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는 Future Backward 방식의 시나리오 도출 방법을 알아 보았는데, 이번 회부터는 시나리오플래닝의 참모습이라 할 수 있는 Future Forward 방법을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시나리오플래닝 프로세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를 종합해 보면 그림 1과 같이 모두 6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Step 1 : 시나리오 방향 설정
시나리오플래닝의 첫 번째 단계는 시나리오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시나리오의 방향은 핵심이슈 파악과 시나리오 틀 설정으로 나눌 수 있다. 핵심이슈 파악이란, 시나리오플래닝에 의해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무엇을 의사결정 내려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핵심이슈 파악은 시나리오플래닝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를 막연하게 그려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해 놓은 다음에 미래가 현재 우리 회사의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개인의 입장에서는 내가 과연 모 지역의 집을 사야 하는가, 모 대학의 OO학과에 입학해야 하는가 등이 될 수 있으며,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사업확장과 다각화를 진행해야 하는가, 신규설비를 구축해야 하는가, 현재보다 인재를 더 많이 보유해야 하는가와 같이 조직에서 가장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 이슈를 찾는다. 이를 ‘핵심이슈’라 부르는데, 시나리오플래닝이란 이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핵심이슈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채 시나리오플래닝을 한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격으로 ‘뜬구름 잡기’식의 오류에 빠질 위험이 있다.
핵심이슈를 규정했다면 ‘시나리오의 틀’을 결정해야 한다.(그림 2 참조) 시간범위, 지리범위, 시나리오 테마가 그것이다. 시간범위란, 5년 후의 미래, 20년 후의 미래 등 몇 년 후의 시나리오를 그려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시간범위는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결정될 수 있다.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른 정보통신이나 IT 업체에게 20년 후의 미래는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그런 업체는 3년이나 5년 정도의 시간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 산업구조의 변화나 국민의 식생활 변화 등에 관련된 시나리오를 도출하려면 적어도 10년 정도는 내다봐야 할 것이다. 시간범위는 또한 조직 내에 이미 수립되어 있는 전략과 연계되어야 한다. 만약 향후 5년까지의 사업투자전략이 이미 수립되어 실행 중에 있다면 굳이 3년 후의 미래를 그려본다고 해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5~10년 후의 미래를 시간범위로 채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시간범위 말고도 지리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집을 사야 하는가라는 이슈가 핵심이슈로 정해졌다면, 시나리오의 초점을 잘 잡기 위해서 집을 사야 하는 지역이 서울인지, 서울 내에서도 어느 지역인지를 규정해야 한다.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가라는 것이 핵심이슈라면, 김치냉장고의 타켓시장이 지리적으로 어디까지인지를 참고로 하여 지리범위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시간범위와 지리범위를 정한 다음에는 ‘시나리오 테마’를 결정해야 한다. 시나리오 테마를 잘 정하냐 잘못 정하냐에 따라 도출된 시나리오의 Quality가 달라지므로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시나리오 테마를 결정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지나치게 테마를 좁게 설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핵심이슈가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로 정해졌다면, 시나리오 테마를 ‘김치냉장고의 미래’라고 규정짓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김치냉장고라는 제품은 사람들의 생활패턴과 의식변화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나리오 테마를 ‘김치냉장고를 사용하는 방식의 미래’이라고 넓게 결정해야 생산설비를 늘려야 하는지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보다 다양한 시사점을 시나리오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Step 2. 의사결정요소 파악
시나리오플래닝의 두 번째 단계는, Step 1에서 결정한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하여 무엇을 알아내야 하는지를 밝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핵심이슈인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시장의 크기와 성장률, 경쟁사의 제품 또는 대체재, 혹은 정부의 관련 정책 등이 될 수 있는데, 이것들을 ‘의사결정요소’라고 부른다. Y를 생산설비 확장 여부이고 Xn 이 의사결정요소라고 한다면, Y = f(X1, X2, X3, …) 형식의 함수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의사결정요소를 찾다 보면 고려해야 할 요소의 수가 굉장히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의사결정요소의 수가 많으면 오히려 핵심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뿐더러 두루뭉실한 결론만 내리기가 십상이다. 의사결정요소는 핵심이슈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한 가장 1차적인 것이어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는 분명히 김치냉장고 판매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김치냉장고의 생산설비를 확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1차적인 답은 줄 수가 없는 다분히 간접적인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것들은 의사결정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같은 요소는 따로 ‘환경요인’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Step 3에서 다룬다.
또한 의사결정요소는 우리 내부의 것이 아닌 외부와 관련된 것이어야 한다. 즉 우리가 통제할래야 할 수 없는 요소만이 의사결정요소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자금 확보 능력, 재무상태, 인력 등은 생산설비 확장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것들이지만, 적어도 내부적으로 어떻게든 통제할 수 있는 요소이므로 의사결정요소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 같은 내부적 요소는 시나리오가 도출된 다음에 각 시나리오별로 대응전략을 수립할 때 고려할 점들이라 하겠다.
그러면 무엇을 알아야 김치냉장고 생산설비를 확장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까? 크게 2가지를 고려해야 하는데, 김치냉장고 시장은 성장할 것인가(시장성장률)와 김치냉장고 시장의 수익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시장의 성장률은 고객수의 증가와 대체재의 출현에 의해 좌우된다. 시장의 수익성은 김치냉장고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 잠재경쟁자의 여부, 기존 경쟁사들의 출혈경쟁 여부, 고객들의 가격인하에 대한 압박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그림 3 참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