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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현재는 과거보다 불확실하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불확실할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대의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하듯, 무질서함은 예측 가능한 것을 예측 가능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불확실성을 낳고, 불확실성은 기업환경의 무질서 정도를 점점 증가시키고 있다. 바퀴 두 개짜리 수레의 구조와 비교해 첨단 전자장치로 무장한 자동차의 내부구조는 분명 더욱 복잡하여 때때로 전자장치 오작동으로 급발진과 같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지고 또 어디로 튈지 모르게 각자간의 상호작용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제까지 상관 없는 산업영역에 있던 기업이 어느새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신생기업이 과거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략으로 새롭게 부상하거나 하는 등의 현상이 나날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업체가 제공하는 소액결제방식이 신용카드의 아성을 위협한다든지, 소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내세워 기업의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등에 대해 정부와 일반대중이 압박을 가한다든지, 기업으로선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무질서해지고 기업은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 진다.

 

누구나 불확실성을 좋아할 리 없다. 하다못해 내일 아침에 우산을 가져갈 것이냐 말 것이냐 놓고 고민할 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TV를 보거나 신문을 뒤적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기업이 매일매일 하는 활동의 많은 부분이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의도 때문에 시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의를 하거나 보고를 하고 고객을 만나 이야기하고 교육을 받는 등의 일들이 그렇다. 기획부서에서는 앞으로 1주일, 한달 후, 1년 후 등의 미래에 우리의 실적이 과연 어떻게 될까, 경쟁사들은 어떻게 될까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도 기업이 굳건히 살아남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인사부서에서는 인력계획을 세워 우수인재를 뽑아 육성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아마 미래가 불확실하지 않다면 현재 존재하는 인력과 각종 인프라의 3분의 2 정도는 없어도 별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업 내에 존재하는 많은 인력들이 불확실하지 않다면 없어도 될 인력을 바로 불확실성 때문에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불확실성은 기업으로 하여금 미필적 잉여인력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다.

 

미래는 확실히 불확실하다. 그래서 인력을 예전보다 많이 고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산성 증가의 압박도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덜 고용하는 대신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력에게 더욱 많은 일을 시키게 되고 과거보다 양질의 성과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울하게도 대다수의 미래학자들이 내다보는 미래모습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고 더 어려운 일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인력의 규모 자체가 노조의 교섭력 강화, 인력관리의 비용 증가 등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이른바 전문성을 지닌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따라서, 미래의 모습을 통찰력 있게 관찰하고 그에 따른 HR 전략과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인사전략 담당자의 주요한 몫이라 하겠다. 불확실성에 따른 미필적 잉여인력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함과 동시에 기업 성장에 필요한 인력의 적정규모, 인력의 역량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매 순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전략 담당자는 물론이고 경영자라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질문을 던져 그 답을 신중히 찾아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첫째, 미래는 어떠한 사회가 될 것인가? 둘째,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셋째,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측의 실패

이 세가지 물음에 답하고자 오래 전부터 학문적 노력이 있어 왔는데, 무수히 많은 예측 기법들이 그 산물이라 하겠다. 그런데 각각의 논리가 각기 다르다 할지라도 예측기법들 대부분은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기초로 그것을 미래에 투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회귀분석(Regression)이다. 회귀분석은 과거의 패턴을 수식화해서 결정한 다음 그 수식이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 것이다라는 기본 전제를 담고 있다. 즉, 지난해까지 고객수가 연간 5% 성장해 왔으니 올해와 내년에도 그렇게 증가할 것이다라고 믿는 것이다. 그 논리가 일견 완벽하고 단순하고 대단히 설득력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미래예측의 막강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인력계획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5년 후에 우리회사는 1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해야 하는데 1인당매출액(생산성) 10억원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5년 후에는 인력규모가 1000명이 되어야 한다는 장님 코끼리 만기기식의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회귀분석은 논리적으로 치명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환경구조가 미래의 환경구조와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환율변화, 규제의 강도변화, 경쟁사 전략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구조는 매 순간 변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며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서 회귀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크게 잘못된 것이다.

 

또한, 회귀분석은 미래의 모습을 지극히 단순하게 보여준다는 문제가 있다. 연간 5% 성장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으며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 있는데도 오직 한가지 경우만을 상정하여 전략을 수립하도록 은근히 강요한다. 연간 5% 성장이라는 예측에 기반하여 기업의 사업전략을 수립한다면 20% 성장 또는 10% 축소라는 상황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 부랴부랴 대책을 세워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리고, 회귀분석은 10%, 1500억원 등의 단순한 숫자로만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미래의 다양한 장면, 즉 컨텍스트(context)가 없기 때문에 막상 상황에 닥치면 의사결정에 참고할 만한 지침을 풍부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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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분석은 조직역량의 저하를 가지고 온다. 바로 전략적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매년 12월 정도되면 CEO의 내년도 경영방침이 발표되고 그에 맞춰 기획부서가 내년도 경영 및 인력계획을 수립하느라 바쁠 것이다. 아마도 이때 기획부서가 행하는 사고방식이 많은 경우 이렇지 않을까? 작년까지 이렇게 되어 왔으니 앞으로도 이럴 것이다 라는 편의적 사고’, 반드시 이 정도 수준의 목표는 달성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 각 부서의 계획을 취합하여 정리만 잘하면 된다는 행정적 사고가 그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다각도로 그려보고 대책을 토론하는 전략적 사고과정이 전혀 끼어들 틈이 없다.

 

이런 방식으로 경영계획이나 인력계획이 짜인다면 언뜻 그럴듯하게 보일지라도 전략적인 알맹이가 없는 서류뭉치에 불과할 것이다. 그림 2에서 보듯, 수립된 이후 구성원들에게 약간의 위협조로 공표한 다음 서랍 속에 넣고 1년 내내 한번도 보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애초에 회귀분석적 사고에 의해 작성된 것이어서 미래를 정확하게 맞출 확률이 떨어질뿐더러, 특이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아예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경영진의 지시에 맞춰 만들어 내는 것에만 급급했지 그것을 가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처하겠다는 생각은 사전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면, 불확실한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기업의 의사결정방식은 즉흥적이 될 수밖에 없고, 매번 급한 불을 끄느라 역량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인재들은 이런 메커니즘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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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시나리오플래닝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기업 내부에 시나리오를 통한 전략적 사고 프로세스가 활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시나리오를 간단히 정의하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말한다. 그리고 시나리오플래닝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의 의미 있는 조합인 시나리오들을 찾아내고,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는 전략적 사고과정이다.

 

시나리오플래닝의 절차는 사실 간단하다. 먼저 기업환경의 유의미한 불확실한 요소들을 찾아낸 이후에 각 요소들이 변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전략대안을 마련하고,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예의주시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절차가 간단할지라도 그 과정과정이 결코 녹녹하지는 않다. 차후에 자세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을 테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90년대 초의 A신문사의 예를 간단히 들어보자. 90년대 초는 인터넷이 점차 일상화되어 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A신문사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신문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불확실한 요소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면밀한 사전 조사 끝에 그림 3과 같이, 인터넷 일상화에 따라 독자들은 디지털정보를 강하게 요구하게 되느냐, 아니면 별로 요구하지 않느냐가 가장 불확실한 요소였다. 그리고 타신문사는 인터넷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매체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기사를 게재하는 새로운 방식을 구축하느냐가 역시 불확실한 요소였다. 따라서 그림3과 같이 모두 4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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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신문사는 4가지 시나리오별로 가장 적합한 전략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했다. 예를 들어, ‘기회 시나리오’의 경우, 타신문사보다 빨리 독자들의 선호에 부응하도록 인터넷버전을 신속히 구축한다는 전략방향을 수립했으며, ‘예의주시 시나리오’의 경우, 타신문사의 인터넷버전 구축에 따른 독자들의 인식과 행동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파일럿 형태로 인터넷신문을 시험운영 해보자는 줄거리로 방향을 정했다.

 

시나리오플래닝이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시나리오플래닝을 한다고 하는 기업들은 보통 대응전략 수립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더 나아가 실제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를 조기에 파악하도록 항상 관찰해야 한다. 조기경보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A신문사는 인터넷 신문 구축을 위한 관련 IT 도구의 판매 추이, 이메일 사용량 추이, 인터넷 기사 스크랩 활용도, 지하철에 버려지는 종이신문의 양 등 시나리오의 방향을 유추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하여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야 타신문사보다 한발 먼저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맺으며

우리는 이제 시나리오플래닝을 전략적 대안으로 삼아야 할 시기에 도달하였다. 시나리오플래닝에 의해 경영 및 인력계획이 수립된다면, 변화와 이상의 징후를 용이하게 포착할 수 있으며 사전에 정해 놓은 대책을 신속하게 적용하여 보다 적은 피해와 보다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몇몇 기업들은 거시경제 지표들, 고객의 구매실적, 경쟁사의 실적 정보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그럴듯한 방정식에 대입하여 예측하려 한다. 그래서 조기경보시스템이니 데이터웨어하우스 등 IT 시스템에 수십억원을 쏟아 붓곤 한다. 단기적인 예측엔 간혹 유용하긴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에는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하다.

 

그러나, 시나리오플래닝은 수십, 수백억원의 투자 없이도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미래 예측을 위해 거액의 예산이 잡혔다면 잠시 접고 당장 시나리오를 구상해 보자. 종이와 펜, 상상력과 전략적 사고능력, 그리고 미래를 탐구하려는 욕망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시나리오플래닝 개념과 필요성의 이해를 위한 다소 장황한 서론이었다. 다음 회부터 시나리오를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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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날리는 그 길 위에 서서   

2008. 4. 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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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니 꽃비도 함께 내립니다.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고마니, 아쉬운 마음입니다.
안타까운 생각에 급히 카메라를 집어 들어 찍어 봤습니다.

다시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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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작은 것이야   

2008. 4. 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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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엔 일산의 롯데백화점과 그 옆에 있는 마그넷에서 쇼핑을 했다. 일정에 있던 쇼핑은 아니었다. 하릴없이 집에만 있자니 답답해서 무작정 일산으로 차를 몰았다. 거대한 베드타운의 공터에크고 넓게 세워진 각각의 쇼핑센터들이 눈에 환히 들어왔다.

평일 낮의 쇼핑센터 내부는 한산했다. 게다가 나처럼 혼자 온 남자는 거의 없었다. 그동안 사려고 했던 갖가지 소품을 고르고, 값을 비교하고 한가로이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2시간을 그곳에서 머물렀다. 이건 어때? 너무 비싸지? 나는 내자신에게 질문하고 내자신에게 답하였다.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 또한 쇼핑의 즐거움일 게다. 그리 많은 물건을 산 것은 아니지만, 뿌듯한 만족감이 가슴 안에 괴었다.

그리고 나는 호수공원을 찾았다. 역시 평일 늦은 오후의 공원은 쓸쓸함이 감돌 만큼 사람이 적었다. 호수면은 붉게 지는 햇살로 어른거렸고, 호수 너머 벌판에서 부는 바람이 내 얼굴에 닿았다가 어깨 너머로 불어갔다. 인공의 호수에서 느껴지는 인공의 자연 속에서 혼자이기에 느껴지는 별 수 없는 외로움. 뭐, 그런 것들도 함께 바람을 따라 호수를 가로질러 갔다.

3000원을 내고 자전거를 빌렸다. 호수 둘레를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꽤 오랫만에 타 보는 자전거다. 처음엔 익숙해지지 않아 잠깐 흔들렸지만, 이내 소매를 펄럭이며 나는 달리고 있었다. 배운지 오래라 잊힐만도 한데 자전거 타는 법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는 게 새삼 신기했다.

가끔 2인용 자전거를 탄 연인들이 내 곁을 지나쳤다. '하나둘셋넷'을 외치며 발을 구르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뒷편에 앉은 여자의 흩날리는 긴 머리 위에 차츰 붉어지는 서녘 햇살이 부서졌다. 공원 한 켠에서 그네를 뛰는 여자들의 환호와 즐거운 비명이 흐릿한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울고 있나요, 당신은 울고 있나요
아...그러나 당신은 행복한 사람
아직도 바람결 느낄 수 있는
그렇게 아름다운 그 마음이 있으니....

이 노래를 작게 부르며, 나는 나의 행복을 생각하며 달렸다. 누군가 내게 말했듯, 행복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때 이미 거기 있는 것이라고, 나는 내자신을 향해 주문을 걸듯, 계속해서 그 노래를 부르며 달렸다.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던 여자가 이런 나를 흘끔 바라보며 실날같은 웃음을 보였다. 차밍한 웃음 한 조각같은 아련한 기억 너머로 자전거 바퀴가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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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쇼핑센터에서 산 물건을 꺼내 제자리에 놓았다. 그것들이 이제 내 식구가 되어 내 집 한켠한켠을 차지하게 됐다. 살가운 눈빛과 손길로 그것들을 만져주니, 답례하듯 달그락 거린다.

오랫만에 나를 위한 성찬을 준비하였다. 양파, 호박, 두부, 감자, 멸치, 그리고 된장을 풀어 찌개를 만들고, 햄을 얇게 썰어 계란옷을 입혀 부쳤다. 깻잎을 씻고, 쌈장을 만들고, 김을 9등분하여 잘랐다. 그동안 밥은 냄비안에서 뜸이 들고 있었다.

드디어, 저녁 완성. 그런대로 푸짐한 저녁밥상이 가는 김을 모락모락 내며 내앞에 놓였다. 같이 먹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보았다. 오랜 시간을 들여 밥을 먹었다. 그가 내 앞에 있는 것처럼, 그가 턱을 고이고 내가 밥을 먹는 걸 지켜보던 때처럼, 우리가 함께 하고,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한 시간을 회상하며 오랫동안 밥을 먹었다.

지금은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마신다.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곡, 'Sky Walk'를 repeat 모드로 듣는다. 어느덧 지나간 하루가 어둠에 가려져 있다. 자전거 바퀴 따라 굴러가 버린 오늘 하루가 피아노 건반 위에서 흩어져 방안을 가득히 떠다닌다.

항상 나의 자폐 속에서 많은 것을 만난다. 우물 속으로 들어가 몇날 며칠밤을 지낸 하루키처럼, 어둠 속에서 많은 것과 만난다. 그 날 그가 던진 말의 의미, 파도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지만, 그 뒷모습에 써 있던 그 의미가 어둠 저편에서 들려온다.

과거를 잊어야 앞날을 살 수 있다. 자폐는, 현실과 '잊음'을 병행할 수 없는 나의 가난한 방법이다.
무작정 생각을 않는다고 치유되는 것이 아님을 나는 알기에 옛일을 갈무리하고, 빗질하고, 깨끗한 찬장에 고이 간수하듯, 자폐는 내게 그런 것이다. 늦은 오후의 자전거 타기처럼 희망의 오락인 셈이다. 혼자만의 성찬처럼, 내일로 내딛는데 필요한 영양분인 셈이다. 허나 나의 이런 자폐에 누구누구는 상처를 입었다. 미안한 마음이다.

살며 이렇게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사는 날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 내게 말했듯,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고, 살아내는 그 순간순간이 행복이라고, 행복은 가슴 벅찬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작은 것이라고... 나는 어느새 취하고 있다.

(아마도 10여년 전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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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쇼, Song of the Sea의 하이라이트 사진   

2008. 4. 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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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폴 센토사섬에서 매일밤 열리는 분수쇼, Song of the Sea의 하이라이트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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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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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쇼가 벌어지는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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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조명이 들어오면서 분수쇼가 시작될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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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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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화산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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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의 신이 신이 나서 불길을 쏴 올리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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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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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레이저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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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르는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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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깨우려면 노래를 불러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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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더 크게 노래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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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깨어난 공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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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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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의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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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으로 치닫는 분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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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막스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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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 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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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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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속 작은 동물원   

2008. 4. 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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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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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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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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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우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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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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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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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 (쉬~ 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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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그미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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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돼지의 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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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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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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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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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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