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못하는 직원, 어찌하면 좋을까?   

2008. 5. 2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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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CEO 대상의 세미나가 끝난 후 J사 CEO는 ‘우리회사는 설립한지 50년 정도 됐을 만큼 오래된 중소기업이다. 그래서 조직에 나이 든 관리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높은 보수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젊었을 때부터 동거동락했는데 이제 와서 성과가 안 좋으니 나가 달라고 말하기 참 어렵다.’ 라며 토로한 적이 있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J사와 같이 100명 이내의 가족기업인 경우에는 인간적인 정과 의리에 의해 조직이 유지되는 경향이 크고, 자칫 물리적인 방법에 의해 C급 인력을 정리한다든지 하면 지금까지 끈끈한 인정으로 묶여있던 조직이 한 순간에 와해되어 조직의 존립이 위협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성과에 따른 엄격한 평가로 인력을 도태시키거나 퇴출시키는 미국식 경영방식이 이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해져 있는 상황이지만, 성과와 역량이 떨어지고 태도가 부적합하다 해서 과감하게 인위적인 조치를 내리는 것에 대해 경영자들은 여전히 부담을 가지고 있다. 될 수 있는 한 ‘피를 묻히지 않고’ 다른 부문의 개선에 눈을 돌린다. 더군다나 대기업일수록 강성의 노조가 버티고 있고, 또 노동관련법도 자유로운 정리해고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인정주의, 강성노조, 경직된 노동관련법 등 ‘한국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동시에 C급 인력과 함께 공존하면서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묘안은 없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1) 엄격하고 솔직하게 평가하라
C급 인력(일 못하는 인력)에 대해 조치를 취하기 전에 누가 C급 인력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 물론 그 방법은 객관적이면서 엄격한 평가제도에 의해 실시되어야 한다. 직감에 의해 C급 인력을 골라내는 것은 정말이지 위험한 생각이지만, 실제로 꽤 많은 기업들이 평가근거 없이 C급 인력을 구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바로 구성원 개인별로 평가 프로파일이 제대로 축적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라. 물론 누가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기록돼 있겠지만, 개인을 여러 사람이 진실하고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한 다양한 코멘트와 근거자료가 딸려 있는지 살펴보라. 아마 대부분 실망스러운 수준일 것이다.

다양한 포맷으로 다양한 사람으로부터 평가에 관한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다음 대상자에게 솔직하게, 정기적으로 피드백해 줘야 한다. 그들과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시켜야 한다. 근거자료 없이, 피드백 하나 없이 C급 인력임을 통보 받는다면 대상자뿐만 아니라 회사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일이 될 것이다. 잭 웰치가 어느 인터뷰에서, ‘정리해고하는 것보다 솔직하지 못한 평가가 더 잔인한 것이다’ 라고 한 말의 의미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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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충분한 기회를 주라
엄격한 평가를 통해 누가 C급 인력인지 알게 됐다면, 일단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부적합한 업무를 부여한 것은 아닌지, 뭔가 다른 이유는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성과부진에 대한 ‘경고’를 솔직하게 해주되, 보다 적합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몇 번의 기회를 주고 관리자로 하여금 적절하게 코치하도록 해야 한다. 유심히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

내가 알고 지내는 L은 명문대 석사출신으로서 모경영연구소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몇 년 전에 금융회사의 전략기획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연봉도 높았으며 연구소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금융회사의 전략업무를 수행해 볼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후 정원조정을 한답시고 L은 총무팀의 복리후생담당자로 이동시켰다. L이 맡게 된 업무는 직원들이 이용할 콘도를 예약하고 유명강사 초청강연회를 뒤 치다꺼리 하는 일이었다. 어느 초청강연회 때 직원들에게 제공할 우유가 너무 차다고 해 직접 데워서 나눠 줬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L은 쓴웃음을 지었다. L의 평가기록은 형편없었으며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적소에 배치하지 않아 우수인재는 나가고 C급 인력만 남은 셈이다. 사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3) 연착륙시켜라
만약 C급 인력에게 충분한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낮은 성과를 보인다면, 그들의 자존심이 손상되지 않도록 퇴직 프로그램과 같은 세심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퇴직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거창하고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중요한 것은 C급 인력들의 미래를 얼마나 생각하고 배려하느냐는 것이다.

C급 인력에게 솔직하게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되, 최대한 감정과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CEO나 조직의 실세가 나서서 직접 상담하는 것이 좋다. 인사부서의 어린 사원으로부터 차갑게 통보 받는다면, 그 사람은 회사를 나가 열렬한 악성고객이 될게 뻔하다. 감성경영이 별게 아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접근하면 쉬울 것이다.

다른 회사, 다른 직업으로의 전직을 회사 차원에서 도와줘야 한다. 현 직장에 소속되어 있으면서 다른 직업을 찾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도록 해야 한다. 또한, J사의 경우 노쇠한 인력들을 아웃소싱해도 무리가 없는 부문에 모아 분사(Spin-Off)시키거나 협력회사로 전직을 적극 알선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회사와 퇴출되는 사람 모두 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C급 인력은 C급 관리자가 된다. C급 관리자는 A급 인력을 내몰고 C급 직원을 불러 들이는 경향이 있다. 조직이 앞으로 가지 못하고 누가 자꾸 뒤로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든다면, C급 인력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그러나 "진실한"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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