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하회마을 고택에서 하룻밤을   

2011. 4. 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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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안동 하회마을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하회마을은 2010년 8월에 유네스크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전통적인 마을의 모습이 잘 보존된 곳이죠. 예전부터 가본다 하고서 이제야 다녀왔습니다.

서울에서 하회마을까지 쉬지 않고 차를 달리면 3시간 남짓 걸립니다. 그리 먼 곳은 아니라 당일치기로 다녀와도 충분한 곳입니다. 하지만 고택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짧게나마 전통적인 생활을 경험해 보면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아이에게 귀중한 체험이 되겠다 싶어 숙박하기로 했죠.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마을 내에 민박을 제공하는 고택이 많습니다.

오랫만에 사진을 엄청나게 많이 찍었습니다. 400장이 넘더군요. 그 중 가장 잘 나온 사진만 엄선(?)해 올려 봅니다. 하회마을 여행 갈 때 참조하기 바랍니다.

사진이 50장이나 되니 양해하길 바랍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하회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병산서원부터 들리기로 했습니다. 서애 류성룡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서원이죠. 이곳으로 들어가는 길이 비포장이고 협소하기 때문에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애를 좀 먹습니다.


↑ 서원으로 들어가는 문, '복례문'



↑ 서원의 본 건물. 병산서원이란 현판이 보이죠?



↑ 본 건물 아래에 이렇게 누각이 있습니다. '만대루'라고 쓰여 있군요. 여름엔 여기에 모여 학문을 논했을 것 같네요.



↑ 만대루에서 내려다 본 복례문의 모습



↑ 병산서원의 바로 앞을 흐르는 강입니다. 하얀 모래가 넓게 펼쳐져 있습니다. 아들의 점프샷!



↑ 병산서원에서 10분만 가면 하회마을 입구에 다다릅니다. 



↑ 하회마을에는 낮에 차를 가지고 들어가지 못합니다. 걷거나 버스를 타야 하죠. 우리는 걷는 것을 택했습니다.



↑ 하회마을에서는 수/토/일 14~15시에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이 펼쳐집니다. 사람들이 이 시간만 되면 여기저기서 구름처럼 모여들죠. 각시가 무등을 타고 제일 먼저 등장합니다.



↑ 두 마리의 '주지'가 서로 싸우다가 지쳐(?) 쓰러지네요.



↑ 백정이 관객들과 농담을 나눕니다.



↑ 황소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오줌을 발사합니다. 백정이 소를 때려 잡은 다음에 중요부위(?)를 잘라서 관객들을 희롱합니다.



↑ 파계승이 부내가 볼일 보는 장면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집니다.



↑ 외국인들도 탈놀이를 많이 관람하러 왔더군요. 바보 역할을 하는 '이매'가 전혀 바보스럽지 않은 입담으로 외국인들을 끌어내어 춤을 추게 만듭니다.



↑ 이렇게 한 시간의 공연을 마치고 나와 바로 앞에 있는 '엘리자베스 2세 방문 기념관'에 들렀습니다. 사진은 여왕이 한국에서 받은 생일상이라고 하네요.



↑ 하회탈을 모델로 한 재미있고 노골(?)적인 장승이 하회마을 입구에 서 있습니다.



↑ 하회마을에 있는 어느 고택.



↑ 여기가 우리가 하룻밤 묵을 고택 '북촌댁'입니다. 화경당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1797년에 지어졌다 하니 집 자체가 문화재인 곳입니다. 사진은 솟을대문을 사랑채에서 본 모습입니다.



↑ 북촌댁의 바깥 사랑의 모습입니다. 이 방이 우리가 묵은 방, '수신와'입니다. 손자가 기거하던 사랑입니다.



↑ 화장실(뒷간)으로 향하는 문.



↑ 북촌댁 옆에 있는 '하정재'란 곳입니다. 정원이 잘 가꿔진 집이죠. 원래는 출입이 제한된 곳인데, 구경을 허락해 주었습니다.



↑ 하정재에서 바라다 보이는 강변. 부용대도 보이네요.



↑ 하정재 담 너머로 보이는 초가집 지붕이 정겹습니다.



↑ 휘돌아가는 강 옆에 우뚝선 부용대의 모습입니다. 절벽의 모습이 인상적이죠. 저 위에 올라가면 하회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하회마을 입구(주차장 쪽)에는 세계 탈 박물관이 있습니다. 별신굿탈놀이에 등장한 인물들 모형이 전시돼 있군요.



↑ 역할별 하회탈의 모습.



↑ 하회탈을 써보는 아들.



↑ 세계 각국의 전통 탈과 목상들도 전시돼 있습니다. 이 목상은 솔로몬 제도의 것입니다. 포즈와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 북촌댁에서 하룻밤을 잔 후에 밖에 나오니 마루 한가득 봄볕이 따뜻합니다. 슬리퍼로 쓰라고 주인께서 가져다 준 고무신, 참 오랫만에 신어봤죠.



↑ 북촌댁 옆의 초기집 방안에서 아침을 먹었습니다. 조식은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죠. 방짜유기에 담긴 반찬들이 정갈하고 맛있습니다. 쑥국, 배추전, 무나물, 우엉조림 등이 특히 맛있습니다. 방짜유기는 숟가락에 부딪힐 때마다 띵~ 띵~ 하는 실로폰 소리가 납니다. 여기저기서 나는 소리가 재미있습니다.



↑ 뒷뜰에 가지런히 놓여진 장독들.



↑ 아침을 먹고 주손(主孫)의 안내와 설명으로 북촌댁을 구석구석 살펴봤습니다. 여기는 북촌댁의 안주인이 거주하던 안채입니다. 왼쪽은 안방, 오른쪽은 딸과 할머니가 거주하던 곳이라네요.



↑ 안채의 마루 모습.



↑ 안주인이 잠을 자던 안방의 모습. 특이하게 안방의 구조는 밭 전(田) 자와 같은 모양입니다.



↑ 안주인이 외출을 할 때 사용하던 가마.



↑ 증조부와 조부 일가가 찍은 사진도 걸려 있네요.



↑ 할머니가 쓰는 방의 모습.



↑ 안채에서 내려다 본 작은 마당.



↑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했다고 하네요. 북촌댁 주인은 노 대통령이 소탈한 형님 같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다고도 하셨습니다.



이게 뭔지 아시나요? 바로 '고리짝'입니다. 우리가 흔히 '넌 왜 고리짝 같은 이야기만 하냐?'고 핀잔을 줄 때의 바로 그 고리짝이죠. 고리짝은 식재료나 잡동사니를 담아두는 용기입니다.



↑ 부엌의 모습.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곳인데, 한겨울에도 이곳에서 음식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 나오는 나쁜 공기를 빼내기 위한 선조의 지혜라고 하네요.



↑ 조상님을 기리는 사당. 여자들에겐 출입금지 구역이었다고 합니다.



↑ 북촌댁의 별당터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소실되었고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있습니다. 별당은 딸들이 거주하던, 가장 내밀한 공간이었다고 합니다.




↑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공간 '북촌유거'입니다. 가장 빼어난 곡선을 가진 건물이죠. 주인께서 1시간 가량 북촌댁의 역사와 건물 이야기를 담담하게 설명해 주십니다.



↑ 북촌유거 뒷편을 보면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습니다. 이름이 '하회송'이죠. 줄기가 휜 모습이 꼭 휘어 돌아가는 물줄기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 북촌댁 근처에 '삼신당'이라고 하는 곳이 있습니다. 상당히 큰 느티나무가 서 있죠. 이 위치가 하회마을의 중심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쪽지에 소원을 적어 걸어두면 복이 온다는 이야기 때문에 종이 쪽지들이 가득입니다.



↑ 우리도 각자 하나씩 소원을 적어서 단단히 묶어 놓았죠.
 



↑ 하회마을을 거닐면 꼭 조선시대에 와 있는 착각이 듭니다. 마음이 푸근해지는 풍경입니다.



↑ 마지막으로 멀리서만 봤던 부용대에 올랐습니다. 하회마을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진짜로 강이 휘돌아 흐릅니다.



↑ 최대로 줌을 당겨 하회마을을 찍었습니다. 우리가 묵은 북촌댁도 보이네요. 이렇게 하회마을에서의 1박 2일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하회마을에 4대강 공사를 실시하려고 했다가 마을 사람들과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로 철회됐다고 하더군요. 마을 앞 강에 보를 설치해서 물놀이 시설을 만들려고 했다는데, 생각할수록 그 발상이 경박합니다. 만일 그런 걸 설치했더라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되는 것은 물론이고 별로 남지 않은 아름다운 경관이 영원히 우리 곁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하회마을에서 좀 떨어진 병산서원 근처에서는 준설공사가 한창이던데, 이게 하회마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염려스럽습니다.

파릇파릇 새순이 돋아나는 요즘, 안동 하회마을에 가서 생동하는 봄의 기운과 함께 전통의 문화를 한껏 느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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