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제품으로 승부할 겁니까?   

2011. 4.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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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성장 가도를 걷다가 매출이 정체되고 이익률도 차츰 저하되는 상황에 처하면 많은 기업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뭔가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제품에 기능을 추가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며 디자인을 세련되게 변경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입니다. 어떻게든 떨어지는 성과를 만회하려고 마케팅과 영업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설사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 먹더라도 여전히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조금 고치는 것에 머물고 맙니다. 이익을 벌어들이는 방법인 '이익 모델(profit model)'은 '제품을 경쟁사보다 잘 만들면 된다'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열심히 마케팅하고 열심히 영업하자'라는 판에 박힌 '공격경영'의 기치를 내세우기도 합니다.



매든 그래픽스(Madden Graphics)라는 작은 회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형할인점이나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판촉용 인쇄물과 디스플레이를 제작하던 기업이었습니다. 요즘 마트에 가면 카트에 광고물이 부착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매든 그래픽스가 만들었던 거죠.

이 회사의 사장 도나휴는 1988년에 이상한 일을 목격합니다. 매든 그래픽스는 미국 최대의 료품 체인에게 점포 판촉용 디스플레이를 10만개나 납품하는 계약을 따냅니다. 6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금액은 당시 회사 매출의 10%나 되는 큰 금액이었죠. 이에 한껏 고무된 도나휴는 자기네 디스플레이 인쇄물이 매장에서 잘 사용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헌데 이상하게도 매장에서 자기네들이 만든 디스플레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10만 개나 납품을 했는데도 식료품점에서 보이지 않는다니 아주 괴이한 일이었죠. 심지어 상품 저장창고에서도 인쇄물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왜 쓰지도 않을 디스플레이를 수십만 달러나 지불하고 자기네들에게 주문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나휴는 고객사의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자기네들이 디스플레이 인쇄물을 과잉납품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렇다면 왜 과잉남품되는지 원인을 찾아내야 했겠죠? 도나휴는 고객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몇 달에 걸쳐 원인 탐색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객(식료품점)들이 꼭 필요한 양 만큼만 인쇄물을 주문하면 그들의 본사에서 '이 지역에 할당된 인쇄물 양은 2만 개인데, 왜 이번엔 1만 개밖에 주문하지 않는가? 뭔가 잘못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추궁이 내려온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그래서 각 식료품 매장에서는 쓰지도 않을 인쇄물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매장에서 매든 그래픽스가 만든 디스플레이 제품이 눈에 띠지 않았던 겁니다. 게다가 고객들은 한번도 쓰지 않은 인쇄물을 저장하는 데에, 또 쓸모 없어진 인쇄물을 폐기업자들에게 의뢰하는 데에 돈을 낭비하고 있었죠.

도나휴는 이런 실태를 눈으로 확인한 후에 위기감을 느낍니다. 자기네들이 과잉납품한다는 사실을 고객의 본사 측에서 알게 되면 실수량 만큼만 주문을 내리도록 조정할 것이고 그에 따라 매든 그래픽스의 매출과 이익이 떨어질 게 불 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큰 계약을 따냈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일이 아니었죠. 지금까지는 고객들의 '맹목적인 관행'으로 성장해 왔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혁신하지 않으면 그저그런 디스플레이 제작업체 중의 하나로 전락하거나 경쟁에서 밀려날 거라고 도나휴는 생각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획기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라고 그는 직감했지요.

그는 용감하게도 고객의 본사를 찾아가 자기네들이 과잉납품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도와 판촉업무와 판촉행사의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매장의 판촉업무나 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폭적으로 줄이면서 효과는 높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고객에게 제안했던 겁니다. 단순하게 디스플레이용 인쇄물을 만드는 회사에서 벗어나 판촉행사 전반에 대한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순간이었죠.

매든 그래픽스는 '매든 커뮤니케이션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인쇄회사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회사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혁신한 대표적인 회사가 되었습니다.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이익 모델'의 무게중심을 바꿈으로써 9년 만에 매출 6백만 달러의 회사에서 1억 2천만 달러(1997년 기준)가 넘는 회사로 20배나 성장시켰죠.

매출의 위기, 이익률 하락의 위기에 처하면 거의 자동적으로 '제품 본위'의 사고방식에 함몰됩니다. 제품을 더 잘 만들고 품질을 높이고 디자인을 섹시하게 바꾸면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리라 기대합니다. 이러한 순진한 생각은 많은 경우 어리석은 결정으로 판명됩니다. 제품에 기능을 덕지덕지 입혀서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앞서 나가는 제품을 카피하는 소위 'Me, too' 제품을 양산함으로써 타사 제품과의 차별성을 포기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이렇게 되면 매출과 이익은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질 뿐입니다. 잘해봤자 그냥저냥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죠.

고객들은 어떤 제품에 익숙해지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되면 제품의 기술적이고 외형적인 속성보다는 제품이 가져다주는 '경제성'과 '효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합니다. 그 제품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의미를 주는지, 자신의 사업 수행에 얼마나 큰 가치를 전달해 주는지에 관심을 가지죠. 바로 이럴 때 '제품 본위의 사고방식'을 깨고 '서비스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고객에게 잘 만들어진 제품보다는 잘 구성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할 시점이 되는 것이죠.

여러분의 회사가 제조업을 영위한다면 제품 본위의 사고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 전환을 검토해 보기 바랍니다. 잘 만들어진 제품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아니니까요. 언제까지 제품으로만 승부를 걸 건지 숙고해보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수익 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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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조가 탄생시킨 아이폰   

2011. 4. 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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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의과 대학 학생들에게 아기 사진을 하나 보여주고 진단을 내려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사진 속의 아기는 목 부분에 주름이 잡힌 흰색 가운을 입고 있었고 벽돌로 된 벽에 기대어 잠자는 듯한 얼굴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그 아기에 대해 다양한 진단을 내놓았죠. 어떤 학생은 아기가 평화롭게 잠들고 있는 것으로 봐서 특이한 질병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고, 또 다른 학생은 아기를 딱딱한 벽돌벽에 기대어 놨다는 것을 보고 부모가 아동 학대를 하는 것은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깨끗한 잠옷을 입힌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잘 돌보고 있다고 판단하는 학생도 있었죠.

하지만 누구도 사진 속 아기의 상황을 정확히 묘사한 학생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기는 아픈 것도, 잠든 것도 아니라 사망했던 겁니다. 아기가 입고 있던 옷은 병원에서 입힌 수의였고, 벽돌벽은 영안실의 벽이었죠. 의과 대학 학생들은 모두 수의가 어떻게 생겼는지 또 영안실 벽이 어떤 모양인지 평상시에 이미 수차례 봤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사진 속 상황을 올바로 묘사하지 못했을까요? 그들은 사진 속 아기를 진단해 보라는 말을 듣고 암묵적으로 그 아기가 살아있다고 가정했습니다. 이런 가정을 가지고 사진을 들여다 봤기 때문에 아기가 입고 있는 옷이 수의인지, 아기가 기댄 벽이 영안실의 벽인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보고자 하는 것만 보이는' 오류에 빠졌던 겁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특정 상황에 처할 때마다 그 상황에서 기대하는 바만 눈에 보이고 기대하지 않은 것은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대니얼 사이먼스는 이를 '무주의 맹시(inattentional blindness)'라고 부릅니다. 자동차 운전자들은 도로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오토바이가 자동차보다 크기가 작아서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도로에 자동차들만 왔다갔다 하는 모습에 익숙한 나머지 오토바이가 어딘가에서 뛰쳐 나오리라는 예상(혹은 기대)를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자동차 운전자가 오토바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인 가정이 주의력을 흐리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다음의 동영상을 플레이하고 화면의 지시대로 해보기 바랍니다. 이 동영상은 대니얼 사이먼스가 수행한 유명한 실험입니다.





동영상을 보고 나서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아마 여러분 중 50% 정도는 자신의 주의력에 한탄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인간이 주의력이 암묵적인 가정에 의해 흐려진다는 것을 안다면 지극히 정상적인 결과입니다.

이번엔 다른 동영상을 보기 바랍니다. 역시 화면의 지시대로 해보기 바랍니다.





아마 첫 번째 동영상에서 자신의 주의력에 실망했다면 이번에는 속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습니까? 또다시 '무주의 맹시'에 빠지진 않았나요?

본인이 만들었든 타인이 조장했든 어떤 상황에 대한 암묵적인 가정은 예외적인 상황을 판단할 능력을 저해합니다. 전문지식을 가진다고 해서 예외상황을 금방 알아차리기도 어렵습니다. 늘 익숙한 수의와 영안실 벽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뚱한 진단을 내린 의과대학 학생들처럼 말입니다. 전문가들도 보고자 하는 것, 보일 거라고 기대하는 것만 잘 보이는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니얼 사이먼스는 주의력 착각이나 무주의 맹시를 극복하기 위한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쏟을 수 있는 주의력은 한계가 있어서 '예외 상황을 잘 봐야지'라고 마음 먹으면 본래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또다른 예외 상황을 보지 못하고 만다고 이야기합니다. 위의 두 번째 동영상이 이 주장을 뒷받침하죠.

예외 상황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이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그 상황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사람의 시각을 빌리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그런 사람들은 암묵적인 가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예외적인 상황을 발견하기가 오히려 쉽습니다.

기업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가장 흔하게 다는 조건 중 하나가 '동종업계의 근무경력'입니다. 이렇게 동종업계의 사람들을 뽑으면 커뮤니케이션과 교육 등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고 인력을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시각을 수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거나 혁신을 이끄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인 조너던 아이브는 애플에 입사하기 전에 탠저린이라고 하는 욕조 회사의 디자이너였습니다. 욕조와 아이폰? 언뜻 쉽게 연결되지 않는 조합입니다. 욕조 회사에서 변기나 욕조를 디자인하다가 애플로 들어와서 Newton(뉴튼)과 같이 시장에서 별로 성공하지 못한 제품만 디자인하던 그를 디자인 책임자로 영전시켰으니 스티브 잡스의 사람 보는 눈은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브를 책임자에 앉혀 숱한 히트제품을 만들게 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욕조가 아이폰을 탄생시킨 셈입니다.

동종업계라는 울타리 안에서의 시각은 예상치 못하는 것을 보지 못하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악순환의 고리에 영원히 머물게 할지 모릅니다. 여러분 조직의 '전략 맹시'와 '전략 착각'을 깨뜨리고 싶다면 여러분의 산업과 특별한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의 시각을 적극 받아 들이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면 그들이 고릴라를 발견해 줄 테니까요.

(*참고도서 : '창조의 순간', '보이지 않는 고릴라')
(*동영상 출처 : http://invisiblegorill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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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가냘픈 다리   

2011. 4.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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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걸리버 여행기'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작품이었죠. 알다시피 이 영화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입니다. 어릴 적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소인국이나 거인국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 보며 시간을 보내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걸리버 여행기를 많은 사람들은 동화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은 당시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꼰 성인용 풍자소설입니다.

그런데 소인국 사람이나 거인국 사람들은 정말로 우리의 모습과 같을까요? 조나단 스위프트의 원작에서나 여러 번 각색되어 상영된 영화에서나 소인국 사람들과 거인국 사람들은 우리와 크기와 다를 뿐 생김새가 똑같습니다. 수학용어로 말하자면 '닮은꼴'이죠. 머리, 몸통, 팔과 다리의 비율이 우리 인간과 똑같아서 소인국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거나 거인국 사람을 멀리에서 보면 우리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한 '힘'과 몸의 '크기 '사이의 관계를 적용한다면 소인국 사람과 거인국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모습이어야 함을 알게 됩니다. 생쥐의 골격은 몸무게의 8퍼센트 밖에 되지 않으나 인간의 골격은 체중의 18% 정도입니다.

몸무게의 증가에 비례하여 골격의 무게도 증가한다면 생쥐나 인간이나 모두 골격의 비중은 동일해야 하지만, 몸무게가 증가하면 골격이 더 크게 증가합니다. 폭이 2미터 밖에 안 되는 도랑을 편히 건너려면 나무 판자 하나만 걸치면 충분하지만, 폭이 20미터가 되면 나무 판자로는 안전한 다리를 만들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소설을 보면 걸리버의 키보다 소인국 사람의 키가 12분의 1이라고 합니다. 걸리버의 키를 174센티미터라고 하면 소인국 사람은 14.5 센티미터가 됩니다. 키와 동일한 비율로 다리의 굵기가 줄어들면 소인국 사람의 다리 굵기는 새의 다리처럼 굉장히 가느다랗겠죠? 걸리버의 몸무게를 68킬로그램이라고 하면 소인국 사람들은 대략 500그램의 몸무게를 가지는데, 그렇게 가느다란 다리를 가지고는 500그램의 몸무게를 지탱하기가 힘들 겁니다.

반대로 거인국 사람들은 어떨까요? 그들은 걸리버에 비해 12배나 크다고 했으니, 키가 21미터 정도가 될 겁니다. 이 정도 키가 되면 몸무게는 12톤이 넘어가는데, 인간과 동일한 모양의 골격을 가지게 되면 거인국 사람들은 일어서자마자 골절상을 입고 말 겁니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생활을 하려면 코끼리가 굵은 다리로 몸을 지탱하듯이 몸에 비해 훨씬 굵은 다리를 가져야 합니다.

크기가 변하면 구조도 변해야 한다는 것, 이것이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임을 말하기 위해 걸리버 여행기를 서두에 올렸습니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 때와 확장될 때, 그리고 커져있을 때 경영시스템도 큰 규모에 걸맞게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더욱 중요한 점은 기업의 규모와 비례해서 경영시스템이 확대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입니다. 기업의 규모가 2배 커졌다고 해서 양적으로 경영시스템을 2배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커진 회사의 규모를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코끼리의 다리 골격이 작은 동물보다 다르듯이 경영시스템의 구조적인 혁신이 뒤따라야만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초기에 성장을 구가하다가 중간에 잠시 주춤하는 시기를 겪습니다. 소수의 창업자 그룹들이 회사를 이끌어오던 방식(제품개발, 마케팅, 영업, 생산 등 전반)이 커져버린 몸에 더 이상 맞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모습이죠. 직원들이 늘면 책상을 늘려주고 일할 공간을 확대하면 된다는 '비례적인' 마인드로는 커진 덩치를 감당하기가 버겁습니다.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보면 몸집이 커지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재료(뼈와 근육 등)가 갖춰져야 자연선택에서 살아남는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단세포 동물들을 모두 한 비이커에 가득차게 넣는다고 해서 생쥐가 만들어질 리 없습니다. 생쥐가 탄생하려면 생쥐의 모양이 나오게끔 만드는 뼈와 근육 등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겠죠. 생명체가 진화와 자연선택이라는 장치로 이런 혁신을 이끌어 가듯이, 기업도 의도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구조적으로 이전 것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골격을 갖춰나가야 합니다.

물론 구조적인 변화 없이 기업의 규모를 확대해도 별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프랜차이즈 형태의 비즈니스가 그러하죠. 일정한 시스템만 갖춰지면 그것을 복제해서 여러 가맹점으로 확대하면 됩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형태이든 아니든 확대 과정에서 효과와 효율의 한계에 부딪히고 맙니다. 생명체는 이런 한계에 다다르면 진화의 압박('선택압'이라고 함)을 받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분화해 갑니다.

이런 진화의 양상을 따른다면, 기업 규모의 확대가 한계에 부딪힐 때 지금까지의 허물을 벗고 새로운 골격을 갖추려는 노력이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겠죠.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답이 아닐 때는 작은 골격으로 갈아타거나, 시장점유율 확대에만 집중하는 것보다는 비즈니스 디자인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더 큰 시장지배력을 가져올 혁신일 겁니다.

여러분 조직의 골격은 회사를 지탱할 만큼 튼튼합니까? 거인의 거대한 몸통에 소인의 가냘픈 다리가 달린 그런 모습은 아닙니까?

(*참고도서 : '크기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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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독약이고, 실패는 도약이다   

2011. 4.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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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다니는 회사가 '비즈니스 위크', '포브스', '포츈'과 같은 유명한 경영 잡지에 커버 스토리를 장식하며 성공기업으로 소개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회사에 아주 불만이 크지 않는 한, '우리 회사가 이렇게 유명해지다니!' 하며 자부심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회사 성과가 급격히 악화되었다든지 회계 부정과 같은 스캔들에 연루됐다든지 등과 같은 이유로 잡지 표지를 장식한다면 주위에서 '너네 회사 괜찮냐? 망하는 건 아니냐?'란 말을 듣겠거니 하면서 우울할 겁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유명 잡지의 1면에 오르는 영광(혹은 불명예)을 반대로 생각하라는 속설이 있습니다. 커버 스토리에 오른다는 것이 기업의 향후 성과를 '반대로' 알려주는 지표라는 인식이 존재합니다. 즉 '성공기업으로 1면에 오르고 나면 이후의 성과는 추락한다', '불명예스럽게 1면에 오른 이후에는 성과가 올라가거나 적어도 더 이상 추락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유명 잡지의 표지에 어떤 기업이 어떤 이유로 올라가느냐를 보고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죠. 주식 투자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아마 이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속설이 과연 옳을까요? 이런 신화(myth)같은 믿음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까요?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 대학에 근무하는 3명의 교수(톰 아놀드, 존 얼, 데이비드 노스)는 이 속설을 통계적으로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1983년부터 2002년까지 비즈니스 위크, 포브스, 포츈 지의 1면에 오른 기업들(모두 549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그 기업들을 성공과 실패의 정도에 따라 5개의 카테고리로 나눈 다음, 커버 스토리로 소개된 시점으로부터 전, 후 2년 간(총 4년 간) 주식시장에서의 성과를 따져 봤습니다.

그랬더니 2가지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극적인 성과를 달성하거나 반대로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이후에 경영 잡지의 표지에 등장한다'라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당연하겠죠. 경영 잡지들은 뉴스 거리가 될 만한 극적인 사례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발견한 두 번째 현상은 '경영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다는 것이 극적인 성과(반대로 최악의 성과)가 이제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이다'라는 것입니다. 톰 아놀드 등은 성공기업으로 소개된 이후의 성과는 보잘 것 없거나 추락하고, 실패기업으로 낙인 찍힌 이후에는 극적인 상승은 아니지만 서서히 성과가 나아졌음을 통계로 보여줬습니다.

이로써 증권가에서 떠돌던 속설이 어느 정도는 타당성이 있음이 실제로 밝혀졌죠. 만약 성과가 추락하는 기업의 주식을 언제 팔아치워야 하는지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그 기업이 불명예스럽게 경영 잡지의 표지에 등장했다면 이제 바닥을 쳤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연구자들은 말합니다. 좀더 기다렸다가 주가가 오를 때 파는 게 낫다는 조언이겠죠.

그런데 왜 경영 잡지의 1면에 오른다는 것이 미래 성과를 '반대로' 가리키는 지표가 되는 걸까요? 왜 극적인 성공 후엔 추락이, 한없는 추락 후엔 비상(飛上)이 있는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에는 기업 구성원들의 심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성공이 자만을 불러일으킨다는 '성공의 저주', 그리고 실패하고 나서야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알게 된다는 '실패의 쓴 약'이란 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04년에 '순이익 100억 달러 클럽'에 가입하고 난 직후 순이익은 다시 100억 달러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기업으로 소개되자마자 요즘 주춤한 상태입니다. 작년과 재작년에 구글과 관련된 책들이 봇물처럼 나오더니 요즘 구글은 페이스북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요새 주목 받는 페이스북도 언제 추락할지 아무도 모르죠.

극적인 성공은 독약과도 같습니다. 성공에 자만하지 않고 늘 새로운 기회를 찾아나서는 일. 이것이 성공의 저주에 빠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또한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고 실패를 도약의 기회로 삼는 것이 실패로부터 빨리 빠져나오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진부한 조언이지만 이 말만큼 진리인 것도 없습니다.

(*참고논문 :http://www.cfapubs.org/doi/pdf/10.2469/faj.v63.n2.45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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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베스트셀러에 속지 않는 법   

2011. 4.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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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들의 성공요소를 살펴본 결과, 그들 중 78%는 핵심사업에 집중한다." 여러분이 최신 경영 베스트셀러을 읽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도 "우리 회사도 핵심사업에 집중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혹은 "이렇게 사업을 문어발처럼 확장해서는 성공은커녕 나중에 실패하기 딱 좋을거야"라고도 생각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간단한 수학을 할 줄만 안다면, 수학 중에서도 간단한 집합 개념만 이해하고 있다면, 최신의 경영 베스트셀러가 주장하는 말이 허구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습니다.

'성공한 기업'이란 말은 정의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매출, 이익, 시장점유율 면에서 남들보다 탁월한 성적을 거둔 기업을 일컫는 말이겠죠. 그들 중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는 말을 들으면 여러분은 '핵심사업 집중이 곧 성공'이라는 도식을 머리에 떠올리겠지만, 밴다이어그램을 그려보면 그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래의 그림은 '성공한 기업의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란 말을 밴다이어그램으로 나타낸 것입니다(그림을 손으로 그린 터라 그림의 비율이 맞지 않은 점을 양해 바랍니다).



경영 베스트셀러의 주장에 따르면, 성공기업 중 78%에 해당하는 부분은 '성공기업'의 집합과 '핵심사업 집중기업' 집합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 됩니다. 나머지 부분은 22%가 되겠죠. 문제는 물음표라고 표시된 부분입니다. 만일 물음표 부분의 크기가 아주 작다면, 경영 베스트셀러의 주장이 상당히 타당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물음표 부분의 크기가 아주 크다면,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소리가 됩니다.

'성공기업'의 집합 입장에서 보면 겹치는 부분(그림에서 빗금 쳐진 부분)이 78%나 되지만, '핵심사업 집중사업'의 집합의 입장에서는 겹치는 부분이 고작 몇 %에 불과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공한 기업들의 78%'란 말을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의 78%'라는 말로 오인하여, 핵심사업에 집중하기만 하면 성공이 78%의 확률로 뒤따라오는 것이라는 판단에 이릅니다. 핵심사업에 집중했다가 실패할 확률은 22%에 불과하다고 오해하고 말죠.

실제로 따져보면 어떨까요? 스탠포드 대의 저커 덴렐(Jerker Denrell)은 '성공한 기업들 중 78%가 핵심사업에 집중한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 중 얼마나 성공했는가?'라고 의문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꿔 말하면, 위의 벤다이어그램에서 물음표 부분이 얼마나 클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뜻이죠. 그가 동료들과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핵심사업에 집중한 기업들 중 성공한 기업은 겨우 3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78%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치죠. 35%라는 수치는 성공을 보장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결과입니다.

덴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핵심사업 집중기업'의 입장에서 벤다이어그램을 다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65%의 기업이 핵심사업에 집중했음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바로 드러납니다.



수많은 경영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성공한 기업들의 전체 혹은 대부분은 무엇무엇을 했다"라는 말하면서 "그 무엇무엇을 하면 성공에 이른다"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위에서 살펴봤듯 논리적으로 따지면 엉터리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그들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 무엇무엇을 했음에도 실패한 경우는 얼마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초우량기업의 조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 대형 베스트셀러에서 성공모델로 추앙 받던 기업들은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톰 피터스가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상위 43위에 드는 기업들을 초우량기업으로 치켜세웠지만, 우습게도 그 책이 출간되고 2년 후에 그 기업들 중 14곳이 경영 악화로 허덕이고 말았습니다.

또한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란 책에서 '위대하다'고 칭송하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책이 나온지 10년 안에 몰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작년에 '위대한 기업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란 책을 출간함으로써 왜 위대한 기업들이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는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이 이렇게 해서 실패했다. 그러니 그렇게 하지 않아야 실패하지 않는다'라고 그는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도 '성공한 기업들은 이렇게 한다. 그러니 그렇게 하면 성공한다'란 말처럼 논리적으로 엉성할 뿐입니다.

경영 베스트셀러를 보고 그대로 따라했다가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얼마나 될까요? 또 왜 우리는 성공기업처럼 되지 못할까, 라며 자괴감에 빠진 기업은 얼마나 많을까요? 아마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성공기업의 방식을 100%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입니다. 참 편리한 논리죠?

성공기업의 성공요소는 모든 기업에 들어맞는 경영의 진리가 아닙니다. 자신에게 맞고 어울리는 성공의 포인트를 스스로 찾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성공기업을 바라보는 중용의 시각입니다. 적어도 그들의 성공요소에 현혹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참고도서 : '욕망을 파는 사람들',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참고자료 : http://www.gsb.stanford.edu/news/research/ob_successfulfailures.s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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