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의 사망원인을 미리 부검하라   

2012. 2. 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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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혹은 전략)들이 모두 성공으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쉬쉬하지만 사실 실패가 다반사죠. 어떤 프로젝트가 실패로 판명되면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뜯어보고 여기서 얻은 교훈을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거울로 삼는 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실패의 책임을 떠안지 않기 위해서 성공인지 실패인지 모르도록 프로젝트를 흐지부지 끝내거나 관심을 다른 프로젝트로 돌리려고 하기 때문에 실패를 통한 진정한 배움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실패를 쉬쉬하지 않고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기업이 건강한 문화를 지닌 조직임에는 틀림없지만, 더욱 건강한 조직이라면 '사후 부검(post-mortem)'보다는 '사전 부검(pre-mortem)'을 통해 실패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줄 압니다. 알다시피 부검은 불분명한 이유로 죽은 사람의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과정이죠. 사전 부검이란, 말 그대로 프로젝트가 '죽기 전'에 실시하는 부검으로서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이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라고 가상으로 선언한 다음 "왜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예상되는 실패원인을 찾는 과정입니다. 규명된 실패원인을 통해 프로젝트 계획을 수정함으로써 성공확률을 끌어올리려는 게 목적이죠.



실패를 기정사실화한 후에 실패원인을 미리 찾자는 것은 말이 쉽지 의외로 실행이 어렵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성공을 꿈꾸며 프로젝트를 실행해도 성공할까 말까인데, 뭐? 실패를 기정사실화하자고?'라는 집단사고에 밀려 사전 부검란 말은 금기시되고 맙니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프로젝트에 몰입하지 않는 자로 '찍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전 부검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있습니다. 데보라 미첼(Deborah Mitchell), 제이 루소(Jay Russo), 낸시 페닝턴(Nancy Pennington)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사전 부검이 프로젝트의 산출물을 옳게 설정할 확률을 30% 높여준다고 합니다. 

사전 부검의 단계는 이렇습니다. 먼저 프로젝트 매니저가 '프로젝트의 사망'을 선언합니다. 그런 다음 팀원들에게 왜 프로젝트가 사망했는지를 묻습니다. 팀원들은 처음에 프로젝트의 사망원인을 끄집어내는 일을 꺼려합니다. 불충한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나서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언을 종용하기보다는 각자 독립적으로 실패원인을 종이에 적게 함으로써 의견이 집단사고에 의해 공격 받거나 폐기될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때 프로젝트 매니저는 분위기를 잘 조성해야 합니다. 재미삼아 거치는 과정이 아니라, 진짜로 프로젝트가 사망했다는 상황으로 팀원들을 몰입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 계획서의 말미에 양념처럼 들어가는, 아무도 참조하지 않는 리스크 계획에 그치고 맙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부터 시작해 모든 팀원들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한 다음, 각각의 실패원인을 사전에 막으려면 프로젝트 계획을 어떻게 수정 보완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사전 부검을 마무리합니다. 사전 부검을 거치면 현실적이지 않은 희망(특히 프로젝트에 공을 많이 들인 사람들)에 부풀어 오르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완료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거나 예산을 필요 수준보다 적게 설정하려는 오류를 피하고 실질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죠. 또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중간에 CEO가 교체되면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입에 올리기 힘든 '진짜 실패원인'을 제기하도록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발생하는 위험신호를 재빨리 감지해서 대응하도록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효과도 있죠.

지금 프로젝트를 착수 중이라면 사전 부검의 과정을 꼭 진행하기 바랍니다. 부검이라는 말 자체가 꺼림칙하다고요? 약간의 충격적인 용어가 프로젝트의 실패를 직시하도록 만듭니다. 바로 실행에 옮기세요!


(*참고논문 :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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