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은 과학이다. 전략을 실험하라   

2011. 5. 13. 09:32



1921년 통신판매업체 몽고메리워드(Montgomery Ward)의 영업담당 부사장이었던 로버트 우드(Robert E. Wood)는  100만 달러의 영업손실이 무엇 때문인지 고심하던 중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한 가지 중요한 변화를 감지했습니다. 바로 자동차 등록대수가 급격히 증가한다는 패턴이었습니다. 그는 고객들이 집에 앉아 물건을 받아보기보다는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직접 보고 고르기 위해 차를 몰고 가는 수고를 기꺼이 즐기리라고 간파했습니다. 실제로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형태의 쇼핑몰들이 빠르게 증가하던 중이라서 우드는 머지않아 통신판매업이 사양산업되리라는 결론을 내렸죠.
 
우드는 ‘대형 쇼핑몰’이라는 해법을 사장인 테오도어 머셀스에게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머셀스는 통신판매업이 전도유망한 산업이라 굳게 믿은 터라 회사를 통신판매업체에서 쇼핑몰업체로 변모시키자는 우드의 해법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영업손실은 그저 운이 나빴기 때문이라고 가볍게 치부했죠. 자동차 등록 대수의 급증은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지만 당시에는 우드 이외에 그것으로부터 전략적 의미를 찾아낸 사람은 별로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머셀스는 눈엣가시처럼 끈질기게 주장하던 우드를 쫓아내 버립니다.


 
신념을 굽힐 수 없었던 우드는 경쟁사인 시어즈 로벅(Sears Robuck)에 입사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다행히 사장인 줄리어스 로젠월드는 우드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우드의 제안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은 아니었죠. 로젠월드는 실질적인 검증을 원했습니다. 통신판매업을 버리고 쇼핑몰사업을 전환하는 전략은 회사의 존폐에 결정적일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죠. 우드의 생각도 로젠월드와 같았습니다.
 
우드는 쇼핑몰사업이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훌륭한 해법인지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한꺼번에 많은 점포를 오픈하는 ‘융단폭격’식 전략을 지양하고, 일단 현재 사무소(지역별로 통신판매를 총괄하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순차적으로 다섯 곳에 쇼핑몰을 열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에 3개의 점포를 개설했습니다.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서는 직원들과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서 점포 운영이 수월했지만, 사무소가 없는 지역에서는 처음부터 ‘맨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죠. 우드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사무소가 없는 외곽 지역의 점포들이었습니다. 그 점포들이 기반시설이나 지원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곳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면, 쇼핑몰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우드의 해법이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자동차 소유 증가)에 대처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임이 증명되기 때문이었죠.

우드는 이렇게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그는 사무소가 위치한 곳에 세운 점포를 대조군으로 삼았고, 사무소가 없는 외곽지역에 개설한 점포를 실험군으로 설정했습니다. 두 군데 모두 쇼핑몰이라는 동일한 사업구조를 가지게 한 다음,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두 군의 차이로 두고 실험을 한 것이죠. 기반시설과 인력이 충분치 않음에도 외곽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이 상대적으로 높은 매출을 달성한다면, 자동차로 인해 행동반경이 넓어진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가 쇼핑몰이란 새로운 형태의 소비 공간을 강력하게 지지하리라고 간주했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쇼핑몰 실험의 성공에 고무된 시어즈는 이후 통신판매업에서 쇼핑몰사업으로 완전히 체질을 변모시켜 유통업의 최강자로 우뚝 섰습니다. 그리고 이를 성공적으로 이끈 우드는 1939년에 시어즈의 CEO로 승진하여 15년 동안 회장으로 활약했죠. 그와 시어즈의 성공에는 ‘실험’이란 지렛대의 힘이 컸습니다. 

전략이 어려운 이유는 그것을 수립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기보다는 그것을 실행하는 데에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전략을 짜놓고도 주저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치고 경쟁사들이 앞서가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반대로, 경영진의 신념이나 근거 없는 믿음이 가해지는 바람에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전략이 감행되기도 합니다. 근거 없는 전략은 실패할 확률이 클 수밖에 없겠죠.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듯이, 믿음이 사실을 대체할 때 전략이 실패하고 그로인해 조직이 몰락할 수 있습니다.

우드처럼 실험을 통해 전략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 따져 본다면, 좋은 전략을 빨리 실행시키기 위한 확실한 근거를 얻을 수 있고 나쁜 전략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업을 둘러싼 문제의 심각성이 크고 전략을 실행하는 데 여러 가지(비용, 시간, 인력 등)로 부담이 크다면 전략의 타당성을 실험을 통해 검증해야 합니다. 마치 과학자가 자신의 가설을 실증하고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 실험을 수행하듯이, 여러분도 우드처럼 실험을 잘 설계하면 전략의 타당성을 미리 가려냄으로써 실행의 부담을 덜 수 있겠죠.

전략은 책상 서랍 속에 고이 모셔놓을 보고서가 아닙니다. 전략은 의지도 아닙니다. 전략은 과학입니다. 전략을 실행하기 전에 실험을 수행할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는, 과학적인 전략가가 되기 바랍니다.


inFuture 아이폰 앱 다운로드       inFuture 안드로이드 앱 다운로드

** 이 글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자발적 원고료'로 글쓴이를 응원해 주세요. **
(카카오톡 > 더보기 > 결제) 클릭 후, 아래 QR코드 스캔



혹은 카카오뱅크 3333-01-6159433(예금주: 유정식)

Comments

  1. 김병수 2011.05.13 16:09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나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는 유대표님의 말씀이 거의 진리에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정주영 왕회장님의 '해봤어?'가 떠오르네요...^^

    perm. |  mod/del. |  reply.
  2. Favicon of https://citruss.tistory.com BlogIcon 씨트러스 2011.05.13 22:26 신고

    해보아야 감이 빨리 오겠죠. 공감합니다. ^^

    perm. |  mod/del. |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