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조직은 얼마나 이기적입니까?   

2010. 11.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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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을에 두 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반반씩 섞여 살고 있습니다. 하나는 한없이 이타적인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한없이 이기적인 사람들입니다.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이 각각 50%의 구성비를 가지고 한 마을에 살기 시작했다면, 나중에 시간이 충분히 흐른 뒤에는 어떤 유형의 사람들만이 남게 될까요? 이기적인 사람들일까요, 아니면 이타적인 사람일까요?

만일 그 마을에 이기적인 행동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면(그리고 먹고 살 자원의 양이 충분하다면), 마을에는 이기적인 사람들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타적인 사람이 이타적인 사람을 만난다면 서로 이득을 나눠 가지거나 돕겠지만, 이타적인 사람들은 50%의 확률로 이기적인 사람들도 만나야 합니다. 그럴 경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인 사람이고, 이타적인 사람은 손해만 봅니다. 


결국 이타적인 사람들은 자연적으로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생활이 궁핍해지고 영양 상태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자식을 번성시킬 여력을 상실하기 때문이죠.  또한 원래 이타적인 사람이었다 해도 이기적인 행동이 생존에 좋은 전략이라는 걸 학습한 후에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가상의 마을엔 이기적인 사람들만 득실거리게 되죠. 어쩌다가 이기적인 부모들에게서 이타적인 자식이 돌연변이로 태어나거나, 이타적인 사람이 이 마을로 이사 온다고 해도 얼마 못 가서 퇴출되어 버릴 겁니다. 그만큼 이기적인 전략은 (적어도 이 마을에서는) 절대적으로 우위를 누리는 생존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상황은 이기적인 행동을 제재하지 않거나 특별한 제도를 실시하지 않을 때 예상되는 결과입니다. 실제로는 이기적인 사람들만 득실거리는 상황은 나오기가 힘듭니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자연도태되는 '선택압'을 줄이는 장치들이 대개의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회적 장치는 이기적인 행동을 제재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장려하는 제도나 관습들을 말합니다.

소득을 평등하게 분배하는 방법은 오래 전에 인류가 수렵채취 생활을 할 때부터 사용되던 사회적 장치 중 하나입니다. 이타적인 사람들이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시달리면서 줄어드는 소득(그로 인해 증가하는 소득의 격차)을 보상해 줌으로써 이타적인 사람들이 사회에서 도태되는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타적인 사람들이 기여하는 이타성의 결과(이기적인 사람들이 절대 내놓지 않는)를 사회 전체가 누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기적인 사람들이 보이는 이기적인 행동들을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개인들의 이기적인 행동이 사회 전체적인 부(富) 향상에 기여한다는 논리가 자본주의의 근간을 형성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기적인 행동으로 이룬 부를 이기적인 개인들 각자가 부여잡고 놔주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세금이나 기부를 통해 소득의 재분배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부를 제아무리 많이 쌓아봤자 사회 전체적으로 얻는 혜택은 한계가 있을 겁니다.

이렇게 볼 때, 이타성과 이기성의 긴장 상태를 얼마나 적절하게 유지하느냐가 사회의 질서와 공공의 복리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기적인 행동을 필요 이상으로 장려하고 심각한 이기적 행동에도 눈을 감는 사회라면 머지않아 이기적인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으로 변해 스스로 붕괴하고 말지도 모릅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상황이죠.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과주의다 뭐다 해서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하여 조직 전체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이타적인 개인들을 옥죄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기적이지 않으면 좋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직원들에게 준다면, 본디 이타적이고 협조적이었던 직원들도 이기적인 직원들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겠죠. 

이렇게 되면 단기적으로 회사 전체의 성과는 향상될지도 모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조직은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어려울 겁니다. 회사가 새로운 변화(신사업이나 조직 혁신 등)를 시도할 때 직원들의 희생이 필요한데 아무도 나서지 않고 눈치만 보거나 대충 성의만 보인다는 식으로 행동할 겁니다. 총대 메고 나섰다가 평가를 잘못 받아서 성과급을 못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압도되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나아갈 방향과 개인이 추구하는 이기심이 잦은 충돌을 일으키는 조직은 결국 발전동력이 상실된 조직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게다가 이타적인 직원들로 똘똘 뭉친 경쟁자가 출현한다면 쇠망의 길로 접어들고 말겠죠.

개인의 이기심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성과주의 제도가 설계되었다면 이를 이타적인 행동을 장려하거나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개인 중심의 보상을 조직 단위의 보상으로 균형을 맞추거나, 이타적인 행동을 지표화하여 개인에게 부여하는 등의 세심함이 필요합니다. 또한 스타급 직원들의 성과를 인정해 주더라도 그들이 누구인지 겉으로 드러내고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제도는 지양해야 하겠죠.

조직은 이타적인 직원과 이기적인 직원 모두를 필요로 합니다. 이기심이 이타성을 압도하지 못하도록 적절하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지혜, 이것이 조직의 장기적인 안녕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중용의 경영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얼마나 이기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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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시장 경제학은 아주 나쁘다   

2010. 11.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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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장하준 교수의 신작인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란 책을 완독했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에 대한 열렬한 비판자이자 대안적인 경제학(스스로 비주류라고 일컫는)의 선두주자인 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이론적, 경험적 논리와 가정에 1:1로 맞불을 놓는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 갔습니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체와 구성으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문제를 조목조목 비판합니다.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에 비해 힘을 빼고 쉽게 접근했다는 면에서,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논리에 각각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는 점에서 저는 이 책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이 책을 읽다가 각 챕터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트위터로도 올렸지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무엇인지, 어렴풋이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각각 140자 이내의 단문이라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으니 꼭 책에서 확인하기 바랍니다.


프롤로그 : "경제학은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이다"

1.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2. "잭웰치는 주주가치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으로서 '주주가치 경영'의 선봉자였다. 하지만 최근에 주주가치는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아이디어라고 고백했다"

3. "가난한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가난하다는 말은 부당하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그 나라의 부자들이 제대로 생산성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4. "인터넷보다 세탁기의 발명이 세상을 더 많이 더 근본적으로 바꿨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다. 과거를 과소평가하고 최근의 기술을 과대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5. "사람들이 최악의 행동을 할 거라 예상하면 결국 최악의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6. "물가 안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제 안정의 지표가 아니다.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위험하지 않다"

7. "자유 무역, 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8. "국경 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엄청나게 과장된 표현이다. 자본에도 국적이 있다"

9. "탈산업화(서비스업 비중이 커지는 현상)라는 환상은 선진국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대단히 해롭다. 제조업 없이 발전은 없다".

10. "미국은 더 이상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불평등이 심하다. 미국의 서비스 가격이 싼 이유는 이민자들이 저임금을 받으며 희생하기 때문이다"

11. "문화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다. 그게 아프리카가 되었든 유럽이 되었든 문화를 경제 저성장의 원인으로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다. 아프리카의 저성장은 자유무역 강요 때문이다"

12.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정부의 결정은 기업들이 직접 내리는 결정에 비해 열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다"

13.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부자들에게 유리한 소득 분배가 투자와 성장을 가속화시킨다는 주장(트리클 다운)에는 근거가 없다"

14. "오늘날 미국의 CEO들은 1960년대 CEO들에 비해 10배의 연봉을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1960년대 CEO들의 경영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음에도 말이다"

15. "마이크로 파이낸스 운동이 시작된지 30년이 자났지만 이로 인해 고객들의 생활이 수치상으로 개선됐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 자금의 대부분은 소비에 사용되는 경향이 크다"

16. "약품을 출시할 때 엄격한 검증 절차로 그 약이 부작용을 압도할 만한 효능이 충분한지 확인한다. 마찬가지로 금융상품도 판매하기 전에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상당수의 파생상품은 폐기돼야 한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큰 실망을 겪게 될 것이다"

18. "정부 규제의 많은 것들이 기업 모두가 사용하는 공유자원을 보존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생산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규제의 절대량이 아니라 규제의 목적과 내용이다"

19. "공산주의 체제가 실질적으로 사라졌다 해서 계획경제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 역시 경제를 계획한다(그것도 아주 많이, 은밀하게)"

20. "'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21. "고용 불안이 심해지면, 사람들이 더 열심히 일을 할지는 몰라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22. "현대 금융시장의 문제점은 그것이 너무 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장기적인 발전에 필요한 '기다려 줄 줄 아는' 자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의도적으로 줄여야 한다"

23. "경제학은 실제 경제 운용과 큰 관계가 없어 보인다. 경제학은 경제에 오히려 해롭다"

결론 :  "자유시장 경제학의 근저를 이루는 이론적, 경험적 가정은 의문의 여지가 많다. 경제 시스템을 그냥 수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구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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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수립의 기초, SWOT 분석   

2010. 11.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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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로 이미 발행된 내용인데, 글로 읽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여기에 옮겨 싣습니다.)

여러분은 회사의 경영전략을 어떻게 수립하십니까? 아마도 여러분은 다음과 같이 5단계의 절차로 전략을 수립할 겁니다.

(1) (거시 환경이나 산업환경) 외부 환경을 분석한다
(2) 내부 환경(내부 역량)을 분석한다
(3) SWOT 분석을 한다
(4) 전략방향을 수립한다
(5) 전략과제를 도출한다

이 5단계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경영전략의 전형적인 단계입니다. 5단계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SWOT 분석이 가장 크리티컬한 단계입니다.

SWOT에 대해 감 잡아 봅시다!


왜냐하면 외부, 내부 환경 분석의 결과를 집약해서 앞으로 조직이 나아갈 전략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SWOT 분석이 잘못 이루어지면 아무리 외부, 내부 환경 분석을 잘 했다고 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전략을 세울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SWOT 분석은 다음과 같이 2x2 매트릭스의 형태를 가집니다. 보통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를 각각 상단에 위치시키고, 강점과 약점을 아래에 위치시킵니다. (기회/위협을 왼쪽에, 강점/약점을 오른쪽에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SWOT 분석시 범하는 오류들
헌데 많은 사람들이 SWOT 매트릭스를 작성할 때 자주 오류를 범합니다. 가장 많은 오류는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를 기입할 때 발생합니다.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는 반드시 우리 회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환경의 특징이어야 합니다. 이 말은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회요소나 위협요소에 컨트롤이 가능한 내부환경의 특징을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개발되어 곧 출시된다’라는 것을 기회요소에 적는 경우가 있죠. 왜 기회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그 제품이 나오길 고대하는 잠재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다”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회요소가 아닙니다. 아래쪽에 있는 ‘강점’에 ‘새로운 기능의 제품 개발 완료’라고 적어야 마땅합니다. 물론 새로운 제품이 새로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지만 그것은 외부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될 것 같다고 기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절대 시장의 기회가 아닙니다.

SWOT 분석을 할 때 자주 발생하는 두 번째 오류는 ‘만약에 ~~하면’이라고 가정하면서 각 사분면의 내용을 채운다는 것입니다. 뭔가 기대하는 바를 반영해서 가정을 내린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경쟁사가 이 사업분야를 포기한다면, 우리가 A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다'라고 생각해서 ‘경쟁사의 사업포기 가능성’이라는 항목을 기회요소에 적는 거죠. 또한 ‘괜찮은 기업이 있는데 그 회사를 인수하면 우리의 디자인 역량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라고 판단해서 ‘OO기업 인수 가능성’이란 항목을 강점에 적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능성’이 담겨 있는 항목을 기회요소나 위협요소로 넣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경쟁사가 사업을 계속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돼도 언제나 기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SWOT 분석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시나리오’가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사실 이렇게 여러 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SWOT 분석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SWOT 분석은 현재 시점에서 환경과 우리를 바라보는 관점이기 때문에 시계열적인 변화나 가능성을 담을 수 없습니다.

SWOT 분석의 원래 정의 상 충분히 확실한 기회, 확실한 위협, 확실한 강점, 확실한 약점만을 매트릭스 안에 적어야 합니다. SWOT 분석의 이러한 맹점은 시나리오 플래닝과 같은 다른 방법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SWOT 분석을 할 때 발생하는 세 번째 오류는 강점을 뽑아낼 때 발생합니다. 강점은 경쟁우위에 있는 요소여야 합니다. 경쟁사도 잘하고 우리도 잘하는 걸 강점이라고 불러서는 안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간과하는데, 약점을 뽑아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사와 비교할 때 경쟁열위에 있는 요소가 약점이죠. 누구나 잘하고 누구나 못한다면 매트릭스에 적어서는 안됩니다. 이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SWOT 매트릭스의 해석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오류를 조심하면서 SWOT 매트릭스를 작성했다면, 매트릭스를 통해서 전략적인 시사점을 얻어야 합니다. SWOT 매트릭스만 만들어 놓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더욱 중요한 것은 매트릭스를 해석하는 일이죠.

첫째, 기회요소와 강점을 서로 대비해 보면서 ‘우리의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질문은 매출액 확대, 시장점유율 확대, 고객인지도 확대와 같이 전략의 공격적인 측면의 시사점을 내놓게 됩니다.

둘째, 이번엔 위협요소와 약점을 서로 대비하면서 ‘위협요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막으려면 어떤 약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이 질문은 내부역량 향상 전략의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위협요소가 ‘고객의 디자인 감성 요구 증대’인데 우리 회사 제품 디자인이 별로 뛰어나지 않다면, 고객의 디자인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겠죠? 이렇게 위협요소와 약점을 대비해서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셋째, 기회요소와 약점을 대비해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야 합니다. ‘시장이 주는 기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기 힘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말입니다.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합니다. 보통 시장의 기회요소를 알고 나면 그것을 모두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그래서 그 기회를 잡으려는 전략만을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그럴 만한 역량이 충분히 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 기회를 잡고 싶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강점이 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일종의 ‘포기 전략’을 세우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기회요소와 약점을 대비할 때는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우리가 하기 힘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질문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위협요소와 강점을 대비하면서 “우리의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위협을 어떻게 최소화시켜야 하는가?”라고 질문합니다. 이것은 앞에서 위협요소와 약점을 대비할 때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보수적인 방어였지만,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위협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리스크 헷지 전략’을 말합니다.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해서 위협이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전략이죠.

예를 들어 ‘고객의 디자인 요구 증대’가 위협요소이면 우리가 가진 ‘저비용 생산능력’이란 강점을 극대화시켜 고품질 제품을 누구보다 싼값에 내놓자, 라는 전략을 세울 수가 있겠죠.

정리하면, 기회-강점으로는 ‘공격 전략’을, 위협-약점으로는 ‘방어 전략’을, 기회-약점으로는 ‘포기 전략’을, 위협-강점으로는 ‘리스크 헷지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바랍니다.

SWOT 분석은 약점이 많은 도구이지만 전략 수립을 위해 현재의 상태를 점검해보기 위한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둬야 할 기초입니다. 기초를 잘 다지는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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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총대 메기를 원합니까?   

2010. 11.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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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가시고기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 물고기들은 몸의 크기가 작은 탓에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기에 딱 좋습니다. 그래서 큰가시고기는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죠.

무리를 지어 다니다가 앞에 이상한 물체가 나타나면 그것이 자기들을 잡아먹을 포식자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무리 중에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선다고 합니다. 그 물체가 포식자라면 잡아먹힐 위험이 있지만 무리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서 '총대를 메는' 겁니다.


그런데, 총대를 맨 물고기가 보이는 이타성이 과연 순수한 희생정신에 기반한 걸까요? 큰가시고기의 생태에 흥미를 느낀 M. 밀린스키는 한 가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유리로 된 기다란 수조에 한 마리의 큰가시고기를 넣었습니다. 그런 다음 유리벽 너머에 덩치가 큰 물고기(포식자 역할을 하는)를 한 마리를 집어넣었죠. 그리고 수조 옆에 거울을 나란히 설치했는데, 포식자 물고기 쪽으로 기울여 놓았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모양입니다.


거울을 비스듬히 설치하니까 거울을 평행하게 설치할 때와는 달리 큰가시고기는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큰가시고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동료 물고기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거울을 평행하게 놓으면 포식자 물고기를 향해 동료와 함께 다가간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거울을 비스듬하게 설치하면 동료(실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가 자신보다 한발 뒤에서 따라온다고 여깁니다.

큰가시고기는 자기가 한번 앞서 나가면 다음에는 동료가 앞서 나가길 기대합니다. 헌데 자신만 계속 앞장을 서고 있으니 억울하거나(혹은 불안하거나) 할 테죠. 그래서 포식자 물고기에게 접근하기를 주저하고 맙니다.

정리하면 "내가 이번에 용기를 보여줬으니 다음에는 네 차례다"란 "상호성"이 큰가시고기의 본능에 자리잡고 있다고 밀란스키는 말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죠. 내가 호의를 베풀었는데 호의를 받은 그 사람이 다음에 입을 싹 씻어버리거나 나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면 상호 호혜가 깨져 사이가 나빠집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누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는지 기억했다가 나중에 호의로 갚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원칙을 따르죠.

기업에서 큰가시고기의 행동 양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꼭 해야 하지만 나서기를 주저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인력을 감축해야 하거나 실패 확률이 매우 큰 신사업을 계획할 때 '내가 하겠다'고 나서지 않은 채 서로의 눈치만 봅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처럼 잘 해서 얻는 이득이 적거나, 못했을 때 당하게 될 피해가 크다면(큰가시고기의 경우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선뜻 총대를 메고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다면 조직에서 누군가가 총대 메기를 기다렸다가는 큰가시고기의 사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맙니다. 경영자는 직원들이 나서주길 원하고 직원들은 경영자가 선봉에 서주길 원하는 조직이 가끔 눈에 보이는데, 그런 기업은 포식자(경쟁자 등)가 다가와 잡아 먹을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리는 것과 같죠. 다행히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서도 그런 기업일수록 총대 멘 사람이 실패하고 돌아오면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등을 토닥여 줄 망정 가차없이 비난을 쏘아대죠.

변화는 다같이 가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외로이 총대를 멘다고 가능하지 않습니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모두 다 동참하는 '상호성의 힘'이 발휘돼야 함을 큰가시고기의 사례가 일깨웁니다. 누군가가 한발 앞서 나가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앞장서야 변화의 추동력이 강력해지고 오래갑니다.

총대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같이 나눠 메야 합니다. 지금 혹시 '누군가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 '나는 절대 총대 못 메'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포식자가 여러분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가 곧 드리울지 모릅니다.

(*사례 출처 : '이타적 인간의 출현', 뿌리와이파리)
(*참고논문 : Tit for Tat and evolution of cooperation in sticklebac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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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는 망상일까?   

2010. 11.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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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에겐 눈[雪]을 나타내는 단어가 50개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의 평생을 눈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터라 누구보다 눈의 미묘한 특성들을 잘 잡아내기 때문이다.”


만일 이 문장을 보고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거나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면 여러분의 뇌 속에는 ‘에스키모 어휘 허풍’이라는 밈(meme) 하나가 깊게 침투한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눈에 대한 에스키모의 어휘 능력은 사실이 아니다.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가 에스키모에게는 눈을 지칭하는 단어가 4개라고 한 말이 와전되고 과장됐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도 에스키모만큼이나 눈을 다양하게 부를 줄 안다. 진눈깨비, 함박눈, 진창눈, 싸락눈, 소낙눈, 가루눈 등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에스키모 어휘 허풍은 왜 그렇게 널리 퍼진 걸까? 그것은 바로 밈이라는 제2의 복제자 때문이라고 이 책 '밈'의 저자인 수전 블랙모어는 주장한다.

(서평 책, '밈')


그녀는 더 나아가 인간의 뇌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왜 이렇게 큰지, 인간은 왜 언어라는 고도의 의사소통 도구를 갖게 됐는지, 왜 어떤 종교는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반면 특정 종교는 국지적인 한계를 갖게 됐는지, 왜 우리는 한 순간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지 등과 같은 난제들을 밈의 개념으로 설명을 시도한다.

헌데 밈이 도대체 무엇일까?
밈(Meme),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책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을 이렇게 정의한다.

“노랫가락, 발상, 캐치 프레이즈, 복식의 유행, 항아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아치를 건설하는 방법처럼 모방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문화의 요소가 밈이다.”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에서 부르는 생일축하송이나 우리나라 축구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에서 메아리 치는 ‘대~한민국’이란 구호,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비법 등이 바로 밈의 예이다. 간단히 말해서 문화유전자가 밈이다. 밈을 제2의 복제자로 부르며 유전자와 동격이라 말하는 이유는 그러한 노래, 구호, 관념, 노하우들이 부모와 자식에게 유전자가 전달되는 것처럼 사람들 간에도 복제되어 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밈은 왜 복제되어 퍼지는 걸까? 그 까닭은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모방능력에 있다. 남의 행동과 생각의 ‘패턴’을 따라할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물론 침팬지가 흰개미집에 작대기를 집어넣어 개미를 낚고, 원숭이들이 흙 묻는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는 동료의 행동을 따라 한다는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자극 증강’에 의한 사회적 학습이지 모방은 아니다. 사회적 학습은 남을 관찰함으로써 환경에 대해 뭔가를 배우는 것(고구마를 씻어 먹는 하나의 행동)인 반면, 모방은 남을 관찰함으로써 어떤 행동에 관해 뭔가를 배우는 것(음식을 씻어 먹는 게 미각과 건강에 좋다는 깨달음)이다. 이 둘은 매우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또 하나의 진화론, 밈 선택설
인간의 모방능력 덕택에 밈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복제될뿐더러 인간을 ‘선택’하기도 한다. 유전자의 자연선택을 통해 생물체의 진화가 일어나듯이 ‘밈 선택’을 통해서도 인간의 진화가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인간의 뇌 크기가 바로 밈 선택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모방에는 세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을 모방할지 결정하는 기술, 한 관점에서 다른 관점으로 변환하는 기술, 적절한 육체적 행동을 해내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냐에 따라 모방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데, 모방을 잘 해낼수록 생존력(환경적응력)이 커지고 짝짓기의 대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모방능력을 발휘하고 밈 확산에 알맞도록 큰 뇌를 가지게 됐다고 블랙모어는 주장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밈이 무엇인가 의도(예를 들어, ‘인간이 뇌를 크게 만들자’)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오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밈에게는 목적이란 게 없다. 자신을 뇌 속에 담으며 숙주 노릇을 하는 인간에게 관용을 베풀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을 더 많이 퍼뜨리는 것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도킨스가 유전자는 이기적이라고 했듯이 밈도 이기적이다.

인간이 언어를 갖게 된 이유 역시 밈의 이기적인 측면에서 비롯된다. 언어는 밈을 겉으로 드러내어 전승(복제)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디지털’ 도구이다. 밈의 입장에서 보면 과묵한 사람보다 수다스러운 사람을 더 좋아한다. 수다스러워야 밈이 더 잘 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하도록 인간을 재촉했고, 언어를 말하기 위해 음식을 먹으면서 숨쉬기를 동시에 할 수 없는 해부학적인 위험을 감수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힘의 중심에는 밈이 있다.

인간의 뇌가 커진 이유, 언어를 갖게 된 까닭 등에 대한 블랙모어의 설명은 인간의 진화에 밈 선택이 유전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때로는 유전자를 구속한다는 개념에 기반한다. 그래서 개인의 관점에 따라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특히 저자의 ‘밈학(學)’은 유전자에 가해지는 자연선택의 힘이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에 반(反)한다.

하지만 블랙모어는 인간의 뇌가 생물학적 이득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치게 크게 자랐다면서 출산의 위험(머리가 크면 출산 시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위험)과 같은 대가를 치르면서 그렇게 된 이유를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밈을 유전자와 동격의 복제자로 인정해야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인 진화 모두에 대한 설명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북모닝CEO와의 인터뷰 모습)


밈을 둘러싼 공방, 밈으로 맞선다
밈이 우리의 뇌 속을 지배하고 우리가 밈에 조종당하는 ‘밈 머신(meme machine)’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거나 종교적인 사람에게는 수용되기 어렵다. ‘자아’는 밈들의 복제를 돕기 위해서 생겼다는 말은 책을 읽는 내내 의문부호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행동, 이념을 위해 목숨을 불사르는 결의와 같이 내 의지로 결정한 일들이 사실은 밈이 자신을 퍼뜨리려는 노력의 부산물일 뿐인가?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자아란 무엇인가? 자아나 자유의지란 개념은 과연 허구일까? 우리는 그저 밈을 실어 나르는 숙주에 불과한가?

저자는 이러한 독자들의 예상되는 반발에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는 ‘자아는 망상’이라고 오히려 강하게 말한다. 거짓된 자아에 속지 말라는 뜻이다. 게다가 ‘진실한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나’는 손을 뗀 채 결정이 스스로 내려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아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에 기초한 희망과 욕망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괴로움을 낳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괴로움의 주범인 자아에 복무하도록 하지 말고, 수많은 밈들이 현명하게 의사결정 내리도록 “그저 맡기는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이 주장 역시 큰 논쟁거리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우리의 신념이나 종교관과 배치된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매도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며 자아라는 개념이 수많은 밈들이 복잡하게 얽힌 ‘밈플렉스(memeflex)’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에 맞서려면 역시 과학적 증거를 통해 반박해야 옳다. 그러려면 저자의 ‘밈학’이 어떠한 과학적, 논리적 토대 위에 세워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초기 개념을 폭넓게 확대 적용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과, 밈은 그저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허구일 뿐이라며 밈학을 백안시하는 사람 모두 읽어야 할 책으로서 매우 가치가 크다. 밈에는 밈으로 맞서야 한다. 1999년에 쓰인 책이 이제야 번역된 점이 아쉽다.

이 책은 ‘밈을 지지하는’ 일종의 밈이다. 이 밈이 훌륭하게 자신을 복제해 갈지, 아니면 도태될지 두고 볼 일이다. 내기를 한다면, 지금으로선 전자에 돈을 걸고 싶다.

(* 이 글은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오늘 자로 발행된 서평입니다. 원제 '문화를 전달하는 유전자, 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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