원들을 불평불만세력으로 만드는 것은 선택지 중에 절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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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간단한 방법   

2018. 12. 1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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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머리 속에 그려보자. 당신이 마이크로맥(MicroMac Inc.)라는 가상의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데, 이 회사는 전반적인 지능 테스트, 인성 테스트, 수학 및 계산 스킬 테스트, 언어 구사 능력 테스트, 성취 동기 테스트, 인사 담당자와의 면접 등을 지원자들에게 요구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이 회사에 들어가고자 하는 욕구가 큰 나머지  부담을 감수하고 여러 가지 테스트를 받았다. 테스트를 마치고 1주일이자 지나자 마이크로맥은 당신에게 '불합격'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통보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테스트를 받았는데도 어떤 테스트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 이메일을 열어보니 생뚱맞게시리 테스트에 대한 상세한 결과가 도착해 있었다. '떨어뜨려 놓고서 이제 와서 이건 뭐지?'라며 혼란스러워 하는 당신 앞에 갑자기 '펑' 소리를 내며 심리학자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심리학자는 아무런 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설문지를 내민다. 설문지에는 "이 입사 절차가 얼마나 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 7점 척도로 답해 주세요."라는 문항이 적혀 있었다. 당신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할까? 공정했다고 답할까, 아니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쓸까? 




이 장면은 네덜란드 레이덴 대학교(Leiden University)의 심리학자 키스 반 덴 보스(Kees van den Bos)와 동료들이 실시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상황이었다. 164명의 참가자들 중에서 이렇게 불합격 통보를 먼저 받고 나중에야 입사 테스트 결과를 받는 상황에 처해진 참가자들은 이 입사 절차가 대체적으로 공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3.6점). 하지만, 먼저 각각의 테스트 결과를 받고난 다음에 불합격을 통보 받은 참가자들은 비록 불합격이라는 아쉬운 통보를 받았지만 입사 절차의 공정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했다(5.2점).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이 직접적으로 절차의 공정성을 경험하도록 후속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모니터에 나타난 180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물체를 보고 그 중 검은색 정사각형의 수를 어림짐작으로 맞혀야 했다. 이런 테스트를 모두 10회 진행한 다음, 합격/불합격 여부를 알려주고 합격한 자에게는 상금을 주었는데(사실, 합격/불합격 여부는 무작위로 결정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결과를 통보하는 순서를 다르게 해보았다. 자세히 말해, 합격/불합격 여부를 먼저 통보하고 테스트별 점수를 알려주는 경우와, 테스트별 점수를 일러주고 그 다음에 합격/불합격 여부를 통보하는 경우로 나눠서 실험을 진행했다.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니, 불합격한 참가자들은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중간 과정보다 결과를 먼저 통보받을 때 공정성에 대한 의심을 드러냈고(3.8점) 테스트에 대해 낮은 만족도(3.4점/7점)를 보였으며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는 욕구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표출했다. 하지만 불합격했다 하더라도 중간 과정(테스트별 점수)을 먼저 받고 그 다음에 불합격 결과를 통보받으면 절차가 꽤 공정했다고 평가했다(6.5점).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합격을 통보 받은 참가자들의 경우, 과정을 먼저 알려주든 나중에 알려주든 공정성 점수가 높았다는 것이다(6.5점으로 동일). 합격의 기쁨이 공정성 이슈를 '덮어버리는(override)' 셈이었다.




이 연구는 조직에서 매년 적어도 한 번 이상 실시하는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분명한 시사점을 전달해 준다. 공정한 평가가 되려면,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직원들에게 '평가가 공정하다'는 인식을 높이려면, 평가 결과를 통보하기 전에(혹은 연봉 인상 결과를 통보하기 전에) 중간 과정을 상세하게 피드백해야 한다는 점이다. 연중에 별다른 피드백이 없다가 연말에 가서야 "자네는 C야. 왜냐하면 이러저러 해서야."라고 알려주면, 평가 결과가 그렇게 나온 이유를 아무리 설명해도 직원들은(특히 평가 결과가 낮게 나온 직원들은) 평가의 공정성에 강한 의심을 품게 된다. 또한 이 실험에서처럼, 평가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이의를 더욱 강하게 제시하려 할 것이다. 평가 결과가 잘 나온(S나 A) 직원들은 기쁨 때문에 평가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고 여기겠지만 미심쩍은 마음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올해 한번만 평가 받고 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평가의 공정성은 평가지표의 객관성에서 오지 않는다는 점을 이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겠구나"하는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평가의 공정성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목표 달성 과정을 점검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그런 노력없이는 공정한 평가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이처럼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간단한 방법이 있을까? 계량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지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지 않은가? 요즘 평가 시즌이라 평가의 공정성 이슈가 조직 전체를 흔들어 대는 조직들이 많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평가 시즌이 도래한 지금, 이제와서 공정성 이슈를 해결하기에는 좀 늦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를 곰곰이 음미하여 내년부터라도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는 일상적인 노력을 경주하기 바란다.



*참고문헌

Van den Bos, K., Vermunt, R., & Wilke, H. A. (1997). Procedural and distributive justice: What is fair depends more on what comes first than on what comes next.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2(1),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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