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직원과 못난 직원의 차이, 과연 있을까?   

2012. 1. 1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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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꽤 어려운 퀴즈를 내는 사람이고, 다른 한 사람은 퀴즈를 듣고 맞혀야 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이 두 사람이 퀴즈를 내고 맞히는 광경을 바라보는 관객입니다. 퀴즈를 내는 사람은 답이 무엇인지 알 테고 답을 맞혀야 할 사람은 퀴즈가 나올 때마다 정답을 말하기 위해 애를 쓰겠죠. 모든 퀴즈가 끝나고 여러분은 한 장의 설문지를 받습니다. 그 설문지에는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이 쓰여져 있습니다. 여러분은 퀴즈를 낸 사람과 퀴즈를 맞혀야 했던 사람 중 누구의 이름을 쓰겠습니까? 

아마 여러분이 리 로스(Lee Ross) 등 3명의 심리학자가 수행한 이 실험에 관객으로 참여한 스탠포드 대학의 학생들과 같다면, 퀴즈를 낸 사람이 퀴즈를 맞혀야 했던 사람보다 더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가했을 겁니다. 이런 평가가 과연 합리적일까요? 퀴즈를 내는 사람은 사전에 연구자들에게서 퀴즈 문제를 받았기에 어려운 퀴즈의 답을 아는 상황이었고, 퀴즈를 맞혀야 했던 사람은 어려운 퀴즈를 맞히기 위해 애석하게도 쩔쩔 매는 상황에 처해야 했을 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아닌 다른 관찰자 앞에서 두 사람의 역할을 바꿔서 실험을 실시했다면 평가가 반대로 나왔을 겁니다.




'잘 되면 내 덕, 안 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일이 잘 끝나면 그것은 '내가 잘났기 때문이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내가 못 났기 때문이 아니라 주변 상황 때문'이라는 뜻이죠. 헌데 남을 바라볼 때는 '잘 되면 조상 덕, 안 되면 네 탓'이라며 거꾸로 말하곤 합니다. 말로 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그렇게 인식하곤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면 그 사람을 둘러싼 상황보다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능력 상의 부족한 면만 눈에 들어오기 쉽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타인의 행동을 평가하거나 해석할 때 주변의 상황보다는 내재된 기질로 현상을 이해함으로써 발생하는 판단의 오류를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부릅니다. 

한 사람의 행동은 그를 둘러싼 상황과 그 사람 자체의 성격적 특성의 합작품입니다. 부하직원의 성과와 역량을 평가하는 관리자(팀장)는 부하직원의 어떤 행동이 상황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그에게 내재된 고유 특성으로부터 발현한 것인지를 면밀하게 따질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 예쁘게 여기는 부하직원이라면 비록 상황이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라도 거의 자동적으로 그 부하직원이 원래 '잘난 덕'이라고 평가하기 쉽습니다.

반면 미운 털이 박힌 부하직원이라면 뛰어난 행동을 했더라도 그저 운이었거나 상황이 우호적이었을 뿐이라고 폄하할 가능성이 크죠. 예를 들어 그 직원이 어느 날 제품 전략의 방향을 결정함에 있어 동료들과 크게 언쟁을 벌였을 경우 따지고 보면 정당한 자기 의견 피력인데도 불구하고 원래 의사소통 스킬 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부하직원을 잘못 평가할지 모릅니다. 똑같은 언쟁을 예뻐하는 직원이 벌였다면 문제가 있다고 여기기보다는 그 사람의 도전의지나 창의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훌륭한 관리자라면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거나 칭찬을 하기 전에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사람(다른 부하직원)들은 어떻게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부하직원의 성과 달성 과정을 면밀하게 관찰하지 못하겠다는 말은 스스로 '나는 평가자로서 자격 미달'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기본적 귀인 오류에 빠지지 않았는지 매번 자신을 뒤돌아보고 수정하는 일이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소임 중 하나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또한, 관리자라는 역할은 단순히 연차가 됐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누구에게나 줄 수 있는 타이틀이 되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잘난 직원과 못난 직원의 차이, 과연 있을까요? 물론 있겠죠. 하지만 그 차이가 상황을 무시한 채 성격상 특성만 가지고 평가한 결과는 아닌지 뒤돌아봐야 합니다. 잘나고 잘나지 못한 부하직원은 관리자 자신의 판단 오류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달라질 수도 있음을 안다면 말입니다. 

(*참고논문 : Social roles, social control, and biases in social-perception process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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