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ism 9] Cheese Burger
나는 하루에 3개의 치즈버거를 사.
아침10시에 햄버거 가게가 문을 열자마자 하나 사지
그리고 오후 1시 무렵에 점심을 위한 또하나의 치즈버거를 사고,
저녁8시에 하나를 더 사. 이것이 나의 유일한 먹이야.
사람들은 치즈버거를 사가지고 올 때마다 내게 이렇게 물어.
하느님이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인간은 참 궁금한게 많은 동물이야.
"이봐요, 흰돌씨. 당신은 어째서 매일 햄버거만 먹는거요?
그건 그렇다 치고, 매번 치즈버거만 먹는 이유는 뭐요?
내 생각은 말야, 한번은 치킨버거, 한번은 새우버거,
뭐 이런식으로 바꿔 먹는 게 지루하지 않아 좋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
'내 생각은 말야...' 이런 식의 말을 하는 인간은 딱 질색이야.
뭔가 자신의 총명함과 거만함을 드러내고 싶을때 사람들은 매번 그렇게 말하지.
그건 그렇고, 내가 매일 햄버거만을 먹는다는 것은 맞는 말이야.
그러나 내가 항시 똑같은 치즈버거를 먹는다는 말은 미안하지만 틀렸어.
사람들은 참 상상력의 부족해. 결핍된 상상력 덩어리들...
꽉 막힌 눈으로 보면 내가 매일 매번 똑같은 치즈버거만을 먹는 것처럼 보일거야.
하지만 그들은 모르지.
갓낳은 아기 피부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오전10시의 치즈버거와,
아침의 희망이 겁탈을 당하고 작별을 고하는 듯한 모양의 오후1시의 치즈버거,
하루의 온갖 질투와 미움과 소음 따위에 푹 젖어버린,
싸구려 창녀의 유방같은 저녁8시의 치즈버거가
우리 곁에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거 알아? 치즈버거에도 개성과 자존심이 있는 법이야.
잘생긴 치즈버거로 다시 태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반짝반짝거리는 선반위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내모습은 얼마나 멋질까.
이따가 1시가 되면 치즈버거를 사러가야 해.
오늘은 점원에게 부탁해서 허니 마스터드가 듬뿍 발린 치즈버거를 먹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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