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가 잘 매어지지 않는 날에   

2008. 4. 1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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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넥타이가 잘 매어지지 않았다. 맬 때마다 너무 길거나 너무 짧거나 모양이 찌글어지거나 했다. 맸다가 풀기를 여러 번. 바쁜 손길을 멈추고 잠시 내가 넥타이를 처음 매어본 때가 언제였나 생각했다. 아마 15년 전이었으리라. 학교에서 열렸던 무슨무슨 행사에 정장을 하고 나가야 했기에 처음으로 넥타이를 매어보게 되었는데, 어떻게 매는 건지 몰라서 쩔쩔매던 기억이 났다.

지금의 나는 무슨무슨 행사 때만 넥타이를 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매일 넥타이를 매게 되었다. 넥타이 매는 법을 몰라 쩔쩔매지도 않는다. 다만 오늘처럼 잘 매어지지 않는 날이 있을 뿐이다. 넥타이가 어느덧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시간이 흘렀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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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배우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배우는 것에 대한 댓가로 우리는 '시간통장'에서 시간을 인출해 지불한다. 무언가를 배우는 즐거움과 이득과 또는 슬픔과 괴로움은 그만큼의 시간을 감소시켜 얻을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

단지 넥타이를 매는 법 뿐만이 아니리라. 운전하는 법, 사랑하는 법, 이별하는 법, 그리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법 등 그동안 우리가 시간을 지불함으로써 배우게 된 것들을 생각해보면, 처음엔 살갑고 생경하고 새롭고 즐겁고 아프던 것들이 세월이 흘러갈수록 발뒤꿈치처럼 딱딱해져 무감각해진다.

어느덧 그것들은 우리의 생활이 되고 우리의 시간은 또다른 배움의 기대로 차 오르고 있기 때문이겠지. 부디 사는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그 덕택에 내게 남은 시간이 아주 짧아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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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에 찾아든 봄   

2008. 4. 1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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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석촌호수에서 '벚꽃축제'를 하더군요.
벚꽃이 많이 떨어지고 난 후에 하는 축제라서 의미가 좀 퇴색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봄볕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저도 활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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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호수 가는 길...룰루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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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석촌호수의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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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꽃이 많이 달려 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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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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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에 한번씩 괴성이 들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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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배를 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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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포돛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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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며 가는 배. 싱가폴에서 탔던 '범보트'가 생각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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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를 던져주니 모여드는 거위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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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한 어느 후보자의 뒷모습   

2008. 4. 13.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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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앞에 있는 작은 빌딩에는 선거철마다 후보자들의 사무실이 들어서곤 한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의 대형 사진이 걸리더니, 이번 총선에서는 다른 당의 후보 얼굴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건물 임대료도 싸고 차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이라 선거 운동하기 딱 좋기 때문인 것 같다.

헌데 그 건물을 선거운동 사무실로 쓴 후보들은 무슨 징크스인지 모르겠지만 줄곧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회창 후보도 그랬고,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그'도 그랬다.

사실 '그'는 매우 생소한 사람이었다. 벽보의 붙은 그의 얼굴은 OO당의 후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생김새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지만, 정치할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프로필을 들여다 보니 정치 신인 중의 신인이었다. 솔직히 당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내 예상대로 그는 큰 표차로 낙선하고 말았다. 우리 지역구에서는 겨우 3명의 후보가 나왔는데(왜 그렇게 적게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그 중 2위를 한 것이다. 그렇게 될 줄 뻔히 알고 있었기에, 내 머리 속에서 총선도 '그'도 금방 잊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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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제였다. 택시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니 아직도 낙선한 그사람의 얼굴이 건물 벽에 크게 붙어 있었다. '총선이 지났으면 빨리 떼어 버리지 왜 아직 그대로야?' 속으로 혀를 차는데 건물 옆 공터에서 인부들이 트럭에 설치된 장치를 제거하는 모습이 보였다. 선거 유세용 차량의 장치를 해체하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그'가 거기에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날씨에 맞지 않게 두꺼운 점퍼를 입고서 인부들과 함께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손이 익숙치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 엉거주춤하는 모습과 오히려 인부들의 작업 지시를 어정쩡하게 따르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총선이 끝나고 나서야 그의 실제 얼굴을 보게 됐는데, 낙선한 자의 얼굴에서는 지난 선거운동 기간에 쌓인 무거운 피로감이 느껴졌다. 헝클어진 머리칼에 갈라진 입술, 구부정한 허리에 낡은 구두... 나는 짐짓 누군가를 기다리는 척하며 여전히 어정쩡한 그의 작업 광경을 몰래 바라보았다.

저녁 해가 넘어가고 땅거미가 내리자 그의 지친 얼굴도 한겹씩 어두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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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낙선사례 문구   

2008. 4. 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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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아셈빌딩을 시작으로 현대백화점까지(무역센타 블럭) 산책을 하는데, 이상한 내용이 적힌 플랙카드가 눈에 띄었다. 거기엔 이렇게 씌여져 있었다.

( 종부세 ∪ 양도세 + 잔여울분 × 거수기 ) = 64.9%

알고보니 낙선한 통합민주당의 김성욱 후보가 내건 낙선사례 플랙카드였다. 헌데 무슨 뜻일까? 곰곰히 생각해도 뜻을 알 수 없다. 궁금해서 후보의 블로그에 찾아 들어 갔더니, 거기에도 위의 글과 똑같은 내용만 있을 뿐, 설명이 아예 없다. (블로그엔 우는 표정의 ㅠ_ㅠ; 이란 이모티콘이 추가되어 있다.)

자신이 낙선된 이유가 강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부동산 정책과 관련이 있다는 뜻 같은데, 잔여울분과 거수기란 말은 뜻을 유추하기가 어렵다. (혹 아시는 분 있나요?)

총선이 끝나면 당선사례와 낙선사례의 깃발이 동시에 걸리곤 하는데, 간혹 이런 모호(?)한 낙선사례를 보는 재미도 있으니, 이제 정치도 'FUN정치'가 돼 가는 걸까?

아무쪼록 다음에는 당선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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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현재는 과거보다 불확실하며 미래는 현재보다 더욱 불확실할 것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반대의 현상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질서가 증가한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이 말하듯, 무질서함은 예측 가능한 것을 예측 가능하지 않게 만들어 버리는 불확실성을 낳고, 불확실성은 기업환경의 무질서 정도를 점점 증가시키고 있다. 바퀴 두 개짜리 수레의 구조와 비교해 첨단 전자장치로 무장한 자동차의 내부구조는 분명 더욱 복잡하여 때때로 전자장치 오작동으로 급발진과 같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많아지고 또 어디로 튈지 모르게 각자간의 상호작용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제까지 상관 없는 산업영역에 있던 기업이 어느새 우리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신생기업이 과거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전략으로 새롭게 부상하거나 하는 등의 현상이 나날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업체가 제공하는 소액결제방식이 신용카드의 아성을 위협한다든지, 소위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내세워 기업의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등에 대해 정부와 일반대중이 압박을 가한다든지, 기업으로선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경은 시간이 갈수록 무질서해지고 기업은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 진다.

 

누구나 불확실성을 좋아할 리 없다. 하다못해 내일 아침에 우산을 가져갈 것이냐 말 것이냐 놓고 고민할 때, 불확실성을 해소하고자 TV를 보거나 신문을 뒤적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기업이 매일매일 하는 활동의 많은 부분이 불확실성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는 의도 때문에 시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의를 하거나 보고를 하고 고객을 만나 이야기하고 교육을 받는 등의 일들이 그렇다. 기획부서에서는 앞으로 1주일, 한달 후, 1년 후 등의 미래에 우리의 실적이 과연 어떻게 될까, 경쟁사들은 어떻게 될까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이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에도 기업이 굳건히 살아남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인사부서에서는 인력계획을 세워 우수인재를 뽑아 육성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아마 미래가 불확실하지 않다면 현재 존재하는 인력과 각종 인프라의 3분의 2 정도는 없어도 별 문제가 안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기업 내에 존재하는 많은 인력들이 불확실하지 않다면 없어도 될 인력을 바로 불확실성 때문에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미래의 불확실성은 기업으로 하여금 미필적 잉여인력의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하는 요인이다.

 

미래는 확실히 불확실하다. 그래서 인력을 예전보다 많이 고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생산성 증가의 압박도 동시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덜 고용하는 대신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인력에게 더욱 많은 일을 시키게 되고 과거보다 양질의 성과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울하게도 대다수의 미래학자들이 내다보는 미래모습이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고 더 어려운 일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인력의 규모 자체가 노조의 교섭력 강화, 인력관리의 비용 증가 등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는 이른바 전문성을 지닌 프리 에이전트(Free Agent)’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따라서, 미래의 모습을 통찰력 있게 관찰하고 그에 따른 HR 전략과 실행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인사전략 담당자의 주요한 몫이라 하겠다. 불확실성에 따른 미필적 잉여인력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함과 동시에 기업 성장에 필요한 인력의 적정규모, 인력의 역량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매 순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사전략 담당자는 물론이고 경영자라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질문을 던져 그 답을 신중히 찾아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첫째, 미래는 어떠한 사회가 될 것인가? 둘째, 그것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셋째,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측의 실패

이 세가지 물음에 답하고자 오래 전부터 학문적 노력이 있어 왔는데, 무수히 많은 예측 기법들이 그 산물이라 하겠다. 그런데 각각의 논리가 각기 다르다 할지라도 예측기법들 대부분은 과거와 현재의 변화를 기초로 그것을 미래에 투영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회귀분석(Regression)이다. 회귀분석은 과거의 패턴을 수식화해서 결정한 다음 그 수식이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 것이다라는 기본 전제를 담고 있다. 즉, 지난해까지 고객수가 연간 5% 성장해 왔으니 올해와 내년에도 그렇게 증가할 것이다라고 믿는 것이다. 그 논리가 일견 완벽하고 단순하고 대단히 설득력 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미래예측의 막강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인력계획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5년 후에 우리회사는 1조원의 매출액을 달성해야 하는데 1인당매출액(생산성) 10억원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5년 후에는 인력규모가 1000명이 되어야 한다는 장님 코끼리 만기기식의 인력계획을 수립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회귀분석은 논리적으로 치명적인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환경구조가 미래의 환경구조와 동일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환율변화, 규제의 강도변화, 경쟁사 전략 등 기업을 둘러싼 환경구조는 매 순간 변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으며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서 회귀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크게 잘못된 것이다.

 

또한, 회귀분석은 미래의 모습을 지극히 단순하게 보여준다는 문제가 있다. 연간 5% 성장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도 있으며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이 될 수 있는데도 오직 한가지 경우만을 상정하여 전략을 수립하도록 은근히 강요한다. 연간 5% 성장이라는 예측에 기반하여 기업의 사업전략을 수립한다면 20% 성장 또는 10% 축소라는 상황은 제대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가서 부랴부랴 대책을 세워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리고, 회귀분석은 10%, 1500억원 등의 단순한 숫자로만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미래의 다양한 장면, 즉 컨텍스트(context)가 없기 때문에 막상 상황에 닥치면 의사결정에 참고할 만한 지침을 풍부하게 제공하지 못하는 치명적 약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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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분석은 조직역량의 저하를 가지고 온다. 바로 전략적 사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것이다. 매년 12월 정도되면 CEO의 내년도 경영방침이 발표되고 그에 맞춰 기획부서가 내년도 경영 및 인력계획을 수립하느라 바쁠 것이다. 아마도 이때 기획부서가 행하는 사고방식이 많은 경우 이렇지 않을까? 작년까지 이렇게 되어 왔으니 앞으로도 이럴 것이다 라는 편의적 사고’, 반드시 이 정도 수준의 목표는 달성해야 한다는 당위적 사고’, 각 부서의 계획을 취합하여 정리만 잘하면 된다는 행정적 사고가 그것이다. 미래의 모습을 다각도로 그려보고 대책을 토론하는 전략적 사고과정이 전혀 끼어들 틈이 없다.

 

이런 방식으로 경영계획이나 인력계획이 짜인다면 언뜻 그럴듯하게 보일지라도 전략적인 알맹이가 없는 서류뭉치에 불과할 것이다. 그림 2에서 보듯, 수립된 이후 구성원들에게 약간의 위협조로 공표한 다음 서랍 속에 넣고 1년 내내 한번도 보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애초에 회귀분석적 사고에 의해 작성된 것이어서 미래를 정확하게 맞출 확률이 떨어질뿐더러, 특이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아예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경영진의 지시에 맞춰 만들어 내는 것에만 급급했지 그것을 가지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처하겠다는 생각은 사전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다 보면, 불확실한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을 때 기업의 의사결정방식은 즉흥적이 될 수밖에 없고, 매번 급한 불을 끄느라 역량을 소진하게 될 것이다. 인재들은 이런 메커니즘에 염증을 느끼고 떠나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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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와 시나리오플래닝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기업 내부에 시나리오를 통한 전략적 사고 프로세스가 활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시나리오를 간단히 정의하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미래를 말한다. 그리고 시나리오플래닝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의 의미 있는 조합인 시나리오들을 찾아내고, 시나리오별로 대응방안을 모색해 보는 전략적 사고과정이다.

 

시나리오플래닝의 절차는 사실 간단하다. 먼저 기업환경의 유의미한 불확실한 요소들을 찾아낸 이후에 각 요소들이 변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 전략대안을 마련하고,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예의주시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절차가 간단할지라도 그 과정과정이 결코 녹녹하지는 않다. 차후에 자세한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있을 테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90년대 초의 A신문사의 예를 간단히 들어보자. 90년대 초는 인터넷이 점차 일상화되어 가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A신문사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신문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어떤 불확실한 요소가 있는지를 알고 싶어 했다.

 

면밀한 사전 조사 끝에 그림 3과 같이, 인터넷 일상화에 따라 독자들은 디지털정보를 강하게 요구하게 되느냐, 아니면 별로 요구하지 않느냐가 가장 불확실한 요소였다. 그리고 타신문사는 인터넷의 보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이매체를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기사를 게재하는 새로운 방식을 구축하느냐가 역시 불확실한 요소였다. 따라서 그림3과 같이 모두 4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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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신문사는 4가지 시나리오별로 가장 적합한 전략대안을 모색하는 작업을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했다. 예를 들어, ‘기회 시나리오’의 경우, 타신문사보다 빨리 독자들의 선호에 부응하도록 인터넷버전을 신속히 구축한다는 전략방향을 수립했으며, ‘예의주시 시나리오’의 경우, 타신문사의 인터넷버전 구축에 따른 독자들의 인식과 행동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파일럿 형태로 인터넷신문을 시험운영 해보자는 줄거리로 방향을 정했다.

 

시나리오플래닝이 여기서 멈추어서는 안된다. 시나리오플래닝을 한다고 하는 기업들은 보통 대응전략 수립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은데, 더 나아가 실제로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를 조기에 파악하도록 항상 관찰해야 한다. 조기경보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A신문사는 인터넷 신문 구축을 위한 관련 IT 도구의 판매 추이, 이메일 사용량 추이, 인터넷 기사 스크랩 활용도, 지하철에 버려지는 종이신문의 양 등 시나리오의 방향을 유추할 수 있는 지표를 설정하여 항상 주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야 타신문사보다 한발 먼저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맺으며

우리는 이제 시나리오플래닝을 전략적 대안으로 삼아야 할 시기에 도달하였다. 시나리오플래닝에 의해 경영 및 인력계획이 수립된다면, 변화와 이상의 징후를 용이하게 포착할 수 있으며 사전에 정해 놓은 대책을 신속하게 적용하여 보다 적은 피해와 보다 높은 이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몇몇 기업들은 거시경제 지표들, 고객의 구매실적, 경쟁사의 실적 정보 등의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그럴듯한 방정식에 대입하여 예측하려 한다. 그래서 조기경보시스템이니 데이터웨어하우스 등 IT 시스템에 수십억원을 쏟아 붓곤 한다. 단기적인 예측엔 간혹 유용하긴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에는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하다.

 

그러나, 시나리오플래닝은 수십, 수백억원의 투자 없이도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미래 예측을 위해 거액의 예산이 잡혔다면 잠시 접고 당장 시나리오를 구상해 보자. 종이와 펜, 상상력과 전략적 사고능력, 그리고 미래를 탐구하려는 욕망만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시나리오플래닝 개념과 필요성의 이해를 위한 다소 장황한 서론이었다. 다음 회부터 시나리오를 도출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과 절차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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