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 사업포트폴리오, 시스템(제도) 등의 측면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어 상대적으로 인재관리 역량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신경 쓸 여력도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중소기업들은 인재유출에 따른 리스크가 대기업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CEO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중소기업 CEO들은 인재들이 잘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힘들게 뽑아 놓아도 금방 나가버린다며 인재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 인재를 외부에서 힘들게 모셔올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키워라, 그게 편리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라는 것이 중소기업을 위한 인재전략으로 종종 제시되곤 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생각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차선책일 뿐 한계가 뻔히 보이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1982년의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프로야구팀을 기억할 것이다. 15승 65패라는 성적과 18연패라는 깨지기 힘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불행한 팀이었다. 참담한 성적을 기록하던 삼미 슈퍼스타즈는 이듬해 장명부라는 거물급 투수를 당시에는 천문학적인 1억 2천만원의 연봉으로 전격 스카우트한다.
OB 베어스의 박철순 투수가 당시 2,400만원을 받고 있었으니 삼미로서는 운명을 건 투자라고 할 수 있었다. 장명부의 영입 이후 삼미는 그 해 전기리그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장명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장명부는 60게임에 출장하여 한 시즌 30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한 그야말로 ‘핵심인재’였던 것이다.
이 사례가 중소기업의 CEO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엇일까? 만약, 죽을 쑤고 있던 그 팀이 회사이고 CEO가 감독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우선 선수들을 혹독하게 맹훈련시킬 것인가? 그런데 이 방법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지 몰라도 우수한 성적을 내는 데는 아마 역부족일 것이다.
따라서, 회사 내부인력의 역량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그리고 현재 긴급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면, 과감히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것이 최고이며 유일한 방법이다. 중소기업은 느긋하게 내부인력을 양성할 시간이 없다. (*이건희 회장이 이야기하는 '천재론'을 말하는 것이 아님)
만일 영입을 해야 하는데 줄 수 있는 연봉에 한계가 있다면 그 틀을 파괴해서라도 인재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CEO는 해야 한다. 당장에 연봉을 타 직원보다 많이 주는 것에 부담을 느끼겠지만 그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직접 발품을 팔아 인재를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인재가 나가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명부가 30승 달성시 약속된 1억원의 보너스를 받지 못하자 일부러 지는 바람에 또다시 만년 꼴찌팀으로 전락한 사례를 기억해야 한다.
현금흐름(Cash Flow)가 있듯이 인재흐름(Human Resource Flow)가 있다. CEO는 ‘인재흐름경영’을 추구해야 한다. 현금흐름이 막히면 유동성 위기로 인해 자칫 회사가 망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재들이 들어와 성장하여 수익에 기여하는 흐름이 정체되면 경쟁력 제고는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머지않아 회사는 도태된다.
늘 새로운 능력과 시각을 갖춘 인재로 조직이 채워질 수 있도록 하고, 항상 ‘싱싱한’ 인재들이 스스로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CEO의 역할은 이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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