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에 대한 맹목 혹은 이중성   

2010. 12.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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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런 폭스(Myron L. Fox) 박사는 1973년에 '의료인 교육에 있어 수학적 게임이론의 활용('Mathematical Game Theory as Applied to Physician Education)'이란 제목의 강연을 3차례 진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이 강연을 병원 관리자,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교육자, 사회복지사 등 의료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했지요. 폭스 박사에게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직업상 모두 고학력자였습니다.

폭스 박사는 강의가 끝나고 나서 수강생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날 강의가 어땠는지 설문을 받았습니다. 거의 모든 참석자들이 폭스 박사의 강연이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수학적 게임이론이 일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폭스 박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놀랍게도 그는 고용된 배우였습니다. 그는 게임이론의 '게'자도 모르는 철저한 문외한이었죠. 강의의 모든 내용을 달달 외워서 말했을 뿐입니다. 적절하게 옷을 차려 입고 근엄하고 확신에 찬 발성으로 '박사'라는 권위를 표했습니다.

마이런 폭스 박사(?). 정말 권위자 같지 않습니까?


그가 강의 도중에 말한 대사를 면밀히 들어보면 서로 모순되는 것도 많고, 인용한 참고문헌도 엉터리고, 의미 없는 개념들을 멋대로 화려하게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음을 알아차렸겠지만, 참석자 중에서 그가 엉터리 박사라는 사실을 눈치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권위를 나타내는 말을 적절히 섞고 연출을 잘하면 사람들을 쉽게 속아 넘어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폭스 박사 효과(Dr. Fox effect)'라고 말합니다. 

1996년에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리학자 앨런 소칼(Alan Sokal)이란 사람은 과학과 합리성을 비판하는 논문을 '소셜 텍스트(Social Text)'라고 불리는 문화연구 학회지에 제출했습니다. 이 학회지는 과학을 비판하기로 유명한 잡지였습니다. 하지만 소칼의 논문은 과학에 대해서 엉뚱하게 비판하는 주장들, 그러니까 별 근거 없이 과학을 비판하는 내용들을 여기저기서 끌어모아 짜깁기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앨런 소칼



애석하게도 학회지의 편집자들은 소칼의 짖궂은 장난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소칼의 논문을 학회지에 싣습니다. 소칼이 이렇게 장난을 친 이유는 인문학자들이 과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비판만 가한다는 점을 꼬집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말이라도 그럴 듯하게 포장하면 '먹힌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입니다.

사람들은 권위에 약합니다. 침팬지들이 우두머리에게 복종하고 충성함으로써 생존의 안녕을 보장 받는 것처럼 인간의 DNA에도 그런 본능이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권위를 나타내는 행동이나 말투, 눈빛, 분위기, 남성성을 강하게 풍기는 냄새 등을 통해 후광효과를 연출하면 대개는(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꼼짝없이 권위에 굴종하고 맙니다. 뭔가 의심이 든다 해도 권위자가 보는 앞에서는 그의 심기를 건드릴 만한 언사를 하지 못하죠.

게다가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모르면서도 "아, 정말 훌륭한 내용이군요"라면서 맞장구를 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잘 아는 무리'로부터 방출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몇몇 모임에 가보면 일반인들을 위해 무언가를 설명해 준다고 하면서도 자기네들만이 아는 용어를 남발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마도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이 습관이 되었고, 또 그 용어를 써야만이 개념을 옳게 정의하는 것일지 모릅니다. 

흥미롭게도 아무도 그 용어가 무슨 뜻인지 설명을 요구하는 발언은 하지 않습니다. 청중의 자격으로 그 자리에 있던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의 이러한 '이중적인' 행동으로 인해 '배우' 폭스 박사는 강연 내용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소칼의 엉터리 논문이 자칭 권위지에 게재된 것이죠.

여러분은 전문가들이 상대방을 배려해서 좀더 쉽고 단순한 말로 자신의 주장을 표현해주길 원한 적이 있을 겁니다. 법률용어가 너무 어렵다, 쉽게 풀어서 말하면 될 것을 왜 에둘러 표현하냐, 고 말입니다.

하지만 "쉽고 간단한 말로 표현하면 전문가들은 유명해질 수 없고 일자리를 얻을 수도 없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전문가의 말을 존중하지도 않는다. 여기에 지식인들의 고민이 있다"라고 노엄 촘스키는 말합니다. 전문가들이 쉽게 말해주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쉽게 말하는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꼬집는 말입니다.

이러한 '이중성'이 껍데기 뿐인 권위자들이 판을 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평소에는 권위를 더해주고 조작하는 여러 장치에 대해 혐오감을 드러내면서(입으로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런 장치를 해제시킨 '진짜 순수한 권위자'들을 평가절하하거나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섰던 칼 세이건을 '방송인'일 뿐이라고 격하시켰던 것처럼 말입니다.

허세만 가득한 권위자들을 몰아내고 '순수한 권위자'에게 온당한 찬사를 보내는 사회, 전문가를 향해 당당하게 설명을 요구하는 사회, 그런 사회를 과연 만들 수 있을까요? 권위에 대한 맹목, 혹은 이중성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 도서 :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참고 논문 1 : The Doctor Fox Lecture )
(*참고 논문 2 : A Physicist Experiments with Cultural Studies )
(*참고 동영상 : http://ecclesiastes911.net/doctor_fox.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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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orces 분석의 기초   

2010. 12.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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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경영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거치는 전형적인 과정 중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는 단계가 외부환경 분석입니다. 외부환경 분석은 다시 거시환경 분석과 산업환경 분석이란 단계로 나뉘죠.

외부환경 분석
- 거시환경 분석
- 산업환경 분석

거시환경 분석이란, 정치(Politics), 경제(Economics),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이라는 4개의 범주로 나누어 분석합니다. 그래서 앞글자만 따서 PEST분석이라고도 말하죠. 어떤 사람은 STEP 분석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환경(Ecology)이라는 5번째 범주를 추가해서 STEEP분석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거시환경 분석은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다루기로 하고, 오늘은 산업환경 분석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산업환경 분석을 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프레임웤(Framework)은 3C입니다. 3C는 말 그대로 세 개의 C를 의미하는데, 고객(Customer), 경쟁사(Competitor), 자사(Company)를 일컫습니다. 세 개의 player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며 분석하자는 것이 '3C 분석'이죠.

하지만 3C 분석은 시장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프레임웤이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활동하는 player를 너무 단순화시켰기에 고객, 경쟁사, 자사가 아닌 제4의 player의 활동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보다 더 큰 단점은 자사(company)라는 범주는 외부환경이 아니라 내부환경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세밀하게 산업환경을 조망하는 프레임웤이 필요한데, 가장 애용되는 것이 바로 '5 Forces 분석'입니다. 5 Forces 분석은 '경쟁론'의 저자이자 경영전략의 터줏대감이라고 부를 만한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프레임웤입니다. 그는 시장에서 서로 힘을 겨루고 경쟁하는 5개의 '힘'으로 산업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다섯 개의 힘이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경쟁자의 위협
- 신규(잠재) 진입자의 위협
- 고객(구매자)의 교섭력
- 공급자의 교섭력
- 대체재의 위협

이 5개 player의 힘을 분석해서 힘의 균형점이 어디로 쏠려 있는지 관찰하고 또 균형점이 향후에 어떻게 변화할지 예상하면, 앞으로 우리 회사에 영향을 미칠 기회와 위협이 무엇인지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5 Forces 분석의 기본 로직입니다.

각 힘(force)의 세부적인 분석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존 경쟁자의 위협
- 경쟁자 수, M&A 양상
- 혁신의 정도
- 퇴출 장벽
- 산업의 수익성
- 고정비용 비율 등

신규(잠재) 진입자의 위협
- 규모의 경제 및 자본 소요량
- 제품의 차별화 능력, 절대비용의 우위
- 유통채널의 복잡도
- 정부의 법적 규제
- 기존 업체의 보복 가능성 등

고객(구매자)의 교섭력
- 구매자 집중도
- 구매자의 가격민감도
- 구매자의 정보수집력
- 전환비용
- 구매자의 후방통합 능력 등

공급자의 교섭력
- 공급자 집중도
- 전방통합 위협의 정도
- 전환비용
- 대체재료의 존재 여부 등

대체재의 위협
- 대체재의 가격
- 대체재에 대한 구매자의 편향성
- 전환비용 등

 적어 놓고 보니 조금 딱딱한 면이 없지 않군요. 반드시 위의 세부 분석 요소를 준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5개 player의 힘(강점과 약점 모두)을 나타낼 만한 요소를 찾아내어 분석하면 됩니다.

단점 없는 방법론은 없듯이, 5 Forces 분석도 단점이 존재합니다. 가장 많이 제기되는 비판은 시장을 지나치게 경쟁의 관점으로만 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단점은 지난 번에 SWOT 분석에 대한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시점에서의 경쟁 양상을 분석하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의 양상이 바뀔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엔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 단점은 '과연 시장에 이 5개의 힘 밖에는 없냐'는 것입니다. 물론 이 5개의 힘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big force이지만, 산업의 특성에 따라서는 5개의 힘 중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있거나 제6의 힘을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5 Forces 분석의 틀을 융통성 없게 고수하기보다는 변형을 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여러분의 회사가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한다면, 보완재인 설탕 시장의 움직임이 중요할지 모릅니다. 사탕수수를 주로 재배하는 국가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설탕 가격이 급등하여 커피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완재의 가격 추이, 보완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구매 변화 등을 면밀히 주시하기 위해 ‘보완재 효과’를 제6의 Forces로 채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식품 제조사라면,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등 유통회사의 교섭력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유통회사가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를 붙인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거나, 납품 가격을 지속적으로 인하하라고 압박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는 ‘유통자의 교섭력’을 하나의 Force로 설정해야겠죠. 넓은 의미로 볼 때 유통회사는 구매자에 속하고 자체 브랜드를 단 상품을 판매할 경우에는 경쟁자에 해당하지만, 일반소비자(end user)나 기존 경쟁사와는 성격이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유통자의 위협 혹은 교섭력’을 별도의 Forces로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타, 다음과 같은 경우에 기존의 5 Forces 분석 프레임웤에 새 Force를 추가하거나 삭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 중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파트너 회사가 협상의 우위에 서 있을 때  ‘기술 공급자의 위협’ 추가
- B2B 기업의 경우, 최종소비자(end user)의 변화가 더 중요할 때  ‘최종소비자의 교섭력’ 추가
- 독점이라서 경쟁사가 없거나, 있어도 영향력이 매우 작을 때(예 : 전력회사) ‘기존 경쟁자의 위협’ 삭제
- 국영기업(공사)이거나 이제 막 민영화가 된 기업의 경우, 정부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때 ‘정부의 교섭력’ 추가

 5 Forces 분석은 단점이 있지만 아직까지 이보다 더 좋은 산업환경 분석 프레임웤은 없습니다. 전략이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한 방책이고, 전략이 성공하려면 경쟁의 양상을 꿰뚫어봐야 하기 때문에 그 경쟁의 view를 제공하는 5 Forces 분석은 전략 입안자들의 필수 도구이자 기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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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항상 틀린다   

2010. 1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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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측의 한계에 대하여 말씀 드릴까 합니다. 예측은 미래를 대비하는 데 사용되는 기법들 중에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입니다. 예측은 별도의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인간의 삶에 깊게 뿌리를 내린, 제 2의 본성이라고 말할 수 있죠.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매일 예측을 할 겁니다. 도로에 교통체증이 발생할지, 어제 산 주식이 오를지, 나의 제안을 상대방이 수용할지 등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예측을 자동적으로 수행....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YouTube(유튜브)에서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MVBjo63WsSM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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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부수자   

2010. 12.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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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는 테세우스라는 영웅이 등장합니다. 테세우스가 아버지를 찾아 아테네로 가는 도중에 모두 여섯 명의 괴한을 만납니다. 쇠몽둥이로 사람을 때려 죽이는 자, 소나무를 써서 사람을 죽이는 자, 멧돼지를 이용해 나그네를 죽이는 자, 나그네를 벼랑 아래로 던져서 바다거북에게 잡아먹히게 하는 자, 목 졸라 죽이는 자들이죠. 

테세우스는 차례차례 이들을 모두 무찌르고 여섯번째 괴한과 맞섭니다. 그가 바로 프로크루스테스입니다. 그는 철로 만든 두 개의 침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길이가 길고, 다른 하나는 짧은 침대였지요. 

테세우스와 프로크루스테스


프로크루스테스는 키가 큰 나그네가 지나가면 길이가 짧은 침대에 눕힌 다음에 침대보다 긴 부분을 잘라서 죽였고, 키가 작은 나그네에겐 길이가 긴 침대에 눕게 하고 침대 길이로 몸을 잡아 늘이는 방법으로 죽였습니다.

테세우스 역시 프로크루스테스를 만나 침대에 눕게 되는데, 갑자기 칼을 빼어들고 덤비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칼을 걷어 차고 위기를 모면합니다. 그런 다음 프로크루스테스를 침대에 눕히고 침대 길이보다 긴 부분을 잘라서 그를 처치해 버렸습니다.

여기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이 유래됐습니다. 이 말은 자신이 세운 기준을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억지로 맞추려는 고집과 편견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기준에 못 미치면 어떻게든 잡아늘리려 하고, 자신의 기준보다 넘어서면 억지로 끌어내리려는 옹고집을 꼬집는 말이죠. 아마 여러분의 주위에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사례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기준'은 보편적인 합의가 전제될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기준은 일종의 폭력이죠. 제가 컨설팅을 주업으로 하고 있지만, 컨설팅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해당하지는 않나 자문해 봅니다. 

찾아내고자 마음만 먹으면 문제점이 없는 조직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겁니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도 마찬가지죠. 컨설턴트는 자신들이 정한 기준(그 기원이 때로는 모호한)에 미치지 못하면 미달했다고 문제, 기준을 넘어서면 초과했다고 문제라고 말하는 사람일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야 수수료를 받을 명분이 생기는 걸까요?

오늘은 각자 자신의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꺼내어 부숴 버리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힘찬 월요일 되세요.


(*오늘 글이 좀 짧습니다. 몸이 좋지 않은 까닭입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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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이 보수적인 진짜 이유   

2010. 12.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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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외부집단에 대해 배타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외부인이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 들어오면 공격을 하거나 텃세를 부리거나 해서 외부인을 못살게 굴곤 하죠.

그런데 이렇게 외부인에 대한 배타성이 바로 '감염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의술이 발달하지 않은 옛 시절에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 했던 것은 세균, 기생충 등 전염에 의한 질병이었습니다. 인간의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몸에 침입한 병원균이 질병을 일으키죠.


면역체계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흔히 존재하는 기생충(넓은 의미로 병원균을 포함함)을 처치하도록 학습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면역체계가 '지역성'을 띤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런 지역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서 온 병원균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기생충이라도 지역이 다르면 그 지역에 거주하는 숙주(즉 인간)를 감염시키기 위해 조금씩 다르게 진화되기 때문입니다(기생충의 진화 속도는 매우 빠릅니다). 

외부인은 외부의 기생충을 함께 달고 올 가능성이 매우 커서 자신이 사는 지역에 적합하게 구축된 면역체계를 와해시킬지 모릅니다. 그래서 감염이 위험이 커지죠. 이것이 바로 외부인에게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근거이고, 이러한 무의식적인 생물학적 행동이 외부인을 적대시하는 문화로 굳어졌다고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더 발견시켜서 코리 핀처(C. Fincher)와 랜디 손힐(Randy Thornhill)은 "기생충의 총량이 큰 지역의 사람들은 외부인에 대해 적대적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기생충이 많은 지역일수록 외부인에 배타적이고 덜 개방적이라는 말이죠.

그들은 98개 지역의 기생충 총량을 구한 다음에 사람들의 성격 요인과 대비시켜 봤습니다. 그 결과, 기생충 총량과 개방성의 상관관계가 -0.6이 나왔고 기생충 총량과 외향성의 상관관계도 비슷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생충 총량이 높을수록 사람들이 덜 개방적(더 배타적)이고 덜 외향적(더 내향적)이라는 의미죠. 연평균 기온, 수명, 1인당 국내총생산 등의 변수를 제어해도 이러한 상관관계는 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98개 지역 모두 '집단주의'를 나타내는 지표들은 기생충 총량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기생충이 많을수록 사람들의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작다는 말이 되겠죠. 역시 수명, 인구밀도, 1인당 국내총생산, 지니계수를 제어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위의 연구는 집단의 차이를 이야기하는데, 진화심리학자들은 개인들의 차이에까지 동일한 주장을 폅니다. 어떤 사람이 개방적이냐 배타적이냐는 그 사람이 전염에 대한 무의식적인 인식이 어떻냐에 달려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갖는 사람들은 보수적이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무의식적인 지각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댄 페슬러, 데이비드 나바렛 등이 이런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연구 결과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대담한 가설이지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어떤 조직이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이 강하다면 그것은 그만큼 외부의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내는 문화적 '혐오'은 아닐까요? 

인간의 면역체계로 비유되는 '내부의 조직역량'이 취약하거나 불합리적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외부의 것이 유입되면 기존의 질서가 무너져 내릴 것이라는 잠재적인 불안 심리 때문은 아닐까요? "우리 회사는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다"라는 말을 뒤집어 보면 "우리 회사는 외부의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꼴일지 모릅니다. 개방성이 낮으면(외부에 배타적이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끼리끼리 뭉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방어 시스템이 약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조직문화를 혁파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우선 과제는 소위 '이벤트'에 의한 바람몰이가 아닙니다. 비전 선포식, 해병대 입소훈련, OO경진대회 등의 조직문화 활성화 대책은 일시적인 대증요법에 불과합니다. 

조직을 개방적이고 혁신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의 면역체계, 즉 내부역량과 프로세스를 다지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어떤 외부적인 충격에도 끄떡없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튼튼한 방어 시스템을 갖춰야 외부의 좋은 것들을 수용하여 내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이 보수적인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 아닙니다. 보수주의는 공포나 혐오의 다른 말일지 모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참고도서 : '스펜트, Spent', 동녘 사이언스)
(*참고논문) What is the relevance of attachment and life history to political val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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