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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합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을 얼마나 옳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만일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평가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을 경우, 그 잘못된 평가를 깨끗이 지워내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까? 사람(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가졌던 처음의 인상이나 견해는 부족하거나 부정확한 정보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기에 그 후에 추가로 얻는 정보를 가지고 수정해 갈 수 있다고 믿습니까?
그런 믿음이 모래 위에 지은 집과 같음을 알려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리 로스(Lee Ross) 등 3명의 심리학자들은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인식의 오류가 얼마나 끈질지게 지속되는지의 여부를 실험을 통해 규명했습니다. 그들은 스탠포드 대학교에 다니는 144명의 여학생들을 피실험자로 모집한 다음, 무작위로 '수행자(actor)'와 '관찰자(observer)'의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연구자들은 72명의 '수행자'에게 25개 세트로 구성된 '자살 노트(suicide note)'를 읽도록 했습니다. 자살 노트란 자살을 감행한 사람들이 일을 저지르기 전에 남긴 글을 말하는데, 한 세트의 자살 노트에는 실제의 것과 가상의 것이 각각 하나씩 적혀 있었습니다. '수행자'들은 그것들을 읽어본 후에 그 중에서 무엇이 실제의 것인지 알아 맞혀야 했습니다.
수행자들은 25개 세트를 읽으면서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답을 제시했지만 그가 무엇을 답하든지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수행자의 실력과 관계없이 잘 맞히는 사람과 못 맞히는 사람을 미리 정해 놓았던 겁니다. 연구자들은 25개 중 24개 이상을 맞히는 경우를 '우수한 수행자'로, 25개 중 10개를 맞히는 경우를 '저조한 수행자'로 설정했죠.
이렇게 과제를 끝마치고 난 후에 연구자들은 수행자들에게 '향후에 이런 과제를 다시 수행하게 되면 정답률이 어느 정도 될 것 같은가'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우수한 수행자'들은 21개 이상을 맞힐 수 있다고 자신한 반면, '저조한 수행자'들은 11개 정도만 맞힐 수 있을 거라 답했습니다. 또한 실제의 자살 노트를 알아맞힐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7점 척도로 평가해 보라고 하자 '우수한 수행자'는 5.25로, '저조한 수행자'는 2.58로 평가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연구자들이 무작위하게 설정한 결과를 자신의 실력으로 오인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 후에 벌어졌습니다. 연구자들은 자살 노트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실력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우수한 수행자와 저조한 수행자를 배정했노라고 실험의 진실을 밝혔습니다. 자살 노트의 진위 여부에 대한 평가가 의미 없음을 분명히 알린 것이죠. 연구자들은 수행자들에게 자살 노트를 알아맞힐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라고 설문을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우수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들은 5.00, 저조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들은 3.83으로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거짓으로 실력을 알려줬음을 고백했는데도 여전히 자신의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더욱이 연구자들은 이 실험의 목적이 다른 사람의 평가로 인해 자기 자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더욱 자세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경향은 (약해지긴 했지만)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실력에 대한 신념이 얼마나 강하게 지속되었는지 우수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는 4.75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들은 수행자는 3.83으로 자신의 실력을 평가했으니 말입니다.
리 로스 등의 연구자들이 수행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진행할 때, 관찰자(observer)로 참여한 학생들은 수행자들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이 관찰자들에게 수행자의 실력을 평가하라는 설문을 돌렸을 때, 관찰자들은 우수한(우수하다고 평가 받은) 수행자들의 능력을 5.67로, 저조한 수행자들의 능력을 3.83으로 평가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거짓으로 우수한 수행자들과 저조한 수행자를 배정했기에 이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연구자들이 관찰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실력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우수와 저조' 여부를 배정한 것이라고 실험의 진실을 밝히고 나서도 그런 경향은 지속됐습니다. 실험의 진짜 목적을 소상하게 밝히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죠. 타인의 능력을 평가할 임무를 맡은 관찰자들도 연구자들이 무작위로 설정한 '우수와 저조' 여부에 여전히 묶여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자신 혹은 타인에 대해 최초로 가졌던 인상이나 견해가 시간이 흘러도 계속 지속된다는 점, 더욱이 그 인상이 거짓으로부터 나왔음을 안다 해도 처음 가졌던 인상(혹은 견해)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이 실험이 극명하게 시사합니다. 우리는 처음에 가진 인상이나 견해에 반대되는 증거를 수도 없이 접하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 합니다. 자살 노트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능력과 같이 어찌보면 별것 아닌 것에도 그런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사람들은 신념과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도 그것을 보지 않으려 합니다. 자신의 판단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만 받아들이고 그 증거를 통해서 자신의 신념을 발전시킵니다. 반대되는 증거라도 자신의 신념에 맞게 다시 재단하거나 왜곡하여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신념에 부합되는 증거만 선별적으로 기억함으로써 반대되는 증거를 아예 기억조차 못하는 경우도 많죠. 또한 반대되는 증거에 따라 자신의 신념을 바꾼다는 것이 자존심을 훼손하는 일이라 여겨서 잘못된 신념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견해가 선입견, 첫인상, 최초의 평가 등에 의해 좌우되고 그것이 꽤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은 인사 평가로 인해 발생하는 팀장과 부하직원들 사이의 갈등에 불씨로 작용합니다. 애초에 '나는 이런이런 능력이 뛰어나(혹은 부족해)' 그리고 '저 사람은 이런이런 능력이 뛰어나(혹은 부족해)'라는 인상을 가지게 되면 신념으로 이어지고 서로에 대한 평가가 충돌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팀장이 A라는 부하직원의 프레젠테이션 역량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견해를 한번 가지게 되면 A가 제아무리 뛰어난 프레젼테이션 실력을 보여주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잘하는 점보다도 잘못하는 점만을 집어내려 할 겁니다. A가 프레젠테이션을 잘하지 못하는 그럴싸한 이유를 찾으려 할 겁니다.
팀장과 부하직원이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가지는 최초의 견해가 잘못된 정보로부터 비롯됐을 수 있고 한번 굳어진 견해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점을 순순히 인정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평가지표를 정교화하고 계량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계량적 지표는 신념을 강화하고 잘못된 신념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잘못된 견해를 희석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객관적인 평가란 또 하나의 미신입니다.
(*참고논문 : Perseverance in Self-Perception and Social Percep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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