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난 행복하다. 왜?   

2011. 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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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블로거인 inuit님으로부터 제가 첫 바톤을 넘겨 받아 이 릴레이를 이어갑니다. 막상 릴레이 요청을 받으니 '내가 왜 행복한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행복은 분명 '좋은 것'인데, 그것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건 아이러니죠.

행복에 관한 책은 제법 읽었음에도 행복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저는 이틀간의 고민 끝에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우리집에 만들어 놓은 공항>


1. 나의 행복론

난 행복하다. [가고싶은 곳들]이 있으니까.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세상에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다음엔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라며 구글의 세계지도를 쭉 펼쳐 가고 싶은 나라를 찍어보곤 합니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지역은 그리스, 터키, 이집트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잠깐 거쳐 갔던 스위스를 일주하고픈 마음도 듭니다.

좋아는 하지만, 학생 때는 경제적인 문제로,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시간 문제로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죠.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곳에 가면 행복해지리라 믿습니다. 물론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을 동경한다죠. 행복은 다가갈수록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번 속으면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팍팍한 일상의 군장을 내려놓고 쉬는 '10분간 휴식'의 달콤함에 중독되어 버린 모양입니다. 그것이 중독이든 매혹이든 저에게 1년을 버티게 하는 힘이자 행복이니까요.

1년에 한번 이상 여행을 떠나기로 우리 가족끼리 약속했는데, 잘 지켜질지 미지수네요.


2. 앞선 주자

Inuit님


3. 다음 주자

쉐아르님, 이승환님 입니다.

쉐아르님은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읽을 때마다 포근하고 단아한 글맛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십니다. 멀리 타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그리고 제가 알기론 저와 비슷한 연배인데도) 배움의 뜻을 펼치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부러운 마음입니다. 행복의 이유를 알고 싶네요.

이승환님은 사석에서 몇번 만난 블로그 친구입니다. 제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승환님이 누구인지 다들 아실 겁니다. 명랑하면서도 오다쿠스럽고 때론 19금을 넘나드는 글로 유명하죠. 행복이 뭐냐 물으면 '행복이란 happiness입니다'라고 답할지 모르지만, '행복의 이유'에 대해선 나름 할말이 많을 것 같군요.


4. 규칙

1. '난 행복하다. [ ]가 있으니까.'의 빈칸을 하나의 명사로 채우고, 다섯 줄 이내로 보강 설명을 주세요. 평범한 답은 쓰지 말고, 거창한 답도 쓰지 말고 자기만의 작고 소중하며 독특한 행복요소를 적으시기 바랍니다. (금칙어: 가족, 건강 등)
2. 앞선 주자의 이름을 순서대로 써 주세요.
3. 다음 주자로 두 분의 블로거를 지정해주시고, 글을 부탁드립니다.
4. 이 규칙을 복사합니다.
5. 이 릴레이는 1월 31일 11:59분에 마감됩니다.


5. 1월 17일이니, 마감이 14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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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관의 예측력, 믿을 만한가?   

2011. 1.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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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욕망을 파는 사람들'이란 책을 읽던 중에 이런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경제학자의 평균적인 예측 능력은 단순한 추측 수준이다."라는 문구입니다. 상당히 냉소적이고 노골적인 말이죠?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경제학자가 있다면 꽤나 기분 나쁜 소리일 겁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면, 경제학자들이 갖가지 근거를 가지고 경제지표를 예측하더라도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다'라는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소리입니다. 그들의 노력이 사실상 무용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그 책.


 정말 그럴까요? 경제학 박사들이 즐비한 경제연구기관의 예측 능력이 고작 그것 밖에 안 될까요? 기본적으로 그들은 경제에 관해서라면 일반인들보다 많은 지식을 가졌고 오랫동안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들을 수십 년간 축적해 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예측 능력이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말하다니, 그 책의 저자가 너무 '뻥'이 심한 게 아닐까요?

저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년 말이 되면 여러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전망을 내놓습니다. 경기, 물가, 수출입 등 여러 가지 지표들을 예측해서 발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우리가 보통 '경제성장률'이라고 부르는 '실질 GDP 성장률'입니다. 그래서 각 경제연구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경제연구기관이 있지만, 그 중에서 3군데만 골랐습니다. 선택된 기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SERI), LG경제연구원입니다. 그런 다음, 각 기관의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1999년부터 2009년까지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일일이 검색했습니다. 예측 시점은 각년도 말로 설정했습니다(예를 들어 2005년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2004년 12월에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했음).

이렇게 얻은 각 기관들의 예측치와, 통계청에서 얻은 실제값을 비교해 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차이가 눈에 보이더군요. 그래프로 그려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기관별 예측치>


위 그래프에서 점선은 실제의 경제성장률이고 나머지는 각 기관의 예측치입니다. 기관들의 적중률이 그다지 높지 않죠? 2004~2007년은 그런대로 비슷하게 맞혔지만, 다른 연도엔 실제값과의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특히 1999년엔 무려 8%P 이상의 오차를 보였고, 최근인 2008~2009년에도 2.5~3%P 정도의 오차를 보였습니다. 경제성장률에서 1%P는 상당히 큰 수치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은 예측이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이상하게도 기관들의 예측치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기관들 간의 편차는 실제값과의 편차에 비하면 아주 작습니다. 각 기관들이 전망치를 발표하기 전에 서로 의견을 조율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기관들 사이에도 서로 '벤치마킹'을 하는 걸까요?

이제 '욕망을 파는 사람들'의 저자인 윌리엄 A. 서든의 주장이 정말 맞는지 살펴보기로 하죠. 그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다"란 단순예측보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나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단순예측을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당해년도의 실제 경제성장률 값의 소수점 아래를 버린 것을 차년도 경제성장률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어, 2004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4.6%이면, 2005년의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하는 방식으로 에측했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한 방법이죠.

그런 다음, '실제값과 예측치와의 편차'를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가로축에 가까울수록 편차가 작다(즉 적중률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값과의 편차>


위 그래프에서 점선은 단순예측치와 실제값과의 편차를 나타냅니다. 나머지 선은 각 기관의 예측치과 실제값과의 편차를 나타내죠(이 그래프에서도 기관들의 예측 패턴이 아주 비슷하다는 게 보이네요. 모종의 소통이 있는 걸까요?).

어떻습니까? 단순예측의 패턴과 각 기관의 예측 패턴이 조금 비슷하게 보이지 않나요?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으나 '기관들도 과거(전년도)의 값을 기초로 예측치를 내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증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닻 효과'의 사례일지도 모르겠네요.

위 그래프를 언뜻 보면 단순예측의 예측 능력이 나쁜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단순예측이 기관의 예측보다 못한 때도 있죠. 1999~2001년, 2003~2004년, 2006년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관들보다 예측을 잘한 때도 있습니다. 2002년, 2005년, 2007~2009년이 그러하죠. 이 정도라면 단순예측이 기관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겠죠?

물론 과거 10 여년의 경제성장률 하나만 가지고 경제연구기관들의 예측 능력이 별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 경제성장률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라는 점에서 볼 때 솔직히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윌리엄 A. 서든의 노골적인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연구기관들은 2009년 말에 2010년의 경제성장률을 4.3 ~ 5.0%로 예측했습니다. 이에 반해 단순예측값은 0.0%입니다. 왜냐하면 2009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0.2%였기 때문이죠. 2010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아마 3월 쯤 가서야 나올 텐데요, 과연 기관과 단순예측 중 무엇이 더 근사하게 맞힐까요?

아무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쩌다 맞혔다 해도 그것은 운일 뿐이지 능력이 아닙니다(전문가들은 자기 능력이라 믿고 싶겠지만). 예측을 본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을 믿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미래를 대비하게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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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고 나서 조준하라   

2011. 1.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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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원제: Knowing-Doing Gap)'는 이웃 블로거인 inuit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왜 추천하셨는지 책을 몇 페이지 읽어보니 금세 알겠더군요. 알고보니 이 책은 꽤 오래 전에 나왔습니다. 원서가 2000년에 출간되고 우리나라에는 2002년에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란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으니 말입니다.

원래의 번역서 제목처럼 이 책은 지식경영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지식을 안다고 해서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행격차(知行格差)가 지식경영 실패의 근본원인임을 저자는 아프게 꼬집습니다.



책을 읽는 도중에 저자가 잘못된 지식경영의 관행을 비판하는 대목을 만나면 얼굴이 화끈거리곤 했습니다. 제가 컨설턴트로서 첫발을 내딘 분야가 바로 지식경영이었는데, 저자의 비판이 모두 저에게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제가 하던 일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지식이 무엇인지 조사하고, 지식의 카테고리를 맵(map)의 형태로 잘 분류해서 시스템 구축으로 연결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고객들에게 "여기 시스템을 마련해 놓았으니 이제 열심히 지식을 채워 넣고 서로 공유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지식의 공유와 활용이 활발해져서 회사의 성과가 올라갈 거라며 기대감을 잔뜩 불어넣는 멘트를 잊지 않았죠. '지적자산이 물리적 자산보다 중요하고...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깡통(지식경영시스템을 비하해서 이렇게 부르곤 했지요)'을 만들어 놓는다고 해서, 또 깡통에 숱하게 지식을 올린다고 해서 지식경영의 본래 목적인 지식의 확산과 활용, 전략 실행능력의 향상 등이 제대로 이루어진 고객사는 거의 없음을 고백합니다.

지식경영은 제도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문화 그 자체임을 그때는 알지 못했습니다. 고객사에서 수억 원의 돈을 들여 구축한 지식경영시스템(KMS)들은 아마도 일찌감치 사라졌거나, 남아있다 해도 그룹웨어의 게시판 정도로 겨우 체면을 유지하고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이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지식경영에 관한 책이라고 단정지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은 전략을 잘 수립해 놓고도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지,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앉아 영리한 전략을 구상했는데도 상황이 더 악화되는지를 지행격차의 관점으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지행격차가 왜 발생하며 그것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결국 이 책은 '왜 실행력이 떨어지는가'란 오래되고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조직의 실행력 부족이 문제라면 이 책이 문제를 해결하게 도와줄 좋은 가이드가 될 겁니다. 물론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실행력이 부쩍 향상되리라는 기대는 금물입니다. 저자도 책 말미에 언급했듯이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고 꼭 실행에 옮기기 바랍니다.

아래는 이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구가 나올 때마다 트위터에 올린 트윗을 모은 것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참고하기 바랍니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꼭 책을 읽으시길...)


"책을 읽고 세미나에 참석한 뒤 경영자들은 깨달음과 지혜를 얻었다 말하지만, 그들이 이끄는 조직에선 별다른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 왜일까? 실행을 못하기 때문이다"

"결정 그 자체로는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

"똑똑하게 말하는 것과 똑똑하게 행동하는 것은 관계가 없다. 하지만 많은 조직에서 전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똑똑하게 말하는 최상의 방법 중 하나는 '남의 아이디어를 비판하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말은 자기들이 하고 행동은 부하직원들이 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조직들 대부분은 '복잡성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단순한 전략을 말하면 '그렇게 단순한 해결책을 우리가 생각 못했을리 없다'며 거부한다"

"불행하게도 사람을 최우선시하고 잘 돌보는 기업들이 물러터지고 냉철하지 못하다는 취급을 받고 있다"

"두려움에 기반한 경영방식은 단기적 시각에 빠지게 만들고 집단보다는 개인에 집중하게 만든다. 직원들을 다그치는 경영은 거의 모두 실패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를 주는 사람들(특히 관리자들)을 추방하라"

"기업들은 경쟁사에게는 많은 것을 배우려고 하면서도 회사 내 다른 사업부(혹은 팀)으로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부경쟁' 때문이다"

"더 멘즈 웨어하우스란 회사는 동료보다 뛰어난 매출을 올린 직원에게 독차지하지 말라는 경고를 준다. 그 직원이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독보적인 매출을 올리면 그를 해고한다"

"잘하려고 애쓰는 것(성공)과 남을 앞서려고 애쓰는 것(경쟁)은 서로 다르다"

"쏘고 나서 조준하라"

제일 마지막 문구인 '쏘고 나서 조준하라'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직역하면 실행을 먼저 하고 계획은 나중에 세우라는 '과격한' 말인 것 같지만, 계획하는 데 지나치게 신경 쓰다가 실행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라는 뜻이겠죠. '계획이 실행을 대체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여러분의 조직을 '쏘고 나서 조준하는' 실행력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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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뭐가 좋은가?   

2011. 1.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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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평가하는 방식을 정할 때 항상 고민스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절대평가가 좋은가, 아니면 상대평가가 좋은가'하는 문제죠. 아마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평가 방식을 결정할 때 이런 고민을 분명 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모두 장단점에 대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죠.

알다시피 절대평가는 직원 한 사람을 놓고 그가 정해진 목표나 기대하는 역량 수준에 얼마나 도달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팀원들이 다 목표를 달성했다면 그들에게 모두 높은 평가등급을 매길 수 있죠. 반면에 상대평가는 목표나 기대수준에 얼마나 도달했는가가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팀원들이 다 목표를 달성해도 반드시 1등과 꼴찌로 서열을 매기죠.



평가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상대평가 방식을 채용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회사도 그럴 겁니다. 물론 상사가 부하직원을 평가할 때는 절대평가 방식을 쓴다고 말로는 그럴 겁니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 연봉 인상률을 정하거나 성과급 지급액을 결정할 때는 1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방식을 적용합니다. '어쩔 수 없다'는 핑계거리가 꼭 붙습니다.

상대평가는 단점이 매우 많습니다. 우선, 상대평가는 성과를 왜곡합니다. 어떤 팀에 소속된 팀원들이 모두 역량이 뛰어나도 그 중 몇 명에겐 '일못하는 직원'이란 꼬리표가 붙습니다. 반면 역량이 저조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팀에서는 객관적으로 봐도 별볼일 없는 직원이 '일잘하는 직원'이라는 부당한 횡재를 누리죠.

또한 상대평가는 직원들의 협력을 깨뜨리는 촉매(?)로 작용합니다. 상대평가는 같은 부서(또는 같은 사업부)에 속한 동료들을 누르고 올라가야 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줍니다. 말이 동료지 그들은 모두 '나의 경쟁자'가 되어 버리죠. 거의 모든 기업의 업무 특성상 직원들 간의 상호작용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동료를 도와주면 자칫 '나의 상대점수'가 하락할 위험이 커집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내 할일'만 하는 게 최고라는 인식을 직원들에게 강하게 심어주고 말죠.

다시 말해, 상대평가는 내부경쟁을 부추기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직원들의 경쟁을 가속시키는 게 무슨 잘못이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만일 여러분이 이렇게 생각했다면 '직원들의 경쟁은 성과 창출의 동기를 극대화시킨다'란 '경쟁주의적 철학'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달리기를 할 때 혼자 달리는 것보다는 경쟁자와 함께 뛰어야 기록이 잘 나오니 말입니다.

그러나 달리기는 개인이 혼자 모든 것을 관장하고 결정 내릴 수 있는 운동입니다. 옆 줄에서 같이 달리는 사람과 상호작용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경쟁은 상호의존도가 낮을 때만 유용합니다. 하지만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회사가 크든 작든 다른 직원의 직간접적인 도움 없이 전적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거의 없을 겁니다.

어떤 직원이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도 그건 그 직원 혼자만의 업적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이미 업무와 업무, 직원과 직원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상호작용의 네트워크입니다. 현실이 이러한데, 개인들의 성과를 무 자르듯 구분하고 1등과 꼴찌를 가리겠다는 발상은 매우 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파괴적입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직원들 간의 끈끈한 동료의식과 협동심을 깨뜨리기 때문이죠.

결국 상대평가는 조직의 경쟁력을 약화시킵니다. 내부경쟁을 부추겨서 직원들의 협력이 사라지고 이기주의가 판을 칩니다. 일 잘하는 직원은 점차 일할 동기를 잃어버리거나(그래서 무임승차자가 되어 버리거나) 회사를 나가 버립니다. 일 못하는 직원들은 상대평가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일 잘하는 직원인 듯 자신을 포장하는, 기회주의적인 무임승차자로 남습니다.

"상대평가를 하지 말라는 소리 같은데, 그러면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은 어떻게 결정하란 말인가요?"란 질문이 생깁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그래도 상대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입니다. 상대평가를 해서 직원들의 연봉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효과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의 크기를 비교해 보기 바랍니다. 고작 차등 보상을 위한 수단으로 상대평가를 채용하기에는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이 매우 큽니다.

그렇다면 절대평가는 장점만 있고 단점은 없을까요? 물론 절대평가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을 달성하기로 약속했는데 시장환경이 좋지 않아서 5밖에 달성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1년 내내 고생을 했더라도 인정 받지 못합니다. 섭섭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하죠. 반대로 시장이 좋아 20을 달성했다면, 별다른 노력 없이도 두둑한 성과급을 받아가겠죠. 이렇듯 절대평가에는 직원 자신이 콘트롤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성과가 좌우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상대평가보다 덜하지만 절대평가도 내부경쟁을 독려하는 터라 직원 간, 부서 간의 협력을 깨뜨립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목표나 기대수준을 달성하려면 옆에서 도움을 청하는 동료를 가능한 한 무시하고 오직 그것만 보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죠. 또한, 소위 '잘 나가는' 부서에 배치되면 높은 보상을 받, 매번 죽을 쑤는 부서(또는 일이 힘든 부서)에 배치되면 일 잘하는 직원이라도 적게 보상 받을 수 없는 불합리함도 상대평가와 마찬가지로 불거집니다. 인사부서에 로비를 잘 하느냐, 얼마나 목소리를 크게 내느냐에만 신경 쓸 가능성이 크죠.

이쯤에서 여러분은 "상대평가도 문제, 절대평가도 문제라면 도대체 평가를 하란 소리요, 하지 말란 소리요?"라는 생각을 가질 겁니다. 이에 대한 저의 답은 이렇습니다. 평가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절대평가로 해야 하며, 절대평가로 한다 해도 차등 보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평가의 목적은 직원들에게 비전/전략 달성의 방향을 가이드함으로써 비전/전략 달성에 직원들을 몰입시키는 데 있습니다. '최고의 품질 달성'이라는 회사의 목표를 개인 단위로 끌어내려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지표로 설정하고, 직원들이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측정함으로써 목표에 차츰 다가서기 위함이 평가의 본래 목적입니다. 누가 일 잘하고 일 못하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습니다. 얼마나 차등 보상해야 하는지는 더욱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인별이든 사업 단위별이든 모든 '차등 보상'은 상대평가를 반드시 수반할 수밖에 없고 위에서 말한 온갖 폐해를 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등 보상을 폐기하거나 극소화하고, 대신에 회사 전체의 잉여 성과를 직원들이 골고루 나눠 갖는 방식으로 보상해야 합니다. 그래야 내부경쟁이라는 '제로섬 게임'에 빠지지 않고 경쟁사와의 외부경쟁에 직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습니다. 경쟁은 외부(타사)를 향해야지 결코 내부를 향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내부경쟁을 없애고 회사 전체의 성과를 공평하게 공유한다는 생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겁니다. 그이유는 바로 무임승차자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무임승차자는 '언제 어디서나' 생기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평가 결과를 개인별로 차등 보상하는 데 활용하면 오히려 무임승차자가 늘어나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그들은 필요악이죠.

그들에게 부당하게 지출되는 비용이 아깝다고 해서 내부경쟁을 가속한다면(특히 상대평가를 통해), 더 큰 비용이 발생하거나 회복 불가능한 경쟁력 약화를 야기할지 모릅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직원 모두를 동참시키고 협력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무임승차자는 발붙일 곳을 찾기 어려울 겁니다.

남성 의류 유통업체인 '더 멘즈 웨어하우스'란 회사는 판매원 중에 누군가가 독보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하면 그에게 경고를 줍니다. 그가 동료들에게 갈 고객들을 나누지 않고 독차지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죠. 그가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혼자만 높은 성과를 올리면 그를 해고한다고 합니다. 일반 회사와 정반대의 조치죠?

이 회사는 이렇듯 협력을 추구하는 문화를 수호하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확고합니다. 직원들 간의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면 조직의 성과가 좋지 않으리라 예상하겠지만, 혼자서 높은 매출을 올린 판매원을 내보내니 오히려 매장 전체의 성과는 더 높아졌다고 합니다.

개인평가든 조직평다든, 평가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러나 평가가 내부경쟁을 부추기고 협력과 상호작용을 저해하는 주범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를, 개인 성과보다는 조직 전체의 성과를, 금전적 보상보다는 성공 경험을, 내부경쟁보다는 외부경쟁을,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 성과를 추구하는 데 힘을 모아야합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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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한 암소'를 쫓아내라   

2011. 1.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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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찰한 어느 회사의 이야기입니다. 그 회사는 부사장 이상만 되면 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를 지급했습니다. 부사장 이상의 임원들에게 운전기사가 모는 차 한 대를 지급하는 게 별것 아닌 듯 하지만, 문제는 그런 부사장들이 회사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다는 데 있었습니다. 60명이 될까 말까한 회사에 부사장 이상의 임원들이 10명이 넘었으니 말입니다. 운전기사의 수도 10명이 넘어서 그들이 사용하는 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습니다.

회사의 성과가 좋다면야 그러한 호사가 용납되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그 회사의 재무 상태는 그저 그런 수준을 넘어서 악화되기 직전이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습니다.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이 지나치게 많은 탓에 순이익은 손익계산서에 나타내기 민망한 수준이었죠.



실무자들이 재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궁리하던 끝에 운전기사들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의전용' 승용차의 운영 비용이 언급되었습니다. 계산을 해보니 그 금액이 작은 조직에서 감당할 만한 비용의 수준을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와 비교해서 지나치게 호사스러운 예우라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비용 항목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자마자 어디선가 "그것은 건드릴 수 없다"라는 반론이 단호하게 제기되었습니다. "운전기사와 의전 승용차 관련 비용을 줄여야 합니다"라고 건의했다가 소위 '높으신 분'들에게 엄청난 꾸지람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머뭇거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삭감해야 합니다"라며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없었기에 임원 예우 비용을 삭감하자는 이야기는 쏙 들어갈 수밖에 없었죠.

결국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은 비용(예를 들어 소모품비나 여비 등)의 지출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불요불급한 비용을 없애자는 애초의 의지가 뱀 꼬리처럼 초라해지고 말았던 겁니다.

임원 예우 비용과 같이 감히 건드리기 어려운 대상을 '신성한 암소'라고 부릅니다. 인도에서는 길 한 가운데에 드러누운 소들을 심심치 않게 목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무리 바빠도 자동차나 사람들이 그 소를 건드리지 않고 돌아서가거나 소가 일어나기를 기다린다고 하죠. 그만큼 인도에서 소는 신성시되는 동물입니다. 특히 암소는 더욱 귀하게 대접받죠.

'신성한 암소'는 조직 내에서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불가침의 영역을 가리킵니다. 누구나 문제인 줄 알면서도 고쳐야 한다고 용기 있게 제안하지 못하는 대상이 여러분의 회사 내에 적어도 하나 이상은 존재하리라 짐작됩니다. 위계 때문에, 정리(情理) 때문에, 혹은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어'라고 말하는 오랜 전통 때문에 입에 올리는 것조차 불경시되는 그 무엇이 분명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직원들의 회의 공간은 부족한데 열 명 이상은 족히 들어갈 널찍한 방을 임원 혼자 차지하는, 공간 활용의 비효율이 뻔히 보여도 그걸 지적할 용기를 갖기 어렵겠죠. 제가 만난 어떤 분의 말처럼, 쓰지도 않는 고리짝 같은 시스템을 유지 보수하느라 죽을 맛이라도 상사가 옛날에 그 시스템을 만들어서 승진했다면 "그 시스템을 폐기하자"고 말하지 못할 겁니다. 상사의 업적을 부정하는 꼴이기 때문이죠.

사설 교환기를 생산하는 '미텔 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는 재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D 직원들 450명이 모여 3일 동안 강도 높은 워크숍을 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71페이지에 달하는 '신성한 암소 목록'을 작성하고 그 암소들을 어떻게 '죽여야' 하는지 논의를 진행하며 곧바로 실행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리고 '스테이크 파티'로 성공적인 워크숍을 자축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에서도 경영자와 직원들이 함께 모여 '신성한 암소 몰아내기' 워크숍을 한번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기득권을 내놔야 하는, 꽤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겠죠. 기업이라는 조직의 지향은 개인의 기득권 보호가 아니라 미션이라는 점을 모두가 수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신성한 암소는 인도에서만 존재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회사가 가야할 길에 길게 드러누운 신성한 암소가 있다면 돌아가지 말고 얼른 쫓아버리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생각의 속도로 실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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