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작은 것이야   

2008. 4. 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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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엔 일산의 롯데백화점과 그 옆에 있는 마그넷에서 쇼핑을 했다. 일정에 있던 쇼핑은 아니었다. 하릴없이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무작정 일산으로 차를 몰았다. 거대한 베드타운의 공터에크고 넓게 세워진 각각의 쇼핑센터들이 눈에 환히 들어왔다.

평일 낮의 쇼핑센터 내부는 한산했다. 게다가 나처럼 혼자 온 남자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사려고 했던 갖가지 소품을 고르고, 값을 비교하고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2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렀다. 이건 어때? 너무 비싸지? 나는 내자신에게 질문하고 내자신에게 답하였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 또한 쇼핑의 즐거움일 게다. 그리 많은 물건을 산 것은 아니지만, 뿌듯한 만족감이 가슴 안에 괴었다.

그리고 나는 호수공원을 찾았다. 역시 평일 늦은 오후의 공원은 쓸쓸함이 감돌 만큼 사람이 적었다. 호수면은 붉게 지는 햇살로 어른거렸고, 호수 너머 벌판에서 부는 바람이 내 얼굴에 닿았다가 어깨 너머로 불어갔다. 인공의 호수에서 느껴지는 인공의 자연 속에서 혼자이기에 느껴지는 별 수 없는 외로움. 뭐, 그런 것들도 함께 바람을 따라 호수를 가로질러 갔다.

3000원을 내고 자전거를 빌렸다. 호수 둘레를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꽤 오랫만에 타 보는 자전거다. 처음엔 익숙해지지 않아 잠깐 흔들렸지만, 이내 소매를 펄럭이며 나는 달리고 있었다. 배운지 오래라 잊힐만도 한데 자전거 타는 법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가끔 2인용 자전거를 탄 연인들이 내 곁을 지나쳤다. '하나둘셋넷'을 외치며 발을 구르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뒷편에 앉은 여자의 흩날리는 긴 머리 위에 차츰 붉어지는 서녘 햇살이 부서졌다. 공원 한 켠에서 그네를 뛰는 여자들의 환호와 즐거운 비명이 흐릿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이 있으니....

이 노래를 작게 부르며, 나는 나의 행복을 생각하며 달렸다. 누군가 내게 말했듯,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때 이미 거기 있는 것이라고, 나는 내자신을 향해 주문을 걸듯, 계속해서 그 노래를 부르며 달렸다.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던 여자가 이런 나를 흘끔 바라보며 실날같은 웃음을 보였다. 차밍한 웃음 한 조각같은 아련한 기억 너머로 자전거 바퀴가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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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쇼핑센터에서 산 물건을 꺼내 제자리에 놓았다. 그것들이 이제 내 식구가 되어 내 집 한켠한켠을 차지하게 됐다. 살가운 눈빛과 손길로 그것들을 만져주니, 답례하듯 달그락 거린다.

오랫만에 나를 위한 성찬을 준비하였다. 양파, 호박, 두부, 감자, 멸치, 그리고 된장을 풀어 찌개를 만들고, 햄을 얇게 썰어 계란옷을 입혀 부쳤다. 깻잎을 씻고, 쌈장을 만들고, 김을 9등분하여 잘랐다. 그동안 밥은 냄비안에서 뜸이 들고 있었다.

드디어, 저녁 완성. 그런대로 푸짐한 저녁밥상이 가는 김을 모락모락 내며 내앞에 놓였다. 같이 먹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밥을 먹었다. 그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그가 턱을 고이고 내가 밥을 먹는 걸 지켜보던 때처럼, 우리가 함께 하고,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회상하며 오랫동안 밥을 먹었다.

지금은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마신다.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곡, 'Sky Walk'를 repeat 모드로 듣는다. 어느덧 지나간 하루가 어둠에 가려져 있다. 자전거 바퀴 따라 굴러가 버린 오늘 하루가 피아노 건반 위에서 흩어져 방안을 가득히 떠다닌다.

항상 나의 자폐 속에서 많은 것을 만난다. 우물 속으로 들어가 몇날 며칠밤을 지낸 하루키처럼, 어둠 속에서 많은 것과 만난다. 그 날 그가 던진 말의 의미, 파도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그 뒷모습에 써 있던 그 의미가 어둠 저편에서 들려온다.

과거를 잊어야 앞날을 살 수 있다. 자폐는, 현실과 '잊음'을 병행할 수 없는 나의 가난한 방법이다.
무작정 생각을 않는다고 치유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알기에 옛일을 갈무리하고, 빗질하고, 깨끗한 찬장에 고이 간수하듯, 자폐는 내게 그런 것이다. 늦은 오후의 자전거 타기처럼 희망의 오락인 셈이다. 혼자만의 성찬처럼, 내일로 내딛는데 필요한 영양분인 셈이다. 허나 나의 이런 자폐에 누구누구는 상처를 입었다. 미안한 마음이다.

살며 이렇게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사는 날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 내게 말했듯,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살아내는 그 순간순간이 행복이라고, 행복은 가슴 벅찬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작은 것이라고... 나는 어느새 취하고 있다.

(아마도 10여년 전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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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쇼, Song of the Sea의 하이라이트 사진   

2008. 4. 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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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센토사섬에서 매일밤 열리는 분수쇼, Song of the Sea의 하이라이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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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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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쇼가 벌어지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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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조명이 들어오면서 분수쇼가 시작될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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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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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화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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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 신이 신이 나서 불길을 쏴 올리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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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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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레이저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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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는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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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깨우려면 노래를 불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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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더 크게 노래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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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깨어난 공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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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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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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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으로 치닫는 분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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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막스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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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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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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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속 작은 동물원   

2008. 4. 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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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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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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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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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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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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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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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쉬~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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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미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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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돼지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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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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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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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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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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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3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08. 4. 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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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2008.3)에는 겨우 4권의 책을 읽었다. 한달에 최소 10권이 목표였는데, 프로젝트가 겹쳐서 생기고, 일주일간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경황이 없었다. 저조한 성적인데, 4월에는 만회 좀 해야겠다.

지금까지의 실적
1월 : 10권 (2008년 1월에 읽은 책들)
2월 : 12권 (2008년 2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3월 : 4권
(총 = 26권)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

 

동물도 즐거움을 느끼고 좋아한다. 인간 중심의 사고를 주의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서평을 부탁 받은 책. 행동경제학 내용을 쉽게 풀어 쓴 책으로서, 입문서로서 추천할 만하다. (서평 써야 하는데... 언제 쓰나...)

욕망의 발견

 

행복과 욕망과의 함수 관계를 특유의 시각으로 잘 풀어냈다. 강추!

크기의 과학

 

크기가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독특한 견해. 기업의 크기와 진화 사이에도 뭔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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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에는 삼성이 없다   

2008. 3. 2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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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업무차 우리나라에 처음 오게 된 어떤 미국인이 한국측 파트너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삼성이 정말 대단한 회사인가 봐요? 회사 이름을 딴 지역이 있으니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고 상대방이 물으니까, “저는 지금 삼성동에 있는 호텔에 묵고 있거든요. 회사 이름을 지명으로 쓸 정도라면 그곳에 삼성이 투자를 정말 많이 한 모양입니다.” 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단다. 우리나라 물정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이 삼성(三星)과 삼성(三成)동을 같은 것으로 오해했다는 우스갯소리다.

나도 어린 시절 삼성동에 삼성 본사가 있는 줄 철썩 같이 믿고 지냈다. 비단 나 뿐만은 아닌 듯싶다. 인터넷에서 삼성동을 검색해 보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삼성동에 사는 것 아니냐?’는 딴에는 꽤 진지한 질문이 올라와 있을 정도니 말이다. 삼성동이란 지명은 1914년 경기도 구획 확정 때 저자도리(楮子島里), 봉은사(奉恩寺), 무동도(舞童島)의 세 마을을 합하여 삼성리(三成里)라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풀이하면 ‘세[三] 마을로 이루어진[成] 동네’ 라는 뜻이다. 회사 이름인 삼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강남에 살지 않는다. 어쩌다가 같은 강남권으로 끼어주는 송파구의 끄트머리에 산다. 하지만 일하는 곳은 강남이다. 그리고 그 중 비교적 최근에 빠르게 도시화가 이루어진 삼성동의 가장 높은 빌딩에 세 들어 일한다. 촌놈인지라 강남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지만, 몇 년간 이곳에서 일하다보니 삼성동이 어느덧 사는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고 싫은 점보다 좋은 점이 눈에 더 잘 띈다. 정이 든 모양이다.

삼성동에는 삼성사(社)가 있는 줄 알고 지내던 시절, 지금의 내가 이곳 삼성동에서 일하게 될 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88년의 가을, 학교에서 단체로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러 갔을 때, 나의 기억으로 삼성동은 도시의 일부라기보다 여느 시골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처럼 농작물이 군데군데 익어가는 너른 들녘이었다. 그랬던 곳이 이제는 강남에서도 차들이 유난히 붐비고 유동인구가 웬만한 도시 인구를 능가하며 빽빽하게 고층빌딩들이 줄지어 선 신흥 다운타운으로 변모하였으니, 세월이 빠른 것인지 내가 모르는 사이 세상이 재빨리 탈바꿈을 하는 건지 분간이 어렵다.

삼성역을 내려 사무실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코엑스몰로 향해야 한다. 삼성역 출구부터 코엑스몰까지 이어진 작은 광장은 첨단의 각축장이다. 바늘 꽂을 공간만 있으면 어김없이 최신의 상품들이 광고된다. 게다가 일주일이 멀다하고 광장은 또 다른 신상품들의 차지가 된다.

그곳만 보고 있으면 기술의 첨단이 어느 곳으로 흘러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금세 벗겨지고 다시 입혀지는 광고물들을 보면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푸념이 나올 법도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세상의 역동(力動)과 창의를 본다. 단거리 육상선수의 다리 근육과도 같은 힘을 느낀다. 과거가 그립다는 명목으로 나태를 합리화하는 나에게 새 힘으로 충전하고 새로운 것으로 몸과 마음을 채우라는 세상의 뼈아픈 충고를 듣는다.

이 조그만 광장은 늘 사람들로 붐빈다. 내게 있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광장에서 모인 사람들은 느껴지는 성질이 다르다. 길에서의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기에 바쁘다. 분명 여러 생각들로 가득 차 있겠지만 그들의 표정은 오직 앞으로만 걸어가겠다는 의지 하나로 대표되어 있다. 몰가치한 표정이다.

그러나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에는 개성이 숨을 쉰다. 초조하거나 무료하거나 기쁘거나 화난 표정들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 연인이나 친구와 가벼운 농담으로 깔깔대는 사람, 무슨 주제인진 몰라도 토론에 몰입된 사람, 아니면 하릴없는 얼굴로 담배연기를 날리는 사람. 각기 다른 인생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어 저마다의 이야기를 저마다의 표정과 몸짓으로 내게 들려주고 간다. 나는 그래서 딱히 광장이라 부르기에도 뭣한 작은 이 공간을 어느 순간 좋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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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지나 코엑스몰로 들어선다. 내게 코엑스몰은 두려운 곳이었다. 바로 코앞에 있는 줄도 모르고 먼 길을 돌아가거나 한 곳에서만 뱅뱅 돌다가 길을 잃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이제는 익숙해져 안방처럼 누비고 다닌다. 이곳에 처음 들어선 사람은 엄청난 넓이로 구축된 지하세계에 놀란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인 페이스 팝콘은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에 머물면서 욕구를 충족시키는 사람을 ‘코쿤족(Cocoon)'이라 말한다.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바쁜 현대인들은 많건 적건 코쿤족의 피를 지니고 있다. 코엑스몰은 그들에게 안락한 공간을 제공하는 커다란 고치[cocoon]집이다. 밖이 덥거나 춥거나 항상 일정한 날씨를 유지하며 먹을 것, 입을 것, 놀 것들이 한곳에 모여 사는 온실 같은 곳이다. 궂은 날씨에 힘들여 밖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연인과 사랑하는 만큼의 속삭임에 오로지 집중케 하는 곳이다. 아침에 놀러와 밤늦게까지 짭짤하게 당일치기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경제적인 곳이다. 이것이 코엑스몰의 미덕이며, 내가 이곳에 일터를 잡은 이유이다.

일본 여행 때 도쿄의 시오도메에 간 적이 있다. 고층빌딩, 상점, 레스토랑, 박물관, 극장, 그리고 오다이바로 가는 무인전철인 유리카모메가 한데 어우러진 복합공간인 그곳은 ‘시오사이트’라고 불리는데, 마치 미래 도시에 온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물들이 여행자의 눈을 즐겁게 했다. 도쿄에 시오도메가 있다면 서울에는 삼성동이 있다.

머지않아 모노레일이 건설되는 등 더 많은 변화와 발전이 이곳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은 서울의 미래를 맨 먼저 경험할 수 있는 곳, 한국의 미래를 가장 앞서 제시하는 대표지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면, 삼성동에 일터를 가진 자의 팔불출 같은 지역사랑이라 놀려댈지도 모르겠다. 삼성동의 어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삼성동의 내일은 잘 알 것만 같다. 삼성동의 미래를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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