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   

2011. 2.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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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월에 발사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후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위에 갈라진 오링(O-ring) 때문이었지만, 그 결함을 알고도 지나칠 수밖에 없는 시스템적인 오류가 사고 발생의 근본원인이라는 다이앤 본(Diane Vaughan)의 주장을 예전 글에서 소개한 바가 있습니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의 진상규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또한 사고 발생의 원인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의사소통의 단절'이 결국 사고를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왜 이렇게 주장한 걸까요?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로스 앨러모스에서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오펜하이머라는 걸출한 물리학자가 개발의 총괄 책임자였고 파인만은 그 중 하나의 모듈 담당자였죠. 적이었던 독일보다 먼저 원자폭탄 개발을 완료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 때문에 오펜하이머를 중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극도의 긴장감 속에 일치단결해야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든 그렇지 않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원자폭탄 선(先) 개발이라는 공통의 목표 하에서 모든 구성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문제해결에 전력을 다했죠. 부분의 문제는 전체의 문제였으니 말입니다.

파인만은 나사(NASA) 역시 우주선을 달로 쏘아 보내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협력 분위기가 조정됐으리라고 추론했습니다. 소련이 1957년에 스푸트니크 호을 발사하면서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습니다. "60년대가 끝나기 전까지 인간을 달에 올려 놓겠다"는 존 F. 케네디의 유명한 연설이 두 국가의 치열했던 경쟁을 대변합니다. 알다시피 결국 미국이 먼저 아폴로 11호의 승무원을 달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무사히 귀환시킴으로써 경쟁의 승리자가 되죠.

파인만은 챌린저 호가 폭발하게 된 문제의 씨앗이 달 착륙 이후에 잉태됐다고 말합니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나사는 어느새 휴스턴, 헌츠빌, 플로리다 등의 기지에 수많은 인력이 근무하는 거대한 조직이 됐죠. 하지만 달 착륙이라는 지상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소련과의 경쟁이 무의미해지자 거대조직을 이끌고 갈 명분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새로운 우주개발계획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을 만큼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겠죠.

만약에 여러분이 나사를 이끄는 고위 관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습니까? 비대한 조직을 슬림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 직원들을 정리해고하고 이곳저곳 흩어진 기지들을 통폐합하겠습니까? 제3자라면 모를까, 자신이 이해관계자라면 자기 살을 깎아내는 행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그들은 의회로부터 좀더 많은 예산을 책정 받기 위한 로비에 집중해야만 했습니다. 나사라는 조직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알려야 했습니다. 기술력보다는 정치력이 나사의 존속에 요구되는 필수역량이 되어 버렸죠. 파인만은 이러한 예산 책정을 둘러싼 로비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과장된 홍보가 남발됐으리라 짐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우주왕복선 한 대로 몇 번이고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이 적게 들고....결국 우리는 달 착륙에 성공했듯이 우주왕복선 개발도 이룰 수 있다"는 식으로 나사의 고위관리자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의 성공 가능성을 부풀렸으리라고 파인만은 생각했죠. 그래야 돈줄을 쥐고 있는 의회가 거대조직인 나사를 계속 유지할 명분을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입장을 바꿔서 여러분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거나 좀더 검증이 필요한 기술을 곧바로 구현하라고 지시 내리는 고위관리자들을 바라보는 기술자라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당연히 책임감 있는 엔지니어로서 "안 된다"란 거부 의사를 밝힐 겁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정치적인 힘에 눌려 묵살되고 프로젝트는 강행되고 맙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에 발생되는 여러 결함을 보고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긍정적인 이야기만 듣고 싶어하는) 윗사람들에게 기각되어 버립니다.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회가 알게 되면 힘들게 얻어 온 예산이 철회될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문제가 제시되는 족족 묵살 당하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처음엔 윗사람의 생각을 바꿔 보려고 대화를 해보지만 계속해서 무시를 당하게 되면 될대로 돼라는 심정이겠죠. 그래서 입을 닫고 윗사람의 지시를 수동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의사소통이 양방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위에서 아래로만 쏟아지는 최악의 의사소통 구조가 굳어지고 맙니다.

바로 이것이 챌린저 호가 폭발한 이유입니다. 추운 날씨에는 오링(O-ring)이 갈라져 버리는 결함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누출을 막아주지 못할 거란 경고가 챌린저 호 발사 전에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적 의견을 듣기 싫어하는 관성이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말았죠.

파인만은 "아랫사람들이 실무적인 내용을 가지고 윗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 하지만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점점 대화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완전히 없어진다. 그러면 윗사람들은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게 된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그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입니다. 간단히 말해, '업적 경쟁' 때문에 의사소통이 마비된다는 이론이죠.

여러분의 회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고객에게 주주에게 경영자에게 자기부서나 자기사업부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기 위해서 역량이 부족해 수행하기 어렵거나 그다지 긴급하지 않는 과제들을 전시용(혹은 과시용)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없습니까? 몇몇 회사에서 서로 업무분장이 겹치는 부서들이 업적을 돋보이려고 불필요하게 경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심한 조직일수록 연초가 되면 전시용 과제들이 사업계획서에 넘쳐나는 모습을 봅니다.

파인만의 의사소통 단절 이론에 의하면 그런 조직들은 상하간의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일을 위한 일이 얼마나 많은가가 의사소통의 질과 양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는 아닐까요? 의사소통은 참 미묘하고 섬약합니다. 이렇듯 과도한 업적 경쟁에 의해서도 쉽게 영향을 받으니 말입니다. 상하간에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문제는 자주 회의를 한다고 해서, 간담회 같은 이벤트를 벌인다고 해서 해결되지 못합니다. 관리자들의 과도한 경쟁과 불필요한 공명심이 발호하는 한 의사소통 단절 문제의 해결은 요원합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어떻습니까?

(* 참고도서 : "남이야 뭐라 하건!", 리처드 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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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만으로는 아무 소용 없다   

2011. 2.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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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리자의 코칭 스킬이 강조되면서 피드백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공감대가 이루어졌습니다. 등급이나 점수로 된 평가 결과를 그저 통보하기보다는 평가자(관리자)와 피평가자(부하직원)이 서로 만나서 잘하고 못한 점을 이야기하는 면담 과정을 정례화한 회사들도 많아졌지요. 피드백을 통해 직원들의 실질적인 역량 향상을 꾀하고 나아가 회사 전체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도 피드백의 효과에 대해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물론 피드백이 잘 이뤄진다는 가정이 있어야 겠죠.

하지만 피드백은 생각만큼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과 향상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관리자가 행하는 피드백이 '결과 피드백'일 경우가 그렇습니다. 결과 피드백이란 말 그대로 직원이 낸 결과가 잘됐는지를 일러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1년 동안 OO과제를 잘 수행했다" 혹은 "다른 사람보다 부진했다"와 같은 피드백이 바로 결과 피드백이죠.



이런 식의 결과 피드백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할지 모르지만(하지만 '넌 못한다'란 부정적인 피드백엔 오히려 동기가 꺾이겠죠), 직원들로 하여금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힌트를 주지 못합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당연한 소리 밖에는 안되죠. 그렇다고 모든 피드백이 소용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사려 깊은 관리자라면 직원들에게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대해서 피드백해줘야 합니다. 성과를 달성하는 데 어떤 점이 부족했고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짚어주는 '과정 피드백'이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죠.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남들에게(특히 고객)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 매번 미역국을 먹는 직원이 있다면 '잘 좀 해라'는 피드백보다는 그에게 기획서를 작성하는 법을 코치하는 게 효과적인 피드백입니다.

"그러면 결과 피드백이 아니라 과정 피드백에 힘을 써야 한다는 소리군요?" 라고 여러분은 생각할 겁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과정 피드백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직원들의 역량이나 성과가 향상되지는 못합니다. 오히려 직원들의 학습에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슈미트와 울프는 운동선수들에게 훈련을 시킬 때 과정에 중심을 둔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면 학습곡선이 향상되지만, 훈련이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운동 스킬에 관한 연구였지만 직원들의 스킬 향상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걸까요? 일일이 상세하게 피드백해 주는 행위가 상대방을 수동적인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피드백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그에게 너무 의존한 나머지 혼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거죠. 특히 가르치고자 하는 지식이 많은 경험과 통찰력이 요구되는 암묵지(tacit knowledge)일 때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세하고 친절한 '과정 피드백'이 직원들의 역량을 향상시킬 거란 기대는 순진한 생각입니다. "피드백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개념이 확고한 관리자라면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해주고는 그것으로 관리자의 역할을 다했다는 안도감에 젖을지 모릅니다. 직원들이 피드백해 준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그것을 이행하는지를 살펴보는 일이 더 중요한데도 말입니다.

피드백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피드백 자체보다는 피드백의 내용을 직원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킬까를 연구하는 것이 관리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그래야 직원들이 피드백으로부터 배울 수 있겠죠. 특히 피드백하는 내용이 암묵지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직원들에게 피드백의 내용을 잘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직원들에게 최대한 상세하게 설명하면 될까요? 앞에서 말했듯이 이런 과도한 친절은 직원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적절치 않습니다. 관리자들은 직원들 스스로 무엇이 잘못 됐는지를 깨닫도록 '넛지(nudge)'하는 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리해 보면, 현명한 관리자라면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여 직원들을 넛지하는 피드백을 해야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승들의 이야기처럼 말입니다. 그들은 앞에서 이끄는 주도자가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다가 적절할 때 잠깐씩 개입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철저하게 견지합니다. '굿 윌 헌팅'에 나오는 숀 맥과이어 박사처럼 말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죠. 갈등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우리 문화에서는 결과 피드백만 이루어져도 다행일지 모릅니다. 게다가 직원들이 하는 일이 다 다르고 그들의 성향도 제각각이라 상황에 맞게 넛지하는 방법을 다르게 구사해야 한다는 점도 효과적인 피드백을 어렵게 만들죠. 효과적으로 피드백하는 방법 또한 암묵지라서 여러분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고 가다듬어 가야 한다는 말 밖에는 조언할 도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피드백의 요체는 피드백의 내용 자체가 아니라 피드백할 내용을 직원들에게 이해시키는 방법에서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요원한 일만은 아닙니다. 피드백하기 전에 직원 입장에서 피드백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역지사지'해보는 몇 분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직원들을 도울 실질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질 겁니다. 게리 클라인이 말했듯 "학습관계도 하나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결과 피드백보다는 과정 피드백에, 피드백 내용보다는 피드백을 이해시키는 방법에, 주도자 역할보다는 조력자 역할에 포지션하는 관리자야말로 중용의 도를 제대로 실천하는 사람일 겁니다.

(*참고자료 : '이기는 결정의 제1원칙'의 11장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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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5 대 1 원칙'   

2011. 2.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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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칭찬의 효과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란 말이 있을 만큼 동기부여에 칭찬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는 말에 대부분 동의할 겁니다. 맞습니다. 조직심리학자인 마시알 로사다와 로스 페로는 일렉트로닉 데이터 시스템이란 회사를 대상으로 10년 간 연구하는 과정에서칭찬이 조직의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회의실의 한 면에 한쪽에서만 들여다 볼 수 있는 특수한 거울을 설치했습니다. 거울 뒤에 앉아 회의실에 들어온 여러 팀들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서였죠. 그들은 일일이 회의 광경을 비디오로 찍은 다음, 사람들이 긍정적인 언급(칭찬)과 부정적인 언급(비난, 비판 등)을 각각 몇 번씩 했는지 헤아려봤습니다. 예를 들어 "아주 좋은 생각이야"는 긍정적인 언급으로, "정말 뭘 모르고 하는 소리야"는 부정적인 언급으로 카운트했죠. 그리고 회의를 진행한 팀들을 성취도를 평가하여 상중하로 분류했습니다.



그랬더니 높은 성과를 거둔 상위 15개팀은 긍정적인 언급과 부정적인 언급의 비율이 대략 5 : 1이었습니다(정확히는 5.6 : 1이지만 기억하기 쉽게 5 : 1이라고 하겠습니다). 반면 성과가 저조한 하위 19개팀은 이 비율이 1 : 3으로 나타났습니다. 팀이 서로를 칭찬하는 분위기일수록 높은 성과를 나타낸다는 사실과, 비판을 앞세우는 조직일수록 성과가 낮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입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여겨지겠죠? 하지만 마시알 로시다와 로스 페로가 주목한 부분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섯 번의 긍정적인 언급 사이에 한 번의 부정적인 언급이 왜 끼어 있는가가 그들의 관심사였습니다. 그들은 칭찬과 비판의 비율이 5 : 1을 훨씬 넘으면(예컨대 10 : 1의 비율로 하면) 오히려 팀이 무기력해지고 성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칭찬이 과도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입니다.

정보통신업체의 P부장은 평소 칭찬을 잘 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칭찬을 지나치게 남발하는 것이 그의 문제였죠. 누구나 봐도 일을 못하는 직원도 그에게서 칭찬을 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었죠.그에게서 칭찬을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칭찬하는 걸까?’ 의심을 하고 급기야 입에 발린 소리를 그만하라며 그를 비난하기까지에 이르렀으니 말입니다. 이처럼 칭찬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될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합니다.

‘평범한 일은 칭찬은 물론 용납해서도 안 된다’라고 피터 드러커는 말했습니다.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무관심이죠. 잘한 점은 북돋아주고 잘못한 점이 있다면 따끔하게 질책하는 것이 진정한 칭찬입니다. 다섯 번 칭찬하되 한 번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따끔하고 진정 어린 충고가 개인과 조직의 성과 향상에 꼭 필요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5 : 1의 비율은 유인원 집단에서도 나타납니다. 유인원들을 관찰해 보면 서로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행동(털 고르기, 먹이 나누기, 공동 양육 등)과 상대방을 할퀴고 때리는 등의 공격적인 행동이 거의 5 : 1의 비율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조직의 궁극적인 화합을 위해서는 친목 뿐만 아니라 적절한 갈등도 필요함을 우리에게 시사합니다.

칭찬은 좋은 것입니다. 하지만 칭찬이 능사는 아닙니다. 다섯 번 칭찬할 때 한 번은 비판하는 건강한 긴장감이 조직을 일할 맛 나게 만듭니다. 칭찬의 '5 대 1 원칙'을 꼭 기억하세요.

(*참고도서 : '양복 입은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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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영은 왜 실패했나?   

2011. 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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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암묵지(tacit knowledge)와 형식지(explicit knowledge)로 나뉘죠. 암묵지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개인의 머리 속에 내재되어 밖으로 표출되지 않는 형태의 지식을 말하고, 형식지는 문서, 영상, 말의 형태로 외부로 드러난 지식을 말하죠. 지식경영의 대가인 노나카 이쿠지로와 같은 사람들이 지식이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하죠.

노나카는 다음과 같은 4단계의 변환을 거치면서 지식이 창조되고 공유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 암묵지가 다른 암묵지로 변환
(2) 암묵지가 형식지로 변환
(3) 형식지가 다른 형식지로 변환
(4) 형식지가 암묵지로 변환

4단계 과정이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지식의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는 의미로 '나선형 프로세스'라고 불립니다. 언뜻 보면, 정말 그렇겠구나, 란 생각이 드는 명료한 개념입니다.



이 4단계 과정 중에 무엇이 가장 크리티컬할까요? 바로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두 번째 단계입니다. 사람들(특히 숙련된 전문가들)의 머리 속에만 자리잡고 있는 지식을 겉으로 끄집어내야 그것을 다른 사람들(암묵지가 부족한 사람들)이 빠르게 공유하고 활용해서 새로운 암묵지를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암묵지를 형식지로 옮기는 일은 지극히 어려운 과정입니다. 암묵지는 말 그대로 그것을 보유한 사람조차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는 지식이고 무의식적으로 쓰이는 지식이기 때문에 말이나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핵심의 대부분은 휘발되고 맙니다. 더군다나 무엇이 날아가 버렸는지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언어란 그릇은 암묵지를 담기엔 적당하지 않은 그릇이죠.

여러분이 안 보고도 능숙하게  수행하는 일을 하나만 떠올리고 그것을 글로 옮려고 하면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단순작업이라면 어렵진 않겠지만, 복잡한 일을 할 때 적용하는 자신만의 암묵지를 기술하라고 하면 '적을 게 없네' 혹은 '(적어 놓은 것을 보고) 아, 이건 내가 아는 것과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그래서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과정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하겠죠. 그렇지 않으면 지식의 창조는 물건너간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컨설턴트의 경력을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으로 시작했습니다(초기에 잠깐 ERP를 하기도 했지만).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창 지식경영이 붐을 이뤘던 때였죠. 하지만 요즘엔 지식경영을 말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지식경영에 대해 컨설팅을 해달라는 기업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ERP나 CRM 등은 한창 때보다는 못하지만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데,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으로 지원했던 KM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왜 지식경영은 실패한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패착은 노나카가 제시한 나선형 프로세스 중 두 번째 단계(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를 안이한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 데에 있습니다. 바로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과정을 시스템과 제도에게 전가해버린 '시스템 만능주의' 사고방식 때문이었죠.

지식경영을 구현하는 과정은 대개 이런 식이었습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분류하여 지식 맵(Knowledge Map)으로 설계한 후에 각 카테고리별로 DB를 하나씩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여기에 올릴 공간을 만들었으니 '당신이 가진 암묵지를 등록하라'고 합니다. 사람들의 지식 등록을 유도하려고 '지식 마일리지'를 쌓게 하여 일정 수준이 되면 현금이나 상품으로 보상하는 방법도 씁니다. 그리고 각 지식이 얼마나 활용가치가 있는지 '별 다섯 개' 방식으로 평가해서 해당 카테고리에서 누가 '지식전문가'인지 선발하기도 하죠.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유치하기 그지 없습니다. 시스템만 덜렁 만들어 두고 사람들이 알아서 암묵지를 밖으로 꺼내어 놓기를 기다리는 '천수답' 방식이었으니 말입니다. 누구 하나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뛰어 들지 않았죠. 시스템을 만들어 두면 직원들이 알아서 하리라는 편의적인 사고가 지식경영의 본래 목적을 호도했습니다. 시스템은 지식경영의 도구일 뿐인데 시스템의 기능을 고도화하는 쪽으로 지식경영의 목적이 경도되어 버렸습니다. '고객 담당자 입장에서 뭔가 눈에 보이는 멋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돈을 쓴 면목이 섰겠죠. 그 당시에도 '이건 아닌데'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암묵지를 형식지로 변환하기가 녹록치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컸다는 점은 이해가 됩니다. 게다가 예산 문제로 3~4개월 만에 몇 명의 인력만을 가지고 완료해야 하니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들을 확보하기가 애당초 불가능했을 겁니다. 한 가지의 암묵지를 형식지화하려면 전문가(또는 숙련자)가 일을 할 때 옆에 붙어서 그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일일이 캐묻는 방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3~4개월의 시간은 너무 짧겠죠. 그렇게 하는 게 정석이지만 멋드러진 시스템이 남는 게 아니라서 또한 꺼려지기도 했을 겁니다.

혹시 여러분의 회사에 지식경영시스템(KMS)이 있습니까? 그 시스템은 얼마나 잘 운영되고 있습니까? 실무에 많은 도움을 줍니까? 물론 구축에 들인 비용 이상으로 잘 활용하는 기업이 몇몇 있겠죠. 하지만 제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 KMS는 여기저기에서 Copy & Paste로 끌어다 놓은 '쓰레기 지식'들로 가득하거나 몇 년째 아무런 지식이 등록되지 않는 휴면시스템입니다. 진짜 가치 있는 지식은 KMS에서 유통되지 않고 여전히 직원들의 머리 속에서 잠잘 뿐입니다.

지식경영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지식경영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식경영이 실패한 이유는 지식경영 철학 자체가 아니라 지식경영을 구현하는 데 적용한 지극히 안이한 방법 때문입니다. 시스템과 몇 가지 절차만 만들어 놓으면 다 이루어지리라 기대했을 때 지식경영의 실패는 이미 예견되었습니다. "지식경영해봤는데 지금은 깡통뿐이야"라고 지식경영을 백안시하는 풍조는 시스템 만능주의가 만들어 놓은 또 하나의 무덤입니다.

암묵지가 지식경영의 핵심이듯이, 진정한 혁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기본을 다지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도 해봤다"란 기록을 남기기 위한 혁신은 장식장에 추가될 또 하나의 트로피에 불과합니다. 시장에서 유행하는 '혁신의 상품'을 고르기 전에 과연 그 상품의 철학을 우리 회사에 구현할 수 있는지, 무엇이 그 혁신의 진짜 지향점인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시스템 만능주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식경영과 같은 좋은 경영철학을 내재화하는 경영의 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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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의 함정에 빠지지 마세요   

2011. 2.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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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약품, 가정용품 등을 포장하는 데 쓰는 필름을 제조하며 160여명의 직원으로 5천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글렌로이(Glenroy Inc.)라는 회사는 직원용 주차장에 회사의 인사 매뉴얼 전체를 55갤런 짜리 드럼통에 넣고 불에 태우는 행사를 벌였습니다. 그 회사의 수석 부사장인 마이크 딘(Mike Dean)은 "우리가 가진 것들은 우리 원했던 것들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직원 매뉴얼들은 점수를 기록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우리 회사는 OO에 대한 원칙이나 매뉴얼이 없다", "체계적인 방법이나 절차 없이 일하는 사람들 마음대로 임의로 수행한다." 이 이야기는 고객사 직원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중의 단골입니다. 대개 업무를 수행하다가 병목이 생기거나 실수가 발생해서 원하는 아웃풋을 얻지 못하는 일이 잦을 때 직원들은 이런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지요. 그리고는 소위 '선진 회사'들은 대단히 시스템적이고 상세한 매뉴얼이 갖춰져 있으리라 말하면서 자기네 회사의 경영시스템을 비하하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직원들에게서 이런 불만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들었다면 어떤 개선방안을 생각하겠습니까? 아마도 여러분은 업무 프로세스를 매뉴얼화해서 그것을 모든 직원들이 준수하게 한다는 해결방안을 수립하려 할 겁니다. 여기에 업무의 자동화를 도와줄 IT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계획도 추가하겠죠. 물론 현재의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IT시스템화하기보다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염두에 두고 개선된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도 잊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여러분은 '매뉴얼의 함정'을 조심해야 합니다. 매뉴얼 대로 따르면 실수를 덜 하게 되고 뭔가 체계 있게 착착 진행된다는 느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지나치게 매뉴얼을 강조하면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여기에 OO업무를 위한 표준 매뉴얼이 있다고 해보죠. 여러분은 업무를 수행할 때 그 매뉴얼을 얼마나 따르겠습니까? 아마도 대부분 준수하겠다고 답할 겁니다. 매뉴얼이 잘 구축된 회사라면 그것을 업무에 잘 활용한다고도 말하겠죠. 그러나 사람들은 실무에 별로 적용하지 않습니다. 매뉴얼 대로 업무를 수행한다는 사람들도 잘 들여다보면 매뉴얼에서 벗어나서 임의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매뉴얼에서는 비용 처리를 하려면 시스템에 입력하기 전에 '건(件) by 건'으로  부서장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함을 일러준다 해도, 일단 시스템에 등록한 다음에 부서장의 승인을 나중에 받는 식으로 매뉴얼을 변용합니다. 왜냐하면 매뉴얼을 어기는 게 효율적이라고 암묵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이죠. 아마 여러분 조직 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을 아주 많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매뉴얼을 강조하면 이러한 융통성을 저해하고 맙니다. 고지식하게 매뉴얼 대로 했다가는 업무가 느려지고 의사결정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또한 매뉴얼은 표준적인 상황에 맞게 설계된 터라 그것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상황(아주 위급하거나 복잡한 상황)에 처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의 직관과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습니다. 매뉴얼을 고집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무력해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혹시 여러분은 "매뉴얼이 있으면 시시콜콜 가르쳐주지 않아도 실수 없이 일을 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맞습니다. 적어도 초보자들은 매뉴얼만 보고 그대로 따라서 하면 별 무리 없이 일을 수행할 수 있죠. 하지만 매뉴얼을 강제하다 보면 숙련된 직원들의 개선의지를 꺾을지도 모릅니다. 매뉴얼은 평준화를 위한 도구이지 무언가를 향상시키는 도구는 아닙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싶어도 매뉴얼(혹은 시스템)이 그것을 차단한다면 직원들의 진정한 역량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매뉴얼을 강조하는 조치는 직원들이 모든 일에 수동적으로 반응(매뉴얼대로 해!)하는 문화를 심화시키고 맙니다.

아마 여러분의 회사 내엔 크고 작은 매뉴얼(지침, 규칙 등)이 있을 겁니다. 그것들을 얼마나 자주 갱신합니까? 매뉴얼은 보통 초기에는 표준적인 상황만 가정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에선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포괄적으로 매뉴얼을 보강해 가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습니다. 그러다보면 매뉴얼은 한없이 두꺼워지고 복잡해지기 마련입니다. 매뉴얼을 통해 업무를 단순화하자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죠. 게다가 매뉴얼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업데이트하는 시기를 한번 놓치면 매뉴얼은 그순간 퇴물이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도 매뉴얼 따위는 고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따르려 하지도 않아서 업무의 표준화는 물건너가고 맙니다.

헌데 왜 직원들은 "우리 회사는 OO에 대한 원칙이나 매뉴얼이 없다", "체계적인 방법이나 절차 없이 일하는 사람들 마음대로 임의로 수행한다"라는 불만을 가지는 걸까요? 그 이유는 뭔가 일이 잘못 되거나 사고 터졌을 때 '매뉴얼 부재'만큼 핑계대기 좋은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역량이 부족해서다", "업무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천재지변이 터졌을 때 TV나 신문에서 "제대로 된 대응 매뉴얼도 없었고 그것을 준수하는 사람도 없었다"라고 말하면서 '역시 인재(人災)다'라고 예외 없이 비난하는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사실 사고는 매뉴얼대로 했기 때문에 더 커졌을지도 모르는데도 말입니다.

이렇듯 병적으로 업무를 표준화하고 고정화하려는 '매뉴얼리즘(manualism)'은 득보다 실이 훨씬 많습니다. 창의성을 억제하고 수동적 문화를 심화시키고 업무의 질을 떨어뜨리는 위험 때문입니다. 매뉴얼이 필요하다면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을 세부적으로 규정화하기보다는 반드시 체크하고 준수할 사항들을 가지고 '느슨하게'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신입사원)를 훈련시킬 때는 매뉴얼을 던져줄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가상 시나리오' 하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조치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경제학자 프레드 허시(Fred Hirsch)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많을수록 거기에 나와있지 않은 상황에 대해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이 많을수록 신뢰에 바탕을 둔 행동이 줄어든다." 매뉴얼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매뉴얼을 통한 엄정한 표준화(혹은 형식화)로 가려는 욕구를 억제하고 느슨함을 느슨함 그대로 두고 무엇이 문제의 원인인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중용의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 참고도서 : '이기는 결정의 제 1원칙')
(* 참고도서 : Abolishing Performance Apprais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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