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직원에게 떡 하나 더 줘야 하는 이유   

2012. 2. 1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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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한 노인이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집 안에서만 은거하며 지낸 노인은 행색이 남루했고 어딘가 모르게 기이한 면모를 풍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동네에 사는 10살 짜리 철 모르는 꼬마들은 그런 노인을 놀려대기 일쑤였습니다. 아이들은 방과후 집으로 가는 길에 노인의 집 앞에서 노인의 이상한 면모에 대해 비웃곤 했습니다. 어느 날 오후, 노인은 밖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가리키며 못생기고 바보 같은 대머리라고 크게 조롱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노인은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습니다. 그는 여느 날처럼 자신을 놀려대는 아이들을 앞마당에서 만났습니다. 노인은 "내일 너희들 중 누구나 여기에 와서 지금처럼 무례한 소리를 질러대면 각자에게 1달러씩 주겠다"라고 말합니다. 이 제안을 들은 아이들은 다음날에 노인의 집 앞을 찾아와 흥에 겨워 욕설을 마구 질러댔습니다.



노인은 그 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꾹 참고 아이들 모두에게 1달러씩 나눠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내일도 오늘처럼 똑같이 와서 욕설을 퍼부으면 각자에게 25센트씩을 주겠다"라고 말합니다. 25센트라는 돈이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 생각한 아이들은 그 다음날에도 노인의 집 앞에 와서 욕지거리를 해댔습니다. 노인은 군말하지 않고 약속대로 25센트를 아이들에게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너희들에게 1센트 줄 테니 내일도 와서 이렇게 해라."라고 말했습니다. "1센트라고?" 아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더니 노인에게 "됐어요!"라고 말하고는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아이들은 노인의 집앞에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노인을 욕하는 소리도 들을 수 없었죠.

이 짧은 이야기는 알피 콘(Alfie Kohn)이 쓴 "Punished by Rewards"에 소개된 일화를 약간 각색한 것입니다. 노인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즐거워서(?) 하던 행위에 돈으로 보상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신을 놀려대는 '내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를 사라지게 만들고 '외적 동기(extrinsic motivation)'로 대체했습니다. 돈에 의해 유지되던 외적 동기는 노인이 1센트라는 푼돈을 주겠다고 말하자 이내 사라져 버렸고 아이들은 더 이상 노인을 욕하는 행위에서 재미를 찾을 수 없었던 겁니다. 노인의 이야기는 어떤 일에 대한 보상이 사람들의 내적 동기를 갉아먹을 뿐만 아니라, 보상이 줄거나 없어지면 흥미가 떨어져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꼬집고 있습니다.

우리 말에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말이 안 되는 속담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제 살펴보니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미운 아이의 미운 짓에 보상을 하면 그 미운 짓을 할 내적 동기를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니 말입니다.

많은 조직에서 어떤 행위와 성과를 권장하기 위해서 보상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의 보상 차이를 확대하는 방법을 쓰곤 합니다. 구성원들이 맡은 업무로부터 즐거움을 느끼도록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기보다는 돈이라는 당근으로 유혹하면 더 열심히 일하리라 가정하고 기대합니다. 물론 이런 당근이 제시되면 구성원들은 전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할 겁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회사가 어려워져 높은 보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평가 결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차등이 돼 남보다 못한 보상을 받는 경우가 지속되면 아이들이 노인을 향해 느꼈듯이 회사에 대한 불만이 쌓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맡은 업무에 대한 흥미와 열정을 잃어버리고 말죠. 생산성은 답보상태이거나 추락하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알피 콘은 "A를 하면 B를 주겠다"라고 말하는 방식의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A보다는 B에 집중해 버리는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일 잘 하면 돈을 주겠다"라는 보상 방식은 직원들에게 일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엉뚱한 신호를 주는 꼴입니다. 또한 오로지 돈이라는 외적 동기에 의해 일의 즐거움을 확인 받도록 직원들을 조건화합니다. 그러니 직원들이 보상에 불만을 강하게 표하면 평가지표를 객관적으로 바꾸고(과연 객관적을 바꿀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차등 보상을 강화하려는 식으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해법을 내놓으려고 하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조성하려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외면한 채 외적 동기를 강화하는 쉽고 빠른 대증요법을 가함으로써 직원들을 내적 동기가 사라진 '외적 동기의 노예'로 만들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도 보상이 직원들의 동기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보상은 돈을 벌려는 직원들이 동기를 높일 뿐입니다.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를 더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상기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Punished by Reward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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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인재는 없는게 아니라 발견되지 않을 뿐   

2012. 2. 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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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자리 숫자끼리 더하거나 빼는 산수 문제가 '가로로' 제시될 때와 '세로로' 제시될 때 중에서 어느 때가 풀기 쉽습니까? 당연히 세로로 제시될 때가 풀기가 쉽고 정답률도 높습니다. 세로로 된 문제는 어느 숫자를 서로 더하고 빼야 하는지 명확하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실수가 적고 푸는 속도도 빠릅니다. 간단히 말해, 문제를 푸는 사람들은 세로로 된 문제를 공간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작업기억(Working memory)에 부담을 덜 느낍니다.

마르시 드카로(Marci S. DeCaro) 등의 심리학자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로 문제와 세로 문제를 풀도록 하는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들이 학생들에게 제시한 문제는 모듈러 연산으로 풀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51 = 19 (mod 4) 라고 표현된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했습니다. 51에서 19를 뺀 숫자를 4로 나누어 떨어지면(나머지가 남지 않으면) '참', 그렇지 않으면 '거짓'이라고 답하면 됩니다. 이 예는 4로 나누어 떨어지기 때문에 '참'입니다.



학생들에게 모두 32문제를 풀도록 했는데, 그 중의 반은 가로로, 나머지 반은 세로로 제시했습니다. 또한, 8 = 3 (mod 2) 처럼 한 자리 숫자로만 구성돼 있어서 쉬운 문제와, 두 자리 숫자들로 이뤄진데가 뺄셈을 위해 십의 자리에서 '빌려오기'를 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를 각각 절반씩 섞었습니다.

연구자들은 2가지 실험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인 압력'의 유무였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컴퓨터 모니터 상에 주어지는 문제에 참/거짓 여부를 답하는 모습이 비디오로 촬영되어 다른 이들에게 보여진다고 말했고, 또한 가상의 '파트너'와 합산된 점수가 평균보다 20% 높을 때 5달러를 주겠다고 말하고서는 그 파트너가 이미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거짓 정보를 학생에게 제시했습니다. 당연히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에게는 이러한 압박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실험 상황은 '소리 높여 떠들기' 여부였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에게 문제를 풀면서 그 과정을 크게 말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중얼거리지 말고 다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하라고 요청했죠. 나머지 절반의 학생들은 가능한 한 문제를 정확하고 빨리 풀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총 7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실험을 수행한 결과, 재미있는 데이터가 도출됐습니다. 먼저, 세로로 된 어려운 문제를 소리 내지 않고 풀 때는 사회적인 압력이 큰 상황에서 정답률이 높았습니다. 반면 말을 하면서 문제를 푼 학생들은 사회적인 압력의 유무와 관련 없이 정답률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공간적으로 인식되는 세로 문제는 학생들의 작업기억을 압도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 압력이 오히려 문제 풀이의 성과를 향상시킨 것이라고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반면, 가로로 된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사회적 압력이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비디오가 촬영되고 가상의 파트너가 이미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상황이 주어질 때 학생들은 사회적 압력이 낮은 경우보다 저조한 정답률을 기록했습니다. 가로 문제는 언어와 관련된 작업기억을 장악하고 사회적 압력이 그것을 더욱 가중했다는 뜻이겠죠. 헌데, 눈길을 끄는 것은 학생들이 가로 문제를 풀 때 소리내어 말할 경우에는 정답률이 사회적 압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말을 하지 않고 풀 때보다 문제 푸는 속도가 약간 더 걸리긴 했지만, 높은 정답률로 보상을 받은 것이죠.

이 실험은 현재 여러 곳에서 실시되는 시험 방식이 과연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옳게 평가하는 방법일까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여러 과목의 어려운 문제를 여러 개 풀어야 하고(게다가 꼼짝없이 아무 말도 못하고), 그 결과가 대학 입학 여부와 같은 사회적 압력으로 이어질 경우에 학생들이 달성한 점수는 작업기억이 얼마나 압도되지 않았느냐를 표현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압박 없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자기 자신에게 피드백할 때 높은 성과를 내는 학생들이 정작 시험 점수가 저조하여 남들에게 능력을 올바로 인정 받지 못하는 경우를 현재의 성적 측정 방식(시험)이 방조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험이 주는 압박감을 잘 견디는 것도 갖춰야 할 능력이라지만, 그 시험 과정에서 진짜로 실력 있는 사람은 버리는 구조는 아닐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실험이 기업에게 주는 시사점은 지난 번 글('압박 면접이 우수인재를 쫓아낸다')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압박감이 높은 상황에서 우수한 사람을 골라낼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는 것입니다. 조직 내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압박 면접과 비슷하게 빠른 시간 내에 해법을 내야 하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외환 트레이더처럼 초를 다투며 빠르게 의사결정 내려야 하는 경우는 일반 조직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대개는 문제의 원인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해법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합니다. 따라서 조직에서 필요한 인재는 압박 면접 하에서 기지를 잘 발휘하여 높은 점수를 얻는 사람은 적어도 아닙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압박은 필요하다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사회적 압박은 내적 동기를 저하시키기 때문에 성과의 양과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는 여러 연구 결과가 지지하는 바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구성원을 채용하거나 평가하는 방법이 압박을 극대화하는 상황에서의 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이라면, 좋은 사람을 놓치거나 방치하지는 않는지 살펴보기 바랍니다. 우수인재는 없는 게 아니라 다만 발견하지 못할 뿐입니다. 또한 이미 여러분의 조직 내에 존재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유정식 씀

(*참고논문 : Diagnosing and alleviating the impact of performance pressure on mathematical problem solv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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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비용이 많이 드는 경영방식   

2012. 2. 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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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주 고전적인 연구 결과를 소개할까 합니다. 피터 블로우(Peter M. Blau)가 1940년대 말에 수행한 이 연구의 주제는 경쟁적인 조직과 협력적인 조직 중 어느 조직의 생산성이 더 높은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블로우는 어느 공공 취업 센터(Public Employment Agency)에 근무하는 12명의 인터뷰어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 그 센터는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섹션 A에는 7명이, 섹션 B에는 5명의 인터뷰어들이 근무 중이었죠. 

인터뷰어들의 업무는 단순했습니다. 그들은 구직자들의 신청을 접수 받아 그들을 인터뷰한 다음 구인 기업과 연결시켜주는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인터뷰어들의 성과는 구직자들과 얼마나 많이 인터뷰를 했는지, 얼마나 많은 취업 성공 건수를 달성했는지로 평가되었고, 그 결과는 모든 인터뷰어에게 공개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기업으로부터 구인 요청이 적을 때는 인터뷰어들끼리 경쟁적으로 업무를 할 수밖에 없었고 다른 인터뷰어와 구인 정보를 공유하기보다는 혼자 독점하려는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블로우가 정보의 공유 정도를 가지고 섹션 A와 섹션 B의 경쟁도를 측정했더니 섹션 A가 섹션 B보다 더경쟁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섹션 B를 살펴보니 흥미로운 구인 요청이 들어오면 다른 이들과 공유하려 하고 누군가가 정보를 독점하려 들면 그를 정보 공유로부터 배제하려는 분위기였습니다. 섹션 B에서 취업 성공률이 독보적으로 높은 인터뷰어는 동료로부터 그리 환영 받지 못했죠. 반면, 섹션 A의 인터뷰어들은 취업을 성사시키려는 욕망이 커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지 않았습니다.

개인별로 생산성을 측정한 결과, 경쟁도가 높은 섹션 A의 취업 성사 건수가 훨씬 많았습니다. 섹션 A는 1인당 84건, 섹션 B는 1인당 58건 정도의 취업 성사 건수를 나타냈죠. 이 데이터만 보면 경쟁을 권장하는 것이 성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취업 성사 건수를 구인 요청 건수로 나누어 생산성을 계산해 봤을 때 섹션 A가 섹션 B보다 못했습니다. 섹션 A는 구인 요청 건의 59%를 성사시킨 반면, 섹션 B는 67%를 성사시켰으니 말입니다. 8% 포인트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블로우의 연구는 경쟁으로 인해 산출된 성과가 꽤 큰 비용을 치른 것임을 시사합니다. 경쟁으로 인해 직원들 간의 정보 공유가 단절되면 특정 개인의 성과가 높아질지는 몰라도 조직 전체로 보면 보이지 않는 비용이 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새로 입사한 직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어지는 등 조직 내의 지적자산이 활용되기는커녕 제대로 축적되지도 못합니다.

협력적인 조직은 개인이 오로지 자신만의 성과 달성에 몰두하려는 이기심을 완화시키고 협력을 권장하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 사이로 더 많은 정보가 흐르고 공유된 정보가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 사실은 블로우의 연구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연구 결과들이 지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경쟁을 권장하면서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성과를 창출하는 데 들어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은 생각해 봤습니까? 경쟁은 성과를 창출해내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닙니다. 경쟁은 협력보다 고(高)비용의 경영 방식임을 경계하고, 소모적인 내부 경쟁을 야기하는 제도와 문화를 걷어내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기 바랍니다.

- 유정식 씀

(*참고논문 : Co-operation and Competition in a bureau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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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떨어지면 정권이 교체된다?   

2012. 2. 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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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정치의 흐름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총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느냐, 또 어느 당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느냐에 따라 경제 정책이 결정되고 정책의 실행 결과가 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합니다. 대통령 후보들도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간단히 말해 정권이 주가로 대표되는 경제 흐름을 결정한다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헌데 존 캐스티(John L. Casti)가 쓴 '대중의 직관(원제: Mood matters)'이라는 책을 읽으니 이런 통념과는 반대되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그는 정권을 잡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적 동향이 주식시장을 좌우한다는 인과관계나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합니다. 그는 오히려 사회적 분위기의 측정지표라고 말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흐름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보통 사람들의 직관에 반하는 주장을 내놓습니다. 즉, 경제 흐름이 정권을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캐스티의 주장은 애널리스트 로버트 프렉터(Robert Prechter)가 공개한 분석 결과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프렉터는 미국의 경우 "주식시장의 동향이 현직 대통령이나 여당이 승리하거나 패배할 가능성에 극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의 상승세일 경우에 현직 대통령이 압도적 승리(landslide)를 거두어 연임을 했지만,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가까운 예로, 조지 부시가 앨 고어를 꺾으며(물론 가까스로 이겼지만) 재선에 성공할 때 다우존스 지수는 상승세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뀔 때는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었죠.

아래의 그래프가 프렉터가 제시한 근거입니다.



주식시장의 흐름은 사람들이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느냐 비관적으로 보느냐,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라고 본다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회 분위기 형성에 기여했다고 여겨지는 지도자를 계속 두고 싶어한다는 것이 프렉터의 설명입니다. 반대로 주가가 연일 하락한다면 정책의 실패로 그런 상황에 일조했다고 생각되는 지도자를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싶어한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특정 정책의 실행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욕구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정리합니다.

프렉터의 주장이 과연 우리나라에도 유효할까요? 그가 제시한 사례는 두 번까지 대통령의 연임이 허용되는 미국의 사례이지만,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1980년부터 2012년 1월까지 매월말의 코스피(KOSPI) 데이터를 구해보고, 역대 대통령의 재임 기간을 매핑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가 바로 그것입니다.



1980년부터 현재까지 정권의 교체는 두 번 있었습니다.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이양될 때 한번,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이양될 때 또 한 번 있었죠. 먼저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정권 교체가 될 때의 주식시장의 흐름은 프렉터의 주장을 대변합니다. 1994년에 정점을 찍은 주가가 1998년까지 하락하는 흐름이 여실히 나타났고 그에 따라 정권이 바뀌는 모습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넘어갈 때는 프렉터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정권 후반부에는 크게 떨어졌죠. 그런데도 정권의 교체가 발생하지 않고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를 승계했습니다. 미국으로 치자면 연임에 성공한 셈이죠.

그렇다면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양될 때는 어떤가요? 노무현 정부 초기에는 주가가 574를 기록했지만 임기말에는 1711을 찍음으로써 크게 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프렉터의 주장과는 달리) 정권이 교체되고 말았죠.

이로써 프렉터의 주장, 즉 사회 분위기의 대표 지표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이 흐름이 정권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논리는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옳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프렉터의 분석 결과가 미국의 특수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다른 나라에 일반화하여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이 미국과 비교해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아 인위적인 여러 가지 조치나 외생변수에 의해 크게 좌우됨으로써 사회 분위기를 대표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주식시장의 흐름보다는 국내총생산(GDP)이 사회의 분위기를 알려주는 지표로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아래의 그래프와 같이 1980년부터 2010년까지의 GDP 데이터를 대통령 재임기간과 비교해 봤습니다.


(*GDP는 환율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위 그래프의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효과를 제거하지 않은 것들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그래프를 보기 바랍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를 들여다 본다는 의미에서는 환율과 인플레이션 효과를 무시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이유는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말에 터진 IMF 환란 사태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전부터 GDP가 큰 폭의 하락세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회 분위기가 정권의 교체를 제법 오래 전부터 원했다는 것이죠. 김대중 정부에서 노무현 정부로 이양될 때 GDP는 상승세에 있었다는 점, 그래서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 말기의 GDP 하락세는 정권의 교체를 예고했던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기록한 GDP는 2010년까지는 수치상으로 양호하나 2011년에 GDP 성장률이 둔화됐다는 점(2010년 6.2%에서 2011년 3.6%로)과 2012년 한 해의 경제 전망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 불안 요소입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2012년 한 해의 주식시장의 흐름과 경제 지표가 2013년의 정권 교체 여부를 선행적으로 제시할지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예상을 해 봅니다. 프렉터의 주장에 근거하여 제시할 수 있는 가설은 "주식시장을 비롯한 경제 지표의 흐름이 정권 교체를 결정한다"입니다. 물론 현재까지 터진 정권 실세들의 비리와 앞으로 터질 또다른 비리들이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죠. 아직은 어디까지나 '가설'입니다.

프렉터의 주장이 미국의 사례에 근거한 것이고 또 주가지수를 바탕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기에 우리나라에 꼭 들어맞는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렉터의 주장은 실제로 정권이 바뀌느냐 유지되느냐의 문제로 수용하기보다는 사회가 낙관적인 분위기를 탈 때는 현재의 정권에 점수를 주고, 반대로 비관적인 분위기가 사회를 점령할 때는 정권 교체의 욕구가 크게 상승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건이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사건을 만들어낸다는 프렉터와 래스티의 주장은 참신하고 흥미롭습니다. 그들의 자세한 주장을 들어보려면 앞에서 언급한 '대중의 직관'이란 책을 읽어보기 바랍니다. 사회 현상을 거꾸로 뒤집어 보는 방법으로 혜안을 얻을지도 모르니까요.

(*참고도서 : '대중의 직관')
(*참고기사 : Ask not what your candidate can do for the stock mark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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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당근을 흔들어대지 말라   

2012. 2.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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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많은 조직에서 차등 보상이 성과 창출을 위한 동기를 불어넣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의 성과가 제고되는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그래서 성과가 지체되어 있거나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될 때 차등 보상을 도입하거나 차등의 정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 합니다. 과연 차등 보상이 원하는 효과를 언제나 가져다 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비법일까요?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캠퍼스의 존 피어스(Jone L. Pearce) 등의 학자들은 미국의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을 대상으로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이 조직의 성과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연구를 1980년대 초에 수행한 바 있습니다. 사회보장국은 1978년에 제정된 행정서비스 개혁법에 따라 성과를 기반으로 한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차등 보상제도가 도입되기 전과 도입된 후에 조직의 성과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고, 차등 보상이 끼친 영향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사회보장국 산하의 지역사무소들로부터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성과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취합된 성과 지표는 모두 4가지 종류였습니다. 이 지표들은 지역사무소의 성과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들이었고 관리자 자신들의 차등 보상액을 결정하는 데에 40%나 반영되었기 때문에 관리자들 사이에서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었습니다.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죠.

1977년부터 1982년까지의 4가지 성과지표의 값을 살펴보니 모두 향상되는 패턴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패턴만 보면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제도가 조직의 성과 향상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그러한 직관적 판단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피어스 등은 조직의 성과가 차등 보상을 도입하기 이전부터 향상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시 말해, 차등 보상이 성과 향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만한 통계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죠. 차등 보상을 도입했다고 해서 향상되고 있던 조직의 성과가 더욱 높아졌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4개 중 2개의 성과지표는 향상되는 모습을 보이다가 1981년 이후에 나빠지는 패턴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피어스 등은 이 하나의 연구만으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차등 보상의 효과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그들은 차등 보상이 조직 성과에 기여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이 연구의 시사점이라고 말합니다. 차등 보상이 정말로 성과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른 요인과 떼어 놓고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사실 차등 보상 때문에 조직의 성과가 높아진 게 아니라, 조직의 성과가 높아지고 있기에 차등 보상을 실시할 금전적 여력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지 모릅니다. 인과관계의 화살표 방향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이 연구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기도 합니다.

피어스의 연구 이외에 차등 보상이 조직과 개인의 성과 향상과 관련이 없다(그리고 오히려 성과를 저하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많습니다. 직원들에게 차등 보상이라는 '당근'을 흔들어 대면 성과 향상을 위한 동기가 불끈 솟아오르리라 기대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고 한낮 동물로 여기는 비인간적 경영방식일지 모릅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평할 때는 '결코 돈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돈보다도 다른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는 '돈을 차등해야 열심히 일하려고 할 거야', '돈만 많이 받으면 좋아한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자신은 고고하지만 타인은 돈 밝히는 속물일 거라 여기는 모양입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죠.

성과 향상을 위해 차등 보상을 도입하는 일은 성과가 지지부진한 진짜 이유를 덮어버리고 맙니다. 진짜 문제는 돈을 적게(또는 돈을 똑같이) 주기 때문이 아니라 업무의 본질 속에 숨어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경영자가 가져야 할 현명한 관점입니다.

직원들에게 당근을 흔들어대지 마십시오. 당근은 채찍과 다를 게 없습니다.

(*참고논문 : Managerial Compensation Based on Organizational Perform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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