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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여러분에게 이렇게 묻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OOO에 대해 아십니까? 워낙 알려진 것이라서 당연히 아시겠죠?"
이렇게 '당연히 알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묻는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OOO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받아도 크게 문제가 없겠지만, 잘 모른다면 꽤나 당혹스러울 겁니다. 상대방이 '나'를 테스트해 보기 위해서 던지는 질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여러분을 테스트하기 위해 던진 질문이라면, 여러분은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에게 OOO에 대해 모르는 '바보'로 보일 가능성을 염려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질문자가 무작위로 OOO에 대해 묻는다면 여러분이 '똑똑이'로 보일 확률은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직감적으로 'OOO에 대해 알 확률이 곧 똑똑이로 보일 확률과 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똑똑이로 보일 확률 = OOO를 알 확률
그러나 이 식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OOO에 대해 알아도 설명을 잘 하지 못해서 '이 사람이 과연 아는 걸까?'라고 오해를 살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OOO에 대해 모르면서도 아는 체를 잘 해서 '이 사람은 OOO를 잘 아는구나'라고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을 구하는 식은 다음과 같이 바뀝니다.
똑똑이로 보일 확률 =
알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 모르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이 식은 완전한 것일까요? '알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을 들여다보면 'OOO에 대해 아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과 'OOO에 대해 알 확률'을 곱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모르면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은 'OOO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과 'OOO에 대해 원래 모를 확률'을 곱한 것이죠.
이와 같이 계산되어야 하는 이유는 '조건부 확률'이라는 개념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은 다음과 같이 구체화됩니다.
똑똑이로 보일 확률 = 아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 알 확률
+ 모르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 * 모를 확률
기호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P(똑똑이) = P(똑똑이 | 안다) * P(안다)
+ P(똑똑이 | 모른다) * P(모른다)
단, P(안다) = 1 - P(모른다)
P(X|Y)는 Y라는 제약조건 하에서 X가 발생할 확률을 의미함
여러분이 상대방에게 '똑똑이로 보일 확률'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OOO에 대해 알 확률이 무작위로 주어진다면(즉 OOO에 대해 모를 확률 역시 무작위로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P(똑똑이 | 안다)와 P(똑똑이 | 모른다)를 크게 만들어야 합니다.
P(똑똑이 | 안다)는 아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이므로 자신이 알고 있음을 상대방에게 확실히 전달하고 '각인'시켜야 그 크기가 커집니다. 알고 있으면서 설명을 잘 못하는 바람에 '바보'로 오인 받으면 안 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OOO의 핵심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똑똑이 | 모른다)는 모르는 상태에서 똑똑이로 보일 확률이므로 상대방에게 무지를 감추고 이것저것 되는 대로 끌어다가 어물쩍 넘어가는 전략을 취해야 그 크기가 커질 겁니다.
수학식을 동원하면서 장황하게 서술한 이유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똑똑한 척하기보다 모르는 척하기가 더 어렵다"....나심 탈렙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받을 때나 화두가 던져질 때 모르는 척하면서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르는 척하고 있으면 바보로 보일까 두렵기 때문에 P(똑똑이 | 모른다)를 높이려 하고, 또한 자신이 알고 있음을 알리고 싶은 욕망 때문에 P(똑똑이 | 안다)를 높이려고 은연 중에 애를 씁니다.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는 현상을 냉철하게 보지 못하게 만들어서 '과도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모르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 현상을 자신의 관점만으로 해석합니다. 아는 것을 알리는 데에, 모르는 것을 감추는 데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눈에 들어옵니다.
실패한 의사결정의 대부분은 '똑똑한 척'하는 데에서 발생한 것은 아닐지 되돌아 볼 일입니다. 개인이 주식 투자를 할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이 아는 정보를 과대평가하거나, 해당 주식에 대한 무지를 과소평가해서 주식을 매수/매도한 적은 없었나요?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CEO가 사람들에게 '위대한 경영자'로 보이기 위해서, 아는 정보를 뻥튀기하거나 무지를 감추려고 사업을 강행/축소하는 일은 없었나요?
'내가 똑똑이로 보이느냐, 바보로 보이느냐'는 사업이나 의사결정의 성공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런 심리적 장애물을 걷어내고 현상을 냉철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안다고 생각한 내용을 재검토하고, 자신의 무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태도가 현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모르는 척'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똑똑이'는 아닐까요? 여러분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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