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가르치면 똑바로 알아 들어야지!   

2008. 5. 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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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제대한 후 복학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나는 자동차 운전 면허나 따볼까 해서 강남 삼성동에 있던 어느 운전면허학원에 등록을 했다. 그때만 해도 삼성동은 개발이 덜 이루어져서 운전학원은 지금의 포스코 사거리 근처에 있었다. 그래도 강남이라서 그런지 다른 곳보다 학원비가 좀 비쌌던 걸로 기억되는데 친구와 같이 수강하느라 비싼 수강료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나를 지도해 주던 사람은 짤막한 키에 머리가 조금 벗겨지고 배가 나온 남자였다. 기껏해야 30대 초반처럼 보였다. 난생 처음 운전대를 잡아 본 나는 기어를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브레이크와 엑셀레이터를 각각 어떤 강도로 밟아야 하는지 몰라서 처음부터 그 사람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언덕 위로 올라가서 잠시 정차 후 다시 출발할 때는 클러치를 너무 빨리 해제하는 바람에 시동이 꺼지고 뒤따라오던 다른 차와 부딪힐 뻔만 적도 몇번 있었다. 또 후진할 때 엑셀레이터를 깊게 밟아서 차가 휙 돌아가는 사태도 발생했었다. 왕초보로서 사고칠 껀 다 해 본 셈이다.

내가 그렇게 버벅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덤벙거리는 나의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날 가르쳐주는 사람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차에 올라타자 마자 '왜 그것도 못하냐, 제대로 못할 거라면 그만 두라'며 윽박지르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온 몸이 긴장 상태에 있는 내게 소리까지 벅벅 질러대니 잘 될 리가 만무했다. 반항심이 생겨서 옆에서 떠들거나 말거나 일부러 그사람이 가르친 것과 거꾸로 하는 오기도 부렸다.

처음에는 그사람의 독특한 지도법이려니 하고 꾹 참고 넘어 갔다. 내 돈 내고 그런 수모를 당하는 게 억울하지만 며칠만 참자고 수없이 다짐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의 말이 발단이었다. 어디서 낮술을 한잔 걸쳤는지 그의 입에서는 시큼한 술냄새와 김치 냄새가 났다. 그는 나를 보더니 다짜고짜 "나이도 어리면서 어른이 이야기하면 잘 들어야지, 왜 못 알아 듣냐? 당신, 대학생인거 맞아?" 라며 연신 콧방귀를 뀌더니 빨리 차나 몰라며 턱짓을 했다.

'이젠 대놓고 반말을 하면서 인신공격까지?' 참아보려고 했지만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는 도저히 그와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그 얼굴을 향해 그동안의 한을 담아서 한 대 갈기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상의 보복은 여러 차들이 꼬리를 물고 돌아다니는 트랙 한 가운데에 차를 그냥 세워두고 키를 뽑아서 멀리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참 멋진 보복이었다. 힐끗 뒤를 돌아보니 그사람은 차 지붕을 손으로 쾅쾅 내리치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제 당신 같은 사람이 볼 일 없다며 학원을 박차고 나왔다.

그리고 며칠 후, 필기시험은 무난하게 합격했지만 실기시험은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말았다. 역시나 언덕이 문제였다. 당황한 탓에 클러치도 떼지 않은 채 엑셀레이터만 연신 밟아댔다. '유정식 씨, 불합격입니다. 사이드 채우고 내리세요!" 목소리가 매우 단호했다. 쿠션과 면장갑을 단단히 챙기며 대기하던 아줌마들은 수고했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나는 그 후로 꽤 오랫동안 내 불합격의 모든 책임을 학원강사에게 돌리며 분한 마음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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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회적이든 개인적이든 매일 누군가를 가르치고 배우는 행위를 한다. 꼭 교사나 강사라야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다못해 거리에서 길을 묻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주는 일도 '지도'라 말할 수 있다. 만일 "100미터 가다가 우회전한 다음에 샛길로 50미터를 더 가세요."라고 말하면 듣는 사람은 아리송해 한다. "가다가 OO병원이 있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한 다음 XX마트가 나오는데, 그 맞은 편에 있어요"라고 말해야 금방 이해가 된다는 것쯤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 다른 사람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일이다.

이제 지나간 옛일이지만, 나는 가끔 그 일이 떠오를 때마다 다른 사람을 어떻게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지 생각한다. 그 학원강사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를 누군가에게 가르칠 때 상대방을 하대하고 비웃고 무시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는, 나만의 지적 유희에 취해서 상대방이 알아 듣건 말건 난해하고 현학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일은 나를 낮추는 '겸손'에서 시작하며, 자신을 낮추어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출 때 제대된 지도가 이루어진다. 지식과 스킬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르침의 9할은 겸손이다. 겸손해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자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청자(聽者)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그래야 어떤 수준으로 자신을 낮춰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가르침 = (1*지식) + (9*겸손)

부모가 아이를 가르칠 때 '이것도 모르냐'며 매를 든다면 우리는 아이를 탓하기보다 아이의 눈높이를 무시한 부모를 탓한다. 그렇듯이 지도를 받는 사람이 배운 바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그 책임은 1차적으로 지도를 한 사람이 져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나 지식도 상대방을 이해시킬 수 없다면 그저 책 속에나 존재하는 이론에 불구하다. 지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이 학문적 도취에 빠져 뭇사람의 이해능력을 비웃으며 더욱 난해한 이론의 벽을 쌓아가곤 하는데, 아인슈타인은 달랐다. 그가 발견한 '상대성 원리'는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직관과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관찰자의 시각에 따라 측정 결과가 달라지고 시공간이 휘어졌다는 아인슈타인의 통찰을 오늘날의 사람들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는 일반인들이 상대성 원리를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책을 썼는데 '상대성 : 특수이론과 일반이론'이란 책은 지금까지 상대성 원리의 입문서로 많이 읽히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의붓딸인 마르코트에게 이론을 가르쳐주면서 그녀가 정말 이해하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위대성이 더욱 빛나는 이유이다.

나는 가끔 운전학원의 그를 떠올리며 가르치는 자로서 내가 겸손하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공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중에 선한 자를 가려서 따르고, 그 선하지 못한 자를 가려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야 한다 (子曰, 三人行必有我師, 焉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라고 했던가? 이제는 그를 '겸손이 가르침'의 시작임을 일깨워 준 악한 스승으로 여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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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천재론, 이제 폐기해야   

2008. 5.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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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경영의 방향을 화두로 던지면 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곤 하기 때문에 언론은 늘 그의 입을 주시한다. 이 책을 쓰고 있는 요즘에는 그가 던진 소위 ‘샌드위치론’이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그의 영향력은 지대하다.

1994년 공무원 대상 특강에서 “21세기는 1명의 천재가 1만 명을 먹여 살린다”라는 소위 ‘천재론’을 이야기한 그는 2002년 6월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의 ‘핵심인재경영 가속화’를 대대적으로 선언했다. 리더는 인재에 대해 욕심이 있어야 하며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사장단이 직접 뛰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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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던진 화두가 촉매가 되어 많은 기업에서 핵심인재 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방점을 찍듯이 핵심인재 관리로 성과주의가 완성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 이 제도 역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양산하고 있는데, 수학의 논리를 적용해 보면 과연 핵심인재 관리제도가 꼭 필요한 것인지 회의가 든다.

우리 회사의 핵심인재는 얼마나 될까? 10%다, 15%다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나는 알짜 핵심인재는 전체 구성원의 1% 정도에 불과하며, 아무리 높게 잡아도 5%를 넘지 않는다고 본다. 보수적(?)으로 생각해서 핵심인재의 비율을 5%라고 해보자.

조직 어딘가에 숨어있는 핵심인재를 발굴하려면 인사고과든, 업적평가든 여러 가지 방식의 평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평가의 신뢰성을 95%라고 해보자. 즉, 평가를 통해 핵심인재임을 옳게 판별할 확률이 95%라는 말이다. 평가제도가 완벽하게 짜여 있더라고 운영 상의 문제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 95%의 신뢰성도 꽤 높게 잡은 것이다.

반면, 핵심인재가 아닌데도 핵심인재로 잘못 판별할 확률을 5%라고 해보자. 이 확률 역시 평가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인데, 5%밖에 오류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말은 평가가 상당히 우수하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지자. "어떤 사람이 핵심인재로 선발됐다면, 그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얼마일까?" 직관적으로는 95%에서 5%를 빼면 90%니까 그 정도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정답은 90%보다 훨씬 작다.

전체직원수가 1000명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중 진짜 핵심인재는 5%인 50명일 것이다. 하지만 평가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누가 핵심인재인지 모른다. 평가의 신뢰성이 95%이니까 50명 중 48명만 핵심인재로 발굴되고 2명은 소외를 당하고 만다. 또한  나머지 950명 중에서 5%인 48명이 핵심인재로 오인된다.

이제 질문에 답해 보자. 핵심인재로 선발된 어떤 사람이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48 / (48+48) = 50% 밖에 안 된다. 홍길동이라는 친구가 핵심인재 그룹으로 선발됐다 하더라도 그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은 반반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평가가 상당히 우수하게(신뢰성 95%, 오류 확률 5%)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 정도 밖에 안 된다. 만일 평가가 엉망으로 이루어진다면, 홍길동이 핵심인재일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아래의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핵심인재 비율 평가 신뢰성 오류 확률 홍길동이
핵심인재일 확률
5% 95% 5% 50%
5% 90% 10% 32%
5% 85% 15% 23%
5% 80% 20% 17%

선발된 핵심인재가 진짜 핵심인재일 확률을 높이려면, 평가의 신뢰성을 100%로 끌어 올리고 동시에, 핵심인재가 아닌데도 핵심인재로 잘못 판별할 확률을 0%로 만들면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긴 매우 요원하다. 어쩔 수 없이 평가는 주관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에서 봤듯이, 핵심인재 관리제도는 논리적으로 매우 허점이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회사를 살리고 회사를 번영시킬 도깨비 방망이로 떠받드는 건 옳지 않다. 그리고 핵심인재 그룹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불합리하다. 그가 핵심인재일 확률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5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들에게는 도전과 시련의 기회를 주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그가 진짜 핵심인재가 아닐지 모를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만일 '보상' 중심의 핵심인재 관리제도라면, 당장 집어 던져야 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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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그가 그립다   

2008. 5. 2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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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김현식을 듣고 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앨범은 88년에 나온 4집이다. 그 앨범에 있는 노래들 중에 '언제나 그대 내 곁에', '여름밤의 꿈', '사랑할 수 없어', '그대 내 품에', '우리 처음 만난 날' 이란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에 그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들으며 진한 커피를 마시면 어느 새 내 마음은 20대의 가난했던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눈이 소복히 쌓인 풍경을 보며 그의 '한국사람'이란 하모니카 연주곡을 들으면 눈보라가 치는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듯이 가슴 속으로 냉랭한 바람 한줄기가 지나간다.

그는 내가 군대에 있을 때 죽었다. 그가 죽자 '내 사랑 내 곁에'란 노래가 대히트를 했다. 부끄럽지만 나는 군대에서 노래 잘 하는 축에 속하는 병졸이었다. 휴식 시간에 고참들은 심심풀이 삼아 나를 앞에 세우고 '노래 일발 장전'을 명령했다. 그때마다 꼭 김현식의 그 노래를 시키곤 했다. 병영 내에서 그 노래는 꽤나 유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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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소리는 김현식과 결코 비슷하지 않다. 김현식의 거친 음성의 테너라면 나는 음이 높은 노래가 부담스러운 바리톤의 미성을 지녔다. 하지만 고참들은 왠지 미성으로 부르는 내 노래를 듣기 좋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달콤한 휴식시간을 반납하고 다른 병사들의 망중한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게 싫었다. 김현식이란 가수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때는 그가 밉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 다시 그의 노래를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 본다. 사람이 떠나고 노래가 남았다. 노래가 남고 나의 옛날이 저 멀리 사라졌다. '내 사랑 내 곁에'를 따라 불러 보며 나는 별이 한가득 쏟아지던 포천의 하늘을 떠올린다. 언제쯤 지긋지긋한 이곳을 나가게 될까, 별을 헤아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세고 또 하루를 세던 그때 그날들이 왜 그리워지는지 모르겠다.

그때보다 비록 세련되고 고급스러워진 일상이지만 그럴수록 굳은 살이 배기는 생활 속에서 때때로 허허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내가 조금은 산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일까? 내가 뒤늦게 철이 들어가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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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공학기술경영 포럼이 열립니다   

2008. 5. 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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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에서 열리는 기술경영 포럼에 제가 패널로 참여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1. 목적 및 취지

  ㅇ 국가 산업 발전의 핵심요인으로 이공계 분야 교육 활성화가 날로 강조되어가고 있음

  ㅇ 특히, 공대생과 엔지니어들에게 경영, 경제, 리더쉽 등 다양한 인문 사회학적 기본소양을 강화하는
공학기술경영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

  ㅇ 최근 다학제간 학문융합 [통섭(統攝)] 마인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산업기술재단의 이공계융합교육연구센터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공학기술경영교육연구센터의 역할과 활동을 소개하고 차세대 융합교육
방향 수립을 위한
포럼 개최


2. 행사 개요

  ㅇ 참석 대상 : 이공계 융합교육 및 공학기술경영 분야 산학연관 관련자 및 전문가

  ㅇ 일시 및 장소 : 2008년 5월 27일(화) 오후 1:30~5:00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최고위과정 강의실(제2공학관 B201)

  ㅇ 주최 : 연세대학교 공학기술경영교육연구센터

  ㅇ 후원 : 교육과학기술부, 한국과학재단, 한국경제신문


3. 행사 일정 

 

시 간

프로그램

비 고(연사)

13:00~13:30

등록 및 입장

개회: 박희준 교수

[공학기술경영교육연구센터 부소장]

Part I : 공학기술경영 교육 연구

13:30~13:50

공학기술경영교육연구센터
비전 및 사업 현황

임춘성 교수

[공학기술경영교육연구센터 소장]

13:50~14:10

교육과학기술부의 이공계 융합교육 발전방안

임창빈 과장

[교육과학기술부 산업인력양성과]

14:10~14:30

공학기술경영 커리어 로드맵 발표

이주성 교수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14:30~14:50

공학기술경영 교육 실태 조사 발표

모정훈 교수

[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14:50~15:00

Coffee Break

Part II : 이공계 융합형 통섭 교육

15:00~15:40

[발제] 이공계 인재양성과 인문학 교육

김성동 교수 [호서대학교 문화기획학과]

저서 : “기술 열두 이야기”

15:40~17:00

패널 토의

[ 지식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이공계 융합형 통섭 교육 ]

패널 1 [좌장] : 안현실 위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패널 2 : 유정식 대표 [인퓨처컨설팅 대표]

저서 :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

패널 3 : 양규철 팀장
[롯데인재개발원 팀장]

패널 4 : 나정은 교수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공학계열 담당교수]


4. 문의 및 연락처

   연세대학교 공학기술경영교육연구센터 사무국 02-2123-7829, eer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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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훈 씨에게서 '최선'의 의미를 배우다   

2008. 5. 20.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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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큰 공원 앞에 있다. 녹음이 우거진 그 공원의 광장에서는 크고 작은 행사가 많이 개최되곤 한다. 특히 여름이나 가을이면 가수들을 초청해서 흥을 돋우는 이벤트가 종종 열려서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집이 바로 공원 맞은 편에 있는 까닭에 창문을 열어 놓으면 가수들의 열창을 가깝게 들을 수 있어서 내 방이 바로 콘서트장으로 변하기도 한다. 가끔 소음에 가까운 노래가 꽝꽝거리면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을 방해 받아서 고역이긴 하지만, 이 집으로 이사 와서 얻게 된 새로운 즐거움이라 생각하면 이런 혜택이 고맙게 느껴진다.

작년 가을에 구청에서는 백제문화제라는 행사를 공원에서 대대적으로 벌였다. 한성 백제의 역사와 풍습, 백제의 시조인 온조왕을 비롯한 역대 왕들의 치적 등에 관한 다채로운 이벤트가 공원 곳곳에서 펼쳐졌다. 새로 구민(區民)의 자격을 얻은 나는 가족들과 함께 축제를 함께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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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네이버


2박 3일 동안 열린 백제문화제에 초대된 가수는 요즘 '기부하는 가수'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장훈이었다. 그가 왔다는 사회자의 방송을 듣자마자 평소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나는 가족들을 떼어 놓은 채 무대로 달려갔다. 비록 먼 발치였지만 나는 그를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대며 그의 공연을 즐겼다.

그는 흥을 돋우기 위해 무대와 객석을 여기저기를 휘젓고 다니며 전매 특허인 발차기의 묘기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 행사에 나온 가수들이 으레 그렇듯이 김장훈 역시 노래 한 두 곡 정도 부르면 가겠지 싶었는데, 놀랍게도 앵콜을 포함해서 1시간 반 동안 9곡이나 열창을 했다. 그 정도면 거의 콘서트 수준이었다.

공연 중간에 그는 "출연료도 별로 못 받았는데 이렇게 오래 놀아주고 가는 가수는 나 밖에 없을 거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저를 보려고 모이신 여러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을 보니 얼굴만 예쁘고 젠체하는 여느 가수들과는 달리 자기철학이 확고하고 생각이 순수한 가수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좀 불만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내가 CD에서 듣던 대로 부르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편곡'해 부르는 것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도레미' 해야 할 부분이라면 '도파미'로 바꿔 부르는 식이었다. 특히 고음 영역일 때 그런 경우가 많았다. 무대에서 객석까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다 보니 숨이 차고 고음이 안 나와서 그렇다고 이해해 줄 만도 했지만, 너무 자주 편곡된 멜로디를 듣고 있자니 처음에 가졌던 반가움이 반쯤 가시는 느낌이었다.

문화제의 마지막 날 밤은 유명가수인 김건모가 장식했다. 갑작스레 내린 비 때문에 공원에는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창문을 좀 열어 놓고서 그의 노래를 들었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높은 도'를 내야 할 부분을 '낮은 도'로 대체하고 가사도 코맹맹이 소리처럼 대충 부르고 넘어가곤 했다. 특히 그는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마이크를 청중으로 향하는 동작을 여러 번 반복했는데, 노래가 중간중간 끊기니 짜증스러웠다. 한 두 번이라면 관객과 함께 노래를 즐기기 위해서 그렇겠거니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는 '마이크 넘기기' 때문에 흥이 깨진 나는 창문을 닫아 버리고 어서 빨리 그의 노래가 끝나기를 빌고 말았다.

김장훈과 김건모는 많은 히트곡을 가진 인기가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노래를 알고 있으며 공연을 볼 때 따라 부르며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기가수일수록 정확히 악보대로 부르는 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고 관객들에게 최대의 예의를 지키는 길이 아닐까? 만일 가수가 청중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멜로디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면 청중들은 순간 당황하게 된다. 열심히 '도레미'로 따라 부르는데 가수는 '도파미'로 부르거나 클라이막스가 나와야 할 부분에서 마이크를 객석으로 돌린다면 관객들은 따라 부르던 자신이 무안해진다.

최선 = 기본 / 기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기교가 늘어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로 기교가 기본을 능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교가 기본을 뛰어 넘는다면 그가 아무리 열정적으로 노래를 하고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준다고 해도 최선을 다했다 말하기 어렵다. 발차기와 오버액션의 기교 때문에 자신의 멜로디가 함몰되어서는 안된다. 기교가 늘수록 자신이 기본에서 멀어졌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자주 한다. 초심은 기본을 지킴으로써 회복된다. 열심히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늘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기본을 멀리하고 기교라는 달콤함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일이 영 풀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진정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기본보다는 기교에만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들붙는 기교라는 거머리를 떼어내고 매 순간 기본을 일깨움으로써 최선에 이르는 자만이 자기 완성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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