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으로 뻔뻔하게 일을 시켜라   

2020. 1. 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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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리더의 업무 지시에 반발하거나 소홀히 대할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직원들에게 일을 잘 시키기 위한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뻔뻔해지는 것’이다. 조직 내가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남에게 일을 잘 '떠안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 보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든, 비록 자신이 해야 할 당연한 일임에도 '뻔뻔하게' 일을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방이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나?'라고 반발하거나 이런저런 핑계를 대어 회피를 하려고 하면, 쿨하게 물러서거나 반대로 자기 의지가 관철될 때까지 집요하게 굴곤 한다. 나는 일을 잘 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뻔뻔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해할까 봐 덧붙인다면, 리더 본인이 해야 할 일임에도 직원에게 마구 떠안기라는 소리가 절대로 아니다. 리더의 합당한 업무 지시임에도 불구하고 직원에게 일을 시키기가 어렵고 두렵다면 ‘전략적’으로 뻔뻔해질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일을 잘 시키지 못하는 리더들은 착하고 여리기 때문은 아닐까? '존경 받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그래서 직원들로부터 싫은 소리가 나오면 안 된다는 콤플렉스에 빠져 있기에 직원들의 일을 본인이 떠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착한 리더'들이 전략적으로 뻔뻔해지기 위한 첫 단계는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직원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이 어떻게 나오든 합당한 업무 지시일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일을 시키겠다'는 다짐을 한 상태로 직원을 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원이 “지금 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라고 둘러대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라고 반응하면 절대로 안 된다. 직원들이 어떤 업무를 어디까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리더가 아예 모르고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 업무는 잠시 중단해 주기 바래. 이 업무의 우선순위가 더 높아”라고 말해야 옳다.

또한 “그건 제 업무가 아닌데요”라고 당당하게 대꾸하는 직원에게 “그래도 이 일을 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애초에 업무 수행에 적합한 직원을 선정하지 않았다는 걸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직원의 역량이 해당 업무 수행에 가장 적합함을 강조하면서 그 업무가 조직에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를 직원에게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해야 할 일을 알리기 전에 왜 이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이 일이 조직에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 줘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직원들의 예상되는 반응에 어떻게 대응할지 미리 생각해 보라.

- 이 일을 언제 다 하라는 말인가
- 지금 더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
- 이제 말씀하시면 어떻게 하나
- 내 업무가 아니다
- 할 줄 모른다
- 김대리가 나보다 더 잘한다
- 조건만 만족되면 하겠다
- 일이 잘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렇다면 ‘전략적으로 뻔뻔해지려면’ 일을 시킬 때 어떤 원칙을 지켜야 할까? 첫째, 구체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등을 명확하고 자세하게 일러줘야 한다. 물론 직원들의 역량과 스킬 수준에 따라 어떤 점을 강조할지가 달라질 것이다. 신입직원에게는 ‘어떻게’를, 경험이 많은 직원에게는 ‘왜’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 

둘째, 계획적으로 위임해야 한다. 일을 시키기 전에, 일을 시킬 때, 직원이 일을 수행할 때, 일을 마무리할 때 리더와 직원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이 진행되는 도중에 언제 중간점검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피드백해야 하는지 등을 직원과 약속해야 한다. 잘 하겠거니, 하며 방임해서는 안 된다. 결국 일의 책임은 리더가 지기 때문이다. 

 



셋째, 업무의 수행 방법은 직원에게 일임해야 한다. 직원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라면 리더가 멘토 역할을 해서 직원을 가이드할 필요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직원이 재량껏 세부적인 수행방법을 정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직원이라면 리더는 지원하는 역할로 그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마이크로 매니저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넷째, 직원이 지원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응하라. 일을 지시해 놓고 완전히 신경을 끄는 것이 위임은 아니다. 정기적으로 직원에게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직원이 요청하면 적절하게 자원과 인맥 등을 지원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섯째, 계속 관찰하고 정기적으로 피드백해야 한다. 일의 성격에 따라 일주일 혹은 2주 단위로 한번씩 직원을 만나 업무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어떤 애로사항이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지, 기존의 업무 수행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피드백해야 한다. 너무나 자주 아무때나 피드백하면 직원들은 리더가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느끼고 자신들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직원들이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더라도 가능한 한 정해진 시간에 피드백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직접 얼굴을 보며 일을 시켜야 한다. 어찌보면 가장 놓치기 쉬운 원칙일지 모르겠다. 메신저나 문자 메시지, 이메일만으로 일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 지시하는 내용이 문자화되면 직원이 업무의 중요도와 우선순위 등을 오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묘한 뉘앙스가 사라지기 마련이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문자로 업무를 지시했더라도 그 후에 반드시 만나서 대면으로 업무 지시를 반복해야 한다. 대면으로 지시해야 직원으로 하여금 업무의 중요성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리더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다. 아니, 일을 '잘' 시키는 사람이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내가 직원들에게 일을 잘 시켰는지, 직원들 각자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다음주에는 어떻게 본인의 일 시키는 기술을 개선할지 등을 반성하고 실천해야 한다. 훌륭한 리더십은 이렇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술을 교육하고 연마하는 과정에서 함양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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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6일의 읽을거리   

2020. 1. 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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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6일에 여러분이 읽으면 좋을 4편의 아티클을 소개합니다.


부러움은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나쁜 행동을 유발시키기도 한다는.
https://www.inc.com/scott-mautz/envy-can-either-motivate-success-or-drive-unspeakably-toxic-behavior-heres-difference-according-to-a-harvard-psychologist.html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뼈가 약해진다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228960-air-pollution-exposure-may-make-our-bones-become-weaker/

강력한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위한 3가지 팁
https://www.entrepreneur.com/article/343976

1월이라고 해서 신년계획(결심)을 세울 필요가 없다. 그 이유는?
https://www.fastcompany.com/90446903/why-you-shouldnt-bother-making-a-resolution-in-january?utm_source=feedly&utm_medium=webfeeds

 

Why you shouldn’t bother making a resolution in January

Science tells us why this is probably the worst time of year to make changes.

www.fastcompa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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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 시키는 리더가 돈도 많이 번다   

2020. 1. 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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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적절하게 일을 시킬 경우 리더가 얻는 개인적 이득은 무엇일까? 앞의 글에서 업무 위임(delegation)의 목적 중 하나는 리더가 보다 고차원적인 업무(비전 및 전략 수립, 의사결정, 문제해결 등)에 집중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갖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것이 분명 업무 위임을 통해 리더가 얻는 이득이라고 말하면, 일을 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상당히 크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업무 지시를 내릴 때 드는 시간, 업무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 일의 진행 과정을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데 드는 시간, 직원이 잘못 수행한 일을 교정하는 데 드는 시간 등 그 비용이 리더에게 매우 크다는 것이다(이를 coordination cost라고 부른다). 결국, 이득과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0이 되거나 오히려 '적자'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이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기가 어렵고 꺼려지는 대표적인 이유로 대두된다. 또한, 일을 시킬 때의 비용은 현장에서 즉각 체감되지만 이득은 나중에 가서 발생한다는 점 혹은 아예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업무 위임을 주저하게 만든다. 여기에 단기적 성과를 강조하고 그에 따라 보상하는 조직문화가 더해지면 리더들은 자신도 모르게 마이크로매니저가 되거나 리더라기보다 그저 '고참 실무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태가 된다. 그런 문화 속에서 직원들에게 이래저래 시간을  빼앗기면 본인의 성과 달성에도 나쁜 영향이 가해져 자신의 연봉이 마이크로매니저나 '고참 실무자'에 비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연 일을 잘 시키는 리더의 연봉은 어떨까?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토마스 허바드(Thomas N. Hubbard)와 런던 경제대학원의 루이스 개리카노(Luis Garicano)는 미국의 로펌들을 대상으로 수입의 불균형에 관해 조사를 벌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일을 잘 시키는 리더일수록 연봉이 더 높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수천 개의 로펌들을 대상으로 파트너 변호사의 수입, 파트너와 함께 일하는 어소시에이트의 수, 어소시에이트와 스태프의 인건비와 복리후생비 등의 데이터를 확보해서 분석을 진행했다. 바로 어소시에이트와 함께 일할 경우(즉, 업무 위임을 할수록) 파트너가 얼마나 큰 금전적 이득을 얻는가를 분석했던 것이다.

분석 결과, 어소시에이트에게 일을 분담시키는 파트너들이 그렇지 않는 파트너들에 비해 20퍼센트 내외로 소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업무 위임의 스킬이 뛰어난 파트너 변호사들(95퍼센타일)의 경우에는 최소 50퍼센트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다. 어소시에이트를 고용한다는 것은 파트너에게 그만큼 비용(어소시에이트의 연봉, 복리후생비, coordination cost 등)을 부담시키지만, 결국 파트너가 얻는 이득이 그보다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어소시에이트에게 본인의 일상적 업무를 위임할 경우 의뢰인(고객)에게 좀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고, 의뢰인은 그에 따라 수임료를 더 많이 지불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 참조)

 

실선: 위임하는 파트너 변호사 / 점선: 그렇지 않은 변호사 

(Source: Garicano, L., & Hubbard, T. N. (2007) )



로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조직의 리더가 업무 위임을 통해 얻는 이득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지만, 파트너(리더) 단위의 수입과 지출을 '수치로' 산출하고 비교할 수 있다는 면에서 꽤 괜찮은 '모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모델을 통해 업무 위임으로 인한 비용이 비록 상당하다고는 하나 그 이득이 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다는 점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리더(팀장) 한 사람을 기업으로 간주하고 조직 내 다른 팀들을 고객의 관점으로 본다면 말이다. 또한, 직원의 업무능력이 미흡하여 처음에는 coordination cost가 이득을 상회한다고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의 업무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리더가 얻는 '순이익'은 흑자로 전환될 것이고 그 이득은 시간이 흘러도 유지되거나 상승할 것이다.

 

'인내'가 중요


요컨대, 리더는 직원이 수행해도 될 일은 직원에게 시키고 본인은 좀더 복잡하고, 좀더 어려우며, 좀더 가치가 높고, 좀더 미래지향적인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은 리더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리더가 업무 위임을 통해 보다 큰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권리'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이 제수준에 이르지 못해서 비용이 이득보다 큰 초기의 상황을 '인내'하면서 언젠가는 이득이 비용을 크게 상회할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해야 한다. 인내하지 못하면 마이크로매니저로 전락할 것이다.


(*참고논문)

Garicano, L., & Hubbard, T. N. (2007). The return to knowledge hierarchies (No. w12815).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Garicano, L., & Hubbard, T. (2009). Earnings inequality and coordination costs: evidence from US law firms (No. w14741).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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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일의 읽을거리   

2020. 1. 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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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일에 여러분이 읽으면 좋을 4편의 아티클을 소개합니다.


새해의 결심을 성공시키기 위한 7가지 심리학적 전략
https://www.businessinsider.com/7-strategies-to-make-your-new-years-resolutions-succeed-2019-12

2020년에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6가지 전략
https://www.entrepreneur.com/article/344360

2020년에 읽어야 할 16권의 비즈니스 도서
https://www.inc.com/leigh-buchanan/most-anticipated-business-books-2020-best-of-inc.html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자가 회의실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다
https://www.inc.com/scott-mautz/the-highest-paid-person-in-meeting-is-most-dangerous-voice-according-to-whartons-adam-grant.html

 

7 strategies to make your New Year's resolutions succeed, according to a psychology professor

Figure out why your goal is important to you, and how it aligns with your values — it will help you achieve them.

www.businessins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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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에게 왜 일을 시켜야 하는가?   

2020. 1.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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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에서 리더는 '일을 시키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그 다음에 던져야 할 질문은 "왜 일을 시켜야 하는가?"이다. 이 또한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라 선뜻 대답하기가 오히려 어려울지 모른다. 이 질문에 많은 이들은 '성과를 내도록 하기 위해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곤 한다. 어떤 이는 '월급을 주니까 일을 당연히 시켜야 한다. 일을 안 시키면 놀 테니까'라고 농담을 섞어 이야기한다. 

조직 전체의 관점으로 보면 틀린 대답은 아니지만, 리더 개인의 입장에서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목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리더가 일을 시킬 때 직원이 "저에게 왜 이 일을 시킵니까?"라고 반문할 경우 "나는 이러저러해서 자네에게 일을 시킨다."라고 대답할 때 필요한 목적도 아니다. "성과를 내야 하니까 일을 시키는 거야.", "내가 시키는 일을 안 하고 놀 생각을 하면 안 되지"라고 대답할 수는 없지 않은가?

먼저, 리더 자신의 입장에서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리더가 '고가치'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직원들이 리더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 '업무의 방향을 올바르게 알려주지 않는다', '의사결정을 제대로 내리지 못한다' 등인데, 이런 불만을 뒤집어 보면 비전 제시와 업무 방향 설정, 효과적인 의사결정 등이 직원이 리더에게 요구하는 가장 큰 덕목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직원들은 리더가 자신들의 일을 대신해 주기를 절대 기대하지 않는다. 

당장은 자신들의 업무가 경감되니 그런 리더를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어디까지나 단기적이다. 리더가 직원들이 해야 할 업무에 빠져 있으면 비전 제시니 전략 수립이니 의사결정이니 하는 리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할 수밖에 없으니 어찌 자기네와 같은 레벨에서 일하는 리더를 직원들이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리더가 고가치 업무에 집중하려면 그만큼 시간적인 여유를 가져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직원들에게 일을 시켜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리더는 직원들이 담당해야 할 일이라면 '최대한' 시켜야 한다. 

 


고가치 업무에 집중하려면 리더 자신이 고가치 업무에 얼마나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면밀히 파악하라. 2주 동안 자신이 어떤 업무에 몇 시간을 사용하는지를 매일 기록해 보라. 그리고 각 업무의 가치를 나름의 척도로 평가해 보라.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5점 척도를 써보라.

5점: 리더 본인이 해야 할 '매우' 전략적인 업무
4점: 리더 본인이 해야 할 전략적인 업무
3점: 리더 본인이 해야 할 일상적인 업무
2점: 직원이 해야 할 전략적인 업무
1점: 직원이 해야 할 일상적이고 초보적인 업무

점수별로 2주 동안 얼마의 시간을 투여했는지를 살펴보면 고가치 업무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직원들에게 얼마나 일을 잘 시키고 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권장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업무 시간의 60퍼센트 이상을 1~2점 업무에 투여하고 있거나, 80퍼센트 이상을 1~3점 업무에 쏟고 있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리더라면 적어도 업무 시간의 50퍼센트 이상을 4~5점 업무에 써야 한다.

물론, 많은 기업의 팀장급 리더들은 관리자라기보다 '고참 실무자'로 여겨져 실무의 상당부분(2점 짜리 업무)을 리더 본인이 수행해야 한다. "팀장이라고 해봤자 권한은 없고 책임만 커진다"라고 불만을 터뜨리는 중간 리더들이 상당히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단기성과를 강제유도(?)하는 성과관리시스템 때문에 직원에게 일을 시키기보다 리더 자신이 1~2점짜리 업무를 수행하는 게 시간적으로나 업무품질적으로나 유리하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렇듯, 머리를 써야 하는 리더가 손발만 써야 하는(또는 그렇게 해야 유리한) 구조적 문제를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리더가 직원들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이다.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는 리더가 조직에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려면, 다음과 같이 '레버리지가 큰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 가능한 한 많은 구성원에게 영향을 끼치는 활동
2. 장기간에 걸쳐 구성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간단명료한 말과 행동
3. 독특하고 핵심적인 지식과 정보 공유

이 세 가지 활동이 실제적으로 일어나는 장면이 바로 '일 시키기'이다.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업무 지침을 마련했다고 해서 리더의 할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비전과 전략을 세부과제로 구체화하고 이를 직원들에게 적절하게 배정해야 한다. 이런 업무 배정과 지시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지 않겠는가? 영향력은 일 시키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영향력 발휘에 레버리지가 큰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야 하기에 역시나 일을 시켜야 한다.

 


직원들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유는 리더 자신의 입장이었다면 세 번째 이유는 직원의 관점에 해당한다. 바로 직원 개인의 업무능력을 계발하기 위해서이다. 업무능력은 일을 직접 수행함으로써 향상된다. 단기간의 교육으로는 어림없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업무능력은 서서히 완성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을 시켜야' 한다. 물론 처음에는 스킬과 지식이 부족하여 일의 속도가 더디고 품질 역시 변변치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원의 일을 리더가 가지고 와서 바로 해버리는 성급함은 당장은 도움이 되겠지만 조직역량 차원에서 자기살을 뜯어먹는 것이나 다를바없다. 

직원의 업무능력 계발을 위해 일을 시킨다는 목적은 직원이 "왜 저에게 이 일을 시킵니까?"라고 반발하거나 거부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단순하게 "이 일을 해야 스킬이 생길 것 아니야!"라고 말하기보다는 그 일을 통해 어떤 스킬, 어떤 역량, 어떤 지식, 어떤 노하우 등을 습득할 수 있는지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일러줘야 하고 그런 것들을 습득할 경우 향후의 경력개발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넌지시라도 알려주어야 한다. 모든 업무에 대해 이렇게 일일이 '업무능력 차원의 이유'를 직원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새롭고 생소한 업무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업무, 실패할 경우 리스크가 큰 업무의 경우에는 직원들의 부담과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의욕을 불어넣는다는 차원에서 해당 직원에게 도움이 되는 점을 미리 생각한 후에 업무를 지시해야 한다.

이 밖에 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이유로 리더 개인의 업무 스트레스를 경감시킨다, 업무성과의 질과 속도를 높인다, 팀워크를 증진시킨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이유에서 파생된 지엽적인 것이라 제외했다.

지금까지 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켜야 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살펴봤다. 그렇다면 리더가 직원에게 일을 시킴으로써 얻는 이득은 무엇일까? to be continued.....

*참고도서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앤드루 S. 그로브 지음, 유정식 역, 청림출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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