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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이 정말 인기인 모양이다. 편의점에 갈 때마다 매대에 진열돼 있는지 살피고 점원에게도 물어보지만,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한 박스씩 밖에 공급이 안 돼서 시간을 맞춰서 와야만 살 수 있다고, 자기네들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물건이 들어오면 전화해 달라고 전화번호를 남겨놔도 기약이 없다. 허니버터칩 품귀 현상 때문에 "우리나라에게서 가장 힘든 일은 허니버터칩을 먹으면서 아이맥스 영화관 상석에서 인터스텔라를 관람하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나올 지경이다. 허니버터칩을 생일선물로 받았다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부럽다', '같이 좀 먹자'는 댓글이 우수수 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허니버터칩을 증산해야 할까?"는 아마 해태 관계자들이 가장 고민하는 이슈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자 제품의 선풍적 인기와 시장의 매니악적 반응이 자주 오는 기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품귀'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모처럼 찾아온 '매출 수확'의 기회를 최대로 이용하기 위해 증산에 돌입할 것인가? 이 질문이 고민이 되는 이유(혹은 딜레마로 느껴지는 이유)는 '허니버터칩의 향후 수요'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거액을 투자하여 허니버터칩을 증산했더니 고객의 입맛이 짭짤한 감자칩으로 회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몇년 전에 열풍을 일으키던 '꼬꼬면'을 떠올려 보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빨간 라면의 시대는 가고 이제 하얀 국물의 시대라고 여기저기에서 얼마나 떠들어댔던가? 어렵게 꼬꼬면을 맛본 소비자들은 그 독특한 맛에 열광하고 지지했지만 오래도록 혀에 익숙한 빨간 국물을 떨쳐내지 못했다. 소비자들은 막상 먹어보니 "생각보다 별로다"라고 반응하기 시작했다(나도 그랬다. 국물에서 나는 '닭 냄새'가 싫었다). 증산을 통해 제품을 어디서나 쉽게 구하게 되자 이런 '반감'은 외려 커지고 말았다. 결국 1년도 못 돼 꼬꼬면은 마이너 제품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나가사키 짬뽕'도 반짝 인기를 끌다가 그저그런 수준으로 매출이 급락했다. 


하지만 나가사키 짬뽕이 영역을 현재 유지하고 있듯이 허니버터칩도 '달달한 감자칩'이라는 독자적 카테고리의 선두 제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들이 '짭짤한 감자칩'을 여전히 선호할지 아니면 '달달한 감자칩'을 좋아하는 소비자군이 굳건히 형성될지, 이것이 허니버터칩 증산 여부를 둘러싼 첫 번째 불확실성이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유사제품의 출시와 시장점유율 잠식 여부라고 할 수 있다.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맛을 모방한 제품들이 출시되거나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달달한 감자칩 시장을 빼앗기 위한 경쟁사의 공격은 충분히 예상되는 반응이지만, 강한 경쟁자는 '동일 업종'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 출현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허니버터칩을 구매하려고 편의점이나 마트를 찾은 고객들은 허니버터칩과 유사한 제품명을 가지고 포장지 디자인까지 비슷한 제품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아쉬운 대로 이것으로 만족하자"라면서 말이다. 유통업체들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PB제품을 즉시 개발하여 엄청난 물량을 진열대에 깔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유통업체들이 그간 이런 행태를 많이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경쟁사에서 유사제품을 쏟아내고 유통업체들(특히 대형할인마트들)까지 PB제품으로 가세하기 시작하면 허니버터칩이라는 브랜드가 '진부'해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이 유사한 '달달한 감자칩'을 언제 어디서든 구매할 수 있으면 허니버터칩을 굳이 찾을 이유가 없어지거나 유사제품을 맛보고 나서 "허니버터칩도 별 거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물론 유통업체들까지 달달한 감자칩 시장에 뛰어들어 틈새시장을 '망가뜨리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만 나는 발생가능성을 높게 본다).


두 가지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다음과 같이 4개의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허니버터칩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1번이고, 최선의 시나리오는 3번이다.


최악의 시나리오(1번)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해태는 허니버터칩의 생산량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현 생산량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감산을 준비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경쟁사와 유통업체들이 시장을 진흙탕으로 만들면 '수확'하면서 시장에서 퇴각하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오히려 인상하는 전략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현재의 유통경로를 유지하기보다 맥주점 체인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독특한 유통경로를 구축하는 게 좋지 않을까?


최선의 시나리오(3번)에서는 라인 신설을 통한 증산보다는 타 제품 라인의 전용을 통한 소폭의 증산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허니버터칩 골드'처럼 프리미엄 제품 출시를 통해 달달한 감자칩 부문에서 '새우깡'과 같은 존재감을 확고히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경우에도 역시 기존의 유통경로를 통한 대규모 판매 확산보다는 차별화된 경로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증산을 하되 소폭에 그침으로써 품귀현상을 전략적으로 유지시키고 해태라는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사실 이미 어느 정도 이런 효과를 달성했다). 나머지 시나리오(2번, 4번)에서도 허니버터칩을 증산할 이유는 별로 없다.


허니버터칩이 나아갈 전략적 방향을 요약하면 이렇다.


1. 품귀현상을 즐겨라.

2. 증산을 하더라도 소폭으로 하고, 언제든 퇴각할 준비를 하라.

3. 새로운 유통경로 개발에 초점을 맞춰라. 

4. 타업체와의 co-marketing 전략을 더욱 정교화하라.

5. 허니버터칩 자체보다 '그 이후의 히트 제품' 개발에 매진하라.


허니버터칩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지금으로서는 확언하기 어렵다. 해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허니버터칩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미리 생각해보고 시나리오를 수립한 후에 각 시나리오별로 어떻게 대처할지 예행연습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장의 놀라운 반응과 갑작스런 유행이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기대하는 순간 전략의 실패는 불 보듯 뻔하다. 시나리오 플래닝을 하라.



(* 이 글은 필자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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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적을까?   

2014. 12.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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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책을 내려 놓고 양손으로 깍지를 껴보기 바란다. 어느 손의 엄지손가락이 위로 올라왔는가?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오른손잡이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왼손잡이는 왼쪽 엄지손가락이 위로 올라온다. 동물행동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인간이 평소에 하는 행동들은 수천 번 반복되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자발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깍지 꼈을 때 위로 올라오는 엄지손가락을 보고 우세한 손이 무엇인지 알아맞출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왜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월등하게 많을까? 손이 두 개니까 50 대 50 정도로 나뉘는 게 맞을 듯 한데, 왜 열 명 중 하나 정도만 왼손잡이이고 왼손잡이 중 1%만이 양손잡이인 걸까? 혹자는 오른손을 쓰도록 문화적으로 강제화됐고 오른손잡이들을 위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왼손잡이들이 자신을 숨기고 오른손잡이인 것처럼 사는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선사시대에 사용된 손도끼를 보면 하나같이 오른손잡이용이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은 근본적이지 않다. 그 주장이 맞다면 왼손을 숭앙하고 오른손을 터부시하는 문명이나 사회집단이 존재해야 하는데, 왼손잡이가 득세했던 사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니 말이다. 





아기들을 관찰해도 인간이 대개 오른손잡이임을 알 수 있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을 볼 기회가 있다면 어느 손으로 아기를 감싸안고 있는지 살펴보라. 엄마가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열에 여덟은 왼팔로 아기를 안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엄마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아기를 안정시키려는 무의식적인 행동 때문이다. 그래서 아기의 오른팔은 엄마의 왼쪽 겨드랑이로 들어가거나 엄마의 가슴에 눌려서 왼손을 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왼손잡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발육조건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기는 오른손잡이가 된다. 따라서 오른손잡이가 많은 까닭은 문화적 조건이 아니라 인간의 진화적 특성에서 찾아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 인간은 좌우대칭이지만, 실은 중요 장기인 심장이 왼쪽에 있는 탓에 대칭이라고 볼 수 없다. 아마 길을 걸으면 벽면을 왼쪽에 두고 가는 게 편할 텐데, 적이 다가오면 벽쪽에 있어서 공간에 제약을 받는 왼손보다는 오른손으로 상대를 위협해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인간이 유인원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때, 나무에 달린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오른손 사용이 훨씬 안전했을 것이다.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져도 심장이 덜 위험할 테니 말이다. 이렇듯 왼손잡이들은 진화 과정에서 퇴출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캠페인을 늘 벌이지만 보행자의 ‘우측통행’이 잘 정착되지 않는 이유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심장을 보호하려는 인간의 무의식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오른손잡이가 많을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알다시피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을, 우뇌는 신체의 왼쪽을 관장한다. 심장을 지켜야 하는 왼손보다는 오른손으로 초기의 언어를 표현하고 보조했을 가능성이 큰데, 오른손을 자주 쓰면서 좌뇌에 언어와 관련된 영역이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이렇게 좌뇌가 발달하면서 오른손 사용이 더 활발해졌고 자연스럽게 오른손잡이가 월등히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글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서 쓰고, 피아노 건반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멜로디를 표현하는 고음이 위치하고, 운동장 트랙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도는 이유는 오른손잡이가 되도록 문화적으로 강제화된 것이 아니라 독특한 진화적 특성 때문이다. 물론 문화적으로 오른손잡이 세상이 되는 바람에 왼손잡이가 살기 힘들어진 것은 사실이나, 애초부터 진화적 특성 때문에 문화적으로도 왼손잡이들이 압력을 받게 됐다고 봐야 맞다.


이렇게 진화적, 문화적 압력을 받는 탓인지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에 비해 취약한 경향을 보인다. 알리나 로드리게스의 연구에 따르면, 왼손잡이들에게 난독증, 정신분열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ADHD) 등의 정신질환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견된다. 산모가 임신 중 우울증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으면 아이가 왼손잡이 혹은 양손잡이가 될 가능성이 세 배나 높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글은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뛰어나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인간의 심장이 어쩌다가 왼쪽에 위치한 까닭에 오른손잡이가 많아진 것뿐이다. 크리스 맥머너스 런던대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체 인구의 10%가 왼손을 더 많이 쓴다는 것 말고 뚜렷한 시사점은 없다”고 말한다. 어떤 손을 더 많이 쓰든 좋은 점과 부족한 점이 모두 존재한다는 뜻이다. 



(* 이 글은 월간 샘터 12월호 '과학에게 묻다' 칼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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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외치는 이상한 '정신'들   

2014. 1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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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7일부터 11월 16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저의 짧은 생각들입니다. 이제 겨울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날씨가 추워졌네요. 월동준비 단단히 하고 계신가요?



[회사에서 외치는 이상한 정신들]


1. 도전정신 : 무엇이든 도전하라 말한다. 하지만 CEO에게 도전했다간 짤린다. 도전정신을 가지란 말은 밤낮으로 일하란 소리다.


2. 주인정신 : 주인처럼 일하라 말한다. 하지만 주인이 되려하면 짤린다. 주인정신을 가지란 말은 머슴처럼 일하란 소리다.


3. '우리는 한 가족' 정신 : 직원들에게 우리는 한솥밥을 먹는 가족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평가하고 차등보상한다. 결국 가장의 말에 절대 복종하란 소리다.





[리더십에 대하여] 


-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이 있다면, 그 직원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라. 당신이 그에 대해서, 반대로 그가 당신에 대해서 오해하는 것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 경영자들이 새겨야 할 금언. “나는 내가 짐작하는 것보다 직원들의 생각을 잘 알지 못한다."


- 경영자가 늘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해도 좋은 경영자가 되지는 못한다. 입장이 다르면, 입장이 다르다는 그 이유만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오해하기 십상이다. 직원의 입장을 상상하지 말고 항상 '물어야' 한다.


- 상사와 직원이 같이 오래 근무할수록 서로에 대하여 잘 안다. 그러나 상대방을 잘 알고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도 함께 높아진다.



[똑똑한 문제해결]


특정 지역에 범죄가 많다면 어떻게 해결할까?

- 그저그런 방법 : 순찰이나 검문 강화

- 효과적인 방법 : 경찰관에게 해당지역에 무료로 주거 제공


공장에 불량품이 많다면 어떻게 해결할까?

- 그저그런 방법 : 품질관리 강화

- 효과적인 방법 : 공장 직원들을 기술자로 호칭(자부심 부여)



[교육 담당자들의 요구사항]


- 전문적이면서도 머리 아프지 않게, 진지하면서도 웃음 빵빵 터지게, 실습을 위주로 하되 교육생을 피곤하지 않게, 이론적이면서도 실무적이게.... 왠지 디자이너들에게 "심플하면서도 화려하게" 디자인해 달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유서 깊은 빵집들의 문제]


- 이성당, 나폴레온, 황남빵 등 지역 명품 빵집들이 점포망을 확장 중이다. 당장 매출은 늘겠지만 브랜드의 '진부화', 관리 로드의 가중, 품질 저하 등 '성장의 저주'가 염려된다. 확장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섣불리 확장해선 안된다. 특히 유서 깊은 브랜드일수록 더욱 그렇다.



[여러 회사의 문제에 대하여]


- 시스템이 없는 회사는 시스템이 없기에 오히려 현장에서의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he truth)'을 관찰할 줄 안다. 잘못된 시스템에 의존하는 회사보다 훨씬 낫다.


- 어느 회사든 진단을 해보면 항상 나오는 불만 3가지

1. 보상이 적다

2. 교육이 적다

3. 일이 많다


- CEO보고의 특징. 연기된다. 마냥 기다린다.


-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경직된 기업은 절대로 직원들의 생각이 뭔지 알지 못한다.


- 기업에서 상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조차 낙관적으로 상상하기 때문이다. 최악에 최악을 더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대비하라.



[성과관리의 문제에 대하여]


- 직원들에게 성과를 내라고 '설득'하거나 '독려'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과를 내게 해주는 '제품과 전략'이다.


- 성과를 내면 돈을 주겠다는 방법은 '좋은 성과'를 창출하지 못한다(오히려 나쁜 성과만 는다). 직원들이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려면 직원들이 집중해서 일할 시간을 '충분히' 줘야 한다. 쓸데없는 회의, 보고서 작성, 의전, 기타 여러 관행만 없애도 충분하다.


- 성과를 못내는 이유를 '직원들의 능력과 열정 부족'에서 찾는 기업은 계속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다.


- 직원들이 '돈을 밝힌다'고 생각하는 CEO는 '돈 밝히는 직원들'만을 데리고 일할 것이다.





[인사의 문제]


- 인사팀에 급여관리 등 운영인력 몇명만 남기고 다 전보시켜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 생각보다 더 잘 굴러간다. 해보라.


- 숱한 임원 교육 프로그램, 임원 역량평가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임원들을 '직원들 중의 고참'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인 듯하다. 임원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다.


- 교육을 시키면 그게 매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알아내달라 한다. 그거 알면 내가 여기 있겠나?



[직원들의 문제에 대하여]


- 많은 직원들은 자기가 사직하면 회사가 큰 타격을 입을 거라 간주하거나 기대한다. 물론 그런 일은 여간해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회사는 잘 굴러간다.


- "당신은 다른 직원들보다 일을 잘합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생각하지 않은채 오로지 자신이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만 생각한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개인의 삶에 대하여]


-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은 '타인과 구별 지을 수 있는 자신만의 차이점'을 찾고 싶은 것이다. 그런 차이점을 왜 찾아야 하는가? 왜 '나'는 타인과 달라야' 하는가? 평범하면 안 되는 건가? 평범한 '내'가 진정한 자아일 순 없는가?


- '나'와 타인 간의 유사점은 '나'와 타인 간의 차이점보다 훨씬 많고 크다. 언제나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왜 얼마 안 되는 차이점에 진정한 자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사람들은 '타인과 다른, 나만의 차별성'을 강점이라고 간주한다. 왜 그래야 하나? 기업도 아닌데 말이다. 개인이 차별성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것은 경쟁 사회의 폐해 중 하나가 아닐까?


- "나는 아주 행복하다"라고 말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자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누군가가 희생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분명 그런 사람이 당신의 곁에서 억지 웃음 지으며 서있을 테니 말이다.


- '자신만의 생각이 없는 사람'보다 '자신의 생각만 있는 사람'이 훨씬 위험하다.


- 때로는 타인에 의한 구속보다 스스로에게 가하는 구속이 더 가혹하다.


- 이득 취할 것은 다 취하면서 '착하다'는 소리까지 들으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내 인생이 피폐해지는 느낌이다.


- 다른 사람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간주하는 것처럼 고질적인 착각도 없다.


- 구멍 난 양말을 신경 쓰는 사람은 오직 자기 자신이다.


- 사람들은 자기랑 친한 사람의 머릿속을 가장 궁금해 한다. 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가장 궁금해' 한다.


- 꼰대.... 남자가 '남자'로서 맛이 갔다는 표시.



[기타]


- 청년들이 취직을 안한다. 실업자에게 '실업자세를 부과하자. 사람들이 출산을 안한다. 싱글들에게 '싱글세'를 부과하자. 부부들이 집을 안산다. 세입자들에게 '세입자세'를 부과하자.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에 세금을 부과하는 동방세금지국.


-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감정적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틀렸다. 여자나 남자나 비슷한 정도로 감정적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감정 표현'을 잘 할 뿐이다.


- "내가 그 상황에 처했더라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안 했을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이 종종 있다(택시기사들이 이런 식의 말을 많이 한다).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도 무방하다.


- "자기보다 느리게 운전하는 사람들은 전부 멍청이고, 자기보다 빠르게 운전하는 사람들은 전부 미친 놈이다'....by 조지 칼린


- 어딘가에서 본 글. "기쁨을 나눴더니 질투를 낳고, 슬픔을 나눴더니 약점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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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고민인가요' 저자, 연희동 한선생을 만나다   

2014. 11.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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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TV라디오에서 ‘연희동 한쌤(연희동 한선생)’으로 이름을 날리던 타로 마스터 한민경 선생이 처녀작 <무엇이 고민인가요>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에는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다른 49명의 사연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자 한민경 선생은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사정, 그리고 그 해의 연도카드 넘버에 따라 이들에게 맞고 꼭 필요한 해법을 명쾌하게 제시합니다. 20년 넘게 수많은 고민을 수집해 온, ‘고민 수집가’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많은 구매를 바랍니다. 특히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하시면 더욱 좋겠다는 출판사의 요청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책 구매하기



저자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따로 시간을 내어 ‘저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다음은 인터뷰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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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식:  타로 마스터라고 하는 특이한 직업 때문에 이 책을 타로점에 관련된 책으로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책을 훑어 보니까 상담 내용이 주를 이루더군요. 타로가 상담에 어떻게 활용되는 건가요?


한민경: 상담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부터 시작되죠. 타로는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자신들이 스스로 문제를 투사 하는 힘을 갖고 있어요. 그것을 통해 짧은 시간에 공감을 얻기가 쉬워지면서 스스럼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내담자들은 이야기를 하고, 전 그저 계속 질문을 할 뿐이에요. 결국 본인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 첫 문을 여는 게 타로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유정식:  그렇군요. 결국 타로는 상담을 위한, 유용한 보조도구란 말씀이군요. 아마 내담자들의 고민은 아주 다양할텐데요, 혹시 그들의 고민들에는 서로 공통점이 있나요?


한민경: 쓸데없는 고민이라는거죠. 


유정식: 쓸데없다? 왜 그렇게 보는 건가요? 내담자들은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생님을 찾았을 텐데요. 


한민경: 고민을 오래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자기 인생에 소중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기에 쓸데없다는 거에요. ‘신중한 것’과 ‘고민을 오래 하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에요.


유정식: 어떻게 다른가요?


한민경: 신중하다는 것은 답을 안다는 거고 고민을 한다는 것은 답을 모른다는 거죠. ‘답을 안다 모른다’의 의미는 자기다운 선택이 무언지 어느 정도 안다는 뜻입니다. 그런 다음에 고민하면 신중하다 말할 수 있지만, 자신에대해 잘 모를 때 하는 고민은 그야말로 세상의 기준에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휩쓸리다가 난파되기 딱 좋죠.


유정식: 선생님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고민만 하는 사람들인가요?


한민경: 자신에 대해 알려는 노력보다는 세상 혹은 현실이 옳다는 것들을 얻기 위해 고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그야말로 고민만 하는 거죠.


유정식: 아인슈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죠.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런 내담자들이 많은가 봅니다?


한민경: 네, 그들이 하는 똑같은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신의 외부환경이 바뀌면, 혹은 좋아진다면 자신이 행복해지리란 거죠.


유정식: 그런 사람들에겐 특별히 해 줄 말씀이 없을 것 같은데요?


한민경: 특별히 같은 말만 합니다. “잘됐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하죠.


유정식: 하하, 상당히 중의적인 표현인데요?


한민경: 알아들으면 다행인 거고 못 알아 들어도 다행인 거죠.


유정식: 이 인터뷰 보고 내담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 어쩌시려고요?


한민경: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은 그렇게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 사람은 올 겁니다.





유정식: 다행이군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 볼까요? 직장인들 상담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전해 들었는데요, 그들은 대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요? 저도 가끔 상담을 하는데, 제 경우엔 이직 고민을 많이 토로하더고요.


한민경: 네. 가장 많은 질문이 직장 문제이고, 그 중에서도 이직에 대한 고민과 창업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습니다. 


유정식: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들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민경: 지금 현재 직장이나 자신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죠.


유정식: 집중하지 못한다? 현재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이직을 생각한다는 말씀인가요?


한민경: 네. 현재의 상황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집중해서 파악하려는 노력보다는 외부환경을 변화해서 타개하고자 한다는 거죠.


유정식: 일개 개인이 외부환경을 바꿀 수 있을까요?


한민경: 이직이라는 극적인 환경변화가 있죠.


유정식: 그런 극적인 이직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그러니 고민하는 것일 테고요.


한민경: 네. 이직은 쉽지도 않지만 사실상 문제 해결의 핵심도 아니에요.


유정식: 문제 해결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한민경: 버티면서 찾는 거죠. 일하고 돈 벌면서 자신한테 무엇이 맞고 무엇이 안맞는지 정확히 알아야 이직을 하던 창업을 하던 결단을 내릴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일하면서, 버티면서’ 찾아야 해요.


유정식: 그렇군요. 저에게 상담 온 분은 현재의 일에서 열정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내 가슴을 뛰게 할 일을 찾고 싶다’고 하더군요. 흔히 ‘열정을 쫓아 가라’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민경: 직장에서 열정은 ‘진짜 내 일’을 찾기 위해 노력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직장 그 자체에서 열정을 찾으려고 하더군요.


유정식: 현재의 직장에서 충분히 자신의 진짜 일을 찾을 수 있는데도, 밖으로 나가야먄 자기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한민경: 네. 산만해질 때 열정은 생기지 않습니다. 집중할 때 생기죠. 어릴 적 학교 운동장에서 볼록렌즈로 햇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집중해야만 무언가 작은 불꽃이라도 잡을 수 있죠. 외부의 어떤 것이 나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생각 역시도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고 있는 겁니다.




유정식: 개인적인 질문인데, 선생님은 집중을 잘 하시는 편입니까?


한민경 : 아니요. 하지만 전 매사에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 하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가지, 한 달에 한 가지, 일년에 한 가지, 그런 식으로 집중합니다. 다른 액티비티들은 집중하고 있는 그 한 가지를 위해 멀티하게 하고 있을 뿐이죠. 이번 책 <무슨 고민인가요>는 바로 이렇게 한 해에 한 가지만 집중해서 고민하자는 내용이 주제이기도 합니다. 일년 지나면 열심히 살긴 산 것 같은데 딱히 기억나는 일도 없기 다반사입니다. 매년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기억 안 나는 일들도 많고요. 


오히려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려고 애썼다면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남는 게 있을 겁니다. 혹시나 다른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중요한 일은 별로 없거니와 자신이 놓친 게 무엇인지 알 수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뿐입니다.


유정식: 이 책을 쓰신 것도 금년에 집중하고자 한 그 ‘한 가지’에 해당했나요?


한민경: 네 , 올해 저로서는 매우 바쁜 한 해였습니다. 제가 상담할 때 가장 핵심적으로 사용하는 "올해의 카드”, 즉 타로와 수비학으로 보는 방식에 의하면, 올해 제가 집중해야 하는 이슈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자"입니다. 예전 같으면 안 할 일도 열심히 하고, 무언가 제안이 들어오면 군소리 없이 하고,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적극적으로 해보고, 모든 면에 있어서 열심히 해보려고 했죠. 그래도 가장 큰 집중 대상은 책을 내자는 제안이었기에 다른 모든 활동을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이 되도록 조정했습니다. 그런 방식이 제가 올 한 해를 집중해 온 나름의 요령이라고 할 수 있겟죠.


유정식 : 첫 책이니까 부담도 컸을 것 같습니다. 책을 쓰실 때 특별히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한민경: 책을 쓸 때 제일 어려운 점은 진짜 내가 책을 써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팔이 많이 아팠거든요.


유정식: ‘진짜로 내가 책을 써야 한다’가 제일 어려웠다고요? ‘진짜로 내가 책을 안 쓰는’, 그런 사람이 있나요?


한민경: 가끔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은 직접 안 쓰더라구요.


유정식: 하하. 나중에 돈 많이 버셔야겠어요. 직접 ‘내가 쓰지 않으려면’ 말이죠. 작가로서 어떤 사람들이 이 책, <무슨 고민인가요>를 읽기를 바라십니까?


한민경: 현재에 딱히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마음만 무겁고 답답하고 걱정이 되는 분들 모두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유정식: 처녀작이니 아무래도 책이 많이 팔리길 바라겠죠?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요?


한민경: 위로가 되고 싶어요, 고민이라 생각한 것들이 고민이 아니라는 말씀도 하고 싶고요. 현재의 현실적인 문제가 과연 나 자신의 실질적 문제인지 그것부터 고민해봐야 한다는 거죠. 그런 막연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괜찮다, 괜찮을 거다"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짜 책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상담 내용들을 많은 ‘고민남, 고민녀’들과 공감하고 교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유정식: 고맙습니다.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한민경: 감사합니다.



*****


한민경 선생님이 국민TV라디오 <최동석 유정식의 경영토크>에 게스트로 출연하셔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를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다음의 링크를 클릭하면 그때의 방송을 청취할 수 있습니다.


http://www.podbbang.com/ch/6240?e=21218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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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잘 아는 팀장이 나를 잘 평가할까?   

2014. 10. 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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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상사로 모시고 있는 팀장이 팀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회사 사정상 그 팀장이 여러분의 역량과 업적을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아마도 ’팀장님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아실까? 그 분이 정말 나를 올바르게 평가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마음 속에서 크게 자라날 겁니다. 같이 근무한 기간이 길고 친밀해야 ‘나의 특성’을 잘 파악할 수 있고 ‘나의 의도’를 잘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이렇게 ’친밀할수록 나를 잘 평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다면평가 시에 종종 불거지는 ‘나를 잘 모르는 동료가 나를 평가하는 문제’에도 잠재되어 있습니다.


헌데 과연 그럴까요? 나와 함께 한 시간이 길수록 나를 잘 알까요? 오랜 기간 함께하며 친밀해질수록 상대방이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추구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믿음은 과연 옳을까요? 상사와의 친밀도와 평가의 정확성을 측정한 실험이 있으면 안성마춤이겠지만(혹시 아시면 귀띰해 주세요), 텍사스 대학교의 윌리엄 스완(William B. Swann, Jr.)과 마이클 길(Michael J. Gill)이 연인들과 기숙사 룸메이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실험을 통해 이 질문의 답을 간접적이나마 유추할 수 있을 겁니다.




스완과 길은 연애기간이 최소 3주에서 최대 312주에 이르는 57쌍의 연인들을 서로 다른 방으로 안내한 다음 특성이나 능력, 성적 취향, 흥미 등을 묻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예를 들어 참가자들은 본인의 자존감, 지능, 사회적 스킬, 예술적 능력, 매력, 운동 경기에 대한 열정 등과 같은 항목에 자신이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질문 받았죠. 뿐만 아니라, 그들은 방 청소, 술집 가기, 보드게임하기 등과 같은 활동을 본인이 얼마나 즐기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서 적어야 했습니다. 옆방에 있는 파트너는 참가자가 각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를 예측하고 그런 예측이 맞을 확률을 0에서 100까지의 숫자로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스스로의 판단을 확신하는지 알기 위함이었죠.


그 결과, 연인들은 어림짐작으로 맞힐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정확도로 상대방의 생각을 예측했습니다. 예를 들어 파트너의 자존감에 대해서 ‘찍어도 맞힐 수 있는’ 확률은 20%였는데 연인들은 44%의 정확도를 보였고, 파트너의 자질에 대해서는 어림짐작 수준인 20%보다 높은 30%의 정확도를 나타냈습니다.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나와 친밀한 사람이 나를 잘 안다’는 명제가 ‘어느 정도 참’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잘 안다’는 자신감이 과도했다는 것입니다. 파트너에 대해 ‘실제로 알고 있는 정도’보다 ‘알고 있다고 믿는 정도’가 더 높았으니 말입니다. 자존감을 묻는 질문에 연인들은 44%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나의 예측이 맞다’라고 확신한 정도는 82%나 됐습니다. 연인 관계가 아니라, 같은 기숙사방에서 함께 생활한 룸메이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후속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스완과 길은 사귄 기간과 예측의 정확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사귄 기간이 길수록 파트너를 잘 안다는 ‘과신’의 정도가 커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결과는 함께 한 시간이 길다고 해서 상대방을 더 정확하게 아는 것은 아니라는 점, 사귄 기간이 길면 길수록 더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는 점을 꼬집어 줍니다.


서두에 밝혔다시피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스완과 길의 연구를 상사와 직원 관계에 직접적으로 대입할 수는 없겠지만, ‘나와 오래 근무한 팀장님이 날 잘 평가할 수 있다’는 믿음이 틀렸을지 모른다고 추측케 합니다. 심리학자 케네스 새비스키(Kennethe Savitsky)는 공동 연구자들과 함께 이런 편향을 ‘친한 사람과의 소통 편향(the closeness-communication bias)’라고 이름지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일했기 때문에 눈빛만 교환해도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경우가 분명 있지만, 이와 반대로 서로 잘 안다고 확신하는 탓에 오히려 충분한 정보를 습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편향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새비스키는 말합니다. 따라서 ’나와 함께 한 기간이 짧은 사람이 날 평가해서는 안 된다’라는 일반적인 믿음도 의심할 필요가 있겠죠. 새로 온 팀장이 나의 능력을 더 올바르게 평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여러분이 모시고 있는 팀장 혹은 임원과 오랜 시간을 함께 근무 중이라면, 그가 여러분을 얼마나 정확히 평가하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보기 바랍니다.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까요?




(*참고논문)

Swann Jr, W. B., & Gill, M. J. (1997). Confidence and accuracy in person perception: do we know what we think we know about our relationship partner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3(4), 747.


Savitsky, K., Keysar, B., Epley, N., Carter, T., & Swanson, A. (2011). The closeness-communication bias: Increased egocentrism among friends versus strangers.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7(1), 269-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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