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수립의 기초, SWOT 분석   

2010. 11.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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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로 이미 발행된 내용인데, 글로 읽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여기에 옮겨 싣습니다.)

여러분은 회사의 경영전략을 어떻게 수립하십니까? 아마도 여러분은 다음과 같이 5단계의 절차로 전략을 수립할 겁니다.

(1) (거시 환경이나 산업환경) 외부 환경을 분석한다
(2) 내부 환경(내부 역량)을 분석한다
(3) SWOT 분석을 한다
(4) 전략방향을 수립한다
(5) 전략과제를 도출한다

이 5단계가 일반적으로 쓰이는 경영전략의 전형적인 단계입니다. 5단계가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SWOT 분석이 가장 크리티컬한 단계입니다.

SWOT에 대해 감 잡아 봅시다!


왜냐하면 외부, 내부 환경 분석의 결과를 집약해서 앞으로 조직이 나아갈 전략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SWOT 분석이 잘못 이루어지면 아무리 외부, 내부 환경 분석을 잘 했다고 해도 엉뚱한 방향으로 전략을 세울지도 모릅니다.

알다시피 SWOT 분석은 다음과 같이 2x2 매트릭스의 형태를 가집니다. 보통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를 각각 상단에 위치시키고, 강점과 약점을 아래에 위치시킵니다. (기회/위협을 왼쪽에, 강점/약점을 오른쪽에 두어도 상관없습니다)


SWOT 분석시 범하는 오류들
헌데 많은 사람들이 SWOT 매트릭스를 작성할 때 자주 오류를 범합니다. 가장 많은 오류는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를 기입할 때 발생합니다. 기회요소와 위협요소는 반드시 우리 회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외부환경의 특징이어야 합니다. 이 말은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기회요소나 위협요소에 컨트롤이 가능한 내부환경의 특징을 적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 개발되어 곧 출시된다’라는 것을 기회요소에 적는 경우가 있죠. 왜 기회라고 생각하냐고 물으면 ‘그 제품이 나오길 고대하는 잠재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을 석권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다”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기회요소가 아닙니다. 아래쪽에 있는 ‘강점’에 ‘새로운 기능의 제품 개발 완료’라고 적어야 마땅합니다. 물론 새로운 제품이 새로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지만 그것은 외부환경이 우리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될 것 같다고 기대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절대 시장의 기회가 아닙니다.

SWOT 분석을 할 때 자주 발생하는 두 번째 오류는 ‘만약에 ~~하면’이라고 가정하면서 각 사분면의 내용을 채운다는 것입니다. 뭔가 기대하는 바를 반영해서 가정을 내린다는 것이죠.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경쟁사가 이 사업분야를 포기한다면, 우리가 A제품을 더 많이 팔 수 있다'라고 생각해서 ‘경쟁사의 사업포기 가능성’이라는 항목을 기회요소에 적는 거죠. 또한 ‘괜찮은 기업이 있는데 그 회사를 인수하면 우리의 디자인 역량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라고 판단해서 ‘OO기업 인수 가능성’이란 항목을 강점에 적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능성’이 담겨 있는 항목을 기회요소나 위협요소로 넣으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경쟁사가 사업을 계속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돼도 언제나 기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SWOT 분석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시나리오’가 들어가서는 안 됩니다. 사실 이렇게 여러 가능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SWOT 분석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SWOT 분석은 현재 시점에서 환경과 우리를 바라보는 관점이기 때문에 시계열적인 변화나 가능성을 담을 수 없습니다.

SWOT 분석의 원래 정의 상 충분히 확실한 기회, 확실한 위협, 확실한 강점, 확실한 약점만을 매트릭스 안에 적어야 합니다. SWOT 분석의 이러한 맹점은 시나리오 플래닝과 같은 다른 방법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SWOT 분석을 할 때 발생하는 세 번째 오류는 강점을 뽑아낼 때 발생합니다. 강점은 경쟁우위에 있는 요소여야 합니다. 경쟁사도 잘하고 우리도 잘하는 걸 강점이라고 불러서는 안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간과하는데, 약점을 뽑아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쟁사와 비교할 때 경쟁열위에 있는 요소가 약점이죠. 누구나 잘하고 누구나 못한다면 매트릭스에 적어서는 안됩니다. 이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SWOT 매트릭스의 해석
지금까지 설명한 세 가지 오류를 조심하면서 SWOT 매트릭스를 작성했다면, 매트릭스를 통해서 전략적인 시사점을 얻어야 합니다. SWOT 매트릭스만 만들어 놓고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더욱 중요한 것은 매트릭스를 해석하는 일이죠.

첫째, 기회요소와 강점을 서로 대비해 보면서 ‘우리의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질문은 매출액 확대, 시장점유율 확대, 고객인지도 확대와 같이 전략의 공격적인 측면의 시사점을 내놓게 됩니다.

둘째, 이번엔 위협요소와 약점을 서로 대비하면서 ‘위협요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막으려면 어떤 약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해야 합니다. 이 질문은 내부역량 향상 전략의 방향을 정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위협요소가 ‘고객의 디자인 감성 요구 증대’인데 우리 회사 제품 디자인이 별로 뛰어나지 않다면, 고객의 디자인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겠죠? 이렇게 위협요소와 약점을 대비해서 ‘방어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셋째, 기회요소와 약점을 대비해 봅니다. 그리고 이렇게 질문해야 합니다. ‘시장이 주는 기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하기 힘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고 말입니다.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합니다. 보통 시장의 기회요소를 알고 나면 그것을 모두 ‘내것’으로 만들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그래서 그 기회를 잡으려는 전략만을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그럴 만한 역량이 충분히 되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 기회를 잡고 싶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면, 그 부분을 보완할 것인가, 아니면 포기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합니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강점이 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일종의 ‘포기 전략’을 세우는 게 더 현명할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기회요소와 약점을 대비할 때는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약점을 보완해야 하는가’라고 질문하기보다는, ‘우리가 하기 힘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질문하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위협요소와 강점을 대비하면서 “우리의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위협을 어떻게 최소화시켜야 하는가?”라고 질문합니다. 이것은 앞에서 위협요소와 약점을 대비할 때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보수적인 방어였지만, 강점을 가지고 시장의 위협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리스크 헷지 전략’을 말합니다. 우리의 강점을 극대화해서 위협이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전략이죠.

예를 들어 ‘고객의 디자인 요구 증대’가 위협요소이면 우리가 가진 ‘저비용 생산능력’이란 강점을 극대화시켜 고품질 제품을 누구보다 싼값에 내놓자, 라는 전략을 세울 수가 있겠죠.

정리하면, 기회-강점으로는 ‘공격 전략’을, 위협-약점으로는 ‘방어 전략’을, 기회-약점으로는 ‘포기 전략’을, 위협-강점으로는 ‘리스크 헷지 전략’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기 바랍니다.

SWOT 분석은 약점이 많은 도구이지만 전략 수립을 위해 현재의 상태를 점검해보기 위한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에 제대로 알아둬야 할 기초입니다. 기초를 잘 다지는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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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총대 메기를 원합니까?   

2010. 11.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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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가시고기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이 물고기들은 몸의 크기가 작은 탓에 포식자들에게 잡아먹히기에 딱 좋습니다. 그래서 큰가시고기는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고 무리를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게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죠.

무리를 지어 다니다가 앞에 이상한 물체가 나타나면 그것이 자기들을 잡아먹을 포식자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무리 중에 한 마리가 앞으로 나선다고 합니다. 그 물체가 포식자라면 잡아먹힐 위험이 있지만 무리 전체의 안전을 위해서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쉽게 말해서 '총대를 메는' 겁니다.


그런데, 총대를 맨 물고기가 보이는 이타성이 과연 순수한 희생정신에 기반한 걸까요? 큰가시고기의 생태에 흥미를 느낀 M. 밀린스키는 한 가지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유리로 된 기다란 수조에 한 마리의 큰가시고기를 넣었습니다. 그런 다음 유리벽 너머에 덩치가 큰 물고기(포식자 역할을 하는)를 한 마리를 집어넣었죠. 그리고 수조 옆에 거울을 나란히 설치했는데, 포식자 물고기 쪽으로 기울여 놓았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모양입니다.


거울을 비스듬히 설치하니까 거울을 평행하게 설치할 때와는 달리 큰가시고기는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큰가시고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동료 물고기로 착각합니다. 그래서 거울을 평행하게 놓으면 포식자 물고기를 향해 동료와 함께 다가간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거울을 비스듬하게 설치하면 동료(실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가 자신보다 한발 뒤에서 따라온다고 여깁니다.

큰가시고기는 자기가 한번 앞서 나가면 다음에는 동료가 앞서 나가길 기대합니다. 헌데 자신만 계속 앞장을 서고 있으니 억울하거나(혹은 불안하거나) 할 테죠. 그래서 포식자 물고기에게 접근하기를 주저하고 맙니다.

정리하면 "내가 이번에 용기를 보여줬으니 다음에는 네 차례다"란 "상호성"이 큰가시고기의 본능에 자리잡고 있다고 밀란스키는 말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죠. 내가 호의를 베풀었는데 호의를 받은 그 사람이 다음에 입을 싹 씻어버리거나 나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면 상호 호혜가 깨져 사이가 나빠집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누가 나에게 호의를 베풀었는지 기억했다가 나중에 호의로 갚아야 한다는 암묵적인 원칙을 따르죠.

기업에서 큰가시고기의 행동 양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꼭 해야 하지만 나서기를 주저하는 일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인력을 감축해야 하거나 실패 확률이 매우 큰 신사업을 계획할 때 '내가 하겠다'고 나서지 않은 채 서로의 눈치만 봅니다.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가?'의 문제처럼 잘 해서 얻는 이득이 적거나, 못했을 때 당하게 될 피해가 크다면(큰가시고기의 경우엔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선뜻 총대를 메고 나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다면 조직에서 누군가가 총대 메기를 기다렸다가는 큰가시고기의 사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타이밍을 놓치고 맙니다. 경영자는 직원들이 나서주길 원하고 직원들은 경영자가 선봉에 서주길 원하는 조직이 가끔 눈에 보이는데, 그런 기업은 포식자(경쟁자 등)가 다가와 잡아 먹을 때까지 꼼짝없이 기다리는 것과 같죠. 다행히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서도 그런 기업일수록 총대 멘 사람이 실패하고 돌아오면 그를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등을 토닥여 줄 망정 가차없이 비난을 쏘아대죠.

변화는 다같이 가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외로이 총대를 멘다고 가능하지 않습니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 모두 다 동참하는 '상호성의 힘'이 발휘돼야 함을 큰가시고기의 사례가 일깨웁니다. 누군가가 한발 앞서 나가면 다음에는 다른 사람이 앞장서야 변화의 추동력이 강력해지고 오래갑니다.

총대는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같이 나눠 메야 합니다. 지금 혹시 '누군가가 대신 해주면 좋겠다', '나는 절대 총대 못 메'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포식자가 여러분을 향해 다가오는 그림자가 곧 드리울지 모릅니다.

(*사례 출처 : '이타적 인간의 출현', 뿌리와이파리)
(*참고논문 : Tit for Tat and evolution of cooperation in sticklebac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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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지는 망상일까?   

2010. 11.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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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에겐 눈[雪]을 나타내는 단어가 50개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거의 평생을 눈에 둘러싸여 생활하는 터라 누구보다 눈의 미묘한 특성들을 잘 잡아내기 때문이다.”


만일 이 문장을 보고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거나 그럴싸하다고 생각했다면 여러분의 뇌 속에는 ‘에스키모 어휘 허풍’이라는 밈(meme) 하나가 깊게 침투한 것이 틀림없다. 적어도 눈에 대한 에스키모의 어휘 능력은 사실이 아니다.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가 에스키모에게는 눈을 지칭하는 단어가 4개라고 한 말이 와전되고 과장됐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도 에스키모만큼이나 눈을 다양하게 부를 줄 안다. 진눈깨비, 함박눈, 진창눈, 싸락눈, 소낙눈, 가루눈 등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에스키모 어휘 허풍은 왜 그렇게 널리 퍼진 걸까? 그것은 바로 밈이라는 제2의 복제자 때문이라고 이 책 '밈'의 저자인 수전 블랙모어는 주장한다.

(서평 책, '밈')


그녀는 더 나아가 인간의 뇌는 다른 영장류에 비해 왜 이렇게 큰지, 인간은 왜 언어라는 고도의 의사소통 도구를 갖게 됐는지, 왜 어떤 종교는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반면 특정 종교는 국지적인 한계를 갖게 됐는지, 왜 우리는 한 순간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지 등과 같은 난제들을 밈의 개념으로 설명을 시도한다.

헌데 밈이 도대체 무엇일까?
밈(Meme), 이 용어를 처음 만든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베스트셀러 책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밈을 이렇게 정의한다.

“노랫가락, 발상, 캐치 프레이즈, 복식의 유행, 항아리를 만드는 방법이나 아치를 건설하는 방법처럼 모방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문화의 요소가 밈이다.”

친구들과의 생일 파티에서 부르는 생일축하송이나 우리나라 축구경기가 열리는 운동장에서 메아리 치는 ‘대~한민국’이란 구호,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생각,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비법 등이 바로 밈의 예이다. 간단히 말해서 문화유전자가 밈이다. 밈을 제2의 복제자로 부르며 유전자와 동격이라 말하는 이유는 그러한 노래, 구호, 관념, 노하우들이 부모와 자식에게 유전자가 전달되는 것처럼 사람들 간에도 복제되어 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밈은 왜 복제되어 퍼지는 걸까? 그 까닭은 인간만이 가진 유일한 모방능력에 있다. 남의 행동과 생각의 ‘패턴’을 따라할 수 있는 생물은 인간이 유일하다. 물론 침팬지가 흰개미집에 작대기를 집어넣어 개미를 낚고, 원숭이들이 흙 묻는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 먹는 동료의 행동을 따라 한다는 사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행동은 ‘자극 증강’에 의한 사회적 학습이지 모방은 아니다. 사회적 학습은 남을 관찰함으로써 환경에 대해 뭔가를 배우는 것(고구마를 씻어 먹는 하나의 행동)인 반면, 모방은 남을 관찰함으로써 어떤 행동에 관해 뭔가를 배우는 것(음식을 씻어 먹는 게 미각과 건강에 좋다는 깨달음)이다. 이 둘은 매우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또 하나의 진화론, 밈 선택설
인간의 모방능력 덕택에 밈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복제될뿐더러 인간을 ‘선택’하기도 한다. 유전자의 자연선택을 통해 생물체의 진화가 일어나듯이 ‘밈 선택’을 통해서도 인간의 진화가 일어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앞서 이야기했던 인간의 뇌 크기가 바로 밈 선택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모방에는 세 가지 기술이 필요하다. 무엇을 모방할지 결정하는 기술, 한 관점에서 다른 관점으로 변환하는 기술, 적절한 육체적 행동을 해내는 기술이다. 이런 기술이 얼마나 정교하냐에 따라 모방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데, 모방을 잘 해낼수록 생존력(환경적응력)이 커지고 짝짓기의 대상으로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모방능력을 발휘하고 밈 확산에 알맞도록 큰 뇌를 가지게 됐다고 블랙모어는 주장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밈이 무엇인가 의도(예를 들어, ‘인간이 뇌를 크게 만들자’)를 가지고 행동한다고 오해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밈에게는 목적이란 게 없다. 자신을 뇌 속에 담으며 숙주 노릇을 하는 인간에게 관용을 베풀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을 더 많이 퍼뜨리는 것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도킨스가 유전자는 이기적이라고 했듯이 밈도 이기적이다.

인간이 언어를 갖게 된 이유 역시 밈의 이기적인 측면에서 비롯된다. 언어는 밈을 겉으로 드러내어 전승(복제)시킬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디지털’ 도구이다. 밈의 입장에서 보면 과묵한 사람보다 수다스러운 사람을 더 좋아한다. 수다스러워야 밈이 더 잘 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하도록 인간을 재촉했고, 언어를 말하기 위해 음식을 먹으면서 숨쉬기를 동시에 할 수 없는 해부학적인 위험을 감수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힘의 중심에는 밈이 있다.

인간의 뇌가 커진 이유, 언어를 갖게 된 까닭 등에 대한 블랙모어의 설명은 인간의 진화에 밈 선택이 유전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때로는 유전자를 구속한다는 개념에 기반한다. 그래서 개인의 관점에 따라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특히 저자의 ‘밈학(學)’은 유전자에 가해지는 자연선택의 힘이 인간의 행동과 심리를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사회생물학이나 진화심리학에 반(反)한다.

하지만 블랙모어는 인간의 뇌가 생물학적 이득으로만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빠르게, 지나치게 크게 자랐다면서 출산의 위험(머리가 크면 출산 시 산모와 아기 모두에게 위험)과 같은 대가를 치르면서 그렇게 된 이유를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밈을 유전자와 동격의 복제자로 인정해야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와 문화적인 진화 모두에 대한 설명력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북모닝CEO와의 인터뷰 모습)


밈을 둘러싼 공방, 밈으로 맞선다
밈이 우리의 뇌 속을 지배하고 우리가 밈에 조종당하는 ‘밈 머신(meme machine)’이라는 저자의 생각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거나 종교적인 사람에게는 수용되기 어렵다. ‘자아’는 밈들의 복제를 돕기 위해서 생겼다는 말은 책을 읽는 내내 의문부호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행동, 이념을 위해 목숨을 불사르는 결의와 같이 내 의지로 결정한 일들이 사실은 밈이 자신을 퍼뜨리려는 노력의 부산물일 뿐인가? 그렇다면 과연 인간의 자아란 무엇인가? 자아나 자유의지란 개념은 과연 허구일까? 우리는 그저 밈을 실어 나르는 숙주에 불과한가?

저자는 이러한 독자들의 예상되는 반발에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는 ‘자아는 망상’이라고 오히려 강하게 말한다. 거짓된 자아에 속지 말라는 뜻이다. 게다가 ‘진실한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나’는 손을 뗀 채 결정이 스스로 내려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아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에 기초한 희망과 욕망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괴로움을 낳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괴로움의 주범인 자아에 복무하도록 하지 말고, 수많은 밈들이 현명하게 의사결정 내리도록 “그저 맡기는 것”이 올바른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 이 주장 역시 큰 논쟁거리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이 우리의 신념이나 종교관과 배치된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매도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며 자아라는 개념이 수많은 밈들이 복잡하게 얽힌 ‘밈플렉스(memeflex)’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에 맞서려면 역시 과학적 증거를 통해 반박해야 옳다. 그러려면 저자의 ‘밈학’이 어떠한 과학적, 논리적 토대 위에 세워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초기 개념을 폭넓게 확대 적용한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과, 밈은 그저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허구일 뿐이라며 밈학을 백안시하는 사람 모두 읽어야 할 책으로서 매우 가치가 크다. 밈에는 밈으로 맞서야 한다. 1999년에 쓰인 책이 이제야 번역된 점이 아쉽다.

이 책은 ‘밈을 지지하는’ 일종의 밈이다. 이 밈이 훌륭하게 자신을 복제해 갈지, 아니면 도태될지 두고 볼 일이다. 내기를 한다면, 지금으로선 전자에 돈을 걸고 싶다.

(* 이 글은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오늘 자로 발행된 서평입니다. 원제 '문화를 전달하는 유전자, 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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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은행나무길   

2010. 11. 9.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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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가 춥습니다. 바람도 세구요. 하지만 햇살이 좋고 그 햇살 아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네요. 이번 주가 지나면 다 떨어질 듯 합니다.

머리 식히는 차원에서 '노란 은행나무길' 사진을 감상해보세요. 트위터에 사진 몇 장을 올렸는데, 멘션과 RT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2년 전에 찍은 사진이지만, 지금도 이 사진과 같은 풍경입니다. (위치는 올림픽공원 담장길입니다. 클릭해야 시원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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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게 배우는 경영전략   

2010. 11. 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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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동물들의 생존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합니다. 과학에서 경영의 시사점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동물들의 생태에서 많은 것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애플 아이튠즈에서 보기 (이 방법을 가장 추천합니다)
http://itunes.apple.com/kr/podcast/id394088827 

YouTube(유투브)에서 보기
http://www.youtube.com/watch?v=hqxOie_PdMM

* 슬라이드 다운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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