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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 버클리의 카메론 앤더슨(Cameron Anderson)과 개빈 킬더프(Gavin J. Kilduff)는 6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는 과제를 냈습니다. 학생들은 서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기에 모두 초면이었죠. 앤더슨과 킬더프는 학생들을 4명씩 묶어서 45분 안에 경영대학원 입학시험(GMAT)에 나오는 수학문제를 함께 풀도록 했습니다.
수학 문제 풀기는 집단의 객관적인 성과(적어도 수학에 관한 한)을 판단할 수 있고, 각 학생이 대학 입학시험(SAT)에서 얻은 점수(즉 학생들의 진짜 수학 실력)와 비교해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실험 방법이었습니다. 앤더슨과 킬더프는 학생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모두 비디오로 녹화했습니다.
그들이 이런 실험을 한 목적은 4명씩 묶인 각 집단이 문제를 얼마나 잘 푸는지를 조사하려는 것보다는 4명 중에 어떤 학생이 '리더'로 부상하느냐였습니다. 4명의 학생들은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 서로 토론하고 정답을 결정하는 상호작용을 벌이게 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집단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자연스레 '옹립'되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누가 리더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까? 가장 수학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 리더가 될까요? 아니면 다른 특성이 뛰어난 학생이 리더가 될까요? 만약 후자라면 그 '다른 특성'이란 무엇일까요?
실험 결과, 각 집단의 리더가 된 학생들은 수학 실력이 뛰어난 자가 아니었습니다. 앤더슨과 킬더프는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지배력' 성향을 측정하기 위한 설문에 응답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수학 문제 풀기 실험이 끝난 후에는 4명 구성원들이 각각 다른 사람의 리더십을 평가하도록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비디오를 외부인들에게 보여주고 누가 리더십이 높은지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리더십을 높게 평가 받은 학생(즉 리더)은 바로 지배력 성향이 높은 학생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수학 실력과는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비디오를 꼼꼼히 판독한 앤더슨과 킬더프는 집단에서 누군가가 최초로 단호하게 내놓은 답이 집단의 최종 답안으로 선택될 확률이 94%라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최초로 답을 제시하는 학생들은 거의 지배적인 성격을 지닌 학생들이라는 점도 밝혀냈죠.
남을 지배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집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배적인 성향이 '실력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 실험의 가장 큰 시사점입니다. 즉 실제 능력이 좀 떨어져도 지배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 받는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해, 실력이 있어도 지배적인 성향이 부족하면 능력을 과소평가 받는다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집단에서 누가 지배적인 성향을 가지냐에 따라서 집단의 성과가 결정되고 말죠.
이 실험의 시사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배적 성향이 높으면 → 리더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배적 성향이 높으면 →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지배적 성향이 낮으면 → 실력을 과소평가 받는다
하지만,
지배적 성향이 높다 ≠ 실제 능력 수준
그래서 결국,
리더의 실력 → 집단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지배적 성향이 높으면 →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지배적 성향이 낮으면 → 실력을 과소평가 받는다
하지만,
지배적 성향이 높다 ≠ 실제 능력 수준
그래서 결국,
리더의 실력 → 집단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집단은 리더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남을 지배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 즉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이 된다는 것입니다. 실력도 있고 자신감도 있으면 리더로서 가장 좋은 케이스이겠죠. 하지만, 실력과 자신감을 함께 갖춘 리더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리더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지배적 성향을 지닌 리더가 집단의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경영자가 눈여겨 봐야 할 대목입니다. 자신감이 충만한 직원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고 그렇지 못한 직원의 능력은 과소평가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보는 눈'이 자신감과 지배적 성향에 휘둘리지 않도록 경계의 끈을 놓치지 않아야겠죠. 조직의 리더를 키울 때 실력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려는 중용의 시각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면 중용은 단순하게 중간을 택하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정이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는 쪽에서 끌어 당기는 유혹을 이기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입니다.
여러분의 주위를 둘러보세요. 누가 리더입니까? 그리고 그 사람의 지배적 성향은 어떻습니까?
(*참고논문 : Why Do Dominant Personalities Attain Influence in Face-to-Face Groups? )
(*참고도서 : '보이지 않는 고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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