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가 좋아도 낮게 평가 받는 이유   

2012. 3. 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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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 아주 더운 여름날에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서 있습니다. 그 가게는 오직 한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두 가지 용량으로 판매합니다. 하나는 10온스 짜리 컵에 8온스의 아이스크림이 담겨져 있고, 다른 하나는 5온스 짜리 작은 컵에 7온스의 아이스크림이 컵보다 높게 가득 담겨져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처럼 말입니다.
 

(출처 : Less Is Better: When Low-value OptionsAre Valued More Highly thanHigh-value Options )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두 개의 아이스크림을 구입한다면 각각 얼마에 살 용의가 있습니까?" 큰 컵에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기지 않았지만 용량으로 보면 작은 컵보다 많기 때문에 큰 겁에 컵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겠죠. 크리스토퍼 흐시(Cristopher Hsee)가 실시한 이 실험에서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모 대학교 학생들은 큰 컵에 평균 1.85달러를 지불하고 작은 컵에는 평균 1.56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흐시가 두 개의 아이스크림을 함께 보여주지 않고,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큰 컵을 제시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작은 컵만을 보여준 다음 가격을 매겨보라고 요청하자 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큰 컵만을 본 학생들은 평균 1.66달러를 내겠다고 말했으나 작은 컵만을 본 학생들은 평균 2.26달러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두 아이스크림을 함께 보며 비교할 때는 아이스크림 양에 따라 가격을 적절하게 정했지만, 둘 중 하나만의 가격을 독립적으로 매길 때는 남은 공간 없이 아이스크림이 가득 담겨져 있는가라는 느낌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큰 컵에 존재라는 '빈 공간'이 가치를 절하시키는 효과를 일으킨 겁니다.

함께 평가할 때(joint evaluation)와 따로 평가할 때(separate evaluation)의 결과가 다르다는 사실은 흐시가 실시한 추가 실험에서도 나타났습니다. 흐시는 두 가지 종류의 식기 세트를 실험참가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24개의 용기로 구성된 A세트에는 큰 접시 8개, 샐러드 그릇 8개, 디저트용 접시 8개가 있었고, B세트에는 여기에 8개의 컵과 8개의 받침접시가 더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B세트에 있는 8개의 컵 중 2개가, 8개의 받침접시 중 7개가 깨진 것들이었습니다. 두 개의 세트를 구입한다면 얼마를 지불할 용의하겠냐는 질문에 실험참가자들은 A세트에 29.70달러를, B세트에 32.03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답했습니다. B세트에 깨진 용기들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온전한 용기가 31개나 되기 때문에 A세트보다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겠죠.

하지만 A세트와 B세트를 각각 따로 보고 가격을 매긴 실험참가자들은 A세트에는 32.69달러를, B세트에는 23.25달러를 지불하겠다고 답했습니다. A세트보다 B세트의 가격을 거의 10달러나 절하시킨 이유(즉 선호가 역전된 이유)는 아이스크림 실험에서 큰 컵의 빈 공간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그릇들의 가치에 집중하기보다는 깨진 그릇들이 일으키는 불편한 느낌에 판단이 좌우됐기 때문일 겁니다. 비교 대상이 없을 때, 즉 단독으로 평가 받을 때는 '더 적은 것이 더 좋은 것이다'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흐시의 실험 결과로부터 우리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비자로부터 제품의 가치를 정당하게(혹은 실제보다 더 크게) 인정 받으려면 '아이스크림의 빈 공간'이나 '깨진 그릇'과 같은 부분이 소비자에게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여러 개의 개별 상품을 하나로 묶어 팔 때 더 많은 종류의 '그저 그런' 상품을 끼워 판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큰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유추할 수 있죠. 끼워팔기 상품은 오히려 세트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에게 덜 선택되도록 만들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이익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지도 모릅니다. 판촉 활동 시에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직원의 역량과 성과를 평가할 때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스크림 실험의 큰 컵처럼 잠재력이 크지만 실제로 드러내는 역량과 업적이 그 잠재력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들을 낮게 평가할지 모릅니다. 물론, 평가자는 직원 개개인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평가(절대평가)하지 않고 다른 직원들과 어느 정도 비교(상대평가)를 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 더 많이 담긴 큰 컵의 가격을 낮게 매긴 경우와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겠죠. 그러나 더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100퍼센트 발휘하지 못하는 직원이거나, 예년에 비해 성과가 뚝 떨어진 직원에게 평가자들은 불편한 감정을 갖지 쉽고 그에 따라 평가를 실제 받아야 할 수준보다 박하게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직원이 놀랄 만한 성과를 이번에 나타냈다면(작은 컵에 넘치도록 담긴 아이스크림처럼) 그 자체가 '기특하고 기쁜' 일이라 평가를 후하게 줄지도 모릅니다. 절대적으로 보면 전자의 직원이 후자의 직원보다 더 높은 성과를 나타냈더라도 말입니다.

식기 세트 실험에서 더 많은 그릇이 포함된 세트의 가격이 깨진 그릇 몇 개 때문에 가치가 절하된 것에서도 인사평가의 오류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하고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더라도 평가자인 팀장과 인간적으로 관계가 좋지 않다든지, 다른 직원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한다든지, 자기 주장이 강해 논쟁을 자주 일으킨다든지와 같은 몇 가지 단점들이 옳은 평가를 어렵게 만들지 모릅니다. 

평가의 객관성은 과연 달성 가능한 일일까요? 역량이 뛰어난 직원이 평가절하되고 반대로 역량이 보통인 직원이 평가절상될지 모른다는 시사점을 전달하는 흐시의 실험은 평가의 객관성은 환상이고 이제는 버려야 할 유물이라는 주장에 또 하나의 방점을 찍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참고 논문)
Less Is Better: When Low-value OptionsAre Valued More Highly thanHigh-value Op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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