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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예지력은 얼마나 됩니까?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 일을 사전에 알아맞힐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합니까? 즉 무엇이 일어날지 사전에 알아맞히는 확률이 얼마입니까? 알아맞히는 방법은 그게 직관이든 분석이든 관계 없습니다. 그리고 알아맞혀야 하는 대상이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주가의 변동이든, 내일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팀이 A매치에서 거둘 득점이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면 모두 예지의 대상이죠.
그 일이 일어난 후에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능력(즉 확률)을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랍니다. 30%? 아니면 80%? 기회가 되면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 보고 싶은데, 지금 짐작으로는 무언가를 사전에 예지해서 맞힐 확률이 적어도 10~20%는 될 거라고 사람들이 대답할 듯 합니다. 아마도 사람들은 그렇게 대답하면서 10~20%면 스스로 자신의 예지력에 대해 '겸손하게' 평가한 거라고 생각할 테지요. 하지만 과연 10~20%의 예지력(맞힐 확률)이 겸손한 수준일까요?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예언을 직업으로 삼는 점술가들의 예지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그들에게 복채를 주면서 우리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조언을 얻으려면 그들이 어느 정도의 예지력을 가져야 할까요? 여러분과 같은 수준의 예지력이라면 그들에게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겠죠. 아마도 여러분은 그들이 70~90%의 예지 능력이 있고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생각한다 해도 그들의 예지력이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보다는 높아야 하겠죠.
그러나 점술가들의 예지력은 평범한 사람들에 비해 별로 크지 않습니다. '지니 딕슨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용어은 심령술사인 지니 딕슨이라는 여자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그녀는 수많은 예언을 내놓았지만 적중한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적중했다고 여겨지는 예언도 따져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되도록 뭉뚱그려서 이야기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가 빗나간 예언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보다는 그녀가 어쩌다가 맞힌 예언만을 머리 속에 각인시켰습니다. 그래서 지니 딕슨은 용한 점술가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우리가 우리 자신의 예지력을 실제 수준보다 높게 생각하는 이유는 '대수(大數)의 법칙' 때문입니다. 대수의 법칙이란 경우의 수가 엄청나게 많으면 그 중에서 원하는 결과가 '한 두 개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그 사건이 발생할 확률 자체가 높아지는 것은 아님).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이렇게 되겠지? 아마 그렇게 될지도 몰라"란 생각을 합니다. 대부분은 그런 생각이 빗나가곤 하지만 어쩌다가 기막힐 정도로 적중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죠. 헌데 우리의 뇌는 빗나간 예언은 싹 무시하고 극소수의 적중한 예언만을 강하게 인식합니다. 그때문에 점술가의 예지력에는 거품이 잔뜩 끼게 되고(그로인해 그들에게 카운셀링 서비스 이상의 돈을 지불하고), 자신의 예지력을 스스로 10~20%라고 평가하는 일반인들은 그정도면 겸손한 수준이라 여기죠. 실제의 예지력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할 텐데 말입니다.
서점에 가면 천만원으로 시작해 주식으로 몇 십억을 벌었다, 젊은 나이에 부동산으로 성공했다는 책들이 사람들의 눈을 끕니다. 그 책이 일러주는 대로 실천하면 우리도 떵떵거릴 정도는 아니지만 제법 많은 돈을 벌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듭니다. 헌데 희망으로 끝나지 않고 그것을 맹신한다면 문제입니다.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요? 적게 잡아도 몇 백만 명은 될 겁니다. 대수의 법칙 때문에 그 중에서 '이런이런 방법으로 성공했다'는 사람이 한 두 명 쯤은 나오게 마련입니다. 확률로 따지면 아주 작지만(예를 들어 몇 백만 분의 1 정도), 확률이 작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오로지 그가 투자에 성공했다는 사건만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서 서점에서 그런 책들은 절찬리에 판매되고 많은 이들이 헛된 꿈을 갖고 맙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기업이 업계에서 리더로 급부상하면 모두들 그 회사가 성공한 비결을 찾기 위해 경영학자, 기자, 블로거들이 벌떼처럼 달려듭니다. 그러고는 그 회사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 내어 책을 내거나 기사를 씁니다. 그 회사처럼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죠. 이때도 우리는 대수의 법칙이 부리는 장난이 아닌지 의심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리더로 올라설 수 있는 기업은 얼마되지 않기에 그 회사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으리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알고보면 별것 없는데도(다른 회사가 별 차이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대수의 법칙에 희생되지 않으려면,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만을 바라보지 말고 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그 사건의 발생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인식하도록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지 매번 의심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회의주의자가 되는 것, 그것이 숱한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잡스러운 오보가 날뛰는 세상에서 의사결정의 중용을 잡아가는 자세입니다. 우리의 예지력이 형편 없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기분이 좀 나빠도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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