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G 매트릭스, 제대로 그리는 법   

2010. 10.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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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몸에 좋은 경영의 비타민'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됐습니다.

- 제목 : BCG 매트릭스, 제대로 그리는 법
- 카테고리 : 경영전략

여러분은 BCG 매트릭스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경영전략을 공부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프레임웍이죠. 사업이나 제품의 경쟁력을 평가하거나, 사업의 구조조정을 모색할 때 보스턴 컨설팅 그룹이 만든 BCG 매트릭스가 자주 쓰입니다. 

그런데 BCG 매트릭스를 그려보라고 하면, 그려낸 결과가 제각각입니다. 제 생각에는 BCG 매트릭스에 대해서 조금씩 다르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도 BCG 매트릭스에 대해 충분하게 못 배웠다는 분도 있는데요, 그래서 이 팟캐스트에서는 BCG 매트릭스를 제대로 그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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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로또'를 날리다   

2010. 10.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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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漢)나라가 기울자 여기 저기서 영웅호걸들이 활거하는 형국이 됐습니다. 삼국지(三國志)는 바로 이때의 이야기를 다루는 오래된 고전이죠. 거기에 원소(袁紹)라는 걸출한 영웅도 등장합니다. 그는 4대에 걸쳐 삼공(三公)의 지위에 오른 명문가의 자손이었죠.

여러 호걸들은 제휴와 반목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합니다. 혼자서 천하통일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기가 험난한 혼돈의 시기였으니까요. 원소도 처음엔 조조(曹操)와 제휴하다가 나중에 서로 세력을 다투는 적으로 돌아섰습니다. 원소 입장에서는 나날이 세력이 커가는 조조를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제압해야 천하통일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죠.


당시에 유비(劉備)는 원소가 거들떠 볼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당시에 유비는 이사람 저사람에게 의탁하는, 변방의 장수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판단력이 비상한 조조는 유비가 잠재적으로 가장 큰 대항마가 되리라고 오래 전부터 간파했습니다.

별볼일 없던 유비가 한때는 조조에게 의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삼국지에 의하면, 조조는 유비에게서 풍기는 영웅의 기품을 일찍이 깨닫고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넌지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지금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 둘 뿐이오.” 

이 말은 유비의 숨겨진 의도를 떠보기 위함이었습니다. 조조의 말을 들은 유비는 깜짝 놀라서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유비는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창피했던지 천둥 소리에 놀라서 젓가락을 떨어뜨렸다고 짐짓 태연한 척했습니다. 그리고 조조의 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마음 먹습니다. 조조가 언제 자신을 제거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죠.

원소

유비

조조


때를 기다리던 유비는 조조에게 원술을 공격하는 전투에 자원을 합니다. 전장으로 나가는 척하면서 조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나름의 술책이었습니다. 의심이 많은 조조는 결국 유비의 청을 윤허합니다. 유비는 계획했던 대로 전장으로 떠나는 도중에 탈출에 성공합니다. 이후 유비는 조조와 반목하며 삼국의 형세를 이루죠.

여기에서 역사학자들의 해석이 분분합니다. 이런 분분함이 삼국지를 읽는 맛이지만 사실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면도 있습니다. ‘조조가 전쟁 치르는 데 바빠서 실수로 유비를 놓아줬다’, 또는 ‘아니다. 조조처럼 영악한 사람이 유비가 달아날 줄 뻔히 알면서 출병 명령을 내렸을 리 없다’, ‘조조가 유비를 죽이지 못한 것은 아직 세력이 미약한 그를 죽일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은 ‘아니다. 조조는 일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범한 자라서 영웅의 면모를 보이는 유비가 자신과 어깨를 견줄 만한 세력을 키울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등이 그렇습니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샜는데요, 오늘의 주인공은 유비가 아니라 원소입니다. 조조가 서주란 곳에 주둔하고 있던 유비를 공격하러 총출동하자 허도라는 지역이 텅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간파한 원소의 참모인 전풍(田豊)이 이렇게 건의했습니다.

“이것은 하늘이 내린 기회입니다. 조조가 유비를 잡기 위해 동쪽으로 대군을 이끌고 갔으니 허도를 공격하면 황제(당시 한나라 황제였던 현제)를 지키고 민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부디 현명한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전풍의 간언을 듣고 원소는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내 막내아들이 옴을 앓고 있어서 마음이 어지러운데, 허도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 있겠나?” 

이렇게 말하며 결정을 어물쩍거렸습니다. 허도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할 절호의 기회를 집안 사정을 핑계로 날려버렸던 겁니다. 전풍은 “대업은 이제 틀렸다!” 라며 크게 한탄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 일이 조조의 세력을 막강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원소는 2년 후에 조조와 전투('관도대전'이라 함)를 벌이는 와중에 병으로 죽고 맙니다. 

원소가 진정한 영웅이었다면 집안 일은 잠시 잊고 허도를 공격하는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재빨리 판단하는 결단력을 보였을 겁니다. 만일 그랬다면 조조 대신 원소가 천하를 제패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결단력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누구나 납득할 논리적이고 실제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사물과 현상의 참/거짓 여부나 행동의 'Go/No Go' 여부를 가려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불확실한 상황에 처할수록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옳을 수도,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태도는 결단력과 거리가 멉니다. 문제를 전혀 해결할 의도가 없다는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문제가 '가만히 멈춰 있으리라' 기대하는 의사결정자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도 의사결정이라 믿는 모양이지만, 원소의 경우처럼 대부분 '실기(失機, 기회를 놓침)'하고 맙니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문제는 수학 문제처럼 문제지 위에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혹시 결단력을 가능한 한 빨리 의사결정을 내리라는 의미로 오해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단력은 어정쩡하게 가만히 있지 말고 충분한 고민해서 참/거짓(혹은 Go/No Go)을 반드시 가리라는 말이지, 직관이나 불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무조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라는 뜻은 아닙니다. 

원소의 결단력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까닭은 그가 허도 공격을 신속하게 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집안 사정을 핑계로 의사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흐지부지 했기 때문입니다. 간웅(奸雄)이라 폄하되는 조조는 결단력에 있어서는 원소보다 훨씬 출중한 사람이었죠(물론 그도 유비를 놓아 준 실책을 범했지만요).

결단력이 없으면 하늘이 내린 기회(진짜 로또!)를 날려 버릴지도 모릅니다. 결단력 있는 하루 되세요.


(*사례 출처 : '삼국지 강의',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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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감축, 하려면 제대로 하자   

2010. 10.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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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몸에 좋은 경영의 비타민'에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됐습니다.

- 제목 : 인력 감축, 하려면 제대로 하자
- 카테고리 : 인사전략

회사가 어려워지면 인력 감축을 많이들 생각하실 겁니다. 인력의 감축은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카드죠.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솔직한 대화를 통해서 천천히 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결코 서두르거나 무리수를 두지 않아야 하죠.

그런데, 인력 감축을 실행할 때 단기적인 관점으로 다운사이징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나중에 생각하지 못한 더 큰 문제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력 감축을 함부로 남용해서도 안 되지만, 하기로 했다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인력 감축을 실행할 때 일반적으로 범하는 실수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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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애플의 사정으로 Web에서 접속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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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0. 10.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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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럴 수가!" 

2010년에 9월에 읽은 책을 정리하다가 이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고작 4권 밖에 안 되기 때문이죠. 이번에 추석연휴가 길어서 책을 많이 사두고 읽을 요량이었는데, 왜 많이 읽지 못했는지 저 자신도 좀 이해가 안 되더군요. 추석 연휴 내내 팟캐스트를 개설하고 제작하는 데 시간을 많이 뺏긴 탓이라고 스스로를 용서해 봅니다.

(9월달에 강추하는 책)


10월달에는 피치를 내서 많은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제발~!

브랜드 버블
브랜드 버블 : 시장에서 평가하는 브랜드 가치가 허울 뿐이고 머지 않아 유명한 브랜드 중 많은 것들이 몰락하고 말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는 책입니다. 브랜드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이고, 그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독자에게 나눠 줍니다. 브랜드 담당자나 전략 담당자들에게 필독서입니다.

집중력의 탄생
집중력의 탄생 : 제목은 집중력 계발을 주제로 한 자기계발서 같지만 사실은 집중력이 사라지는 현상을 아프게 꼬집는 책입니다. '집중력의 소멸'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리죠. 아마도 책을 많이 팔려고 출판사에서 정반대의 제목을 붙인 모양입니다. 제목이 마음에 안들지만, 내용은 현대인들이 누구나 한번쯤 읽고 반성해야 할 주제로 이뤄져 있습니다. 집중력이 지나치게 분산되면 문화가 쇠퇴하고 암흑의 시대가 도달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들어보세요. 책이 좀 두껍지만(거의 500페이지),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스틱
스틱 : 왜 진작 읽지 않았나, 후회되는 책입니다. 저자의 후속작인 '스위치'를 먼저 읽고 재미있어서 골라든 책인데, 책의 가치는 스위치보다 더 컸습니다. 강의를 하거나 책을 쓸 때 스틱에서 나온 가이드를 많이 참조할 생각입니다. 남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적거나 이야기를 듣고도 행동에 옮기지 않을 때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메시지 전달 방식을 바꿔보기 바랍니다. 꼭 읽어 보세요.

제7의 감각 : 전략적 직관
제7의 감각 : 책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책 내용이 별로 기억에 남지 않은 것으로 봐서 그리 감흥을 주지는 못한 책인 듯 합니다. 바람을 잔뜩 잡기에 기대를 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알멩이는 쏙 빠진 채 변죽만 울린다랄까요? 중간 중간에 나온 특이한 사례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즐거운 독서 생활하세요~!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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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의 거짓말쟁이   

2010. 10.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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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아래의 그래프를 보기 바랍니다. 이 그래프는 어떤 지역(예컨대 경기도나 전라도)를 나타내고 4개의 붉은 네모는 '송전탑'의 위치를 가리킵니다. 그리고 파란 점들은 암환자가 발생한 위치를 나타냅니다. 파란 점 하나는 암환자 1명을 의미하죠.

암 발생 분포도


이 그래프를 보고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듭니까? 아마 여러분은 "송전탑이 설치된 지역일수록 암환자가 많이 발생한다"고 추측하게 됩니다. 그러다 생각이 발전하면 "송전탑이 암 발생을 야기한다"라는 결론에까지 이를지도 모릅니다. 송전탑에서 나오는 강한 전자파가 암 발생의 원인이라 단정짓게 되죠.

만일 여러분이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사회운동가이거나, 송전탑 주변에 사는 주민이라면, 그 결론이 상당히 신빙성 있다고 판단하여 송전탑을 세운 회사나 정부를 규탄할지도 모릅니다. "당장 송전탑을 이전하고 보상하라"고 말입니다. 정말 그렇게 해야 마땅하겠죠?

그러나 이 그래프는 엑셀의 Randbetween 함수를 사용하여 임의로 만든 허구입니다. 송전탑과 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저 무작위로 나온 그래프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어떻게 이 그래프를 만들었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그래프를 그리기 위해 다음을 가정했습니다.

가정 1 : 이 지역 전체 면적은 100 제곱미터다
가정 2 : 이 지역(이 그래프 전체)에 100명의 암환자가 발생한다
가정 3 : 30 제곱미터에 해당하는 인구밀집지역이 있다 

가정 4 : 인구밀집지역 내에 암환자의 50%(즉 50명)가 무작위로 분포한다
가정 5 : 나머지 50명의 암환자는 전 지역에 무작위로 분포한다
가정 6 : 총 4개의 송전탑은 임의로 설치된다

쉽게 말하면, 인구밀집지역엔 사람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암 발병률이 동일해도 '시골'보다 암환자가 더 많을 수밖에 없겠죠. 그 점을 위의 6가지 가정으로 풀어 쓴 겁니다.

위의 6가지 가정을 가지고 여러 가지 패턴의 그래프를 구할 수 있습니다. 사실 위에서 보여준 그래프는 그 중 하나입니다. 무수히 많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지만, 3개만 예를 들면 다음과 같죠. (크게 보려면 그래프를 클릭하세요.)

A

B

C

여기서 A를 보면, "송전탑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자파가 암 발생의 원인"이라는 명제를 입증하는 듯이 보입니다. 하지만 B를 보면 하나의 송전탑 주위(위에 위치한)에만 암환자가 많고 나머지 세 개의 송전탑 주위엔 암환자가 뜸하게 분포합니다. 게다가 C를 보면 송전탑 주위와 멀리 떨어진 곳에 암환자가 많이 분포되어 있어서 "송전탑이 곧 암 발생의 원인이다"란 명제와 관련성이 떨어집니다.

아래의 Excel 파일을 다운 받아서 여러분이 직접 여러 그래프를 얻어 보기 바랍니다. 송전탑과 암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래프와, 그렇지 않은 그래프를 여러 개 얻을 겁니다. 아마도 연관성이 있어 보이는 그래프를 더 많이 보게 될 겁니다.


"송전탑은 암 발생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쓴 건가?" 혹시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럴 의도도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언급하자면, 제가 말하고 싶은 바는 "실제로 그렇지 않은데도, 송전탑과 암 발생 사이에 연관이 있다고 오판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송전탑과 암과의 관계는 그저 예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우연에 의한 것임에도 거기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잘못 믿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제법 큽니다. 여러분이 직접 여러 그래프를 추출해 보면 알겠지만, 그저 Excel의 Randbetween 함수를 써서 그린 것들임에도 송전탑의 위치와 암환자의 분포가 꽤 자주 겹쳐져(즉 연관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기 바랍니다. 빨간 동그라미 지역의 송전탑 주위엔 암환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보다는, 아래에 위치한 파란 동그라미 지역의 송전탑 주위에 암환자가 대거 분포하는 모습만 눈에 더 잘 들어옵니다. 


만일 여러분이 파란 동그라미 지역에 거주한다면(혹은 송전탑을 혐오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게 느껴질 겁니다. "아, 동네 뒷산에 있는 송전탑 때문에 나는 필시 암에 걸리겠지"라며 분노하기 시작하면, 똑같은 송전탑인데도 암환자가 그리 많지 않은 빨간 동그라미 지역의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맙니다.

인간은 사물을 관찰할 때 본능적으로 패턴을 인식하려고 합니다. 어떤 글자가 명조체로 쓰였건 고딕체로 쓰였건 간에 우리가 동일한 글자로 인식하는 이유는 여타 동물들이 가지지 못한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 때문입니다. 인간의 생존력이 패턴 인식력에 기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하지만 이런 능력은 무작위적으로 발생한 현상을 마치 인과적으로 일어난 사건으로 여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위에서 장황하게 서술한 까닭은 바로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그저 특정 지역에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암 발생 건수가 많은 것인데도 송전탑이란 혐오시설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본능 때문에 상황을 오판하거나 오히려 악화시킬지 모릅니다. 애꿎은 송전탑 탓만 하다가 암 발생률을 낮추는 '진짜' 방법을 알아차리지 못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송전탑과 암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 짓자는 게 아닙니다. 우연의 산물을 인과관계로 오인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송전탑과 암'은 그저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한 예시일 뿐이죠(둘 간에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을 저는 배제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현상을 관찰할 때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엄격한 회의론자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철저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하는지, '송전탑'과 같은 혐오시설에 대한 '감정'에 자신의 판단이 휘둘리는지 매번 따져볼 일입니다. 판단의 오류는 데이터의 부족이나 시간의 촉박함 같은 외부적인 요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패턴을 인식하려는 내부적인 본능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내 머리 속의 거짓말쟁이'에게 속지 마십시오.


(* 첨부한 Excel 파일은 최대한 단순하게 시뮬레이션했다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랍니다. 더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겠지만 제 능력으론 미치지 못하네요. ^^)

인퓨처컨설팅 & 유정식의 포스트는 아이폰 App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이폰에 inFuture App(무료)을 설치해 보세요. (아래 그림 클릭!)    (트위터 : @in_futu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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