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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목표가 '소식소식(少食少式)'이었습니다. 앞의 소식(少食)은 말 그대로 밥을 적게 먹으며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것이고, 뒤의 소식(少式)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느끼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말이죠.
오늘 여러분에게 두 개의 소식 중 '앞의 소식'에 대한 목표를 달성했음을 공식적으로 알립니다. 지난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10주만에 10킬로그램을 감량했으니 말입니다. 당초 목표는 7킬로그램 감량이었지만, 살을 빼다 보니 재미(?)를 느껴 내친김에 10킬로그램을 뺐지요. 요요현상을 대비해 3킬로그램 정도의 버퍼는 마련해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2월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계기는 우습게도 크게 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설날에 돼지고기 수육을 먹고 탈이 나서 며칠 동안 속이 안 좋아 제대로 밥을 못 먹었죠. 그 덕(?)에 이틀 만에 1.5킬로그램이 쑥 빠지더군요. 그래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다!' 라는 생각에 마음만 먹고 실행하지 않았던 다이어트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겁니다.
다이어트의 적!
비결이랄 것도 없지만, 제가 실행한 다이어트법은 3끼 식사를 거르지 않되 예전 식사량의 2분의 1만 먹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성인남자 하루 권장 칼로리(2500 Kcal)의 50~60%에 해당하는 1300 Kcal 정도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한 끼당 450 Kcal만 섭취하는 꼴이죠. 그리고 저는 육류를 입에 대지 않기로 했습니다. 고기만을 먹는 황제 다이어트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 다이어트법은 고기의 지방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는 제약조건이 있습니다. 근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고기를 섭취하면 어쩔 수 없이 필요 이상의 지방을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적이 되죠.
고기를 먹지 않으면 단백질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기 대신에 두부를 하루에 1~2모를 먹으면서 단백질을 보충했죠. 두부를 기름에 부치지 않고 물에 삶아 간장을 찍어 먹으면 다른 음식을 적게 먹어도 쉽게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유도 하루에 2개 정도를 먹었고, 식간에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되더군요.
갑자기 식사량을 반으로 줄이니 몸이 '이게 왠일이야!' 하면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극심한(?) 배고픔이 끼니 사이마다 찾아와서 빨리 음식을 넣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더군요. 특히 밤 10시 이후의 시간은 배고픔을 참기가 가장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쓴 방법은 배가 고파 고통스러울 지경이 되면 튀밥 한 주먹(대략 20Kcal)을 그릇에 담아 한 알씩 입으로 녹여 먹은 후 물 한모금을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을 쓰면 뭔가를 먹고 있다는 위안(?)을 주는 효과가 있었고, 인터넷이나 독서로 신경을 다른 쪽으로 돌리면 10분 정도 지나 배고픔이 조금이나마 가셨답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만 하는 다이어트는 근육량도 함께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어서 조그만 과식하면 금세 요요현상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운동도 병행했죠. 제가 한 운동은 하루에 1시간 정도를 조금 빠르게 걷는 것이었습니다. 별다른 운동은 아니지만, 지방을 연소시키는 데 가장 좋은 운동이죠. 웨이트 트레이닝은 아니라서 근육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적어도 다리 만큼은 탄탄해지더군요.
매일 아침 속옷만 입고 저울에 몸무게를 재면서 어제보다 얼마나 빠졌는지 측정했는데, 몸무게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선형이 아니라 계단의 모습을 띠더군요. 처음 2킬로그램은 잘 빠지다가 2~3일간 더 줄지 않고 있다가 다이어트를 계속하면 다시 2킬로그램이 빠지는 패턴이더군요. 마치 몸이 "네가 어디까지 다이어트 하나 보자" 라는 것 같았습니다. 몸무게가 다이어트 기간에 비례해서 줄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다이어트를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적겠죠?
10킬로그램을 빼고나니 더 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대학 때의 몸무게로 돌아가려면 아직 6킬로그램이나 더 남아서 욕심이 생깁니다. 하지만 단기간의 감량은 몸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일단은 지금의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빼는 전략으로 전환할 생각합니다. 요요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몸이 "지금 이 상태가 정상이야"라고 충분히 인식하게 만들어야 하기에 당분간 지금의 몸무게로 몸을 고정시켜야겠죠. 다이어트 성공의 축배를 드는 순간 요요가 찾아온다니 경계를 늦추지 않으렵니다.
10주에 걸쳐 10킬로그램을 감량하니 그전에는 몰랐던 내 몸의 선들이 드러나더군요. 무엇보다 10년 넘게 실종됐던 허리 라인이 살아 돌아와서 아주 반가웠지요. 아직 군살이 여기저기에 많아 더 뺄 여지가 있지만, 10주 전과는 달라진 몸을 보니 신기한 느낌마저 듭니다. 작년에 산 바지를 입을 때 흘러내리지 않도록 허리띠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즐겁구요. 몸이 가뿐해져서 오르막을 오를 때도 발걸음이 무겁지 않습니다.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이 다이어트를 계획하거나 시도 중일 겁니다. 하나의 팁을 드린다면 다이어트 초기에 살이 빠지고 있다는 거짓신호를 스스로에게 주라는 것입니다. 소위 'Quick Win'을 경험하라는 말이죠. 저는 다이어트를 결심한 날 밤에 옷을 입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 아침에 속옷만 입고(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몸무게를 쟀습니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에 잰 몸무게가 1킬로그램 이상 덜 나갔겠죠? 옷의 무게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자신에게 몸무게가 빠졌다는 신호를, 몸무게를 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거짓 신호라 해도 다이어트의 동기를 불태우는 데 좋은 방법임을 경험했답니다. 굶주리고 운동한 것에 대한 작은 보상이 되니까 말입니다.
저의 10킬로그램 감량을 자축(?)하며, 여러분의 다이어트 성공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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