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직이나 '신성한 암소'가 산다   

2011. 6. 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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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 재상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를 아십니까? 독일의 통일에 기여한 인물로 추앙 받는 그가 한때 러시아 대사로 근무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러시아 황제인 알렉산더 2세를 예방하는 자리에서 이상한 모습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궁전 정원의 한적한 곳에 군인들 몇 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던 겁니다. 특별히 중요한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경호하기 위한 것도 아니었으니 비스마르크의 날카로운 눈에는 그 모습이 이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황제에게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알렉산더 2세는 자신도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자신의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신하 역시 알지 못해서 경호 장교에게 물었지만 그도 왜 경비병들이 궁전 정원에서 근무하는지 몰랐죠. 그러다가 어떤 사령관이 나와서 황제에게 아뢰었죠. "그것은 예전부터 내려온 관습에 의한 것입니다."라고 말입니다. 황제가 "그 관습은 어떻게 시작된 거지?" 라고 물었지만 사령관은 "죄송하지만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황제는 사령관에게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렸죠.

비스마르크



조사를 하는 데에 꼬박 3일이나 걸렸습니다. 고작 정원에 경비병들이 근무를 서는 이유를 캐내는 데 말입니다. 알고보니 그 유래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했습니다. 80년 전에 캐더린 대제(에카테리나 2세)가 집정하던 시기였습니다. 알다시피 러시아의 겨울은 아주 길고 매우 혹독합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드디어 봄기운이 감돌면 사람들은 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설레이기 마련입니다.

대제가 창문 밖을 내다 보다가 언 땅을 뚫고 나온 '갈란투스' 꽃을 발견했습니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대제는 경비병을 시켜서 누구도 그 꽃을 꺾지 못하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경비병들은 정원에 서서 근무하게 된 겁니다. 꽃이 지고 나서도 80년 동안 경비를 선 병사들은 왜 자신이 여기에서 근무를 서는지 물어볼 엄두도 내지 않은 채 그저 관습이라는 이유로 묵묵히 따랐던 겁니다.

이렇게 유래를 모르는 관행들이 기업에도 존재합니다. 보고서 양식과 같은 작은 것에서 인력을 운용하는 방식이나 업무 프로세스와 같은 중요한 부분에서 '왜 우리가 이 일을 하지?'라며 의문을 가지는, 아니 의문조차 가지지 않고 관성에 젖어 수행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찾아보면 어느 기업이든 그런 것은 적어도 한 두 개는 나오기 마련입니다. 유래를 따져보면 창업자의 습관 때문일지도 모르고, 타사에서 근무하다가 입사한 사람이 "이게 좋다"라면서 들여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관행으로 굳어진 것들이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개는 도로 한복판에 누워 길을 비켜줄 생각이 없는 '신성한 암소'가 되어 버립니다(지난 번에 올린 글 '신성한 암소를 쫓아내라' 참조). 누구도 그 소를 쫓아낼 생각은 하지 않고 우회하는 수고를 감수하죠. 여러분의 팀이 몇 년 동안 어떤 과정이나 절차를 그대로 지속해 왔다면 그게 바로 신성한 암소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문화이고 방식이다" 라고 말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신성한 암소가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사람들은 변화라는 말을 꺼내면 거창하고 대단한 '변화 모델'이나 로드맵을 머리 속에 떠올립니다. 뭔가 정교하면서도 방대한 작업이 수반되어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듯 합니다. 이론화하기를 좋아하는 경영학자나 그 이론을 상품화하는 컨설턴트들이 잘못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준 탓입니다. 조직의 변화가 어렵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누워 있는 신성한 암소를 찾아내어 한놈씩 쫓아내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변화라는 것은 어렵지만 어떤 면에서는 쉽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이유를 모른 채 반복하는 절차나 방식이 무엇에서 유래했는지를 따져본 후에 당시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없애면 되기 때문입니다. 비록 그것이 창업 때부터 내려온, 그래서 문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것이라 해도 말입니다. 신성한 암소의 DNA는 아주 질긴 성질을 가지지만, 그녀석이 통행을 막는 방해꾼임을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 도로 밖으로 쫓아낼 수 있죠.

덩치가 커서 힘들다면 신성한 암소가 낳은 송아지라도 찾아내어 쫓아 버리세요. 변화의 동기에 불을 당기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참고도서 : '최고의 햄버거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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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쓰는 이유는?   

2011. 6. 10.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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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모두 20개의 수학문제가 주어졌습니다. 수학이라고 하지만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니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더해서 10이 되는 숫자를 찾는 문제들이니까요. 정답을 하나 맞히면 50센트를 받을 수 있으니, 20개를 다 맞히면 몇 분만에 10달러라는 짭짤한 돈을 벌 수 있겠죠. 하지만 이 시험문제를 낸 사람은 여러분에게 문제를 푸는 데에 아주 짧은 시간만 준다고 하기에 물리적으로 20개의 문제를 모두 맞힐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시험감독자가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면 여러분은 풀던 시험지를 곧바로 감독자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감독자는 여러분이 맞힌 개수를 세어 그만큼의 돈을 지불하겠죠. 그런데, 감독자는 여러분에게 "풀던 시험지를 버리거나 가방 속에 넣고 나서 얼마나 문제를 많이 맞혔는지 말해 달라"고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의 정직성을 믿고서 말입니다. 여러분이 몇 개나 맞혔다고 말하든지 간에 감독자는 그만큼의 돈을 지불할 겁니다.



이번엔 좀 다르게 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를 푼 다음에 시험지를 파기하라고 한 후에 감독자에게 정직하게 자신의 정답 개수를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여러분의 정직을 기대하는 앞서의 방식과 같지만, 감독자는 여러분에게 맞힌 개수만큼 돈을 주지 않고 그에 상응하는 포커용 칩을 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칩을 받은 후에 방의 다른 쪽 끝에 앉아있는 감독자에게 가서 칩을 돈으로 교환하라고 일러줍니다.

자, 이렇게 세 가지 방식으로 수학문제를 풀게 하면,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풀 수 있을까요? 아니, 얼마나 많은 문제를 풀었다고 '주장'할까요? 감독자에게 시험지를 제출하게 한 첫 번째 경우에 참가자(MIT 대학생)들은 평균 3.5개의 문제를 맞혔습니다. 시험지를 파기하게 한 후에 감독자에게 맞힌 개수를 말하라고 한 두 번째 참가자들은 평균 6.2개의 문제를 맞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스스로 자기 점수를 보고하라고 하니까, 평균적으로 2.7개 만큼의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돈 앞에 뻔뻔해지는 것이 인간이고, 참가자들에게 주는 돈이 정답 하나 당 50센트 정도 밖에 안 되니, 참가자들의 부정행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시험지를 파기하고 자신의 점수를 말하면 돈 대신 칩을 주겠다고 한 세 번째 참가자들은 어땠을까요? 이들은 좀 심각했습니다. 그들은 평균 9.4개의 문제를 맞혔다고 이야기했으니 말입니다. 실제의 실력인 3.5개보다  5.9개를 더 맞혔다고 주장했던 겁니다. 현금 대신에 칩을 주고 그 칩을 조금만 걸어가서 현금으로 바꾸면 된다고 한 실험조건이 참가자들로 하여금 더 큰 부정행위를 저지르도록 유도한 겁니다. 이렇게 현금 대신 칩을 주겠다는 실험조건에서 시험문제를 치른 참가자들은 모두 450명이었는데 그 중에 24명은 20개의 문제를 다 맞혔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가 수행한 이 실험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이 실험은 유감스럽게도 사람들은 기회가 주어지면 부정행위를 저지르려는 습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금액이 얼마 되지 않으면 '그정도 쯤이야'하면서 스스로를 합리화한다는 것도 드러내죠. 이 실험이 더욱 의미가 있는 이유는 현금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매개하는 장치(이 실험에서는 칩)가 사용되면 부정행위가 훨씬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실에서 사람들의 통행이 적은 곳에 1000원이 놓여 있으면 그걸 가져가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1000원 짜리 볼펜이 놓여 있으면 그걸 아무렇지 않게 가져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어제 공항에 가기 위에 지하철을 탔는데 직장인으로 보이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워낙 크게 이야기하는 터라 듣지 않을 수 없었죠. 그들은 업무적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법인카드를 가지고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는 무용담을 자랑스레 이야기하더군요. 고객과 식사했다고 보고했지만 실은 친한 친구끼리 평소에 먹을 엄두가 나지 않은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씁쓸해지더군요. 만약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CEO가 듣는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보니 그리 유쾌하지 않을 듯 했습니다.

그 두 사람은 법인카드를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건 어느 정도 '눈 감아 준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회사와 직원 사이에 이미 성립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또한 자신이 열심히 일한 만큼 충분한 보상을 회사로부터 받지 못하니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보상 받아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회사 측에서도 연봉을 적게 주는 미안함을 법인카드 사용이라는 작은 혜택으로 '위로'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이 법인카드를 개인용도로 쓴 두 사람을 비난하기 위함은 아닙니다. 애리얼리의 실험에서 봤듯이, 현금이 아니라 '법인카드'라는 현금 매개체가 개입되면 현금을 주고 받을 때보다 큰 부정행위를 조장할 수 있음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법인카드가 현금 사용보다는 도덕적 부담을 훨씬 덜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죠.

신용카드는 시차를 가지고 돈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현금을 바로 쓸 때보다는 많은 돈을 지출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은 여러분도 알 겁니다. 더욱이 카드가 내것이 아니라 법인(회사)의 것이라면 더 손쉽게 더 많은 금액을 지출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날 겁니다. 물론 회사 측에서 거래명세표를 보고 정당한 지출인지 아닌지를 사후 검증한다거나, 사전에 지출이 승인된 건에 대해서만 결제를 해주는 방식을 통해서 잘못된 법인카드의 사용을 막으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여러 전표 중에 슬쩍 끼워 넣으면 발견해내기 어렵죠.

법인카드처럼 현금을 매개하거나 대신하는 장치가 직원들을 보상하는 방편으로 쓰일 때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스톡옵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스톡옵션은 그것을 높은 가격에 현금과 교환하려고 회사의 단기 성과를 인위적으로 혹은 회계 조작으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를 강화시키는, 잘못된 보상 방법일지 모릅니다. 개인의 인사평가 점수에 따라 성과급을 결정하는 일반적인 보상제도도 어떻게 보면 가능한 한 높은 점수를 얻으려고 실제보다 자신을 부풀리도록 유도하는 장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점수가 돈을 매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법인카드를 쓰지 말고 개인평가를 하지 말란 소리냐? 다른 방법이 있느냐?"는 반문이 제기되겠네요. 이 글에서는 이 질문에 답하지 않겠습니다. 돈을 매개하는 장치가 중간에 설정되고 그 장치의 종류가 중첩될 때 부정행위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그리고 그런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이렇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정말로 회사에 도움이 안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상호 불신을 조금은 줄이는 묘안을 여러분 스스로 찾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참고도서 : '상식 밖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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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의 동기부여 역량은 몇 점?   

2011. 6.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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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팀장님들은 여러분이 업무을 수행하는 데에 얼마나 동기를 잘 이끌어냅니까? 여러분이 원하는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팀장님들은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습니까? 여기에 20개의 문항이 있습니다. 이 문항들은 팀장님들이 여러분으로부터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충분하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끌어내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입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고 바로 생각나는 대로 답하세요. 이 문항들은 여러분 자신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니, 본인의 업무능력과 관련된 문항이 나오더라도 냉정하게 판단해서 답하기 바랍니다.


팀장이 나에게 맡겨진 업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전달하는가?  (동의)  (조금)  (반대)

나에게 주어진 책임감을 평소에 확실하게 알고 있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어떤 업무을 부여 받은 일정과 마감일을 분명히 알고 있다.  (동의)  (조금)  (반대)  

회사에 기여한 바에 대해 적절하게 인정받고 보상 받는다.  (동의)  (조금)  (반대) 


내가 업무에 시달릴 때 팀장의 도움을 자주 받는다.  (동의)  (조금)  (반대)

내 업무 결과에 대해 팀장의 피드백을 자주 듣는다.  (동의)  (조금)  (반대)

내가 해야 할 목표를 정할 때 내가 직접 관여한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경력발전에 도움이 되는 교육 기회를 제공 받는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내 업무에서 권한과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내 업무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자주 느낀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 팀장의 조언을 구한다.  (동의)  (조금)  (반대)


내 기술과 재능이 업무에 100% 발휘된다고 자주 느낀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해결책을 제시한 경우가 많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현재의 업무에 만족한다.  (동의)  (조금)  (반대)

내가 새로운 책임을 맡았을 때 팀장이 충분히 지원한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업무목표를 명확하게 항상 알고 있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내가 제일 먼저 처리할 업무가 뭔지 항상 알고 있다. (동의)  (조금)  (반대)

나는 업무 수행을 잘못했을 때 팀장의 조언을 자유롭게 구한다. (동의)  (조금)  (반대)

내가 새로운 업무나 책임을 맡을 때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  (동의)  (조금)  (반대)


 
모두 답했으면, (동의)라고 선택한 갯수를 모두 세어보세요. 그 갯수가 16~20개면, 여러분의 팀장님은 부하직원들에게 충분하게 동기를 부여하는 분이라고 판단해도 좋습니다. 7~15개 사이라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에 속하지만, 특별하게 팀장님을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네요. 만일 6개 이하라면,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팀장으로 부하직원들에게 인식된다는 뜻일 겁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팀장의 위치에 있다면, 부하직원들에게 이 문항들을 보여주고 솔직하게 평가해 달라고 부탁해도 좋을 겁니다. 그래야 본인이 직원들의 업무 동기를 자극함에 있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설문을 부하직원에게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직원들을 위하여 뭔가 노력하려는 팀장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겁니다.

이래저래 팀장은 힘든 자리입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많은 자리라고 한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평가를 제대로 못한다,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업무능력은 없은데 참견하려고 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인터뷰 때 자주 듣곤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 한 켠에서는 이런 생각이 솟아납니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과연 좋은 부하직원입니까?' 라고 말입니다.

부하직원들은 쉽게 팀장들을 비난하고 때론 욕하지만, 그들도 나중에 팀장이 되면 그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겠지요. 부하직원들은 팀장이란 자리의 '고됨'을 이해하고, 팀장은 실무가 아니라 관리자로서의 책무에 보다 전력을 다할 때 양측 사이에 놓인 불신의 벽이 조금은 낮춰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팀장님들, 힘내십시오. ^^

(*참고도서 : '팀장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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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을 왕창 못 주면, 차등하지 마라   

2011. 6. 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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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실험에 참가하면 5달러의 수고료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이 실험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지루한 것입니다. 컴퓨터 화면의 왼쪽 상단에 원이 하나 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네모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원을 마우스로 끌어다가 네모 위에 포개기만 하면 되는데, 한번 원을 갖다 놓으면 화면 왼쪽 상단에 다시 원이 생깁니다. 생각만 해도 아주 지루하게 느껴지죠? 실험을 제안한 사람은 여러분에게 5달러를 선불로 주고는 5분 동안 그 작업을 수행한 후에 바로 가도 좋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이 이 지루한 실험에 참가한다면 5분 동안 과연 몇 개의 원을 네모 위로 끌어다 놓을까요?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가 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평균 159개가 나왔습니다. 원 하나를 옮길 때 평균 1.9초가 걸린 셈입니다.



애리얼리는 조건을 바꿔서 참가자들에게 5달러보다 턱없이 적은 50센트의 수고료를 주겠다고 말하고는 똑같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랬더니 5분 동안 참가자들은 평균 101개의 원을 끌어다 놓았습니다. 5달러를 받은 참가자들의 성과에 비하면 63% 수준이었습니다. 원 하나를 옮길 때 3초나 걸린 셈입니다. 돈을 적게 주니까 그만큼 성과가 저조하게 나타나는 현상은 금전적인 보상이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지요.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이번엔 아예 수고료를 주지 않고서 '무언가를 알아보려는 실험인데 참여해 주면 고맙겠다'고 말하면서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부탁했습니다. 이렇게 부탁을 받은 사람들은 평균 168개의 원을 옮겼습니다. 5달러를 받은 사람보다 오히려 높은 성과를 낸 것이죠. 돈이 동기를 부여한다는 일반적인 믿음에 반하는 결과였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일단 금전적인 보상이 성과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50센트보다 5달러가 더 효과가 컸으니 말입니다. 허나 돈을 받지 않고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은 금전적 보상의 효과를 의심케 합니다. 우리는 '사회규범'과 '시장경제'라는 2개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애리얼리는 말합니다. 돈이 개입되면 우리는 '시장경제'라는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보면서 그 규준에 따라 행동합니다. 돈을 많이 받으면 일을 많이 하고 돈을 적게 받으면 일을 적게 하려고 하죠.

돈이 관련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사회규범'이라는 관점에서 행동합니다. 부탁을 해온 상대방을 배려하고 그에게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되죠. 그래서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수고를 지불하면서까지 애리얼리의 실험에 참여한 겁니다. 문제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도움은 돈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곧바로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죠. 50센트라는 아주 적은 금액도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규범이라는 모자를 벗고 시장경제라는 다른 모자를 쓰도록 하니 말입니다.

몇몇 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어차피 직원들에게 줄 인건비 예산은 한계가 있으니 일 잘하는 사람에게 '몰아 주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렇게 하면 성과를 창출할 동기를 직원들이 갖게 되고 그에 따라 회사 성과가 높아지리라 기대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직원들의 연봉을 베이스업(Base-up)할 수 있지 않겠냐, 라고도 말합니다. 얼핏 생각하면 옳은 논리라고 생각되지만, 애리얼리의 실험 결과를 비추어 보면 그런 조치를 재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건비 예산을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상태에서 직원들의 보상을 차등한다면, 어느 한 사람의 연봉 일부를 떼어서 다른 사람에게 얹어 주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제로섬 게임이죠. 그래서 차등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성과가 좋아도 남들보다 기껏해야 1년에 2~300만 원 더 받을 뿐이겠죠. 이 정도의 차등이 회사 성과에 기여하리란 생각은 너무나 순진한 발상일지 모릅니다. 금년에 성과가 좋아 이 금액을 더 받는 사람이 내년에는 더 높은 성과를 올릴까요? 이번에 성과가 나빠 자신이 받았던 연봉의 일부를 내놓아야 하는 사람이 절치부심하여 나중에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노력할까요?

'차등 보상'이라는 조치가 '직원은 회사의 성과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규범이 사라지게 만들고 직원들을 '시장경제'에 입각하여 행동하도록 자극한다는 '역효과'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일한 만큼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고성과자의 불만을 더욱 키우고, 그들로 하여금 보상이 더 많은 회사로 이직하도록 만드는 꼴일지 모릅니다. 그들은 시장경제에 따라 자신의 몸값을 제대로 인정 받으려 하기 때문이죠. 적은 금액이지만 남보다 적게 받는 저성과자들은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이키는커녕 적게 받은 만큼 적게 일하려고 다짐합니다. 5달러가 아니라 50센트를 받은 실험참가자들처럼 말입니다. 

요컨대, 자발적인 기여에 돈을 쳐서 주겠다는 조치는 직원들이 지닌 의무감과 소속감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맙니다. 긁어 부스럼이죠. 차등 보상이 직원들의 성과 창출 욕구를 자극해서 회사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란 생각은 근거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합니다. 1992년에 인사 컨설팅 업체인 휴잇 어소시에이트(Hewitt Associates)가 포천 지 선정 500대 기업들 중 159개 회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2퍼센트가 성과에 따른 보상제도(개인별/팀별 차등 보상, 스톡옵션, 프로핏 쉐어링 등)를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겨우 22퍼센트의 회사만이 그 제도가 사업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28퍼센트의 기업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돈이 주는 효과보다는 그것이 가져올 역효과가 더 크다면 아무리 좋은 성과주의 제도라 해도 경계해야 합니다. 회사 성과를 높일 목적이라면 차등 보상이라는 쉬운 해법에 손을 대기 전에 직원들의 '사회규범'을 자극하고 제고시키는,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먼저입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그런 방법이 정석입니다.

연봉을 차등해서 주려면 '왕창' 차이나게 주어야 합니다. 인건비가 모자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아예 차등 보상은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돈 몇 푼 차이가 직원들의 성과 창출 의욕을 높일 거라고요? 그런 순진한 발상에서 벗어나기 바랍니다. 혹시 여러분 회사는 직원들을 시장경제적으로 생각하도록 만들어 놓고 여러분으로부터 애사심을 기대하지는 않습니까? 만일 그런 상황이라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조직입니다.

(*참고도서 : '상식 밖의 경제학')
(*참고문헌 : Tricks for Varying the Pay To Motivate the Ran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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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2011. 6.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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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저는 6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오늘이 벌써 7일인데 이제야 정리를 하네요. 이번에도 그리 많은 독서량은 아니었습니다요. 그러나 책 하나하나가 저에겐 큰 반향을 일으킨 책들이라서 어느 때보다도 풍부한 독서를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두 권 정도 더 읽었는데 그것들은 옛날에 읽었다가 다시 읽은 거라서 여기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사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이 5권이나 되네요. 6월 달에 박차를 가해서 읽어야겠습니다. 이번 달에 읽은 6권의 책에 대해 간략하게 느낌을 덧붙이니, 여러분의 즐거운 독서생활에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진화경제학

진화경제학 : 유명한 회의주의자 마이클 셔먼이 쓴 책입니다. 경제학을 주재료로 하고 여기에 진화론, 심리학, 생태학 등 다양한 관점을 더해서 만들어 낸 역작입니다. 사실 진화경제학이란 제목보다는 원제인 'Mind of Market(시장의 마음)'이란 말이 더 어울립니다. 경제학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기보다 시장을 작동시키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진화론적 기반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추천합니다. 새로운 관점은 언제나 존중 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긍정의 배신

긍정의 배신 : 제목부터 눈을 잡아끄는 책입니다. 소위 '긍정주의'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산업화된 긍정주의에 사람들이 얼마나 휘둘리고 잘못된 희망을 갖고 사는지를 고발하는 책입니다. 긍정적인 사고가 질병 치료나 개인의 성공 등에 도움이 된다는 막연하고 근거 없는 기대에서 벗어나 냉철하게 상황을 인식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긍정주의를 주장하는 자기계발서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이 책에서 찾기 바랍니다. 추천합니다.


제프리 페퍼 교수의 지혜경영

지혜경영 : 제프리 페퍼 교수가 자신의 독특한 경영관을 짧은 에세이들로 엮어낸 책입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썼기 때문에 페퍼의 경영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기도 합니다. 주류(?) 경영학의 단점과 실수를 피하고 싶다면 페퍼 교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 추천합니다.


10년 전쟁

10년 전쟁 : 1주일에 한번 열리는 '북포럼' 방송에서 제가 패널로 참석하게 되어 읽게 된 책입니다. 향후 10년에 엄청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기술적 변화가 도래하리라고 주장합니다. 4G기술, 유전자 정보의 공개와 활용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키고 때론 원치 않는 결과가 나타나게 됨을 나름의 근거를 통해 서술합니다. 간혹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10년 후의 미래를 가늠하고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증거경영: 경영위기를 돌파하는 통찰

증거경영 : 제프리 페퍼와 그의 동료 로버트 서튼이 공저한 책입니다. 책 제목은 조금 딱딱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가정과 기대에 의해서 조직을 경영하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확실한 '증거'가 발견된 기법이나 전략만을 실행하라고 주장합니다. 금전적 인센티브가 조직 성과를 높일 거라든지, 리더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든지, 등의 생각은 일종의 myth라고 이야기합니다.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서라도 이 책은 강추를 받을 만큼 좋은 책입니다.


또라이 제로 조직

또라이 제로 조직 : 제프리 페퍼와 여러 책을 같이 쓴 로버트 서튼의 책입니다. 제목부터가 남다른 이 책은 내용이 가벼울 거란 예상을 깨뜨립니다. 조직에 한 두 명쯤 있기 마련인 '또라이(asshole)'들이 얼마나 조직에게 피해를 주는지를 명확히 깨달아야 하고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지 말아야 함을 조언합니다. 그가 제안하는 '또라이 금지 규칙'은 조직을 경영하는 자가 필히 염두에 두어야 할 덕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어 시간이면 충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게 남는 책입니다. 꼭 읽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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