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머리에 뿔이 난 이유   

2011. 3.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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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도 알다시피 유태인들은 오래 전부터 유럽인들의 질투와 미움의 대상이었습니다. 질긴 생활력과 경제력, 독특한 종교와 신념 등이 유럽인들의 눈에는 고까워 보였나 봅니다. 아돌프 히틀러가 나타가 유태인과 집시를 절멸시켜야 하는 열등한 종족이라고 말하면서 잔인한 유태인 말살 정책을 펴기 이전부터 사람들의 마음 속에 유태인은 자신들과 다른 이상하고 불쾌한 존재로 인식되었습니다.

유태인을 처음 본 사람들은 유태인들에게 뿔이 어디에 달렸냐고 물어 볼 정도였습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이었죠. 이런 고정관념은 미술 작품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만든 모세의 조각상을 보면 머리에 뿔 두 개 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 뿐만 아니라 도나텔로 등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에도 머리에 뿔이 난 모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모세상'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이 보입니다)

모세는 바로 유태인들을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모든 유태인들의 머리에는 뿔이 달렸다고 믿게 된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고정관념이 형성된 걸까요? 모세의 머리엔 진짜 뿔 두 개 있었던 걸까요?

이런 고정관념은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습니다. 성경의 출애굽기 34장 29절부터 35절 사이에는 신과 소통한 이후 산에서 내려오는 모세의 머리와 얼굴에서 '광채가 발한다'는 식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정확히 35절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돼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이 모세의 얼굴의 광채를 보므로 모세가 여호와께 말하러 들어가기까지 다시 수건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더라 (출애굽기 34장 35절)


중세 때 이 부분을 히브리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광채나 광선을 뜻하는 히브리어 karan은 '뿔'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번역자는 광채 대신에 뿔을 택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던 겁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는 대목을 읽고는 뭔가 봐서는 안 되는 것이 모세의 머리에 있다고 생각해서 karan을 뿔로 보는 실수를 범한 듯 합니다. 

아니, 실수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번역자의 고정관념 속에는 사탄의 머리에 달린 뿔과 모세에 머리에서 빛나는 광채를 동일시했던 것일지 모르죠. 오역 하나 때문에 유태인들은 머리에 뿔 달린 존재, 사탄과 같은 존재로 오해를 받고 갖은 핍박을 받았으니 그들로서는 상당히 억울할 만한 일입니다.

많은 고정관념의 실체를 파고 들면 이처럼 아무것도 아닌 작은 실수 때문이라는 것을 종종 발견합니다. 그리고 설령 고정관념이 틀렸다는 사실이 발견되어도 쉽사리 고정관념을 버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유태인들의 머리에 뿔이 없다는 것을 눈으로 보아 왔으면서도 수천 년간 그런 고정관념이 없어지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고정관념은 한번 형성되면 그것이 틀렸다는 증거가 나와도 약화는 될지언정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가진 고정관념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그 고정관념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단어 하나를 잘못 번역한 것처럼 작은 실수 때문은 아닐까요? 잘못된 고정관념을 찾아 그것을 격파해 낸다면 보다 넓은 시야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말
8년 전에 나온 어느 경영서를 보니 손익분기점(Break Even Point)라는 말이 '도산하는 시점'이라고 잘못 번역돼 있더군요. 이런 식의 작은 번역 실수(실수가 아니라 무지일지도...)가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뿐만 아니라 엉뚱한 고정관념을 형성시킬까 우려됩니다.

(*참고도서 : '명료한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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