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대전'을 보러 가다   

2011. 5.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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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에 성남-수원 간의 K리그 축구경기를 보러 탄천종합운동장에 갔습니다. 원래 축구에 그리 관심이 높지 않아서 이렇게 K리그 경기를 보러 간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지인에게서 표를 얻었기에 바람이나 쐴 목적으로 찾아간 경기장이었습니다. 아들도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경기 시작 시간인 2시 10분이 다가오자 갑자기 가자고 해서 부랴부랴 짐을 챙겼죠.


도착하니 벌써 경기가 10분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앉을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서 성남 서포터들이 앉는 구역(노란 구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뷰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늘이 져서 관전하기에 쾌적했지요. 이웃 블로거인 inuit님도 이 경기를 보러 오신다 했으니 어디엔가 자리를 잡았을 테죠? ^^

inuit님은 이 경기가 '마계대전(馬鷄大戰)'이라고 하시던데, 처음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웬 마계(魔界)? 알고보니 성남의 상징인 '천마'와 수원의 상징인 '블루윙스'를 조합한 말이란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

 


부랴부랴 나온 탓에 점심을 걸렀지만, 우리에겐 비상식량인 건빵이 있습니다. 한봉지를 다 먹으니 배가 부릅니다. ^^

 


전반전에 성남이 아주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무위로 끝났죠.



아들은 먹는 것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축구의 맛을 느끼기엔 어릴 뿐더러 성남팀이나 수원팀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무한 탓입니다. 아들이 아는 유일한 축구선수는 박지성과 메시입니다. ^^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에 치어리더들이 한바탕 춤을 추고 퇴장합니다. 아직 스코어는 0 대 0 입니다.

 


누군가 설명을 해주면 경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DMB를 켜니 이 경기가 생방송되더군요. DMB는 한 5~6초 정도 타임랙이 있어서 그런지 중계방송을 듣기엔 적당치 않더군요. 조금 보다가 말았습니다.

 


성남이 패널티킥으로 1:0으로 앞서 갑니다. 성남 서포터들이 기세가 올랐습니다. 하지만 후반전이 끝나갈 무렵에 삼성의 만회골을 허용해서 1:1로 비긴 채 경기가 끝났습니다.
 


수원이라는 대어를 막판에 놓쳐서 그런지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트랙을 돌면서 팬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서포터들에게 인사하는 선수들.

 


집으로 가기 위해 탄천을 건넜습니다. 야탑역에서 지하철을 타야 하니까요. 징검다리 아래로 흐르는 물살이 제법 세찹니다.

 


철봉을 보더니 놀고 가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들이 매달리기 특기(?)를 보여 줍니다. ^^

 


간식거리가 들어있던 빈 가방을 메고 야탑역으로 갑니다. 이렇게 일요일 오후가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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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은 과학이다. 전략을 실험하라   

2011. 5. 1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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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통신판매업체 몽고메리워드(Montgomery Ward)의 영업담당 부사장이었던 로버트 우드(Robert E. Wood)는  1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이 무엇 때문인지 고심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바로 자동차 등록대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패턴이었습니다. 그는 고객들이 집에 앉아 물건을 받아보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기 위해 차를 몰고 가는 수고를 기꺼이 즐기리라고 간파했습니다. 실제로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쇼핑몰들이 빠르게 증가하던 중이라서 우드는 머지않아 통신판매업이 사양산업되리라는 결론을 내렸죠.
 
우드는 ‘대형 쇼핑몰’이라는 해법을 사장인 테오도어 머셀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머셀스는 통신판매업이 전도유망한 산업이라 굳게 믿은 터라 회사를 통신판매업체에서 쇼핑몰업체로 변모시키자는 우드의 해법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영업손실은 그저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치부했죠. 자동차 등록 대수의 급증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지만 당시에는 우드 이외에 그것으로부터 전략적 의미를 찾아낸 사람은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머셀스는 눈엣가시처럼 끈질기게 주장하던 우드를 쫓아내 버립니다.


 
신념을 굽힐 수 없었던 우드는 경쟁사인 시어즈 로벅(Sears Robuck)에 입사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다행히 사장인 줄리어스 로젠월드는 우드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드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었죠. 로젠월드는 실질적인 검증을 원했습니다. 통신판매업을 버리고 쇼핑몰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은 회사의 존폐에 결정적일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죠. 우드의 생각도 로젠월드와 같았습니다.
 
우드는 쇼핑몰사업이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훌륭한 해법인지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점포를 오픈하는 ‘융단폭격’식 전략을 지양하고, 일단 현재 사무소(지역별로 통신판매를 총괄하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순차적으로 다섯 곳에 쇼핑몰을 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에 3개의 점포를 개설했습니다.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서는 직원들과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 점포 운영이 수월했지만, 사무소가 없는 지역에서는 처음부터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우드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의 점포들이었습니다. 그 점포들이 기반시설이나 지원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쇼핑몰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우드의 해법이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자동차 소유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임이 증명되기 때문이었죠.

우드는 이렇게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세운 점포를 대조군으로 삼았고, 사무소가 없는 외곽지역에 개설한 점포를 실험군으로 설정했습니다. 두 군데 모두 쇼핑몰이라는 동일한 사업구조를 가지게 한 다음,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두 군의 차이로 두고 실험을 한 것이죠.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치 않음에도 외곽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이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한다면, 자동차로 인해 행동반경이 넓어진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쇼핑몰이란 새로운 형태의 소비 공간을 강력하게 지지하리라고 간주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쇼핑몰 실험의 성공에 고무된 시어즈는 이후 통신판매업에서 쇼핑몰사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변모시켜 유통업의 최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우드는 1939년에 시어즈의 CEO로 승진하여 15년 동안 회장으로 활약했죠. 그와 시어즈의 성공에는 ‘실험’이란 지렛대의 힘이 컸습니다. 

전략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을 수립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기보다는 그것을 실행하는 데에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전략을 짜놓고도 주저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경쟁사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경영진의 신념이나 근거 없는 믿음이 가해지는 바람에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전략이 감행되기도 합니다. 근거 없는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겠죠.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듯이, 믿음이 사실을 대체할 때 전략이 실패하고 그로인해 조직이 몰락할 수 있습니다.

우드처럼 실험을 통해 전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따져 본다면, 좋은 전략을 빨리 실행시키기 위한 확실한 근거를 얻을 수 있고 나쁜 전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업을 둘러싼 문제의 심각성이 크고 전략을 실행하는 데 여러 가지(비용, 시간, 인력 등)로 부담이 크다면 전략의 타당성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마치 과학자가 자신의 가설을 실증하고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 실험을 수행하듯이, 여러분도 우드처럼 실험을 잘 설계하면 전략의 타당성을 미리 가려냄으로써 실행의 부담을 덜 수 있겠죠.

전략은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모셔놓을 보고서가 아닙니다. 전략은 의지도 아닙니다. 전략은 과학입니다.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실험을 수행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과학적인 전략가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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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은 독약이다   

2011. 5. 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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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많은 기업들이 매년 9월 정도되면 슬슬 내년도 예산계획 수립(사업계획 수립이라고도 함)에 돌입합니다. 경영기획에서 내년도 사업에 관한 대략의 지침을 내려주면 각 사업부나 부서들이 정해진 포맷에 맞춰 달성하고자 하는 매출 목표과 비용 목표 등을 잠정적으로 결정합니다. 경영기획에서는 그것들을 취합하면 임원회의를 통해 세부적인 수치를 조정하고 전사 예산계획을 확정하는 프로세스를 거치게 됩니다. 예산계획 프로세스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작업이 완료되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만들어 낸 예산계획(짧게 말해 '예산')이 해가 바뀌고 나서도 계속 바뀐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환경에 따라 매출이나 비용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만일 여러분의 회사가 환율에 굉장히 민감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면, 갑작스런 환율 폭등(혹은 폭락)으로 인해 작년 말에 세운 예산계획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환율 때문에 구매비용이 커져서 예상했던 이익을 달성하지 못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경영기획에서는 다시 각 사업부와 부서에게 소위 '수정 예산 수립'을 지시합니다. 작년 말의 시점과 달라진 점을 반영하여 매출 목표와 비용 목표를 새로 잡아서 올리라는 소리죠. 1월이나 2월에 이런 예산 수정 과정이 한번 정도 진행된다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어떤 회사는 예산 수정 작업을 3~4월까지 수차례 계속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반기가 거의 다 된 5월에도 예산 수정 때문에 현업에 방해를 받는 회사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애써 만들어낸 예산계획이 사업 수행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만일 어떤 학생이 100점 받으려고 계획을 세웠는데, 공부를 하다보니 80점 밖에 못 받을 것 같으니까 "그래, 90점으로 목표를 낮추자" 라고 정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게 학생의 본래 목적인 '공부를 잘하는 것'을 달성하도록 이끌어 줄까요? 

예산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의 지향점을 알려주고 돌발변수에 대한 대처 방향을 일러줍니까? 이 질문을 긍정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냐하면 예산계획은 말 그대로 미래를 미리 예측하여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지만, 많은 기업에서 벌어지는 실상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발생한 내외부 환경의 변동을 반영하는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 이게 아니다. 바꾸자!" 라는 식으로 수정된 예산계획이 과연 사업을 수행하는 데에 어떤 혜안을 줄 수 있을까요? 이런 식의 예산계획 관행은 백미러만 보고 운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예산계획을 수립하는 본래의 목적은 사업의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그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좋은 목적은 퇴색하고 구성원들을 '통제'하려는 목적으로 변질되고 맙니다. 그래서 예산계획은 곧 '표에 숫자 채우기' 작업으로 전락합니다. 예산을 수립하면서 얻은 여러 가지 정보를 실제로 활용하는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 정보들이 더 중요한데도 실제로 예산결정 회의 때 설왕설래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숫자'입니다. "매출 목표가 왜 이리 작냐?" 혹은 "너무 과도한 매출 목표다!"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래서 논쟁을 거듭해서 만들어진 예산계획에는 숫자가 가득 적힌 표만 눈에 띕니다. 그런 다음 예산계획을 구성원들에게 던져주면서 "이것을 준수하라!"고 지시 내리죠. 하지만 앞서 말했듯 준수하지 않는 사람은 구성원들이 아니라 경영진들입니다. 상황이 호전되거나 악화되면 곧바로 예산을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리니 말입니다.

이렇게 별로 쓸모가 없는 예산계획을 세우느라 얼마나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지 면밀히 따져보면, 예산계획의 무용성이 금방 가슴에 와 닿습니다. 예를 들어 예산계획 수립에 3개월 정도(예산 수정 과정까지 포함하여)가 소요되고 구성원 중 20% 정도가 부서, 사업부, 전사 단위의 계획 수립에 동원된다고 가정해 보죠. 동원된 구성원들이 매일 2시간 정도 예산계획에 노력을 투여할 경우, 예산계획 수립에 소요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man/day로 계산하면 다음과 같겠죠.

예산계획 수립 비용(man/day) = 전 직원 수 * 3개월 * 20일 * (2시간/8시간) * 20%


만일 전 직원 수가 1,000명이고 평균 man/day가 10만원이라고 하면, 3억 원 돈이 예산계획 수립에 소요되는 것과 같습니다. 보수적으로 가정했는데도 이 정도 금액이 나옵니다. 전략적 혜안을 주지 못할 뿐더러 매번 수정되는 것에 들이는 비용 치고는 상당한 금액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이렇게 과도한 비용을 낭비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니 "어차피 월급이 나가는데 직원들이 예산계획을 수립한다고 해서 실제로 비용이 더 나가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더군요. 회계상으로는 옳은 말입니다. 하지만 예산계획 수립에 골몰하느라 고객 서비스를 위해 발로 뛰고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시간들이 적어진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간과하는 말입니다.

많은 기업에서 예산계획을 수립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실적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매출, 비용, 이익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를 보고 성과급을 주거나 포상을 하는 데에 예산계획이 쓰이죠. 예산계획이 보상의 잣대로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예산계획을 초과달성했는데도 성과급을 주기 '뭣한'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사업부나 부서가 잘해서 예산을 달성한 게 아니라, 산업이 전반적으로 호황이어서 실적이 올라간 것이라면 성과급을 줘야 할까요?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다면, 경쟁사가 우리보다 더 잘했을 경우에도 성과급을 줘야 할까란 질문에도 '예'라고 답할 수 있는지 생각하기 바랍니다. 예산계획은 '내부에서 정한 기준'이라서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계획을 성과를 판단하는 잣대로 쓴다면, 구성원들에게 "전략적 사고보다는 경영진과 예산계획을 놓고 어떻게 협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됩니다. 사업 수행 능력보다는 소위 '말빨'이 성과급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어 버리죠. 또한 성과를 '띄우려는' 눈속임이 여기저기에서 벌어지기 쉽습니다. 가장 빈번한 눈속임은 채널 스터핑(channel stuffing)입니다.

제가 예전에 다닌 자동차 회사에서는 이상하게도 월말에 판매대수가 집중되곤 했습니다. 왜 그런지는 굳이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알 겁니다. 비용 목표를 맞추려고 싼 부품을 사용하는 바람에 반품이 쇄도하고, 인력 채용 규모를 줄여서 기존 직원들의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합니다. 이것 역시 '예산을 위한 예산 수립' 관행 때문에 빠져나가는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GE의 CEO 였던 잭 웰치는 "예산은 독약과 같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예산을 위한 예산 수립으로 얼마나 많은 인력들이 동원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술술 새는지 뒤돌아봐야 합니다. 그렇다고 예산이 아예 필요없다는 소리가 아닙니다. 금년 예산계획 수립 때는 '예산의 중용'을 지키기 위해 지금부터 '전략적으로' 생각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지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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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빠져 허우적댑니까?   

2011. 5. 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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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아래의 이야기를 읽어 보기 바랍니다.

1960년대 미국과 구소련 간의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했던 때의 일이다.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자 이에 자극을 받은 미국은 ‘우주’에 관련된 것이라면 어디든지 막대한 돈을 쏟아 부어 이내 소련을 따라잡았다.
 
이처럼 미국이 우주에 목을 매다시피 하고 있을 때 한 가지 문제가 터졌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볼펜이 나오지 않아서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한 실험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했던 것이다. 볼펜은 세워서 쓰는 동안 잉크가 중력에 의해 조금씩 써지는 것인데 무중력 상태에서는 잉크가 흘러 내려오지 않으므로 글씨를 쓸 수 없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곧바로 우주공간에서도 쓸 수 있는 볼펜 개발에 착수했다. 이름 하여 스페이스펜(spacepen) 프로젝트. 잉크가 든 대롱 뒤에 작은 압축공기 탱크를 달아 잉크를 공기가 밀도록 했다. 중력 대신 공기의 압력이 잉크를 펜 끝의 볼 쪽으로 밀어 붙여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얼마 뒤 미국의 우주비행사가 소련 우주비행사를 만났다. 자랑도 하고 싶고, 궁금하기도 해서 스페이스펜을 꺼내 들고 물었다. “이거 1백 20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건데, 당신들은 우주공간에서 무엇으로 기록을 합니까?” 으스대는 미국 우주비행사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소련 우주비행사가 답했다.
 
“우린 연필로 쓰는데…..”

(출처 : '조직행동', 임창희)




이 글을 읽고 여러분은 무엇인가를 느꼈습니까? 몇 백원 짜리 연필이면 족한데 120만 달러나 되는 거액을 들여 스페이스 펜을 만든 NASA의 행동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을지 모르겠네요. 실용을 무시하고 '혁신을 위한 혁신'이란 함정에 빠지고 만 대표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만일 여러분이 머리를 끄덕이며 이런 느낌과 생각을 가졌다면, 유감스럽게도 여러분은 잘못된 정보에 현혹된 것입니다.

스페이스 펜과 관련된 실제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연필로 종이 위에 글씨를 쓰면 미세한 흑연 가루가 발생합니다. 연필을 사용하려면 칼로 깎아줘야 하는데 이때도 흑연 가루와 나무 가루가 발생하겠죠. 무중력 상태에서는 이 흑연 가루가 공간을 자유롭게 떠다니다가 기계 속으로 스며들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흑연 가루가 전도성을 띠기 때문에 정밀하게 돌아가야 할 우주선의 기계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을 사전에 알았던 NASA는 연필이 우주선에서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죠. 소련에서도 연필을 사용한 적이 없고 일반 볼펜을 우주선에서 썼다고 합니다. 따라서 연필을 사용한다고 말한 소련 우주 비행사의 말은 와전된 것이거나, 미국 우주 비행사를 놀려 주기 위해 일부러 한 말일 가능성이 큽니다. 개발하는 데에 120만 달러나 들었다는 것도 허구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120만 달러가 아니라 20만 달러가 들었다고 하더군요. 20만 달러면 우주선에서 사용할 물품의 개발 비용 치고는 그리 높다고 볼 수 없죠.

사실 이런 반론들도 진짜 옳은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흑연이 우주선 기계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제외한 다른 반론들이 틀렸을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원래의 이야기가 맞든 반론이 맞든 간에 우리가 깨달아야 할 점은 우리가 보고 듣는 정보와 지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영서나 자기계발서를 보면 독자들에게 교훈이나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례가 삽입되어 있는데, 실제와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상상력이 지나치게 뛰어난 작가가 이야기의 재미를 극대화하고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 존재하지도 않은 스토리를 지어 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죠. 어떤 작가가 특정 사례에 대해 '마사지'를 가하면, 그 책을 읽은 다른 작가가 거기에 상상력의 '살'을 붙여 확대 재생산하고, 그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독자들은 다른 이들에게 퍼 나르면서 스페이스 펜의 개발비용은 120만 달러가 되고 그렇게 거액을 쏟아부은 NASA 사람들은 바보가 되고 맙니다.

저도 처음에 위의 '스페이스 펜' 이야기를 들으면서 혁신을 위한 혁신을 경계해야 함을 일깨우는, 아주 좋은 사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에 인용을 해볼까도 생각했습니다. 트위터에 스페이스 펜 이야기를 올리니, 많은 분들이 실제와 다른 이야기라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 분들의 멘션을 보면서 사람은 스토리에 굉장히 취약한 동물이고 나 역시 그런 한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신중하게 사례의 진위 여부를 따져봐야겠다고 반성하게 됐죠. '엄밀한 증거(hard fact)'만이 옳은 의사결정과 판단을 이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새겼답니다. 믿음이 사실을 대신할 때 '나의 사고'는 빛을 잃고 몰락할 테니까요. 여러분이 지금 보고 듣는 모든 정보와 지식을 찬찬히 뜯어보고 검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만이 '신화(myth)'라는 늪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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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삭감, 과연 해야 할까?   

2011. 5. 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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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회사가 지금 상당한 어려움에 처했다고 가정해보기 바랍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이익은 오래 전부터 빨간불이 커졌습니다. 고객들은 더 이상 우리 회사 제품을 찾지 않습니다. 경쟁사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멀찌감치 달아나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묘안을 다 동원해도 성과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백약이 무효하니, 이제 최후의 수단만 남았습니다. 바로 '임금 삭감'입니다.

경영진은 회사의 생존을 위해 직원들에게 임금을 삭감하고 각종 비용을 강력하게 통제하겠다는 말을 전달합니다. 고통을 분담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타개하면 모두 원래대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호소합니다. 바로 다음달부터 임금을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일괄적으로 15% 정도 깎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회사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이유가 산업 트렌드의 변화와 같은 외적요인이 아니라 바로 '경영진의 전략 실패'라면 직원인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들까요? 예를 들어 직원들을 비롯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우려를 물리치고 핵심역량과 동떨어진 비관련 분야에 투자했다가 이익은커녕 엄청난 손실을 보는 바람에 기존 사업까지 영향을 받아 휘청거리는 거라면, 여러분은 경영진의 임금 삭감 조치에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 여러분은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경영진을 좋은 눈으로 바라보기는 어려울 겁니다. 거칠게 말하면 '하지 말라는 것을 해서 실패해 놓고 왜 우리에게 짐을 지우냐?'는 반응을 보이겠죠. '그래, 직원으로서 회사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동참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소수일 겁니다. 설령 위기의 원인이 경영진의 독단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산업 트렌드의 변화라고 해도 경영진의 고통분담 호소에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렵겠죠. '왜 미리미리 전략을 세워서 대처하지 못했나? 전략을 수립하는 건 경영진의 몫이 아닌가?' 라고 말입니다. 경영진의 용단에 박수를 보내는 직원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당장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야 하니까요.

이렇게 회사가 어려워져서 임금을 삭감해야 할 상태까지 이르면 직원들은 나름대로 먹고살 방법을 궁리합니다.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방법은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겠죠. 모르긴해도 임금 삭감 조치가 내려지고 나면 집에서 이력서를 새로 작성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렇게 이직을 결심하거나 실제로 이직에 성공하는 자의 대부분은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그들이 가진 지식, 노하우와 같은 암묵지들이 함께 조직을 빠져나감으로써 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동력을 상실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것이 임금 삭감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돈으로 따지기가 어렵지만 비즈니스 위크 지의 조사에 따르면, 퇴직하는 직원 1인당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 값은 평균일 뿐입니다. 만약 핵심역량을 보유한 우수직원이 이직하면 그 기회비용은 3만 달러를 훨씬 상회하겠죠.

임금 삭감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 번째 비용은 직원들의 '태업'에서 발생합니다. 이직하지 않고 남아있는 직원들은 깎인 임금만큼 일을 덜함으로써 보상을 받겠다는 심리를 표출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것이죠. 예전에 올린 '직원들이 회사 물건을 훔치는 이유'에서 이런 보상심리를 언급했었습니다. 임금이 삭감된 직원들의 업무태도는 눈에 띄게 수동적으로 변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건수도 줄어듭니다. 생산성이 늘어나줘야 하는데 정체되거나 하락하겠죠. 위기 타개를 위해 절실한 품질 개선이나 성능 혁신은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 또한 위기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요한 동력을 갉아먹습니다.

임금을 삭감하면 업계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는 것은 당연하겠죠? 회사에서는 빠져나가는 우수직원들의 빈 자리를 채우기 위해 채용시장에서 대체인력을 찾기 시작합니다. 회사가 어렵긴 하지만 사업을 운영하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누가 임금이 삭감되는, 외견상 휘청거리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할까요? 아마 직원을 새로 채용하더라도 그사람의 역량이 이직한 직원에 비해 떨어질 확률이 큽니다.

이렇게 임금 삭감 조치로 인해 얻는 노동비용의 감소분보다 위의 요인으로 발생하는 증가분이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결국 회사의 성과에 악영향을 끼치고 맙니다. 임금 삭감 이전보다 더 안 좋아져서 다시 임금을 삭감하거나 정리해고를 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제 살 깎아먹기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에 처하죠.

임금 삭감을 통한 노동비용의 감소가 총비용의 감소로 이어지고, 총비용이 감소하면 이익이 증가할 거라는 단순한 인과관계를 버려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노동비용을 감소시키려는 인위적이고 단기적인 조치는 오히려 총비용의 증가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제프리 페퍼는 그의 책 '지혜경영'에서 "그러한 어설픈 가정은 잘못된 의사결정, 나아가 형편없는 사업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꼬집어 말합니다. 

경영진의 전략 실패로 인한 짐을 직원에게 지운다면 위험을 기회로 반전시키는 데에 절실하게 필요한 직원들의 도움을 받기가 불가능해집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임금을 건드리는 쉽고 단순한 미봉책에 기대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직원들의 충성심을 이끌어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임금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다든지, 직원들의 교육 훈련을 강화한다든지, 아니면 거꾸로 임금을 인상하는(물론 소폭으로) 등의 역발상을 취하면 어떨까요? 

상식과 반대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회사는 직원들에게 "회사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한 것은 직원 여러분의 충성과 기여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직원들이 회사의 동력이고 가장 소중한 자산임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것이죠.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면 그들이 비용 감소를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를 자발적으로 내놓을 겁니다. 또한 품질과 성능 향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죠. 이렇게 해서 얻는 이득 증가분은 임금 삭감으로 얻는 비용 감소분을 훨씬 초과합니다. 또한 역발상의 조치들은 회사의 역량을 손상시키지 않고 강화하기 때문에 위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엄청난 동력을 제공하겠죠. 직원들의 자발적인 변화 의지를 끌어낼 수 있다면, 위기에 처할수록 직원들의 임금을 보호하거나 오히려 인상시킴으로써 지출되는 비용은 기꺼이 지출할 수 있겠죠.

임금 삭감은 '계정과목 인건비'의 감소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회계로 잡히지 않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증가는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가 임금 삭감을 조치를 내렸다고 해서 그 회사의 주가가 오른다면 그것은 매우 이상한 일입니다. 임금 삭감은 비용 감소가 아니라 비용 증가입니다. 그래서 반대로 주가가 더 떨어져야 하는 게 맞죠. 직원들에게 짐을 지우는 임금 삭감 조치는 제 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안다면 말입니다.

제프리 페퍼는 말합니다. "직원들의 주머니를 그만 노려라" 라고 말입니다. 현명하고 강직한 경영자라면 섣불리 임금을 삭감하는 오판을 내리지 않을 겁니다.

(*참고도서 : '지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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