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보다 위험한 '브랜드 거품'   

2010. 9.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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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회사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가치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브랜드 가치가 장부 상의 가치를 훨씬 상회합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 가치가 버블은 아닌지 고찰해보라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 버블'이란 책입니다.

이 책은 투자자들의 기대심리 때문에 브랜드의 시장가치(즉 무형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한 버블은 부동산 버블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하죠. 브랜드 가치가 어느 때보다 높지만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형편없이 주저앉았다고도 말합니다.


저자 존 거제마는 16년 동안 4만여 브랜드를 정량적인 방법으로 연구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어떤 브랜드가 펄펄 살아 숨쉬는지, 어떤 브랜드가 뒷방 늙은이로 전락했는지 나름의 탄탄한 결과를 근거로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 브랜드로는 LG가 높은 위치에 랭크돼 있더군요.

특히 소비자를 투자자로 대하라는 책의 메시지는 모든 기업들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지상 목표가 될 만합니다. 소비자와 대화하는 기업이 승자가 되고, 소비자에게서 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면 패자가 되는 '컨슈머랜드'에서 여러분의 회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이 책이 나아갈 길의 방향타를 제시합니다.

트위터에 짧게 짧게 올린 트윗들을 모아 올려봅니다. 책의 내용을 가늠하는 데 참조하기 바랍니다.



"지난 20년 간 무형가치는 급성장한 반면, 브랜드에 대한 존경심과 충성심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브랜드 간의 구별이 더 분명해진 범주는 청량음료와 비누 단 둘뿐, 나머지 40개 범주는 구별할 수 없게 되어간다"

"세상은 브랜드로 넘쳐나며 소비자는 브랜드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1965년에는 미국 소비자 34퍼센트가 텔레비전에서 방송된 상업광고의 브랜드 이름을 기억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은 8퍼센트만이 기억한다"

"사람들은 경영학을 공부한 뒤에 실천한다. 우리(뭄바이 도시락 배달 회사)는 실천부터 했는데 경영학 책에서 우리를 연구한다.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다"

"존스 소다는 고객이 보내온 사진을 라벨로 만들어 음료수 병에 붙여준다. 97년에서 2007년 사이 매출액이 20배 이상 성장했다"

"많은 기업들이 위험 회피를 위험관리라고 착각한다"

"일관성은 상상력이 결핍된 자의 마지막 피난처다"...오스카 와일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창조적인가'가, '어떻게 창조적인가'다"...켄 로빈슨

"소비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고를 때 적용하는 원칙에 따라 브랜드를 선택한다"

"허먼 밀러의 에어론 의자는 고가인데도(750달러) 기업들의 필수 사무용품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 의자는 포커스 그룹 조사에서 악평을 받았었다"

"비즈니스 환경의 복잡성이 점점 커져가지만, 마케팅담당자들은 생각을 통째로 바꾸기보다는 기존 방식을 땜질하려고만 한다"

"새로운 진리가 승리는 거두는 이유는 적들을 설득했기 때문이 아니라, 적들이 모두 죽은 후에 새로운 진리에 친숙한 세대가 자라났기 때문이다"...막스 플랑크

"기존 현실과 싸워서는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기존 모델을 폐기할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버크민스터 풀러

"움직이는 것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빨리 시선을 사로잡는다"...셰익스피어

"사람들은 집단사고에 빠지면 우르르 광기에 빠지지만, 광기에서 벗어날 때는 한 명씩 정신을 차린다"...찰스 맥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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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동물   

2010. 9.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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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과 같이 2개의 상황이 여러분 앞에 놓여 있습니다. 둘 중에 어떤 상황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지 선택해보기 바랍니다.

(1) 갑돌이와 갑순이는 결혼했다. 10년 후 그들은 이혼했다.

(2) 갑돌이와 갑순이는 결혼했다. 10년 후 갑돌이가 불륜을 저지른 탓에 그들은 이혼했다.

선택하셨습니까? 혹시 2번을 선택하지 않으셨는지요? 이 문제는 심리학자들이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질문을 던진 실험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2번을 택했다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도 1번보다 2번이 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사실은 1번 상황이 더 가능성이 큽니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부부가 이혼하는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성격 차이나 불륜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집안 다툼이 심해서 그럴 수도 있죠. 헌데 2번 상황은 갑돌이와 갑순이가 이혼하게 된 무수한 이유 중에서 불륜이라는 하나의 경우만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2번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은 1번 상황보다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2번 상황이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것은 2번 문장이 가진 스토리의 힘 때문입니다. 2번 문장을 읽으며 ‘무엇 때문에’ 그들이 이혼했는지가 머리 속에 스토리로 자리잡기 때문이죠.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기법인 시나리오 플래닝의 과정에서 가장 정점에 서있는 작업은 미래를 이야기로 풀어가는 '시나리오 라이팅(Writing)'입니다. 숫자나 그래프가 아니라, 미래의 여러 가능성을 마치 소설처럼 서술해내는 과정이죠.

헌데 왜 미래를 굳이 시나리오로 그려야만 할까요? 갑돌이의 예는 우리가 미래를 시나리오로 그려야 하는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머리 속에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지는 상황에 끌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상당히 위협이 되는 시나리오일 경우, 위험의 이미지를 생생하게 전달해서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죠. 

그러므로 시나리오 라이팅은 구성원들의 역량을 하나로 집결시킨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을 시나리오 속에 '푹 빠지게 하여(몰입하게 하여)' 여러 가지 대응책을 구상해낼 수 있습니다. 스토리의 힘으로 사람들이 ‘미래가 이렇게 펼쳐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분명하게 형성시시킵니다. 이런 힘은 예측을 통해 나온 숫자와 상투적으로 외치는 ‘전략 구호’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야기는 숫자가 달성하지 못하는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무미건조하고 막연한 예측 그래프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고 뇌리에 박힐 만한 이야기를 통해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는 미래의 맥락(context)을 인식시키기 바랍니다.

요컨데 미래를 인지하는 최고의 방법은 시나리오입니다. 인간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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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을 어떻게 바라봅니까?   

2010. 9.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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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불확실성'이란 말을 떠올릴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불확실성은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까? 아마도 불확실성에 대해 느끼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제법 넓으리라 짐작됩니다.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관점에는 3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하고, 일단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하기 위해 다음의 질문에 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답은 없으니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문항에 '예'라고 답하면 됩니다.



1. 충분한 데이터를 가지고 깊이 연구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 크고 안정된 회사는 IMF 같은 위기가 다시 와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3. 과거의 데이터를 잘 분석하면 미래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4. 예측하지 않아도 변화에 빨리빨리 대응을 잘 하면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
5. 정량적으로 딱 떨어지는 수치로 예측해야 미래를 잘 대비할 수 있다
6. 상황이 어려우면 가만히 앉아서 상황을 살피는 것이 제일 좋다

7. 어려움에 처하면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하면 위기를 견딜 수 있다
8. 예측은 어차피 틀리기 때문에 그것에 수고할 필요가 없다
9. 사전에 대비하는 것보다 사후에 얼마나 빨리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10. 불확실성을 제거하거나 줄일 수 있는 역량은 충분히 기를 수 있다
11. 미래의 불확실성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12. 위기에 처했을 때 뭐라도 하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

13. 정밀한 예측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미래를 대비하기가 어렵다
14. 일사불란한 지휘 통제 체계가 위기 돌파의 핵심이다
15. 시간이 지나면 위기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기 마련이다


'예'라고 응답한 문항이 무엇인지를 아래에 표시해보기 바랍니다.

1, 3, 5, 10, 13   ⇒   이상주의자
4, 8, 9, 11, 14   ⇒   현실주의자
2, 6, 7, 12, 15   ⇒   보수주의자

여러분은 이상주의자, 현실주의자, 보수주의자 중 어느 것에 가장 많은 '동그라미'가 나타났습니까? 가장 많이 표시된 유형이 바로 여러분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관점입니다.

불확실한 상황에 처하면 이상주의자는 관련 데이터를 세심히 수집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전망하고자 합니다. 이상주의자는 많은 정보를 세밀한 수준까지 찾아내고 인과관계를 면밀하게 분석하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상주의자는 예측 결과가 실제와 다를 경우 충분히 환경을 연구하지 못한 탓이라고 반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정량적이고 수학적인 예측 모델을 구축한다면 예측의 정확도가 향상되리라 믿습니다.

반면에 현실주의자는 그때그때의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행동하면 불확실한 미래를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결코 가능하지 않다고 믿습니다. 이상주의자들이 불확실성을 확실히 정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주의자들은 불확실성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죠. 

누군가가 예측의 필요성을 제기하면 쓸데없는 작업에 경영자원을 소비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라고 조언합니다. 예측 능력을 키우는 대신 매일 벌어지는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변화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사람들이 현실주의자들입니다.

보수주의자는 어떤 사람일까요? 사실 그들은 미래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보통 앞으로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위기에 처하면 무조건 저돌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반면에 꼼짝없이 앉아서 새벽을 기다리자고 말하는 보수주의자도 있습니다. 

위기에 처하면 투자도 중단하고 비용을 최대로 긴축하는 보수적인 경영이 제일 낫다고 믿습니다. 보수주의자들은 현실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불확실성이나 예측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들은 어떻게든 불확실성을 회피해서 위험을 줄일까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위험회피를 위험관리라고 오해하곤 하죠.

불확실성에 대해서 이상주의자, 현실주의자, 보수주의자가 바라보는 관점들이 과연 적절할까요? 애석하게도 미래의 불확실성은 이상주의자의 바람처럼 결코 정복되거나 줄여지지 않습니다. 현실주의자의 자신감처럼 무시될 대상도 아니고, 보수주의자의 생각처럼 회피하거나 무조건 싸울 대상도 아닙니다. 

불확실성은 어디에나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관점은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대로 인정한다'는 말은 불확실성이 야기할 미래의 여러 상황(즉, 시나리오)을 그려보고 그에 따라 따로따로 대비를 해둔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진 자를 '시나리오주의자'라고 부르죠. 위의 15개 문항에 '예'라는 답변을 거의 하지 못했다면, 여러분은 아마도 시나리오주의자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미래는 예측에 의해 정복될 대상이라기보다 시나리오로 대비해야 할 대상임을 알고, 변화에 빨리 대응한다는 일이 조직의 '정치적' 논리나 프로세스 단절로 인해 많은 경우 실패함을 알며, 저돌적이거나 복지부동적인 행동이 '아무 생각 없는' 치기임을 알기 때문일 겁니다.

이제 여러분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바라보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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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그 새빨간 거짓말   

2010. 9.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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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 서있다가 이런 광고를 봤습니다. 정확한 토씨는 잊었지만,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더군요.

"우리 회사 FC(파이낸셜 컨설턴트, 보험영업인)들 중 4분의 1은 월 500만원 이상을 법니다"

보험회사의 핵심역량은 보험상품의 설계보다는 보험영업인들의 영업력에 달렸습니다. 사실 보험상품에서 차별화를 꾀하기가 어렵다고들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있는 보험영업인을 잘 모집하고 교육시켜서 그들을 오랫동안 영업을 하도록 해야 회사로서 이득이죠.

그래서 보험영업인들이 얼마나 회사에 오래 남아 일하느냐를 측정하는 '정착율'이란 지표는 보험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로 관리됩니다. 당연히 위의 광고 카피는 우수한 영업인력을 유인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겠죠?

헌데, 보험영업인의 4분의 1, 즉 25%가 월수입 500만원 이상이란 말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할까요? 전 좀 의심이 들더군요. 그래서 통계에 젬병이지만, 한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그 회사 보험영업인들의 월수입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해 봤습니다. 하지만 정규분포를 그리려면 월수입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알아야 합니다. 위의 광고문구만 보고는 어떤 분포를 따르는지 알기가 불가능하죠.

그래서 전 '표준정규분포(평균이 0이고 표준편차가 1인 정규분포)'를 먼저 상정한 다음에 이렇게 저렇게 해서(trial & error 방식으로) 대략 다음과 같은 정규분포를 따를 것이라 결론을 내렸답니다.

 월수입 분포 추정 결과 

평균 : 약 300만원    
표준편차 : 약 300만원인 정규분포

이걸 그림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규분포로 추정한 월수입 분포)


이 그림에서 오른쪽에 파랗게 빗금쳐진 부분이 전체의 25%, 즉 4분의 1을 나타냅니다. 그들은 500만원 이상의 월수입을 올리는 사람들입니다. 문제는 왼쪽에 빨갛게 빗금쳐진 부분입니다. 그것도 전체의 25%를 차지하는데 그들의 수입은 보다시피 100만원 이하입니다. 게다가 월수입이 마이너스인 사람도 상당히 많이 존재합니다(약 16%의 사람들에 해당).

월수입이 500만원 이상인 사람이 4분의 1이나 된다는 광고 카피의 이면에는 월수가 100만원도 안 되거나 오히려 회사에 돈을 내고 다니는(즉 월수입이 마이너스인) 사람도 있음을 이 그림이 보여줍니다. 물론 애초에 정규분포를 잘못 추정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모르죠. 하지만 통계를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해서 광고를 보는 사람들을 현혹시킬 의도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보험영업인들의 월수입 분포가 정규분포를 따를 거라는 위의 가정이 과연 옳을까요? 우리는 보통 아주 잘 버는 사람과 아주 못 버는 사람들은 소수이고, 중간 정도 버는 사람들이 가장 많으리라는 '정규분포식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종 모양'의 그래프를 머리 속에 그리곤 하죠.

하지만 실제의 분포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들의 RSS구독자수 분포를 그려보면, 극소수의 블로그는 구독자수가 매우 많은 반면, 대부분의 블로그들은 구독자수가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 나타납니다. 소위 '승자 독식 현상'이 그림으로 그려지죠. (이와 같은 현상을 예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보험영업인들의 월수입 분포도 RSS구독자수 분포처럼 '승자 독식 현상'으로 나타나진 않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아래의 그림처럼 분포가 그려집니다. 

(손으로 그리다보니 그림이 이상하네요. '승자독식형' 분포를 가정하여 그린 그래프)


먼저 이 그래프가 매끄럽게 연속선으로 그려진 탓에 월수입이 100~500만원 사이에 있는 사람도 꽤 많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세요. 이 부분(100~500만원 사이)에 찍히는 점들은 조밀하지 못합니다. '밀도'로 본다면 100만원 이하인 쪽(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더 조밀하게 점들이 모여 있지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 그림도 역시 추측에 불과하지만, 정규분포로 추정할 때보다 월수입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빨갛게 빗금쳐진 부분)이 더 조밀하게 존재함을 암시합니다. 500만원 이상 버는 사람이 25%나 된다는 선전의 뒷면에는 '100만원도 못버는 사람들이 50% 혹은 60% 이상이나 된다'는 사실이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짐작이지만, 의심을 거두기가 어렵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는 3가지의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걸 자기 입맛대로 재단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만원도 제대로 못 버는데도, 상위 25%인 사람들이 500만원을 버니까 중간 정도만 하면 3~400만원은 벌 거라면서 잘못된 환상을 심어주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평균 연봉이 1억 원입니다."라는 말은 그 자체가 거짓은 아닙니다. 평균이란 통계치가 쓰이지 말아야 할 곳에 쓴 사람이 바로 거짓말쟁이입니다.

통계에 속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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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 음식, 죽음에 대한 단상   

2010. 9.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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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짧은 생각 3가지를 '짧게' 올립니다.

1
흔히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두뇌의 10%만 쓰고 나머지 90%는 활용하지 못한다", 그리고 "나머지 90%의 두뇌(잠재력)를 개발하려면 여러가지 창의력 개발기법들이 유용하다"고.

이러한 고정관념이나 '만들어진' 격언들은 과연 옳을까요?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90%의 잠자는 두뇌란 없습니다.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난 이래로 여러 가지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을 접해 왔죠. 그 때마다 끊임없이 지혜를 짜내고 궁리를 했을 겁니다.

그렇게 수많은 인간들이 태어났다가 죽으면서 10% 한계를 뛰어넘은 사람들이 분명 생겨났을 테고 그것이 생존이 유리하다면 자연선택에 의해서 '머리 좋은' 유전자를 후대에 남겼겠죠. 따라서 후세의 우리들은 당연히 10%보다 더 큰 두뇌를 활용해야 옳지 않을까요?

진화를 거치면서 우리의 두뇌는 기능할 수 있는 만큼, 기능해야 할 필요가 있는 만큼만 발전해 왔다고 봐야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두뇌를 온전히, 100% 활용합니다. 90%의 비활용 영역이 있다는 말은 잠재력을 개발하라는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지, 유전학적으로, 해부학적으로 진짜 그렇다는 말이 아니죠.

우리는 이미 두뇌의 100%를 씁니다. 90%는 어둠 속에 잠겨 있다구요? 말도 안 됩니다. ^^


2
아이와 함께 식당에 갈 때마다 주저합니다. 매운 맛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에게 먹일 만한 음식이 딱히 없어서죠.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음식에는 고추가루가 들어갑니다. 맵지 않은 음식을 찾기가 아주 어렵죠. 하다 못해 버섯볶음에도 매운 청양고추가 들어 갑니다. 어느 날 식당에서 맵지 않을 리라 생각하고 부침개를 먹였다가 그 속에 숨어 있는 청양고추를 씹고 아이는 연신 물을 찾았습니다.

종류를 막론하고 모든 음식에는 마늘, 파, 고추가루, 소금, 설탕은 기본으로 들어갑니다. 화학조미료 역시 당연히 첨가되죠. 음식 재료의 본연의 맛은 5대 양념과 MSG의 자극적인 맛에 묻혀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음식의 맛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짜고 맵고 달고. 대중음식의 질 차원에 보면 우리나라의 음식은 과연 몇 점짜리일까 생각해 봅니다.

도올 김용옥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천박해진 이유는 일제강점시기와 6.25를 겪으면서 음식을 즐길만한 여유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살기 바빠 죽겠는 상황이니, 모든 걸 함께 넣고 푹 끓일 수밖에 없었죠. 미식은 사치였고, 먹는 일은 그저 생존의 일환이었으니까요.

이유야 어떻든, 음식 본연이 가진 정갈한 맛을 즐길 수는 없을까요?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어른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함께 차려지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식 조리법이 공존하는 음식문화는 요원한 걸까요? 


3
죽음을 생각하면 두렵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죽는 순간에 찾아올지 모르는 막대한 고통, 죽은 뒤에 가게 될지도 모르는 미지의 그곳, 지옥으로 가 펄펄 끓는 유황 불못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여러 종교의 경고...

어릴 적 친구 따라 멋모르고 간 일일성경학교에서 들었던 선한 눈빛을 가진 목사의 설교는 한동안 악몽에 시달리도록 만들었습니다.

"예수 안 믿으면 지옥 간다. 믿는다 해도 교회에 나오지 않으면 안돼. 교회 나와야 천당 간다."

선동은 간결하고 단순해야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나 봅니다. 어쨋든 목사의 말은 내가 중년의 나이로 접어들었음에도 아직까지 유전자처럼 박힌 서글픈 콤플렉스입니다.

마크 트웨인의 말을 들여다 보며, 그 선한 눈빛의 목사의 잔영을 유전자 속에서 파내어 봅니다.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다. 나는 태어나기 전 영겁에 걸친 세월을 죽은 채로 있었고 그 사실은 내게 일말의 고통을 준 적이 없다."

마크 트웨인은 역시 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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