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글에서 랭킹이 높은 사람들끼리 팀을 이루게 하면 랭킹이 높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팀보다 협력하려는 경향이 덜하고 더 경쟁적이며 사회적인 비교에 민감하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높은 랭킹은 사람들로 하여금 개인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잠재적 요소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높은 랭킹을 차지하는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비협조적이고 경쟁적인 표정이 느껴지지 않을까요? 얼굴에서 나타나는 표정을 가지고 미국 의회 선거의 당선자를 70%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Todorov et al. 2005)가 있듯이 얼굴 표정만 보고도  그 사람의 서열이 어디쯤인지 예측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가설을 검증하고자 패트리샤 첸(Patricia Chen)과 동료들은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첸은 35명의 학생들에게 17개 경영대학원에 재직하는 학장들의 사진을 익명으로 보여주고 사진의 인물이 얼마나 협조적일지를 7점 척도로 평가하게 했습니다. 경영대학원의 순위는 U.S. News와 월드리포트(World Report)의 것을 이용했습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은 높은 순위의 경영대학원 학장일수록 비협조적일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순위가 높을수록 얼굴에 비협조적인 인상이 나타난 셈이죠. 표정만 보고도 그 사람이 어느 경영대학원에 근무하는지 대략 예측 가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실험만 가지고는 비협조적인 표정이 느껴지는 이유가 경영대학원의 높은 랭킹 때문인지, 아니면 덜 협조적인 사람이 학장으로 선발되는 경향 때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슈를 점검하기 위한 후속실험에서 첸은 미시건 대학교 학생들에게 다른 대학교 학생을 상대로 게임을 하겠냐고 제안했습니다. 학생들 중 절반은 예일 대학교(미시건 대학교보다 랭킹이 높은) 학생과, 나머지 절반은 워시트노 커뮤니티 칼리지(미시건 대학교보다 랭킹이 낮은) 학생과 게임을 하게 될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첸은 학생들에게 실험 도우미가 바로 게임을 벌일 상대라고 소개한 뒤 도우미와 나란히 세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첸은 이렇게 하여 26장의 사진을 확보한 후에 이 상황을 모르는 또다른 학생들에게 사진 속 인물이 얼마나 협조적일지를 7점 척도로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예일 대학생을 상대하기로 한 학생들이 워시노트 대학생을 상대하기로 한 학생들보다 더 협조적일 거라는 평가를 얻었습니다(4.38점 대 3.91점). 이것은 자신의 랭킹이 상대방보다 높다고 생각할 경우 사람들은 덜 협조적이 된다(적어도 덜 협조적인 표정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결과였죠.

얼굴에서 느껴지는 협조의 정도가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첸은 다시 한번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첸은 학생들에게 학생단체 대표의 역할을 부여한 후에 앞의 실험에서 사용했던 경영대학원 학장들의 사진 중 상위 5위 내에서 1장을, 하위 5위 내에서 1장을 무작위로 뽑아서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둘 중 한 장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사진 속 인물이 학생단체들 활동 예산을 할당하는 '로버트 스미스' 부학장이라 소개하고서 스미스 부학장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보이는지, 스미스 부학장이 승인할 거라고 예상되는 1년 예산 금액을 3천 달러와 5천 달러 사이에서 추측해 보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또한 스미스 부학장에게 1년 예산으로 얼마를 요구할지도 물었죠.

그 결과, 확실한 차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첫 번째 실험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상위 5위 내의 학장을 하위 5위 내의 학장보다 덜 협조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학장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보이는지가 예산 승인 금액과 요구 금액과 관련이 있었죠. 학장이 비협조적으로 보일수록 두 금액의 크기가 작아졌으니 말입니다.

첸이 수행한 일련의 실험은 서열상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덜 협조적이고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한다는 점을 얼굴 표정으로 나타낸다는 점을, 그리고 다른 이들이 그 표정의 의미를 무의식적으로 느낀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다른 조직에 속한 사람들과 협상을 벌일 때 유념해야 할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우호적인 협상안을 끌어내야 하는데, 자기 조직의 높은 랭킹이 만들어내는 얼굴 표정 때문에 원치 않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 있겠죠. 반대로 상대방의 조직의 높은 랭킹에 주눅 든다면 100이 필요한데 자신도 모르게 80~90만 요구하는 오류를 범할지도 모릅니다.

조직 간의 협상 뿐만 아니라, 같은 조직 내 서열이 다른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과 대인관계에 대해서도 이 연구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리더(상사)는 부하직원들과 대화할 때 자신의 얼굴에 비협조적이고 오만한 인상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점을 늘 경계해야 합니다. 부하직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에게 협조하도록 만들려면 얼굴 표정을 단속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겠죠. 상사의 표정에 '나는 비협조적이다'라는 인상이 그려지면 부하직원들 역시 비협조적이 되고 맙니다.

높은 서열은 얼굴 표정에 '비협조'라는 떼기 힘든 탈을 씌웁니다. 높은 위치에 오를수록 겸허함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직급이 오를수록 자신도 모르게 표정이 비협조적되는 건 아닌지 조심할 일입니다.


(*참고논문)
The Hierarchical Face: Higher Rankings Lead to Less Cooperative Looks.
Inferences of competence from faces predict election out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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