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마라   

2008. 4. 2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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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는 지난 2005년 11월 11일 96세를 일기로 숨졌다. 죽기 바로 직전(2004년)까지 35번째 저서를 출간할 만큼 왕성한 지적 욕구와 열정을 보여 왔던 그가, 그래서 영원히 죽지 않는 경영학의 생불(生佛)로 존재하리라 믿어지던 그가 비로소 우리 곁을 떠났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가 경영학계에 남긴 업적은 실로 위대한 것들이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렵다. 주식회사의 개념을 제시하였고, 기업의 도덕성과 인재의 중요함을 역설하였으며, '지식사회', '지식근로자' 등 지식경영의 개념을 주창하는 등 경영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방향과 상(像)을 제시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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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 (사진 출처 : 네이버)


나는 피터 드러커의 저작들을 많이 읽어 보지는 못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경영의 실천'과 '단절의 시대' 정도를 훑어 읽어 본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가 나에게 미친 영향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그의 책, '프로페셔널의 조건'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발견한 문구는 뭔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던 나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었고 나의 삶을 새롭게 정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당시 나는 나 자신에게 참 불만이 많았다. 능력도 보잘 것 없거니와, 성격도 성공하기에는 애초에 글러먹은 것이 아닌가, 이럴 바에는 편안한 조직에 몸을 의탁한 채 짭짤한 월급이나 챙기며 살아가는 것이 내 주제에 걸맞는 게 아닌가 자괴했었다.

그런데, '당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말라. 거기에 쏟을 노력을 당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데에 집중하라'라는 그의 말을, 어쩌면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지는 그의 말을 접했을 때 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커다란 소리를 들었다.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그것을 더욱 키울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추락했던 자신감을 점차 회복할 수 있었다. '나는 왜 이것 밖에 안될까' 라는 생각은 푸념에 지나지 않는다하더라도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나를 더욱 옥죄이게 만들 뿐이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다.

가끔 지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의 문구를 떠올려 보곤 한다. 결국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단점을 떠올리며 자신에 대한 질책과 비난을 즐기기만 한다면 단점은 영원히 단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리라.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긍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교훈이리라.

단점보다는 장점에 전력투구하라는 말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사보다 뒤떨어지는 요소를 끌어올려 봤자 경쟁사하고 별 차이가 없는 '그렇고 그런' 제품과 서비스에 불과할 것이다. 경쟁사를 확실히 제압하려면 자사의 경쟁우위 요소를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수준으로 극대화해야 한다. 이것은 경영의 제1법칙이다.

세스 고딘의 저서 '보랏빛 소가 온다'에서 '잘할 수 있는 것 한 두개를 가지고 가장자리까지 가라'는 주장과, '블루오션 전략'에서 말하는 가치혁신의 ERRC(Eliminate-Reduce-Raise-Create) 방법론 등도 따지고 보면 피터 드러커의 철학과 연결되어 있다. 머리를 감싸 쥐며 고민한 끝에 '다 잘해야 한다'는 전략적 초점이 불분명한 경영계획을 오늘도 만들어 내고 있는 기획부서가 있다면, 피터 드러커의 이 말을 곰곰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단점을 고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장점을 더 키우기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라. 골고루 잘 하는 사람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한쪽에 경도되지 않고 여러 분야를 두루두루 많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한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다른 분야를 쳐다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한 우물을 파고 나서 시원하게 물을 들이켜야 다른 세계도 보이는 법이다.

남들이 자신에게 '너는 이것이 단점이야'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가볍게 흘려라. 그가 아무리 선의로 한 말일지라도 '너는 이것이 단점이야'라는 말이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옭아매는 동아줄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사람을 물리적으로 괴롭히는 단점이라면 고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살아가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그들로부터 단점이라고 지적 받는 것까지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단점을 고치려고 노력하지 마라. 장점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게 이 시절을 보다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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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나는 하루종일 바닷가에서   

2008. 4. 27.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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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으로 가족여행을 다녀 왔다. 서울에는 비가 많이 왔다는데, 양양에는 다행히 조금 후둑거리다가 말았다. 바닷가라 바람이 세서 좀 추웠지만, 가슴이 시원해서 참을만 했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봄 바다모래밭에서 아이는 친구들 줄 거라며 조개껍데기를 줍고, 아빠는 바다를 향해 연신 막샷을 날렸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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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CEO   

2008. 4. 2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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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CEO는 요즘 슬프다. 수년 전 회사를 설립해 각고의 노력으로 중견규모의 기업으로 키워 낸 그가 요즘 심한 우울증에 빠져 버렸다. 회사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직원들의 눈빛은 자신을 질시하는 느낌이 역력하다. 출장이다, 미팅이다 해서 웬만하면 사무실에 나가지 않을 핑계거리만 생각난다. 일부러 직원들이 거의 퇴근한 저녁 무렵에 회사로 나가 씁쓸한 표정으로 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됐을까, 하며 한숨을 내 쉴 뿐이다.

무엇이 그의 고민일까? 그 회사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 아니 근속월수는 고작 7개월에 불과하다. 그 회사가 영위하는 사업 자체가 인력의 회전이 매우 빠른 특성이 있지만 가히 업계 최고수준의 이직률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근속월수는 점점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회사를 가보고 처음 든 느낌은 직원들의 얼굴빛이 왠지 모르게 어둡다는 것이었다. “정말 이 회사가 싫습니다. 마지못해 다니는 것이지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떠날 겁니다.”라고 말하는 표정이 누가 봐도 뚜렷했다. 왜 직원들이 회사를 싫어할까? 그 CEO는 몇 날 며칠의 고민 끝에 바로 자기 자신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사실에 도달하고 나에게 도움을 청했다.

나는 먼저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과거 개인기업 수준에서 사람들을 관리하던 구태를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회사가 중견규모로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른바 ‘구멍가게’ 시절의 행태가 아직까지 위세를 떨치고 있다는 말이었다. 모든 의사결정 권한이 CEO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큰 문제로 지적했는데, 중간관리자들은 CEO의 지시만 그대로 반복하여 부하직원에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에 불과한 실정이며 직원들은 앵무새 같은 관리자들을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업무에 관해 협의할 것이 생기거나 어떤 문제가 발생되면 조직관리체계를 무시하고 CEO가 직접 해당 실무자를 불러 업무를 지시하거나 호통치는 식으로 운영되다 보니 중간관리자들은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업무가 진행되어 나중에야 뒤통수 맞듯 알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와 CEO에 무슨 충성심을 가질 수가 있냐며 업계 최고의 이직률은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 아니겠냐는 노골적인 불만을 쏟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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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CEO의 생각은 이랬다. 직원들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 그의 불만의 요지였다. “무엇 하나 일을 시키면 가지고 오는 보고서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일일이 수정해 주지 않으면 안 될 정도다” 라는 말을 고통스럽게 내뱉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권한을 주고 임무를 맡기기가 겁이 난다는 말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당해 망하기 십상인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권한을 내려 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개인기업에서 중견규모로 키워가는 CEO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고민이며 어쩌면 반드시 견뎌내야 할 ‘성장통’ 이기도 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CEO의 고민도 덜어주고 직원들의 불만을 줄여 서로 화합하는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

이쯤 해서 CEO는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알아서 잘 해줘야 한다는 기대감은 일단 버리는 것이 좋다. 피하지 말고 직원들과 당당히 만나라. 부모와 자식간의 반목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부모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서야 하듯이 기업에서도 CEO가 먼저 손을 내밀고 진정으로 이해를 구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모든 직원을 차례로 만나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직원들과 대화하라. 이 때 주의해야 할 것은 CEO 자신은 말을 아껴야 한다는 점인데 말이 많으면 분위기는 상명하달식으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먼저 직원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런 다음에 무엇이 고민이고 무엇 때문에 괴로운지를 솔직하게 표현하여 직원들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순서다.

이러한 만남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양자간에 복잡한 심리적 계산이 깔려 있을 때가 그러하다. 직원의 날카로운 말 한마디 한마디를 CEO 자신에 대한 공개된 공격으로 인식하거나 갑자기 CEO의 변한 모습에 놀란 직원들이 혹여 발생할 수도 있을 불이익에 몸을 사릴 경우에 예전보다 오히려 반목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믿을 만한 사람을 중요한 위치에 하나씩 배치하여야 한다. 즉, CEO 자신에게 집중된 권한을 부분적으로 나누어 이양하더라도 무리 없이 일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찾기 어렵다면 외부에서 공인 받고 있는 사람을 찾아라. 그리고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여 전담케 하라. 여기서 CEO가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데,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매끄럽지 못함’을 CEO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참아내야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CEO 자신의 강점이 ‘사업’에 있지 않고 ‘기술’이나 ‘재무’ 등에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경영 자체를 전문인에게 이관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위에서 예를 든 CEO는 남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고 개선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힘을 들여 회사를 키워 온 사람이다.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의 벤처기업 창업자들이 기술에 대해서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을지는 몰라도 경영능력은 따라가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CEO는 스스로를 최고기술책임자(CTO) 혹은 R&D 책임자로 포지션을 전환하여 ‘기술’ 측면에 집중하고 경영시스템 안정화와 사업전략을 담당할 전문경영인을 외부에서 긴급 수혈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말이다. 쉽지는 않은 결정이겠지만 장기적인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CEO 자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라도 결단을 내려봄 직한 일이다.

CEO는 외로운 자리다. 회사가 잘 나갈 때나 어려움에 처할 때나 항상 그렇다. 외로움을 느끼면 자연스레 오해와 의심이 싹트기 마련이다. “내 생각은 이러한데 왜 너는 이해를 못하냐” 며 한탄하며 다그치지 말라.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인정’이 아닌 ‘시스템’으로 꾸려가야 한다. 앞서의 CEO처럼 ‘인정’에 기반하여 직원들을 다루던 예전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면 성장은 거기서 멈추고 직원들은 하나 둘 등을 돌릴 것이다. 익숙하지 않겠지만 공식화된 시스템을 갖추려고 노력하라. 처음엔 지지부진하고 삐걱대겠지만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라. 급하더라도 이때는 돌아가는 것이 빠르고 안전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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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수 곱하기 음수는 왜 양수인가?   

2008. 4. 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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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虛數)란, 제곱하면 -1 이 되는 수를 말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수, 즉 실수(實數)의 세계에서는 제곱해서 -1이 되는 수는 없다. 그래서 허수를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왜 우리는 허수를 알아야 할까? 왜 고등학교 때 골머리를 앓아 가며 허수를 배웠어야 했을까? 배우긴 했는데, 과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모르긴 해도 몇몇 비상한 천재를 제외하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허수의 사칙연산이나 복소수 평면 등을 접하면서 '그냥 그런게 있는갑다'하며 기계적으로 배웠을 게 분명하다. '정석'에 나온 문제만 달달 풀 줄 알았지, 우리가 왜 허수를 알아야 하며 그것이 왜 중요한지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선생님들(물론 지각 있는 몇 분을 제외하고) 대부분도 허수의 숨겨진 의미 따위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듯하다. 설명해 봤자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본인도 잘 모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런 게 학력고사(수능)에 나올 리가 없기 때문이었을까?

허수는 좀 어려운 개념이라서 '그냥 그런게 있는갑다'하며 넘어가도 괜찮다고 해보자. 그러면 이건 어떤가? 여러분은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왜 양수가 되는지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1 과 -1 을 곱하면 1이 된다는 것은 중학생이라면(요즘은 초등학생도) 누구나 안다. 하지만 왜 1이 되는지 물어보면 몇이나 명쾌하게 답을 할까? 여러분은 혹시 이걸 증명할 수 있는가? 당연한 것인데 왜 증명이 필요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음수 곱하기 음수가 음수가 되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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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은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왜 양수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해서 오랫동안 괴로워 했다고 한다. 수학자인 친구들이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스탕달이 글은 잘 쓰지만 수학에 잼병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수학자 친구들이 수학에 문외한인 스탕달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해서 일까? (나는 후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탕달이 무식하다고 손가락질 할 수 없는 이유는 우리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음수와 음수를 곱하면 양수가 되는 사실을 증명할 의도는 없다. 생각보다 쉽지 않기도 하거니와, 우리가 깨달아야 할 요지는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된다는, 우리가 거의 자동적으로 외운 법칙들 하나하나의 의미를 제대로 고민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문제다. A + B = B + A 이라는 교환법칙이 왜 성립하는지, 이 당연하게 보이는 식의 의미가 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증명 없이 당연히 그렇다라고 약속한 것을 수학에서는 '공리(公理)'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평면 위의 두 개의 점을 지나는 직선은 반드시 존재한다라는 것이 공리인데, 이런 공리는 몇 개 안 된다. '음수 X 음수 = 양수', 'A + B = B + A'는 공리가 아니라 증명이 가능하고 증명해야 할 법칙이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은 수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나 경험법칙으로 여겨지는 것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왜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전혀 고민하지 않은 채 그냥 '흡수'해 버렸다는 것이다.

당연한 거라 여겨지는 것들을 다시 뜯어보자. 습관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과연 그런지, 그래야만 하는지 따져보자. 그렇게 하면 2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미처 알지 못했던 오묘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으며 기초를 잘 다질 수 있다. 허수의 의미와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된다는 의미를 근본적으로 뜯어보면 잘 몰랐던 세계가 환하게 열리는 걸 느낄 수 있다.

둘째, 경험법칙으로 알고 있거나 이론적으로 배운 많은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성과주의 제도가 회사의 성과를 높인다며 '그냥 그런갑다'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은 외려 조직의 성과를 해치는 주범일 수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음수 곱하기 음수는 왜 양수가 될까? 오늘은 이처럼 일견 당연한 듯이 보이는 질문을 고민해 보자. 아마 스탕달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 속이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삶의 지혜는 이렇듯 단순하며 자명한 듯 보이는 질문에 답을 하려는 노력을 통해 체득됨을 기억해 두자.

(* 음수 곱하기 음수가 양수가 되는 걸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분은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저도 잘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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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 그 자체를 말한다. 그리고 시나리오플래닝이란 그 여러 가지 시나리오 중에서 우리에게 의미 있는 것을 골라 그에 따른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회에 이어 이번 회부터는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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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Backward와 Future Forward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방법은 그림 2와 같이 크게 시나리오를 도출하는 시간적 방향에 따라 Future Backward 방법과 Future Forward 방식으로 나뉜다. Future Backward방법은 ‘재구성법’ 이라고도 불리는데, 미래의 한 시점에 모종의 사건(이를 Wild Card라고 한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상정한 이후에, 그 사건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떠한 조건이 형성되어야 하는지를 시간을 거슬러 역추적한 결과와 현재의 상황을 서로 비교하여 과연 미래에 그 사건이 일어날 것인지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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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향후 3년 후에 A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사건이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폭등 바로 직전에 신도시가 건설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발표 직전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아마도 정부 관리들이 A지역을 돌아다니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든지, 신도시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이 발주될지도 모르며, 검은 승용차들이 부동산중개소 앞에 자주 목격되는 등 각종 징후가 포착될 것이다. 이러한 징후를 파악함과 동시에, A지역과 가까운 대도시의 인구 증가 추이가 현재 어떤지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 대도시의 인구가 과밀화되고 있거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면, 인구분산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A지역과 같은 주변지역에 신도시를 계획할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Future Backward 방법과는 달리, Future Forward 방법은 현재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찾아 들어가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이 방법은 Future Backward 방법보다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왜냐하면 Future Backward 방법은 한가지 미래를 미리 상정해 놓고 그 미래가 과연 발생할지를 시간을 거슬러 올라와 검증만 하면 되는 반면에, Future Forward 방법은 ‘현재’라는 재료만을 가지고 여러 가지 가능성 있고 의미 있는 미래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Future Forward방법이 진정한 시나리오플래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다음 회에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9.11 테러와 Future Backward
Future Backward 방법은 경우에 따라 컨틴전시 플래닝(Contingency Planning, 위급한 상황에 사전 대비하고 사후 대응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의 도구로 사용된다. ‘만약 우리 회사 창고에 큰 화재가 발생한다면 그걸 대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만들어 낸 제품이 고객에게 커다란 물적, 정신적 손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톰 행크스 주연의 ‘아폴로 13호’라는 영화는 13이라는 불길한 숫자가 붙은 아폴로13호가 달 착륙도 못하고 기체 고장으로 인해 자칫 우주의 미아가 되어 떠돌 운명에 처했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필자가 영화를 보며 인상적이라고 느낀 것은, 조종사들이 여러 위험상황에 빠졌을 때마다 손에 들고 보던 매뉴얼이었다. 그 매뉴얼에는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 시나리오에 따라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 지가 자세히 명기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Future Backward 방법에 의한 컨틴전시 플래닝의 산물이다.

2001년 9월 11일, 민간여객기 2대로 미국의 심장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강타한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고 전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당장이라도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것 같은 공포분위기가 형성되었고, 달러화 가치와 주가는 곤두박질쳤으며 일시적이었지만 ‘공황’ 상태가 유지되었다. 미국 본토는 공격 받은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미국인들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기에 충격은 더했다. 그리고 사전에 미처 대응하지 못한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에 대한 성토가 줄을 이었다.

9.11 테러는 사실 일찍부터 예견된 사건이었다. 1987년 미래학자 브라이언 젠킨스는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본토를 공중자살의 방식으로 공격할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1994년에는 마빈 세트론이란 학자가 공중자살공격의 최고의 표적은 바로 세계무역센터가 될 것이라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언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같은 참상이 발생한 것은 미국 정부가 민첩한 대응을 하지 못한 과실이라 할 것이다.

9/11 테러를 Future Backward방법을 사용하여 시나리오를 세워보도록 하자.(그림 3 참조) 첫 번째로, 미래에 발생할 특이한 사건, 즉 와일드 카드(Wild Card)를 설정해야 한다. 이 때 와일드 카드는 바로 ‘테러리스트들이 미국본토를 공중에서 공격한다’ 가 될 것이다. 그 다음, 와일드 카드를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트리 형식으로 그려내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먼저, 과연 그들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공중공격을 감행할 것인가를 예상해야 한다. 전투기로 공격하는 방법과 민간여객기로 공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만약 전투기로 공격한다면, 공격 이전에 전투기를 구입하거나 탈취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여객기로 공격을 시도한다면, 여객기에 폭탄을 적재하고 가서 투하하거나 표적에 직접 충돌하여 공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여객기로 공격을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여객기를 납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과연 납치한 그 여객기를 어떻게 공격목표지점까지 이동시키느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비행기 조종사를 위협하는 방법과 조종실력을 갖춘 테러리스트가 직접 표적으로 여객기를 몰고 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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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까지 일단 와일드 카드가 발생되기 위한 사전 조건들을 시간을 거슬러 트리 모양으로 그려냈다면(그림 3), 각 대안들이 얼마나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를 데이터를 근거로 따져보아야 한다. 먼저, 전투기로 공격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투기의 매매는 상당히 공개적이고 투명하기 때문이다. 전투기의 탈취도 각종 감시망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만약 테러리스트를 어찌어찌 해서 전투기를 확보했다손 치더라도 그 즉시 미국에게 정보가 노출되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기로 공격한다는 대안은 무시하고 여객기로 공격하는 대안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여객기로 공격을 행하는 대안 중 폭탄을 적재한다는 것 또한 일어날 법하지 않다. 왜냐하면 공항 검색에서 폭탄이 적발되어 테러 시도가 애초부터 무위에 그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러리스트들은 여객기 자체를 표적에 충돌시켜 공격하는 방법이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대안이라고 판단할 거라 예상할 수 있다. 그들이 9/11 이전에 저지른 각종 테러에서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사실을 보아도 그럴만한 충분한 개연성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비행기를 세계무역센터에 정확히 충돌시킬 수 있었을까? 조종사를 위협하는 방법이 일견 쉬울 수 있으나 테러의 성공과 효과를 위해서는 테러리스트들이 직접 조종하여 충돌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왜냐하면, 조종사가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하기 직전 조종간을 틀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이 드는 방법이지만 테러리스트들이 직접 테러의 모든 과정을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조종실력을 갖추는 것보다 나은 방법은 없다.

9/11이라는 와일드 카드가 과연 발생할 것인가를 지금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선, 테러리스트들이 조종실력을 갖출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현재 민간조종훈련기관에 어떤 사람들이 학생으로 등록되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학생들 중에 아랍계가 많다면 뭔가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출입국관리소에 기록된 입국자들 중에서 특이한 국적과 이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요주의 테러리스트 집단들이 다른 나라에서 저지르고 있는 테러공격이 어떠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도 주시해야 한다. 그들이 자살폭탄테러의 방식을 사용하여 대사관과 같은 미국 관련 시설을 공격한다면 이와 비슷한 패턴으로 여객기를 이용한 공중자살테러의 가능성 또한 높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정황이 Future Backward로 예상한 바대로라면, 언젠가 미국 본토를 공중자살테러로 공격할 것이다라는 시나리오가 성립되는 것이다.

목표수립과 Future Backward
위의 9/11 사례에서 보았듯이 Future Backward방법은 미래의 특정사건이 발생할 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준다. 또한, 이를 응용해 개인과 부서, 또는 회사의 목표수립과 목표의 구체화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목표를 와일드 카드로 설정한 다음, 그것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무엇을 달성해야 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바로 직전에는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지를 시간을 거슬러 되짚어 옴으로써, 현재 내가, 우리부서가, 우리회사가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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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나는 10년 후에 유명한 영화배우가 될 것이다’ 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해 보자.(그림 4) 유명한 영화배우로 인정 받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국내영화제든 해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하는 것이다. 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두말할 필요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열연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잡아야 하고 다양한 연기경험을 쌓아야 한다. 연기의 기본기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무것도 안하고 꿈만 꿀 수는 없다. 당장이라도 연기학원에 등록하여 연기의 기초부터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개인의 목표 수립을 통해 회사성과를 제고하려는 노력, 즉 MBO(Management By Objectives) 방식이 기업들에게 일반화되어 있는데, 각 개인들이 이와 같은 Future Backward 방법을 익숙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목표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을 사전에 판단하여 목표를 현실로 이뤄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기가 수월할 것이다. 상식과 논리, 그리고 상상력과 판단력이 뒷받침 해준다면 말이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회사 차원으로 Future Backward 방법을 사용해 목표를 수립하고 구체화한다면 그것은 비전 수립, 즉 Visioning의 과정이다. 많은 기업의 비전이 단지 선언적이고 문구와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 이유는 목표에 대한 구체화 과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재는 현재고 비전은 비전일 뿐 그 중간과정은 텅 빈 채로 남겨두기 때문인데, Future Backward 방법을 사용하여 그 중간과정을 메우고, 비전에 다다르기 위한 중간목표도 설정하여 뜬구름 같게만 느껴지는 비전을 현실성 있는 청사진으로 바꿔 놓아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들의 커미트먼트도 기대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Future Backward 방법에 의하여 시나리오를 도출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과정과 목표수립과 구체화에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음 회에는 진정한 시나리오플래닝이라고 할 수 있는 Future Forward방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함께 논의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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