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다 보온병이 더 좋다   

2011. 3.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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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스티안 쿠베라는 실험경제학자는 한 가지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높은 보수를 받으면 그만큼 열심히 일을 할 거라는 통념이 과연 옳은지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도서관에서 3시간 동안 도서 목록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광고를 내고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여담인데, 심리학자나 경제학자들은 피실험자로 학생들을 자주 선택하죠. '구하기' 쉬워서 그런 모양입니다. 어쨋든...



쿠베가 광고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은 시간당 12유로였습니다. 그는 광고를 보고 찾아온 학생들을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전,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광고에서 약속한 금액대로 급여를 지급(3시간 동안 일하니 모두 36유로를 지급)하겠다고 말한 반면,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뜻밖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바로 학생들에게 7유로를 더 주기로 한 것이죠. "여러분에게 감사의 표시로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일이 끝나면 7유로를 더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왜 당초 약속한 금액보다 20%나 더 많은 돈을 주는지 이유를 분명하게 알렸습니다.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도 일을 시작하기 전에 '뜻밖의 선물'을 약속했지만 그것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7유로에 해당하는 보온병을 역시 "감사의 표시로" 주기로 했죠. 이 세 그룹의 학생들 중 어느 그룹이 가장 좋은 성과를 올렸을까요? 뜻밖의 선물이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7유로라는 뜻밖의 선물을 받은 두 번째 그룹은 첫 번째 그룹과 비슷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처음에만 반짝하다가 결국 생산성이 비슷해졌죠. 20%나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생산성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 셈입니다. 반면, 보온병이라는 선물을 받기로 한 세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다른 그룹보다 30%나 큰 생산성을 나타냈습니다. 게다가 높은 생산성은 3시간 내내 계속됐다고 합니다.

이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금전적인 보상이 별로 효과가 적다는 뜻일까요? 물론 이 실험은 일회성인 아르바이트 업무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고용 관계가 오래 지속되는 기업에 바로 투영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에 높은 보수를 받은 직원들이 계속 엻심히 일하면 이후에도 연봉이 오르고 승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그래서 금전적 보상은 효과가 없다고 쉽게 단정지을 순 없습니다.

쿠베의 실험으로부터 우리가 채택 가능한 시사점은 비금전적인 보상이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는 점입니다. 뜻밖의 선물이 학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졌는가가 중요하다는 점도 느끼게 하죠. 7유로의 돈과 7유로 짜리 보온병 중에서 어떤 것이 더 활용가치가 클까요? 당연히 7유로의 돈이 큽니다. 보온병은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선물이죠.

하지만 보온병이란 선물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볼 때 '나를 고용하는 사람이 내게 선물을 하는 의도'를 선(善)하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가 현금보다는 훨씬 큽니다. 선물을 하기 위해 뭔가 고심을 했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죠. 즉 보온병이 현금보다는 '왜 나에게 남들보다 좋은 보상을 해주는가?'란 의문에 더 충분한 답을 주는 셈입니다.

쿠베의 실험이 금전적 보상의 '효과 없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앞에서 말했지만, 돈을 많이 주면 성과가 높아진다는 생각은 반만 옳습니다. 높은 급여가 오히려 생산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회사가 원체 급여 수준이 다른 기업보다 높을 때, 회사가 원칙을 가지고 직원들의 기여에 응당한 보상을 한다기보다 시장 임금 수준이나 노조의 강력한 요구 때문에 피동적으로 급여를 인상할 때는 금전적 보상이 아무런 효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성과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서는 금전적 보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회사로부터 배려 받고 있다', '내 성과가 정당하게 인정받고 있다'란 메세지를 직원들에게 주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죠. 효과가 있어도 처음에만 '반짝'하고 맙니다. 그런 메시지를 직원들에게 전달하려면 비금전적 보상을 함께 구사해야 합니다. 비금전적 보상이라 해도 예상 가능해서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근속년수를 바탕으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비금전적 보상은 직원들로 하여금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돈만 낭비할 가능성이 큽니다. 성과가 나타날 때마다 예상 밖의 작은 선물을 해야 효과가 더 크죠.

여러분의 회사는 지금 어떤 보상을 채택하고 있습니까? 금전적 보상이 큽니까, 아니면 비금전적 보상 큽니까? 무엇이 됐든 직원들 사이에 '이런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해'라는 생각이 만연하다면 비용만 낭비하는 꼴일지 모릅니다. 예상치 못한 작은 비금전적 보상을 통해 '나는 존중 받고 있다'란 느낌을 줄 때 직원들의 가슴에 동기가 차오르기 시작하니까요.

(*참고도서 : '머니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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