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올해의 책, Top 10   

2010. 12.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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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에 이어서 금년에도 제 나름대로 뽑은 '2010년 올해의 책, Top 10'을 선정해 봤습니다. 2009년 12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읽은 책 중(대략 80~90권)에서 뽑아 봤지요. 지난 번과 같이 지인들(저자나 출판인)의 책은 후보에서 제외했습니다.

자, 어떤 책이 선정됐는지 궁금하시죠? 바로 아래의 사진 속에 모두 모아봤습니다.


이 10권의 책은 제 기준에 의한 Top 10이기 때문에 여러분의 취향에 맞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이 점을 감안하고, 좋은 책을 읽는 데에 참고하기 바랍니다. 순위를 매겨 봤지만, 저에게는 모두 동일하게 '좋은 책'입니다.

논증의 탄생

1위 : 논증의 탄생

이 책은 조만간에 나올 저의 책을 쓰기 위해 참고도서로 읽었습니다. 보고 또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라서 쉽게 놓을 수 없는 책이죠. 글쓰기와 논증에 약하다고 생각이 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 보기 바랍니다. 아주 친절하게 쓰여져서 쉽게 논증의 원리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책이 사장되는 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스위치

2위 : 스위치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커다란 해결책을 마련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책.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해결 지향의 방법을 소개하고,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사람들을 어떻게 '넛지'해야 할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기술합니다. 너무나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이타적 인간의 출현

3위 : 이타적 인간의 출현

게임이론을 통해 인간의 이타성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설들을 살펴보는 책입니다. 게임이론도 배우고 이타성의 본질에 대해 숙고하게 하는 좋은 길잡이입니다. 국내 저자가 써서 문장이 친숙하다는 점도 장점이지요. 약간 어려울 수 있으나, 그동안 얄팍한 교양서에 질렸다면 이 책으로 지식의 욕구를 채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스틱

4위 : 스틱

왜 진작 읽지 않았나, 후회되는 책입니다. 저자의 후속작인 '스위치'를 먼저 읽고 재미있어서 골라든 책인데, 책의 가치는 스위치보다 더 컸습니다. 강의를 하거나 책을 쓸 때 스틱에서 나온 가이드를 많이 참조할 생각입니다. 남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적거나 이야기를 듣고도 행동에 옮기지 않을 때 이 책을 읽고 자신의 메시지 전달 방식을 바꿔보기 바랍니다.

SLACK

5위 : Slack(슬랙)

사실 별 생각 없이 들춰본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내용에 빠져든 책입니다. 저자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유와 약간의 비효율에서 창의가 발현된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깊게 공감합니다. 무조건 열심히 하면 뭔가 이뤄진다는 생각에 천착한 경영자라면 이 책이 자신의 경영철학을 반성케 할 겁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한 저의 포스팅(일 적고 느슨한 조직이 성공한다)을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밈

6위 : 밈

유전자와 함께 제2의 복제자라는 개념으로 창안된 밈의 의미를 설명하고 여러 가지 난제(예를 들어 인간의 두뇌는 왜 그렇게 큰가?)를 밈의 관점으로 풀어가는 책입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숙주인 동시에 밈의 숙주이기도 하며, 우리의 자유의지는 밈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착각이라고 주장합니다. 문화적인 유전 현상을 밈의 관점으로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한 텍스트입니다. 밈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 책에 대한 저의 서평(교보문고 북모닝CEO에 발표된 '자유의지는 망상일까?')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지하철과 코코넛

7위 : 지하철과 코코넛

불확실성을 이겨내기 위해 예측을 쏟아내지 말고, 불확실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태도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책. 통제감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옳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복'을 누릴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제가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주장하는 바를 이 책이 상세한 근거로 증명해 주어서 읽는 동안 아주 즐거웠지요. 여러분에게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체크 체크리스트

8위 : 체크! 체크리스트

문제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고 쉬운 방법인 체크리스트의 힘에 대해 설명하는 책. 의사인 저자가 체크리스트를 사용하여 의료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사례도 함께 소개되어 체크리스트의 효과에 더욱 힘을 실어 줍니다. 경영에서도 체크리스트를 사용할 순 없을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질문이었습니다.

위험한 경영학

9위 : 위험한 경영학

경영학의 실체를 파헤치고 소위 경영의 구루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헛된 이론을 맹렬하게 비판하는 책. 유명한 컨설팅 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느꼈던 컨설팅의 부조리함도 동시에 고발합니다. 경영학을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싶은 분들께 이 책을 강추합니다. 책 내용에 대한 정리(경영학은 위험한 '가짜 학문')를 해두었으니 참고하세요.

트래픽

10위 : 트래픽

인간의 생활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자동차 문화에 관해 총집대성한 책. 도로가 막히는 이유, 교통을 흐름을 최적화하는 방법, 교통사고를 적게 내기 위한 노력 등을 풍부한 사례로 소개합니다. 자동차와 관련한 인간의 심리도 잘 다룹니다. 600 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부담스럽지만 꼭 읽어보세요.


2011년에도 좋은 책과 만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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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분석법을 아십니까?   

2010. 12.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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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문제에 처하게 되면 문제를 어떤 식을 해결하겠습니까? 여러분은 먼저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들을 먼저 생각해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설로 세운 다음에, 그 가설이 옳은지 검증을 해야겠죠.

그런데, 가설을 잘 설정하려면 우선 ‘문제를 잘 기술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를 기술한다는 말은 문제의 정체를 보다 분명하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킨다는 의미입니다. 바로 문제를 기술하는 방법이 KT 분석법입니다.

KT 분석법에 대한 팟캐스트를 지금 시작합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YouTube(유튜브)에서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wXNBY2E9zTY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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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의 덫에 걸렸습니까?   

2010. 12.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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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그룹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마돈나가 콘서트 티켓을 100달러 팔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팔겠다.” 하지만 롤링스톤즈의 공연 티켓은 경매를 통해 수백에서 1000달러의 가격으로 팔렸습니다. 남을 따라하다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단적인 사례입니다. 이것이 바로 벤치마킹의 덫입니다.

신규사업 진출 여부를 놓고 고민이 된다면, 아마도 벤치마킹을 해보고 싶을 겁니다. 그런데 벤치마킹을 통해 신규사업이 긍정적이라고 나왔다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겠습니까? 반대로 부정적이라고 나왔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만일 벤치마킹 결과를 100% 수용해서 의사결정 한다면 그것은 주사위를 던져서 결정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은 타기업이 처했던 상황과 우리가 처할 상황은 분명히 서로 ‘독립적인’ 상황입니다. 그들이 실패했어도 우리는 성공할 수 있고, 그들이 성공했어도 우리가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할 때 벤치마킹 결과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곤란합니다. 벤치마킹 결과를 가지고 우리 회사의 신규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고자 한다면 여러분은 오류에 빠지고 말기 때문이죠.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벤치마킹을 해본 결과, 신규사업이 실패할 확률이 2/3이란 결과를 얻었다고 해보겠습니다.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자동적으로 1/3이 되겠죠. 우리 회사가 신규사업에 실패할 확률은 얼마일까요? 벤치마킹 결과를 적용한다면 2/3이 됩니다.

우리의 경쟁사인 A사와 B사, 각 사가 실패할 확률도 각각 2/3가 되겠죠. 이를 통해 3사 모두 실패할 확률을 구해보면 2/3을 세 번 곱해서 나온 8/27이 됩니다. 그렇다면 신규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얼마일까요? 1에서 8/27을 뺀 19/27입니다. 이 값은 처음에 벤치마킹으로 얻은 1/3보다 훨씬 큰 값입니다. 모순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들이 처했던 상황과 우리가 처할 상황은 서로 독립적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벤치마킹 결과를 믿었다가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규사업을 애초에 포기해 버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통계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심프슨의 역설’이란 말이 있는데, 벤치마킹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를 말 그대로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음은 A와 B, 두 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모 회사의 성과입니다. 전체 시장에서 B제품보다 A제품의 영업이익률이 좋은데요, 이걸 보고 A제품을 앞으로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의사결정을 내릴지도 모릅니다.

전체 시장에서의 성과

A제품 : 매출액 300억,  영업이익 130억, 이익률 43%
B제품 : 매출액 300억,  영업이익 110억, 이익률 37%

시장별로 더 자세하게 분석해 보니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

A제품 : 매출액 200억,  영업이익 100억, 이익률 50%
B제품 : 매출액 100억,  영업이익   50억, 이익률 50%

유럽 시장에서의 성과

A제품 : 매출액 100억,  영업이익 30억, 이익률 30%
B제품 : 매출액 200억,  영업이익 60억, 이익률 30%

보다시피 A와 B제품은 결국 동일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A제품을 주력상품으로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전체 시장에서 B제품의 성과가 좋지 않은 이유는 이익률이 낮은 유럽시장에 A제품보다 더 많이 수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역설이 벤치마킹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대부분의 벤치마킹은 자세한 내막까지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요약된 정보 밖에 얻을 수 없습니다. 그걸 본받다가는 심프슨의 역설과 같은 오류에 빠져서 엉뚱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겠죠. 따라서 벤치마킹에 대한 맹신은 항상 금물입니다.

벤치마킹을 올바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배워야 합니다. 다른 회사가 실패했는지 성공했는지의 결과보다 그들이 어떠한 배경과 조건 하에서 일을 추진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혹시 여러분과 여러분의 조직은 지금 벤치마킹이란 덫에 걸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렸거나, 아예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것은 아닙니까? 타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결과만 보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매우 위험합니다. 벤치마킹은 벤치마킹일 뿐 결코 의사결정의 방법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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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대상' 후보에 뽑혔습니다   

2010. 12. 1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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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알았는데, 영광스럽게도 이 블로그(www.infuture.kr)가 두곳에서 주최하는 블로그 대상 후보로 올랐습니다. 하나는 Daum에서 주관하는 '2010 View 블로그 대상'이고, 또 하나는 한국블로그산업협회와 가 주관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하는 '2010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한지 이제 3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동시에 두곳의 후보로 오르게 되다니 저로서는 매우 영광입니다. 쟁쟁하신 블로거들이 많아 제가 상을 탈 리는 만무하겠지만 후보로 오른 것만 해도 가문의 영광입니다. ^^

Daum View 블로거 대상의 후보로 올라간 모습



블로그 어워드 후보로 올라간 모습 (이상하게 블로그 아이콘이 엉뚱한 게 올라가 있습니다)


요즘에 SNS의 발전으로 블로그가 쇠퇴했다는 말을 간혹 듣습니다. 그래도 컨텐츠가 휘발되지 않고 양질의 내용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블로그가 저에게는 그 무엇보다 매력적인 미디어입니다. SNS와 연계를 잘하면 블로그라는 영역이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한 꼭지씩 포스팅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밤이 되면 '아, 내일을 무슨 글을 올리지?'라고 머리를 쥐어 뜯는 경우도 있습니다. '쓸 것 없으면 며칠 건너 뛰세요'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 스스로 한 약속인지라 짧고 재미 없는 글이라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습관이 되니, 짧은 시간에 어느 정도 분량이 나오는 글을 쓰는 요령을 터득했습니다. 포스팅하는 대부분의 글들이 아침 7시 경에서 7시 30분 사이에 쓰여집니다. 30분만에 맹렬하게(?) 쓴 다음에 9시에 발행되도록 예약을 걸어두지요. 빠르게 쓰는 글이라 간혹 오타가 있거나 문장이 꼬이더라고 양해 부탁 드립니다.

다시금 블로그 어워드와 블로거 대상의 후보로 오른 것을 자축(?)해 봅니다. 이 블로그를 찾아주시는 모든 분들의 행복과 성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 강요(?)는 아니지만 투표해 주시면 고맙습니다. ^^

2010 Daum View 블로거 대상 투표하러 가기

2010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투표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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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방법   

2010. 12.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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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여러분에게 다가와 자신이 기적을 경험했노라고 이렇게 말합니다.

"새벽에 기도를 하는데 하늘에서 영험한 빛이 내 머리 위에서 잠시 떠도는 것을 보았소. 이는 신께서 내 간절한 기도에 응답했다는 뜻이라오.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그는 마치 그 기적이 다시 일어나기나 한 듯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이야기합니다. 기적을 목격했을 때의 두려움, 애절함, 환희, 경외감 등 감정의 파노라마를 펼쳐냅니다. 그리고 신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감사의 기도로 마무리를 합니다.

여러분은 그 사람이 말하는 기적을 믿어야 할까요?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오래 전에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말한 바 있습니다. '기적에 관하여'란 논문을 통해서죠. 요컨대 그는 '기적을 평가하는 방법'을 주장함으로써 당시에 꽤 분분했던 신학적 논쟁을 촉발시켰습니다.

흄은 기적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기적이란 자연법칙을 위배하는 현상이다"라고 말입니다. 사람들이 기적을 경이롭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가 평소에 경험하는 자연법칙를 깨뜨리는 '이상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다'란 자연법칙과는 달리 물체가 아무런 장치없이 스스로 아래에서 위로 솟구쳤을 때를 기적이라 부를 수 있죠.

흄은 "기적을 믿어야 할까?"란 질문에 이렇게 말합니다. "그 사람이 (기적이라고) 말하는 현상보다, 그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더 기적에 가까워야만 그 기적을 믿을 수 있다." 말이 좀 어렵지만 상당히 명쾌한 판단법입니다.

그의 판단법을 풀어써보면 이렇습니다.

주장 : A라는 기적을 경험했다
주장이 옳으려면 : 
        당신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더 기적적이어야 한다
    =  당신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거의 없어야 한다
    =  당신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말하는 게 자연법칙을 위배하는 일이어야 한다

누군가가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 다시 깨어났다'라는 기적을 주장한다면, 흄의 논리에 따라 다음과 같아야 그의 주장을 믿을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전개를 해보면, 이 기적은 믿을 수 없습니다.

주장 :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 다시 깨어난 것을 봤다
주장이 옳으려면 : 
       당신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더 기적적이어야 한다
    = 당신의 증언이 거짓일 가능성이 거의 없어야 한다
    = 당신의 증언을 거짓이라고 말하는 게 자연법칙을 위배하는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당신의 주장이 거짓일 가능성은 매우 크다.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 다시 깨어난 것을 보지 못했다'는 경험이 훨씬 빈번하고 일반적이다. 

당신이 잘못 봤거나 일부러 나를 속이려는 가능성보다 당신의 주장이 맞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몇 년 전에 죽은 사람이 다시 깨어났다'는 주장은 믿을 수 없다.

이와 같이 기적에 대한 흄의 판단 방법을 '흄의 원리(Hume's Maxim)'이라고 부릅니다. 흄의 원리는 기적에 대한 평가에 사용되어 신학적 논쟁을 야기했지만, 그것을 일반화시켜서 다른 사람의 주장을 판단할 때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 주장이 처음 들어본 것이거나 조금은 황당하게 느껴질 때 흄의 원리가 좋은 판단 기준이 됩니다. 

다음과 같이 흄의 원리는 어떤 사람의 주장을 접할 때마다 사용되는 비판적 사고의 도구가 됩니다.

주장 : A라고 생각한다
주장이 옳으려면 : A를 뒷받침하는 근거들이 거짓일 가능성이 없어야 한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아주 환상적이고 경이로우며 참신하게 보이는 주장을 여러 가지 현란한(?) 근거를 내세워 동의를 구할 때(혹은 강요할 때), 그 근거가 과연 참일지를 고민하기보다는, 그 근거가 거짓일 가능성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입증보다는 반증(反證)이 더 효과적이죠. 근거 중의 하나가 거짓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 그 근거가 뒷받침하는 그 사람의 주장 역시 거짓이라고 즉각 판단을 내리면 되니까 말입니다. 입증에 초점을 두면 아마도 입증하기가 힘들고 귀찮아서 그의 주장을 편의상 믿어버리거나, 혹은 그가 그런 주장을 하거나 말거나 방치하고 말 겁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근거 없는 '요상한' 주장들이 득세하고 맙니다. 입증의 책임은 주장한 사람이 져야 하는데, 여러분이 입증 책임을 떠안을 이유가 없습니다.

권위자의 말, 언론의 보도, 정보를 가장한 광고 등으로부터 무차별 폭격을 받을 때 '흄의 원리'가 여러분의 주관을 지켜주는 튼튼한 방패가 될 겁니다. 황당한 기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데에 꼭 활용하기 바랍니다.

덧글 : 밝게 빛나는 것이 나타나고 물이 갈라지는 현상만이 기적일까요? 자연법칙이 존재하는 이 세계 자체가 우리가 매일 접하는 기적입니다. (본 포스팅을 종교적인 논쟁거리로 오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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