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을 늘린다고 창의성이 늘지 않는다   

2012. 1. 3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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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 혼자 개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해법을 찾는 것이 나을까요? 사내에서 교육을 하거나 워크숍을 진행할 때 대개 조를 편성해 조별로 실습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혼자서 생각하는 것보다 여럿이 생각을 모아 토론으로 결정해낸 의견이 더 우수하다고 기대합니다.

6명씩 조를 이루는 것이 보통인데, 워크숍을 진행하며 토론을 진행하는 광경을 지켜보면 6명 중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2~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구성원은 소극적으로 듣기만 하거나 아예 딴짓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딴짓을 하다가 다른 구성원들이 내놓은 의견을 뒤늦게 반대하며 발목을 잡는 경우도 가끔 있지요. 그래서 조를 이루어 토론하게 하되 그 인원 규모를 적절하게 설정하는 것이 생산성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느끼곤 합니다. 어쩔 때는 조를 만들 게 아니라 혼자 개별적으로 과제를 수행케 하는 것이 낫겠다 싶을 때도 있죠.



하나의 조를 몇 명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요? 워크숍에서 기대하는 산출물이 절차적이고 기계적인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라고 한다면 코네티컷 대학교의 스티븐 오언(Steven V. Owen) 등이 수행한 실험에서 힌트를 얻는 것도 좋을 겁니다. 연구자들은 교육심리학을 수강하는 163명의 학부생들을 각각 1명, 3명, 6명, 12명으로 이루어진 그룹으로 나눈 다음, 모두 3가지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철사로 된 옷걸이의 용도를 다양하게 생각하라는 것이었고, 두번째 과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의 키가 12인치로 갑자기 줄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상상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양말처럼 세상에서 '쌍'으로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능한 한 특이한 것을 찾아내라는 과제를 부여했습니다. 각 과제를 수행하는 데에 시간을 길게 주지 않고 5~10분 내에 완성하도록 했습니다.  

각 그룹이 내놓은 의견을 양, 유연성, 독창성이라는 3가지 요소로 평가했더니, 3명 짜리 그룹의 결과가 6명 짜리 그룹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사실은 그룹 인원을 3명에서 6명으로 늘려도 인원을 추가시킨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학생 1명이 평균적으로 각 그룹에 기여한 바를 측정하니 그룹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값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결국 6명 짜리 그룹과 12명짜리 그룹에서는 규모 자체가 개인으로 하여금 동등하게 기여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는 의미죠. 물론 개인이 혼자 과제를 수행하는 1명 짜리 그룹보다 3~12명 짜리 그룹이 더 생산적인 결과물을 내놨지만 말입니다.

그룹 규모가 3명이든 6명이든 별 차이가 없다는 위 실험의 결과를 실무에 적용해 본다면, 한 조의 인원수를 3명으로 하는 것이 낫습니다. 왜냐하면 3명으로 조를 구성하면 6명일 때보다 하나의 과제를 더 많은 조가 논의할 수 있고, 서로 다른 과제를 분담해 토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행해야 할 과제가 절차적이고 명확하며 '노동집약적'이라면 그룹 규모가 커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분업을 통해 결과물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 산출을 위한 과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인원을 많이 참여시킨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습니다. 활발하게 의견을 낼 줄 아는 3명만 있어도 충분하죠. 

3명 정도로 하나의 조를 구성한다고 해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위에서 학생 1명이 기여하는 정도가 그룹 규모가 커질수록 작아진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혼자 수행할 때보다 3명이 함께 수행할 때 개인의 기여도가 낮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함께 내는 것보다는 각자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진 후에 각자의 결과물을 취합하고 정제하는 방식이   아이디어의 양적, 질적 생산성 측면에서 더 나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연구자들의 실험 결과에서 여러 차례 증명된 바이기도 합니다.

며칠 후에 크고 작은 워크숍을 기획하고 있습니까? 워크숍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한 조의 구성원을 몇 명으로 할까도 중요합니다. 조 인원을 적절하게 운용하는 간단한 조치만으로 워크숍의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참고논문 : Fluency flexibility and originality as a function of group siz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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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냐 다수결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2012. 1. 3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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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럿이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합의를 거치거나 투표를 통한 다수결 방식을 사용하곤 합니다. 사적으로 점심 메뉴를 정할 때 뿐만 아니라, 조직 내의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구성원 전체의 합의를 이끌어낼 것인가, 아니면 다수결로 깔끔하게(?) 정리할 것인가를 놓고 대립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합니다. 과연 어떤 방법이 좋은 걸까요?

딘 토즈볼드(Dean Tjosvold)와 리차드 필드(Richard H.G. Field)는 사이먼 프레이저 대의 학부생 114명을 대상으로 상황이나 맥락(context)이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을 5명씩 그룹을 만들게 한 후에 '달에서 살아남기'라는 의사결정 게임을 부여했습니다. 이 게임은 예전에 이 블로그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모선(mother ship)에서 200Km 떨어진 달의 어느 곳에서 조난 당했을 경우 생존을 위해서 가지고 있던 15개 물품(성냥, 나침반, 우유 등)의 우선순위를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결정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이 끝난 후에 토즈볼드와 필드는 하나의 이슈를 토론하고 각 그룹의 의견을 내는 두 번째 과제를 학생들에게 부여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설문지를 돌려서 자기가 속했던 그룹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토즈볼드와 필드는 먼저 '협력 조건'이냐 '경쟁 조건'이냐에 따라 학생들을 편성했습니다. 협력 조건의 학생들은 과제를 협력적으로 수행해야 했습니다. 이 조건의 학생들은 상호 이득을 추구해야 하며 결코 이기려 하거나 다른 사람을 압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연구자들로부터 전달 받았습니다. 반면 경쟁 조건의 학생들에게는 동료의 의견보다 자신의 것이 낫다는 점을 주장하게 함으로써 경쟁적인 토론 분위기를 유도해 냈습니다.

토즈볼드와 필드는 이렇게 편성된 학생들을 '합의 조건'이냐 '다수결 조건'이냐에 따라 다시 나눴습니다. 합의 조건의 학생들은 그룹 구성원들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을 합의를 통해 이끌어내야 했고, 다수결 조건의 학생들은 합의 과정 없이 투표로 그룹의 의견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모두 4가지 실험조건(협력-합의, 협력-다수결, 경쟁-합의, 경쟁-다수결)을 설정한 후, 의사결정의 질, 그룹의 결정에 대한 동의(commitment), 과제에 대한 이해 수준, 소요 시간, 해당 그룹과 다시 활동하고 싶은지의 여부 등을 측정했습니다.

분석 결과, 의사결정의 질은 '협력-다수결' 조건의 학생들이 가장 뛰어났고,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은 '협력-합의' 조건의 학생들이 가장 짧았습니다. 과제에 대한 이해 수준은 '협력-다수결' 조건의 학생들이 가장 우수했습니다. 반면,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commitment)는 '경쟁-합의' 조건일 때가 가장 높았습니다.

이 실험의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먼저 '협력이냐 경쟁이냐'라는 한 가지 차원만 생각하면, 의사결정의 질과 소요시간 측면에서 협력적인 상황이 경쟁적인 상황보다 대체적으로(엄밀하게 따지지 않는다면) 나았습니다. 특히 소요시간은 월등한 차이를 나타냈습니다. 학습의 효과도 구성원들이 경쟁적일 때보다도 협력적으로 토론할 때가 더 높음을 이 실험은 보여주었죠. 물론 '경쟁-합의' 조건에서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 수준이 가장 높았기에 경쟁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할 수 있지만, '경쟁-다수결' 조건일 때 이 측정치가 가장 저조했다는 점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실험의 시사점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할 때 그룹과 개인의 의견 차이를 좁혀서 동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 협력적인 상황에서는 서로 합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야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경쟁적인 상황 하에서는 합의보다는 다수결 원칙이 의사결정의 논란과 소요시간을 줄이는 데 있어 좋은 방법이라는 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적이냐 경쟁적이냐에 따라 의사결정의 방식을 조절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조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무엇이든 다수결 원칙을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죠. 그리고 같은 조건이라면 구성원들끼리 서로 경쟁하고 공격하는 분위기보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의사결정은 상황 또는 맥락(context)의 함수입니다. 이를 잘 살펴 운용하는 것이 조직을 운용하는 사람이 세밀히 살펴야 할 또 하나의 요소입니다.


(*참고논문 : Effects of social context on consensus and majority vote decision mak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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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표정   

2012. 1. 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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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월의 마지막 일요일입니다. 2012년 시작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항상 빠릅니다. 산책을 겸해 찍은, 겨울의 표정 몇 장을 올리며 흐트러진 마음을 다시 되잡아 봅니다.

남은 일요일 오후, 편안하게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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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이 내 창의력을 꺾는 건 아닐까?   

2012. 1. 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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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J. A. 체임버스(J. A. Chambers)는 창의력을 촉진시키는 교육 방법과 반대로 저해하는 교육 방법의 차이가 무엇인지 규명하기 위해서 각자의 영역에서 창의적인 성과를 거둔 화학자와 심리학자들에게 설문지를 돌렸습니다. 체임버스는 설문지를 통해 피설문자들 자신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스승(교수)의 특성을 말해 달라고 요청한 다음, 답변을 분석하여 창의력을 촉진하는 스승의 특성과 창의력을 저해하는 스승의 특성을 구분했죠. 그 결과, 차이가 확연하게 나타났습니다.



체임버스는 제자들의 창의력을 촉진시키는 교수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10가지로 정리했습니다.

1. 독립적인 개체로 존중한다.
2. 참여를 독려한다.
3. 롤모델이 된다.
4. 정해진 시간 외에도 상당한 시간을 같이 보낸다.
5. 탁월한 성과를 기대하고, 탁월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6. 열정적이다.
7. 동등하게 대한다.
8. 창의적 행동이나 결과물에 직접적으로 보상한다.
9. 재미있고 활기 넘친다.
10. 사람을 일대일로 대하는 데 뛰어나다. 



반면, 창의력을 저해하는 교수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8가지로 정리됐죠.

1. 의욕을 꺾는다.
2. 성격이 불안정하고 트집 잡거나 빈정거린다.
3. 열정이 부족하다.
4. 기계적인 학습을 강조한다.
5. 독단적이고 엄격하다.
6. 최신 경향을 따라가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무능력하다. 
7. 관심 분야가 좁다.
8. 개인적인 시간을 함께 하지 않는다.



이 결과가 비록 창의력을 촉진시키거나 저해하는 교수의 특성을 연구한 것이고, 실험적 방법이 아니라 설문에 의존했다는 한계(다른 원인이 존재할 가능성)가 있긴 하지만, 회사 내에서 부하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우는 팀장과 창의력을 꺾어 버리는 팀장이 누구인지에 관해 힌트를 줍니다.

조직의 성공을 위해 창의력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이 시기에 부하직원들의 창의력을 고양시키는 팀장의 역량 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동의하는 바입니다. 위의 항목에 몇 개나 해당되는지 평가해 보거나,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팀장님들, 혹은 임원님들은 어떠하십니까?  여러분의 창의력을 북돋워 줍니까, 아니면 무참히 꺾어 버리곤 합니까?

(*참고논문 : College teachers: Their effect on creativity of students )
(*참고도서 : '창조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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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없는 직원들이 더 많이 착각한다?   

2012. 1. 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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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에서 직원들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평가하는 '자기평가' 과정이 있습니다. 자기평가의 목적은 지난 1년 간의 역량 개발 과정을 반성하면서 자신의 장단점을 다시금 성찰하고 향후 역량 개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부하직원들과 관리자들이 이러한 목적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이행하는 경우는 애석하게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기평가는 평가 절차 중 하나의 요식 행위로 여겨지거나, 부하직원들이 관리자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어필하고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죠.

보통 자기평가 결과는 최종 평가점수에 반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에 대한 반론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관리자(팀장)가 부하직원의 역량을 평가할 때 자기평가 결과를 참조해야 하는가를 놓고서는 종종 의견이 대립되곤 합니다. 자기평가 결과를 참조하거나 혹은 옆에 나란히 놓고 평가하는 방식(수기로 이뤄지든 PC를 통하든)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부하직원이 스스로 느끼는 자기의 '역량 수준'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팀장이 부하직원 개개인의 역량 개발 과정과 단계를 모두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에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고 말합니다. 자기평가 결과를 참조하지 않을 바에야 왜 자기평가라는 소모적인 과정을 진행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이와 반대측에 서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팀장이 부하직원의 역량을 독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기평가 결과는 대개 '관대하게' 나온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과대평가된 자기평가 결과를 참조하면 아무리 관리자가 주관을 가지고 평가하려 해도 영향 받기 마련이라고 주장하죠. 능력이 출중하지만 겸손한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고, 능력이 없으면서 자기PR에는 능한 직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줄지도 모른다고 염려합니다. 그래서 평가의 왜곡을 막으려면 자기평가 결과는 일체 들춰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이 상반되는 주장 중에서 어떤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코넬 대학교의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와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이 수행한 유명한 실험을 살펴보는 것이 좋겠군요. 크루거와 더닝은 실험에 참여하면 학점에 유리한 점수를 주겠다고 하고  45명의 코넬대 학생들을 모았습니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20개로 이루어진 논리적 사고 시험을 치르도록 했습니다. 그런 다음, 크루거와 더닝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자신의 논리적 사고 역량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percentile)"였고, 두 번째는 "시험 점수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여 몇 등이라고 생각하는가?(percentile)"였습니다.

답변 결과를 평균하니 학생들은 자신의 논리적 사고 역량을 상위 34%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시험 점수도 상위 39%에 해당할 거라고 말했죠. 학생들이 자신의 역량과 시험점수를 객관적으로 판단했다면 평균이 상위 50% 라고 나왔겠지만, 실험 결과는 학생들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은 시험 점수가 저조한 학생(하위 25% 이하)들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논리 문제를 못 풀었으면서도 자신의 논리적 사고 역량 수준이 높고 시험도 잘 봤을 거라고 착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자신감 착각'이라고 부릅니다.

크루거와 더닝은 유머 감각과 문법 실력 등에 대해서도 비슷한 실험을 수행했는데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습니다. 먼저 학생들의 유머 감각을 테스트해서 상위자부터 하위자까지의 '유머 감각 서열'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런 다음 코미디 작가들이 쓴 우스운 이야기 30개를 골라서 코미디언들에게 메일로 보냈죠. 코미디언들이 30개의 이야기를 읽고 전혀 재미있지 않음(1점)부터 아주 재미있음(11점)까지 평가해 주길 요청하기 위해서였습니다. 8명의 코미디언이 답변을 보내왔는데 이야기의 재미에 대한 그들의 의견은 거의 일치했습니다. 일관성이 있다는 뜻이었죠.

크루거와 더닝은 학생들에게 똑같은 30개의 이야기를 평가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고득점을 얻은 학생들은 코미디언들의 판단과 78퍼센트 정도 일치했습니다. 하지만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저득점자들은 코미디언들이 재밌다고 평가한 이야기 중에서 44퍼센트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재미없는 이야기 중 56퍼센트를 재미있다고 평가 내렸습니다. 본래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그룹에 랭크됐으니 이같은 불일치는 예상된 결과였습니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유머 감각이 평균보다 얼마나 높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66퍼센트의 학생들이 다른 사람보다 유머 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그리고 유머 감각 테스트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유머 감각을 평균보다 높게 평가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객관적으로 능력이 처지는 사람들이 '자신감 착각'을 더 강하게 보였습니다.

이 실험은 우리 인간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식하는 능력'이 진화되지 않았음을 시사합니다.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과대하게 인식하는 능력이 환경 적응에 유리했기 때문일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크루거와 더닝의 실험에서 나타나는 소위 '더닝-크루거 효과'는 자기평가를 참조하거나 열람하는 일이 평가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또한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가 관리자의 '관대한 평가 경향'을 부추겨 이득을 보는 직원들은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일지 모른다는 점도 시사합니다. 결과적으로 역량을 높게 평가 받아 마땅한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손해를 입습니다. 게다가 겸손하기까지 하면 더욱 그렇겠죠. 

서두에 언급했듯이 자기평가는 반성과 계획을 위한 보조장치이지, 점수에 반영한다거나 관리자의 평가에 영향을 주는 견제장치가 아닙니다. 평가의 왜곡을 막으려면 직원들의 심리가 어떠하고, 평가의 과정에서 어떠한 심리적 오류가 발생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평가제도가 '더닝-크루거 효과'를 방관하여 직원들의 '자신감 착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참고논문 : Unskilled and Unaware of i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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