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명의 직원이 있습니다. A는 자기 일에 상당히 만족하는 직원인 반면, B는 맡은 직무에 만족하지 못할 뿐더러 회사에 불만도 많습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둘 중 누가 더 성과가 높을 것 같냐고 질문을 던진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하겠습니까? 십중팔구 직무만족도가 높은 A의 성과가 당연히 좋지 않겠냐고 말할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대답은 '누구의 성과가 더 나은지 알 수 없다'가 되어야 옳습니다.
심리학자 네이선 볼링(Nathan A. Bowling)은 여러 연구 결과에서 도출된 데이터를 토대로 메타 분석을 실시하여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믿음은 잘못되었다고 말합니다. 직무에 만족한다고 해서 성과가 좋을 거라고 믿을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죠. 볼링은 1967년부터 2006년 사이에 출간된 109개의 논문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런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먼저 개인의 성격을 나타내는 5개의 특성(보통 Big 5 모델이라 불림) 때문에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잘못 알려진 것은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그가 경로분석(Path Analysis)를 통해 Big 5 특성을 고정시킨 후에 직무만족도와 성과 간의 관계를 살펴보니 의미 있는 값이 나오지 않았습니다(경로계수가 0.19에 불과). 이는 Big 5 특성이 직무만족도와 성과에 각각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듯한 착시효과를 일으킨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술주정뱅이 수와 목사의 수가 동시에 증가한다고 해서 둘 사이에 모종의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둘 다 인구의 증가라는 요인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죠.
또한 볼링은 자존감, 자기효능감(self-efficacy), 감정적 안정성, 통제감(locus of control) 등에 대해 구성원들이 자신을 평가한 자료들을 분석한 후에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이 4가지 요소를 통제한 후에 살펴보니 역시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의 관계가 미약했습니다(경로계수 0.21). 그리고, 조직 내에서 느끼는 자존감(organization-based self-esteem)을 고정시켰을 때는 경로계수가 0.09에 불과하여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의 관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습니다. 직무만족도와 성과 사이에 서로 인과관계가 있어 보이는 이유는 제 3의 다른 변수들 때문이라는 것으로 볼링의 메타 분석을 요약할 수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을 만족시키면 성과가 올라갈 거라 기대하면서 복리후생 프로그램을 늘리고, 유연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고, 사무실 인테리어를 멋있게 교체하는 등 직원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실행에 옮깁니다. 허나 성과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쉽게 향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조치들은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볼링이 지적했듯이 직무만족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여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볼링의 연구를 곡해해서는 안 되겠죠. 왜냐하면 설령 성과와 별 상관이 없다 해도 직무만족도가 비생산적인 행동, 이직률, 직원들의 지각과 결근 등에 중요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여러 학자들의 연구가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자기 업무나 회사에 불만이 가득하지만 성과가 높은 직원들이 여러분의 조직에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들은 언젠가 회사를 나가거나 규칙에 반하는 행동을 함으로써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겠죠. 볼링의 연구는 장기적인 영향에 관한 것이 아니기에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합니다. 직무만족도를 올려 성과를 높이겠다는 단순한 생각이 틀렸음을 입증한 것으로만 그의 연구 결과를 수용해야겠죠.
볼링의 연구는 성과라는 것이 어느 하나의 조치만으로 쉽사리 도달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소들이 얽혀서 산출되는 결과물임을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성과관리는 일종의 예술인 듯 합니다. 원하는 수준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직무만족도와 같은 어느 한 가지 요소로 성과를 끌어 당기려는 단선적인 조치에서 벗어나 조직 전체를 조망함으로써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과관리는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참고논문)
Is the job satisfaction–job performance relationship spurious? A meta-analytic exam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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