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게 많다고 똑똑한건 아닙니다   

2010. 5.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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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불확실한 시대에 의사결정을 내리려 할 때 "정보가 부족하고 구하기도 어렵다"란 소리를 많이 합니다. 정보가 많으면 불확실한 의사결정을 하지 않을 텐데, 그렇지 못해서 안타깝고 답답하다고들 합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정보의 양이 클수록 불확실성은 작아지리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정보가 많을수록 불확실성이 작아져서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질까요?

(말 달려 봅시다)


경마(競馬) 결과의 예측을 본업으로 하는 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경주마별로 축적된 과거 성적 데이터를 근거로 누가 우승할지를 점치는 일을 합니다. 

연구자들은 그들 중 8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각 경주마에 대해 5개의 정보만을 가지고 우승마를 예측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각 말에 대해 10개, 20개, 40개의 정보를 사용하게 해서 우승할 말을 맞추도록 하는 실험을 추가로 실시했습니다.

연구자들의 가설은 이것이었습니다.

"많은 정보를 사용할수록 우승마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다"

기자들의 생각도 동일했습니다. 40개의 정보를 사용하면 5개를 사용할 때보다 예측의 정확도가 약 20%에서 30%로 증가하리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러나 연구자들의 가설과 기자들의 확신은 실험을 해본 결과 '근거 없음'으로 드러났습니다. 예상과 달리, 적은 정보를 사용했을 때나 많은 정보를 사용했을 때나 예측의 정확도는 비슷했으니 말입니다. 오히려 40개의 정보를 사용했을 때 예측 정확도가 조금 감소하기까지 했습니다.

5개의 정보를 사용할 때 :  예측정확도 15%
10개의 정보를 사용할 때 : 예측정확도 15.5%
20개의 정보를 사용할 때 : 예측정확도 16%
40개의 정보를 사용할 때 : 예측정확도 14%

이 실험에서 우리가 알아야 할 시사점은 "불확실성은 정보의 양에 의해 줄어드는 성질의 것이 절대 아니다"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많은 정보가 제공되면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예측능력을 실제보다 과잉확신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별로 개입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정보의 양은 예측의 정확도를 분명히 높입니다. 예를 들어 밀폐된 방안에 여러 전자제품을 설치했을 때 방안의 온도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문제라면, 전자제품 각각에서 내뿜는 열기(熱氣)의 정보들을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할 수록 방안의 기온을 더 잘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의 복잡성에 대처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업들처럼 불확실성이 강력하게 개입된 상황이라면 정보의 양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의사결정의 '맹점'을 확대시키고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느라 자원을 소모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정보가 많을수록 예측의 정확도가 올라갈 거라는 생각은 주사위 던지기 게임의 과거 데이터를 많이 끌어 모을수록 다음에 어떤 숫자가 나올지 예측 가능하다는 생각과 다를 바 없습니다. 주사위가 과거에 어떤 숫자들이 나왔는지 살펴봤자 예측의 정확도는 6분의 1 수준에서 향상되지 못합니다.

여러분 중에 혹자는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이 높은 정보를 사용하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할지도 모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의사결정 이전에 과연 그 정보가 '질이 높은 정보'인지의 여부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요? 

사전적으로 질 높은 정보를 가리는 데에 인간의 능력은 매우 보잘것없습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어떤 정보가 질 높은 정보라면 그렇게(질이 높다고) 판단 내린 이유는 '내 그럴 줄 예전부터 알았지'식의 '사후가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 그럴 줄 예전부터 알았다'면 의사결정할 때 일러 줄 일이지 왜 다 지난 다음에야 확신에 찬 주장을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왜 그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왈가왈부하는 전문가는 왜 또 그렇게 많을까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정보의 질을 운운하는 것도 어찌보면 환상이고 '신화(myth)'입니다.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정보의 양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경영한다면 하루 빨리 그런 관행을 버리는 게 좋습니다. 또한, 질 높은 정보를 미리 알아내겠다는 식의 자세는 의사결정의 속도를 한없이 늦추기 때문에 속도와 타이밍이 중요한 기업환경에서 역시 폐기해야 할 습관입니다. 

'아는 게 많다고 똑똑한 것은 아닙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확실성을 이기는 똑똑한 의사결정은 정보의 양과 질을 통해 예측을 잘하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에 의해 발생될 몇 갈래의 상황(시나리오)을 미리 그려보고 대비전략을 세우는 것이 보다 현명한 대처법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혹시 '정보의 환상'에 빠져있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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