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회시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보너스는 말 그대로 ‘추가금’이기에 회사 성과가 나지 않은 상황에서(더욱이 성과가 떨어진 상황에서)는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보상이기 때문이죠.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보너스로 보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일할 동기가 저하된다는 게 문제일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투명하고 솔직한 소통’입니다. 회사의 재무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보너스가 지급되기 어려운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게 먼저죠. 고위 경영진이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허심탄회하게 토론에 임해야 합니다. 인사팀에게 맡기고 고위 경영진을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죠. 보너스 지급 불가를 최종 결정한 리더만이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동시에 그런 불만을 긍정적인 쪽으로 돌릴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 상황을 성실히 알리는 것에서 그치지는 말아야 합니다. 직원들의 입장에서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회사 사정을 이해하기 전에 “회사의 이런이런 부분에서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데, 그런 건 감축하지 않으면서 왜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가?”란 강한 의문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회사가 방만하게 비용을 지출한 부분이 무엇인지 ‘먼저’ 밝히고 그것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도 ‘먼저’ 제시해야 합니다. 경영진이 ‘먼저’ 고통 분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직원들이 동참할 테니까요.
비효율적인 비용 지출을 개선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발생하는 비용 감축분 혹은 이익 증가분이 있겠죠? 영리한 조직이라면 이를 직원들에게 ‘깜짝 보너스(spot bonus)’로 지급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구성원의 협력이 없었더라면 절약하지 못했을 돈이고, 그 노력으로 앞으로 몇 년간은 계속 절약될 돈이기에 한번 정도는 전액 혹은 일부를 직원들에게 보상하는 데 사용하면 어떨까요? 그 액수가 많을 필요는 없어요. 함께 노력해서 마련한 재원을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다면 10만원 수준이든, 100만원 수준이든 상관없습니다.
이런 깜짝 보너스를 잘만 활용하면, ‘바람직한 행동이나 조치 혹은 결과’를 직원들에게 독려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나 팀이 어떤 개선조치를 취해서 이익 창출과 비용 감축에 기여했다면 기여분의 일부를 ‘즉각적’으로 해당 직원이나 팀에 지급한다든지, 고객의 클레임을 성공적으로 대처한 ‘우수사례’의 주인공에게 포상하듯 깜짝 보너스를 준다든지, 회사의 명예를 높이고 좋은 이미지를 널리 알린 자에게 역시나 보너스로 보상한다면 우리 조직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무엇을 가장 우선하는지를 구성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알릴 수 있습니다.
요즘 경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저도 작년에 비해 매출이 상당히 줄었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직원들의 몸과 마음이 알게모르게 피폐해질 수 있어요. 성과 압박이 클 테니까요. 직원들을 위로하고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서 깜짝 보너스라는 방법을 전략적으로 써볼 것을 권합니다.
소액이라도 좋습니다. 직원 1명에게 지급한 몇 십만원의 깜짝 보너스가 향후에 적어도 몇 억원의 성과로 이어진다면 이보다 수익률이 높은 투자가 어디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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