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직원들을 모으면 드림팀이 될까?   

2012. 5. 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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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과 2등이 한 팀을 이룰 때와 101등과 102등이 한 팀을 이룰 때, 어떤 팀이 더 협력적인 모습을 보일까요? 1등과 2등으로 이루어진 팀이 후발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리려고 더욱 협력할까요? 101등과 102등은 어차피 힘을 합쳐 봤자 최상위 그룹을 따라갈 재주가 없기에 건성으로 협력하는 척만 할까요? 

스테판 가르시아(Stephen M. Garcia)와 동료들은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몇 가지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가르시아는 162명의 학생들에게 1위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비영리 조직의 CEO가 되었다고 가정하게 하고 2위인 업체와 전략적으로 제휴하여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상황을 그려보도록 했습니다. 학생들이 조인트 벤처 설립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두 조직이 모두 5%씩 수입이 증가하는 전략이었고, 다른 하나는 1위 조직이 7%의 수입이 증가하고 2위 조직은 수입이 25% 증가하는 전략이었습니다. 



절대적으로 본다면 두 번째 전략이 1위 조직의 수입 증가에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학생들 중 54%만이 두 번째 전략을 택했습니다. 상황을 바꿔, 학생들에게 업계에서 중간 정도의 위치를 점하는 101위 조직의 CEO라고 가정하게 하고 102위의 조직과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전략을 선택해보라고 하니, 79%의 학생들이 두 번째 전략(우리 7%, 상대방 25%)을 취했습니다. 비교를 위해 랭킹 정보를 일러주지 않은 대조군 학생들은 86%가 두 번째 전략을 선택했죠. 이는 상위자끼리 묶인 팀이 중간 순위자끼리 묶인 팀보다 상대적으로 비협력적일 가능성이 큼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가르시아는 후속실험에서 학생들에게 9위 업체의 CEO라 가정하게 하고 10위 업체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또. 비교를 위해 209위 업체의 CEO라고 생각하고 210위 업체보다 얼마나 경쟁력이 있냐고도 질문했죠. 그랬더니 두 번째 경우보다 첫 번째 경우에 자신의 조직이 상대방 조직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아래 순위의 업체가 자신의 조직보다 높은 랭킹을 차지하면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 같냐는 질문에도 9위 업체의 CEO를 맡은 학생이 209위 업체의 CEO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 같다고 답했죠. 상위에 랭크될수록 자신이 바로 아래 순위의 업체보다 더 경쟁력을 갖췄다고 여기며, 사회적인 비교에 의한 고통을 크게 느낀다는 의미입니다.

이번에는 학생들에게 포커 게임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선수라고 가정하게 하고 결승전을 치를 때 바로 아래 순위의 선수와 팀을 이룰지, 아니면 혼자 경기를 할지 결정하게 했습니다. 가르시아는 학생들에게 팀을 이루면 '나'의 상금은 10% 증가하고 상대방의 상금은 25% 증가할 것이고, 혼자 경기를 하면 '나'와 상대방이 똑같이 5%씩 상금이 증가할 거라고 알려줬습니다. 가르시아는 학생들에게 각각 랭킹이 3위, 6위, 12위, 24위라고 알려주고, 각각 4위, 7위, 13위, 25위인 상대방과의 팀 결성 여부를 물었습니다. 

그 결과, 학생에게 부여한 랭킹이 높아질수록 혼자 경기에 임하겠다는 대답이 많았습니다. '3위 : 4위' 조건에서 팀을 이루겠다는 대답은 20%에 불과했던 반면, '24위 : 25위' 조건에서는 70%나 팀에 참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랭킹이 최상위에 가까워질수록 라이벌과의 경쟁을 더욱 의식하기에 혼자서 주도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나타내는 결과였습니다. 성과의 향상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말았죠.

가르시아가 수행한 일련의 실험은 최상위 랭킹에 가까이 갈수록 사회적 비교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라이벌(순위가 한 단계 아래인)과 비협조적이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최고의 실력을 보이는 직원들을 한 팀에 모아 소위 '드림팀'을 조직하면 어떤 양상이 벌어질까요? 이 팀이 산출하는 성과물의 양과 질을 떠나 팀원들 간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가르시아의 실험이 보여줍니다. 구성원 간의 협력이 집단의 성과 달성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드림팀의 성과물은 애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리라 짐작됩니다. 

실력이 월등하게 뛰어난 직원들은 가능하면 단독으로 기획하고 실행을 주도할 수 있는 독립적인 임무를 부여하고, 팀워크가 요구되는 임무는 '중간 랭킹'의 직원들을 고루 섞은 팀에게 맡기는 것이 불필요한 내부경쟁을 줄이고 협력을 통해 집단의 성과를 높이는 길이 아닐까요? 랭킹이 최상위에 근접할수록 경쟁심이 강화되고 사회적 비교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한다면 말입니다. 드림팀은 사실 드림팀이 아닐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Ranks and Rivals: A Theory of Compet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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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내에서 발견되는 각종 오류들   

2012. 5. 1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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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회사를 다니다가 컨설턴트 일을 한 지 이제 14년 가량이 됐습니다(아니 벌써!). 그 동안 여러 기업을 보면서 '이건 좀 이상하다'고 느낀 경영상의 오류들이 많습니다. 제가 발견한 오류가 경영의 모든 오류를 포괄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래의 내용들은 직장을 다니는 분들이라면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간혹 아프게 꼬집는 오류가 있더라도 '잘해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겠네요.

여러분도 추가하고 싶은 오류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나중에 혹시 이 글을 책에 싣게 되면 출처를 밝히고 여러분이 제시한 오류를 넣겠습니다. 저도 더 생각나면 계속 추가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인력의 오류' : 사장님 눈에는 인력이 남고, 직원들 눈에는 인력이 모자르다. 항상.


'경쟁의 오류' : 경쟁사와 경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직원들을 서로 경쟁시킨다. 내부경쟁이 외부경쟁력을 높인다고 착각한다.


'운영전략의 오류' : 그저 운영인데 거창하게 '전략'이란 말을 갖다 붙인다. 누구와 운영을 놓고 싸우는데?


'가격 협상의 오류' : 한번 거래를 트면 계속 이어지니 가격을 깎아 달라고 말한다. 물론 그 다음 거래는 없다.


'업무공유의 오류' : 공유할 마음이나 필요도 없으면서, 문제만 생기면 업무공유가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회식의 오류' : 윗사람만 좋아한다.


'등산의 오류' : (특히 사장님) 자신이 등산 좋아하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줄 안다.


'핵심인재의 오류' : 우리 회사에서 핵심인재라고 뽑힌 자들은 업계 최고가 아니다. 우리 회사에서도 최고가 아니다.


'예산의 오류' :예산을 아끼면 욕 먹는다. 그리고 다음엔 깎인다.


'위기 관리의 오류' :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한 사람은 보상 받지 못한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보상은 나쁜 일이 일어난 후에 수습한 사람이 받는다.


'확판의 오류' : 고객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판다. 직원들에게 팔아오라고 할당한다.


'비전의 오류' : 어느 날 갑자기 선포된다. 액자로 걸리고 홈페이지에 오른다. 직원들은 바로 잊는다.


'사장님 비서의 오류' : 많이 논다. 하지만 자를 수 없다. 그들은 '신성한 소'이므로.


'회의록의 오류' : 문제가 생길 때만 찾아본다. 회의록을 항상 말단이 쓰는 이유가 있다.


'신년사의 오류' : '금년'이 위기가 아닌 때가 없다.


'보고서의 오류' : 보고서의 생존기간은 보고서가 처음 만들어진 후부터 보고가 완료되기까지이다.


'이면지의 오류' :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이면지를 찾는다. 그러면서 왜 꼭 종이로 봐야 하는지 생각하지 않는다.


'리모콘의 오류' : 빈 자리가 있으면 버튼을 추가하려 한다. 1년에 한 번 쓸까말까한 기능으로.


'혁신의 오류' : 그저 개선을 혁신이라 부른다. 아니, 개선이든 개악이든 새로 만들었다 해서 혁신이라 부른다.


'칭찬의 오류' : "잘했어. 하지만....", "훌륭한 보고서야.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야. 하지만..." 칭찬 듣는 사람의 마음엔 '하지만'만 남는다.


'윤리경영의 오류' : 오직 직원들만 지켜야 한다. 회장님과 사장님은 예외다.


'근태관리의 오류' : 지각 출근만 뭐라한다. 야근은 뭐라하지 않는다.


'사업타당성 분석의 오류' : 그 사업을 '하는 방향'으로 분석한다. 사장님이 알아보라고 했기에.


'대안의 오류' : 2안은 항상 1안보다 못하다.


'IT의 오류' : IT시스템이 많아질수록 업무량이 많아진다. 기대와 반대다.


'임원회의의 오류' : 임원회의 준비를 위한 회의를 한다. 정기 임원회의는 이메일로 대체해도 별 문제 없다.


'교육의 오류 1' : 교육을 안 시켜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육 갔다 와도 달라지는 건 별로 없다.


'교육의 오류 2 : 일 잘해서 바쁜 사람보다 한가한 사람이 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


'팀장 선임의 오류' : 한번 팀장이면 계속 팀장이다. 팀장이 팀원이 되는 법이 없다.


'컨설팅의 오류' : 종종 컨설턴트를 교육시켜 준다.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동기부여의 오류' : 팀장이 팀원에게 동기부여하라고 한다. 팀장은 누가 동기부여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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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저지를 죄가 과거의 죄보다 나쁘다?   

2012. 5. 1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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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직원이 자신의 인사평가 점수를 높일 목적으로 받지도 않은 교육을 받았다고 하고 완료하지 않은 과제를 훌륭하게 완성했다며 평가 근거 자료를 조작했다면, 그리고 상사가 그 직원에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 좋은 평가 점수를 주었다면, 여러분은 어떤 감정이 들까요? 당연히 부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려 한 직원을 비난하고 벌을 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이 직원의 조작 행위가 과거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미래에 그 직원이 저지를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상상할 경우에는 어떨까요? 여러분은 과거의 잘못에 제제를 가하는 정도로 그 직원이 미래에 저지를 잘못을 벌 주고자 할까요? 쉽게 말해, 과거의 조작 행위에 1개월 감봉 조치를 내렸다면, 미래에 저지를 잘못에는 그보다 더 무거운 벌(예컨대 감봉 3개월)을 가하고자 할까요, 그보다 가벼운 벌을 주려 할까요? 아니면, 과거에 일어났든 미래에 일어날 것이든 동일한 수준으로 벌을 줄까요?



시카고 대학의 자카리 번스(Zachary C. Burns)와 동료들은 어떤 일이 과거에 일어났다고 아는 경우와 미래에 일어날 것이라고 들은 경우, 사람들이 각 경우에 대해 행위자의 '고의성'을 어떻게 평가할지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수행했습니다. 먼저 번스는 472명의 학생들을 모집하여 가상의 상대방과 주사위 게임을 벌여 돈을 따는 상황을 상상하라고 주문했습니다. 학생들은 상대방이 주사위를 던진 결과에 따라 상금을 받을 수도 돈을 잃을 수도 있었죠. 게임의 규칙은 이랬습니다. 상대방이 주사위를 던져 1, 2, 3, 4가 나오면, 학생과 상대방은 똑같이 5달러를 나눠 갖기로 했죠. 상대방의 던진 주사위 수가 5이면 상대방이 10달러를 가지고 학생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반면, 6이면 학생만 10달러를 딸 수 있었죠.

번스는 학생들 중 절반에게는 이 게임이 어제 벌어진 일이라고 상상하게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내일 이 게임을 할 거라고 상상하게 했습니다. 그런 다음 상대방이 던진 주사위가 학생들에게 불리한 숫자인 5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상황을 머리 속에 담도록 한 후에 번스는 학생들에게 주사위를 던질(혹은 던졌던) 상대방의 고의성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이 내일 벌어질 거라 상상한 학생들이 과거의 게임을 상상했던 학생들보다 상대방의 고의성이 더 짙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사위 게임은 상대방과 학생이 돈을 딸 확률이 공평한데도 미래에 벌어질 일이라고 상상하면 상대방이 모종의 조작을 취할 거라 의심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번스는 이 사실을 더 확인하기 위해 세무 당국에서 소득세 환급을 잘못 정산한 이유들이 나열된 글을 학생들에게 읽도록 하고 세무 담당자의 고의성에 대해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번스는 학생들 중 절반은 세금 환급 마감일인 4월 15일 전에, 나머지 절반은 그 이후에 실험에 참가시켰습니다. 세무 당국의 잘못된 정산을 미래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 학생들(4월 15일 이전에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과거에 저질러진 잘못이라고 안 학생들에 비해 세무 담당자의 고의성이 짙다고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부정한 일이라고 봤습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중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남편에게 약을 잘못 준 바람에 심장 발작을 일으키도록 한 여인의 이야기를 예로 든 후속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래의 일이라고 상상한 학생들이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고 들은 학생들에 비해 보험금을 받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려 한 고의성이 크다고 답했고, 여인에게 더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역시 미래에 저지를 부정적인 행위의 고의성을 높게 보고 그에 따라 중한 벌을 내리려 하는 경향이 발견된 것입니다. 미래에 일어날 일은 불확실하고 아직 고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행위자의 고의성이 깊게 관여할 여지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겁니다.

제도를 설계할 때마다 염두에 두는 것 중 하나가 제도의 내용을 어기거나 제도의 헛점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어떤 제재를 내려야 하는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제도의 특성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제도의 내용보다는 제제 방안의 비중이 더 큰,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상하게도 강제성이 강한 제도를 폐기하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제도로 변경할 때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비용 지출 규정이 지나치게 시시콜콜하고 복잡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일정 금액 내에서 비용 승인자와 집행자의 재량에 맡기는 제도로 변경할 때, '만약 ~할 경우 이렇게 제재한다'는 식의 규정들이 덕지덕지 붙곤 합니다. 자율성을 인정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가 되기도 하죠. 또한 자율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논리에 따라 그 제제의 수준도 과거 제도보다 더 강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제도를 어겨 벌을 가하려고 할 때는 제도에서 정한 수준보다 관대한 조치를 내리려 한다는 점을 번스가 수행한 일련의 실험이 보여줍니다. 동일한 잘못도 과거에 저지른 것이라고 들으면 행위자의 고의성을 적게 평가하고 '그에게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그가 잘못한 게 아니라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을 거야'라고 '정상 참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여러분의 조직에서 가끔 열리는 상벌위원회의 의결이나 여러분이 속한 팀이 다른 팀에게 가하는 제제를 살펴보면 애초에 문서로 정한 수준보다 낮게 적용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시각을 넓혀 사법부가 화이트 칼라 범죄자에게 내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이라는 일관된(?) 형량을 봐도 그렇죠. 물론 제도로 정한 벌칙은 상한값이기 때문에 적용할 때는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행위자에게 벌칙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할지 모릅니다.

미래에 저질러질지 모를 잘못에 대해 벌칙을 정할 때와 정해 놓은 벌칙을 행위자에게 적용할 때, 그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조직 내 구성원이 알게 모르게 인식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이런 경향은 제도가 의도한 대로 진행되거나 지켜지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일지 모릅니다. 번스의 실험은 우리에게 제도를 설계할 때 제제의 방법과 내용을 정하는 데 힘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려주는 걸까요, 아니면 정해진 벌칙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걸까요? 둘 중 무엇을 시사점으로 채택할지는 여러분의 운영 철학이 자율과 통제 사이의 스펙트럼 상 어디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겁니다.

어느 지점에 방점을 찍든지 간에 오늘은 여러분이 설계한 제도의 '벌칙 부분'을 세심히 살펴보기 바랍니다.


(*참고논문)
Predicting Premeditation:Future Behavior Is Seen as More Intentional Than Past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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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을 많이 해야 승진이 잘 된다?   

2012. 5. 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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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야근을 하는 이유를 질문하면 완료해야 할 일이 밀려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많습니다. 개인이 담당해야 할 업무의 양이 많은 이유는 기업들이 잉여인력을 떠안지 않기 위해 웬만하면 인력을 충원하지 않거나 사람이 할 일을 정보시스템으로 대체하려고 하기 때문일 겁니다. 정보시스템이 확산되고 일반화되면서 오히려 일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야근을 하지 않고 칼퇴근하면 평가를 낮게 받을 뿐만 아니라 승진도 잘 안 된다'라는 솔직한 대답도 제법 자주 나옵니다. 집에 일찍 가면 열심히 일하지 않거나 회사와 팀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직원으로 낙인 찍혀서 평가 때나 승진 심사 때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직원들에게 평가 점수를 부여하고 승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리자들에게 어떤 직원에게 높은 점수를 주거나 지지하냐고 물으면, 야근보다는 업무의 질이 훌륭한 직원이라고 답합니다. 늦게까지 남아서 일한다고 해서 결과물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일의 양보다는 일의 질이 중요함을 강조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관리자들이 직원을 평가하거나 승진을 결정할 때 밤늦게까지 남아서 일하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보느냐가 중요한 요소라는 르네 랜더스(Renee M. Landers)의 연구 결과는 관리자들의 이런 말들이 위선일 수 있음을 아프게 꼬집고 있습니다. 



랜더스는 변호사들로 이루어진 로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변호사가 윗사람에게 늦게까지 남아 일하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보여주냐가 '파트너'로 승진하는 데에 중요한 변수임을 밝혔습니다. 연구 대상으로 로펌을 선택한 이유는 직급 구조가 간단하고(어소시에이트-파트너), 파트너로 승진하면 이익 배분금으로 거액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기에 변호사들의 승진욕이 상당히 내재됐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랜더스는 먼저 복잡한 수학 방정식을 통해 야근이 승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이 수학 모델은 복잡하고 또 어렵기에 이 글에서 소개하지는 않겠습니다). 어소시에이트들이 승진을 위해 가능한 한 오래 일하려는 상황으로 '평형'을 이룬다는 것이 이 수학 모델의 결론이었죠. 이후 그는 실제로 존재하는 로펌 두곳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수학 모델이 제시한 의미가 옳은지 검증하기로 했습니다. 

변호사(어소시에이트)와 파트너에게 '업무의 질'이 승진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거의 모두 강한 동의를 표했습니다. 헌데 '야근이 업무의 질을 평가하는 지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예상대로 두 그룹 모두 별로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야근이 업무의 질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데 두 그룹 모두 같은 생각이었던 거죠. 또한 두 그룹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승진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야근이 충성심을 가리키는 지표라고 그다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파트너 그룹은 변호사 그룹보다 야근과 충성심의 관계가 낮다고 봤습니다. 

이런 설문 결과는 해석하기가 약간 모호합니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필요할 때 기꺼이 야근하는 것'이라는 또 다른 요소를 승진에 매우 중요하다고 여겼다는 점에서 볼 때, 어소시에이트가 보이는 업무의 질을 올바로 측정하기 어렵다면(업무의 질적 요소는 항상 평가하기 어렵기 마련이죠) 야근이야말로 승진에 결정적인 요소로 떠오른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랜더스는 가상의 인물에 대한 글을 파트너들에게 보여주고 그 사람의 승진에 얼마나 지지할지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야기 속 인물은 야근은 물론이고 필요하면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열심히 일하는 변호사로 그려져 있었죠. 하지만 새로운 의뢰인을 끌고 오는 능력은 약했습니다. 파트너 중 33퍼센트가 이 인물의 승진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인물이 육아로 인해 정시 퇴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이야기를 덧붙인 다음에 물어보니 강하게 지지한다는 의견은 17.5퍼센트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번엔 의뢰인을 끌고 오는 능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이야기를 바꾼 후에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인물이 야근을 많이 하는 인물로 그려질 때 파트너들은 59퍼센트의 강한 지지를 보였지만, 칼퇴근하는 사람으로 소개될 때는 그 지지율이 37퍼센트로 뚝 떨어졌습니다. 이는 동일한 조건이라면 어소시에이트의 야근의 여부나 정도가 파트너 승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비록 로펌을 대상으로 한 연구지만, 랜더스의 연구는 일반기업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연구는 다른 업무 조건이 동일할 경우, 그리고 평가를 신뢰할 수 없다든지 업무가 복잡하여 질적 요소를 올바로 측정하기가 어려운 경우, 회사에 남아 오래 일하는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승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윗사람에게 자신의 승진을 어필하기 위한 도구로 업무의 질보다는 업무의 양, 즉 야근을 선택하려는 동기가 매우 크다는 점을 또한 시사합니다. 저녁 6시가 넘어도 퇴근하지 않는 까닭은 일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야근이 평가와 승진에 유리하다는 점을 은연 중에 깨달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랜더스는 이러한 심리가 극심한 생존경쟁(Rat Race)을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쥐들의 경주'는 로펌과 같은 전문가 집단 뿐만 아니라, 일반기업 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도 역시 나타납니다. 경쟁이 극심할수록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인데, 이때 야근은 다른 사람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어필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도구가 됩니다. 야근은 직원 개인의 건강 측면과 조직의 생산성 측면에서 모두 바람직하지 않지만, 승진할 자리가 부족하고 차등 보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애석하게도 이러한 역선택(Adverse Selection)은 더욱 강화됩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는 야근의 회수와 시간이 승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칩니까? 만일 그 영향이 크다면, 여러분은 '쥐들의 달리기'에 이미 참가 중이고 그 때문에 차차 burn-out될지 모릅니다.


(*참고논문)
Rat race redux- Adverse selection in the determination of work hours in law fir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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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면 자원봉사를 더 많이 할까?   

2012. 5. 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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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는 말 그대로 자신이 원해서 노동력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자원봉사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미국에는 총 고용인구 중 6.8%(1990년 기준)가 자원봉사자일 정도입니다. 2011년에 기획재정부에서 발간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자 비율은 OECD 28개국 가운데 16위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런 의문이 듭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한다면 좀더 많은 시간을 봉사하지 않을까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원봉사자가 되려면 자원봉사로 인한 기회비용을 감내해야 합니다. 자원봉사 시간 동안 돈을 못 버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죠. 자원봉사자들에게 기회비용의 일부를 보전해 준다면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좀더 많은 봉사 시간을 끌어낼 수 있고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 논리적인 추론입니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요?



취리히 대학의 브루노 프레이(Bruno S. Frey)와 로렌쯔 괴테(Lorenz Goette)는 1997년에 실시된 '스위스 노동력 조사' 데이터를 확보하여 금전적 보상과 자원봉사 간의 관계를 분석했습니다. 정치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기관 등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데이터를 추출해 보니 약 20퍼센트의 자원봉사자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고 있었습니다. 

보상을 받지 않는 그룹은 한 달에 14시간을 자원봉사에 투여했지만, 한 달에 50스위스프랑 이하를 받는 그룹의 자원봉사 시간은 월 평균 12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 돈을 지급했음에도 오히려 자원봉사 시간이 줄어든 것입니다. 프레이와 괴테는 추가 분석을 통해 14시간의 자원봉사 시간(돈을 안 주고도 확보할 수 있었던 시간)을 보상으로 확보하려면 적어도 75프랑 이상의 돈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반면 월 50스위스프랑 이상을 받는 그룹은 21시간을 자원봉사에 쏟았습니다. 이는 보상을 더욱 높이면 자원봉사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상 없이도 14시간의 자원봉사를 확보할 수 있는데 50프랑 이상의 보상이 과연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프레이와 괴테는 덧붙입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의 중간값 수준에서 볼 때 보상이 자원봉사 시간을 줄인다는 점은 분명했죠. 프레이와 괴테는 보상으로 인해 4시간 가량 자원봉사 시간이 줄어든다고 최종적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보상이 내적동기를 갉아 먹는다는, 소위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는 자원봉사자들에게서도 여실히 나타난다는 점을 이 연구 결과가 보여줍니다. 열심히 일하려는 욕구는 돈이 아니라 충만한 내적동기(intrinsic motivation)에서 나온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무언가를 장려하기 위해 돈이라는 손쉬운 도구를 사용하려는 안일함을 버릴 수 있을 겁니다.


(*참고논문)
Does Pay Motivate Volunt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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