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도 포트폴리오를 잘 짜자   

2008. 2. 2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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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하고 나서 어떤 점이 좋으세요?"

이런 질문을 종종 받는다. 대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들이 많이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스트레스가 적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의아스러운 듯 다음과 같이 반문을 해온다.

      "아니, 사업하시려면 이것저것 굉장히 신경 쓸 게 많은데 스트레스가 적다구요?"

나는 자신있게 이렇게 대답한다.

      "네. 사실 양적으로 보면 스트레스가 더 많습니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다릅니다.
       직장 다닐 때 받는 스트레스는 남이 나에게 주는 네가티브(Negative) 스트레스
       이지만, 사업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주는 포지티브
       (positive) 스트레스이니까요. 어떤 스트레스가 좋을 것 같습니까?"


포지티브 스트레스 :   나 → 나
네가티브 스트레스 :   남 → 나


남이 나에게 강제로 부과하는 스트레스처럼 몸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때려치고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사업이란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결방법은 없을까? 많은 사람들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을 한다. 멋있어 보이는 말이지만 진부한 말이라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즐기기 싫은데 어떻게 즐기란 말인가?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 남이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내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의 크기를 늘려 보면 어떨까? 네가티브를 줄이는 효과적이고 유일한 방법은 포지티브를 늘리는 것 아닐까?

남이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치면 남이 나에게 스트레스 줄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내가 스스로에게 부과할 스트레스의 양은 커지긴 하겠지만, 스트레스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변하는 것은 '스트레스의 포트폴리오'다.

현재의 스트레스 포트폴리오를 가만 들여다 보라. 만일 네가티브 쪽이 많다면 당신의 삶은 무척 피곤할 것이다. 어차피 받아야 할 스트레스의 총량이 같다면, 내가 내 스스로에게 부과할 스트레스를 늘이도록 하라. 그게 건강에 좋다.

포지티브 스트레스를 늘리는 방법은 자아의 성장을 위해서도 좋다. 네가티브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지만, 포지티브 스트레스는 삶을 살 찌우며 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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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으로 생일 파티를!   

2008. 2. 2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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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 생일이었다. 어줍잖게 이제 나도 중년 초입이다. 해서 생일날이 그다지 반갑지는 않지만, 1년에 하루 밖에 없는 날이니 가족들과 조촐하게 파티를 할 생각이었다.

헌데 유치원에서 전화가 오더니 아들녀석의 머리에서 열이 펄펄 끓는단다. 이마를 짚어 보니, 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평소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던 녀석이 내 가슴에 안겨서 고양이처럼 앓는 목소리를 한다.

어쩔 수 없이 오늘 파티는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는데, 문득 오뎅('어묵'이 옳은 표현이지만...) 생각이 났다. 이른 황사 때문에 뿌옇고 을씨년스러운 날씨라서 그랬던지 뜨끈뜨끈한 오뎅을 집어서 한 입 꿀꺽 하고 싶었다. 점심이 부실해서인지 배도 고팠다.


집 근처에 '명품 오뎅'집이 있다. 다른 곳이랑 차원이 다른 맛이라나? 주인의 자부심이 가게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한꺼번에 오뎅 6000원 어치와 떡볶이 6000원 어치를 사니 주인 아저씨는 기분 좋은 눈치였다.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약을 먹이니 곧 쌕쌕하며 잠에 빠져 들었다. 다행히 심하지는 않은 듯하다. 아이가 안쓰러웠지만 배가 꼬르륵댔다. 미안하다, 아들아! 아빠가 너무 배고프단다! 아내와 나는 게 눈 감추듯 오뎅과 떡볶이를 신나게 해치워 버렸다. 먹을 욕심으로 많이 산 떡볶이가 반 정도 남게 됐지만 말이다.

생일날에 오뎅과 떡볶이라... 뭐 나쁘진 않다. 인생이란, 계획된 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거늘, 생각지 않던 일 때문에 잘 생긴 케잌을 대신하여 오뎅과 떡볶이로 생일 파티를 벌이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거늘. 그 또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P.S.
잠 자던 아이가 깨고 나서 조금 전에 케이크에 촛불을 켜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초가 부족하게 들어있어서 졸지에 서른 네살이 됐다. 회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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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떠나는 스케치 여행   

2008. 2. 17.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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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가본지 벌써 1년이 되어 간다. 밤새 차를 달려 가보았던 경포대. 부윰하고 무거운 회색하늘 아래 꿈틀거리던 동해바다의 파도. 하얀 포말. 바다의 풍경은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배낭 속에 1/2 전지 크기의 스케치북과 잘 깍은 세자루의 4B연필을 넣고 곧장 바다로 달려가 바다의 얼굴을 그리고 싶다. 솜씨좋은 그림은 아니지만 내 그림속에 바다의 냄새를 가득 담아 오고 싶다.



그림 오른편 아래에는 귀에 대면 바람소리가 들리는 소라고동을 그려 넣고, 위편엔 갈매기들의 낮은 날개죽지를 그려 볼까, 멀리 수평선을 향하여 이국으로 떠나는 배의 뒷모습을 그려 볼까, 그리고 바다를 마주보고 앉아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도 그릴 수 있다면....그렇게 지난 1년 간의 나를 용서받을 수 있다면...



봄이 오면, 먼저 바다에 가보련다. 언제나 나를 용서해주는 그곳에 가서, 바다를 스케치하고 바다와 이야기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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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2008. 2. 12.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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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달째다. 내가 밤마다 운동을 시작한지 벌써 그렇게 됐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붓더니 어느새 내 정신까지 조여 오는 듯 했다. 무조건 뛰어야 했다. 일이 아무리 늦게 끝나더라고 해야만 한다는 채무감이 전율처럼 온몸을 휘감아더랬다.

일을 마치고 9시쯤 집으로 돌아와, 하루 종일 내 목을 조이던 타이를 풀어 던지고, 셔츠도 벗어 세탁기에 쑤셔 넣는다. 잠시 긴 한숨. 낮 동안 사람의 기척이 없던 집은 내가 만들어 내는 단조롭고 간헐적인 소음으로 내내 갇혀 있던 창백한 공기를 걷어 낸다.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하얀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한참을 걸려 조깅화를 겨우 신는다. 끈을 너무 세게 조여 놓아서 신기가 어렵다. 조깅화 신는 것이 우리가 사랑하고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과 만나는 일과 비슷하단 생각에 덧없이 웃어본다.

사랑할 때는 그 사람이 못 가게 꽉 조여 놓아 상대를 숨 막히게 만들어 결국은 떠나게 하고, 다른 이가 나의 마음에 들어오려 하면, 이미 옛 상대에게 맞춰진 마음의 프레임 때문에 받아들이지 주저하고... 그래서 주인을 잃고 버려진 운동화는 슬퍼 보이겠지. 덧없이 짧은 생각을 해본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홀을 지나쳐 8층에서 1층까지 준비운동 하듯 계단을 내려간다. 꺼져있던 계단등이 내가 내려가는 타이밍에 맞춰 하나 둘씩 켜진다. 착착 켜지는 리듬이 마치 연도에 늘어선 응원군이 보내는 박수소리 같다.


집 쪽에는 야산이 낮게 자리 잡고, 그 아래로는 작은 근린공원이 있다. 일단 공원까지 뛰기로 한다. 적응 안 된 다리가 잠깐 머뭇거리지만, 이내 아스팔트를 한 뜀 한 뜀 뛰면서 숨을 고른다. 공원까지는 약 500 미터 정도.

공원 안에는 나트륨등이 군데군데 켜져 있고, 다른 곳보다 섭씨 1도 정도 낮은 공기가 늘 머문다. 야산에서 불어오는 나무들의 비린 냄새도 난다. 공원 한바퀴를 돌고 나와, 이제는 저 멀리 1킬로 전방에 있는 교회 탑을 돌아오는 왕복코스로 접어든다. 비교적 평지라서 속도를 내기에는 좋은 코스다. 길 왼쪽으로는 단조로운 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있지만, 오른 쪽으로는 다양한 건물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어두운 운동장을 가진 초등학교가 하나 있고, 항상 불이 밝은 국제청소년문화센터가 있고, 다음엔 한옥 풍으로 지어진 'OO가든'이 하루 종일 고기 굽는 냄새를 뿜는다. 옆으로는 일반 주택 10가구 정도가 낮은 어깨를 나란히 붙이고 서있다.

내가 그 집들 중 하나를 지날 때마다 꼭 짖어대는 개가 있다.  이 녀석이 이제 내 냄새를 알아차릴 때가 됐는데, 뭐가 불만인지 항상 시끄럽게 짖어대곤 한다. 헌데, 이 녀석이 오늘은 내가 지나가지도 전에 '오호어우어허~' 예전과는 다르게 짖어대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조금 떨어진 어느 집쪽에서도 '어흥커우강후~'  라고 짖는 소리가 들린다. 몇 번이고 두 녀석 간에 그와 같은 '짖음'의 교환이 계속된다.

두 녀석은 대화를 하고 있는 듯하다. 무슨 말을 저렇게 나누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두 녀석 간의 '짖음'에는 안타까운 감정 같은 것이 저며 있는 듯하다.  마치 연인 사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개들은 솔직하다.  이렇게 늦은 밤, 저리도 안타까운 울부짖음으로 그립다고, 보고 싶다고 드러 내놓을 수 있을 만큼 삶에 솔직하다.  누가 뭐라던 자기의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이겠지.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것을 계산하는데 길들여진 탓인지 사랑할 때도 금전출납부를 쓰듯 수입과 지출을 따지는 경우가 잦다. 원시의 땅을 벗어나, 칼을 얻고, 차를 타면서부터 사랑마저도 인간의 돈벌이 수단이 된 건 아닐까? 개에게도 배울 게 있으니, 만물이 나의 스승이다.

교회 탑을 크게 돌아 다시 공원으로 향한다. 이제 제법 셔츠에 땀이 밴다. 골인 지점인 공원 입구까지 이제 500 여 미터. 이 구간이 가장 힘들다. 42.195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달려온 그리스 병사처럼 3미터, 2미터, 1미터, 드디어 골인!  숨이 턱까지 차온다. 얼굴이며, 등이며, 팔뚝이며 땀으로 범벅이 된다. 기분 좋은 땀 냄새가 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2리터짜리 생수 한 병을 산다. 그리고 비디오 가게에 들어가, 볼만한 비디오 하나를 빌린다. 다시 계단을 타고 오른다. 내려가는 건 쉬운데, 오르는 것은 항상 힘이 드는 일이다. 지구의 중력이 만들어 낸 현상 때문일 텐데, 성공하는 것은 힘들지만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란 말도 어쩌면 지구의 중력 현상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태와 인식태가 규격화된 단면일지도 모른다.

땀에 젖은 속옷을 다 벗어, 아까 그 세탁기 속에 던져 넣는다.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고, 깨끗한 것을 내어 놓는 착한 기계다. 물을 틀어 몸 위에 끼얹는다. 찝찌름한 땀 맛이 조금 느껴진다. 이렇게 땀을 흠뻑 흘린 후에 끼얹는 물은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성수(聖水)다. 기독교를 믿진 않지만, 세례자 요한이 예수의 머리에 뿌린 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안락하고 따뜻한 느낌이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조금 더 뛰었다. 생각이 어지러울 땐 그 생각이 맑아지도록 더욱 많이 뛰는 걸 규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좀더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겠다 싶다. 좀더 깊이 잠이 들어, 그 어지러운 생각도 빨리 잊혀지겠다 싶다.

밤마다 운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얻는다. 몸무게를 줄이고, 땀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는 피지컬(physical)한 효과는 물론, 한뜀한뜀 뛰면서 내가 내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스스로를 용서하고, 스스로를 훈계하는 그런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먼저 나와 친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제 자야겠다. 오늘도 꽤 피로한 하루였다. 참! 두 마리 개의 애틋한 로맨스여, 영원하기를 바란다. Good Night !

(벌써 11 년 전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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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소실, 노무현 탓, 이명박 탓 운운마라!   

2008. 2. 1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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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이 돼서야 알았다. 숭례문이 타 버린 사실을. 동영상 속에서 타들어가는 숭례문의 몸을 보면서 가슴이 아픈 이가 나 뿐만은 아닐거다. 누군가 홧김에 싸질러 버린 분노 한 덩어리 때문에 4천 8백만명의 가슴이 아프다.

언론이 지적했듯이,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리는 허술하기 그지 없다. 문화재 관리 체계는 여기서 자세히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히 문제가 많다. 관리 당국의 태만과 손발 안 맞는 화재 대응체계는 응당 비난과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 문화재를 대하는 우리의 시각을 스스로 꾸짖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땅 속에 묻힌 문화재가 발견되면 그것 때문에 아파트 완공이 늦어질까 걱정하는 우리들이다. 그렇지 않은가?

예를 들어 OO토성 주변은 땅만 파면 문화재가 나오는 지역인데, 주민들은 OO토성 때문에 자기네들 집값이 안 오른다고 푸념이다. 문화재가 재개발의 발을 묶는다고 성토한다. 급기야 현수막까지 내건다. 그 빨간 글씨의 현수막은 우리가 문화재를 대하는 마음의 자화상이다.

유럽의 도시를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찬란한 문화와 역사의 향기를 느낀다. 옛것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복원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의 색깔을 담아 낸다. 두오모에 올라 바라봤던 피렌체의 전경. 도시 전체에 케첩을 뿌려 놓은 듯 붉은 지붕의 예스런 건물들을 보면서 나는 참 부끄러웠다.


서울은 국적을 알 수 없는, 매우 무미건조한 도시다. 어딜 봐도 회색의 빌딩, 재건축 현장의 거대한 타워 크레인들, 도시를 점령한 자동차들, 그 자동차들이 매연을 뿜어 내면서 600년 고도의 숭례문과 흥인지문 사이를 질주한다.

우리의 600년은 남산한옥마을이나 민속촌과 같이 박제된 모형 속에서나 혹은 현대식으로 급조된 청계천에서만 희미하게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많던 기왓집과 초가들은 이미 개발이란 이름 앞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서울을 문화의 도시라 부르지 마라. 서울은 이미 문화가 썩은, 문화가 죽은 도시다. 서울 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어느 도시를 가봐도, 옛것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은 하나도 없다. 도시의 특색을 전혀 알 수 없는, 표정 없는 콘크리트 건물들이 황소개구리처럼 우글댄다.

노무현 탓이다, 이명박 탓이다, 유치하게 싸우지 마라. 우리는 피멍이 맺히도록 가슴을 치며 스스로를 꾸짖어야 한다. 남겨두기 보다는 없애고, 고쳐 쓰기 보다는 다시 지으려 하는 우리의 개발 관성이 숭례문을 불태워 버렸다.

우리 모두가 너를 불태워 버렸다. 숭례문이여, 부디 우리를 용서치 마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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