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POSCO)는 직원들의 금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2008년에 30퍼센트였던 흡연율이 거의 제로에 도달했다고 말합니다. 정준양 회장이 직접 나서서 직원들이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 금연 여부를 진단 받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웅진그룹도 불시에 소변검사와 모발검사를 실시하여 금연 여부를 확인한다고 알려져 있죠.1) 직원들의 건강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것이 이 기업들이 내세우는 이유일 겁니다.
하지만 야근에 대해서는 말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은행의 김중수 총재처럼 “젊었을 때 일을 안 하면 아주 나쁜 습관이 들어서 그 다음에 일을 하나도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야근은 축복인 것이다.”라고 말하며 야근을 개인의 경쟁력과 동일시하는 경영자들이 많죠.2) 흡연과 야근 중 무엇이 조직의 지속가능한 역량과 성과를 갉아먹는 진짜 주범일까요?
수면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하버드 대학의 찰스 짜이슬러(Charles A. Czeisler)는 밤을 새우며 업무에 몰두하는 모습을 권장하고 그것을 미화하는 말은 술을 마시며 만취한 채 일하는 모습을 미화하는 말과 같다고 꼬집습니다.3) "24시간 한숨도 자지 않거나 1주일 동안 하루에 4~5시간 밖에 자지 않으면, 혈중 알코올 농도 0.1퍼센트에 해당하는 신체 장애가 나타납니다.”
짜이슬러는 적어도 24시간 연속으로 줄곧 일하는 병원의 인턴 의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들이 자신도 모르게 메스나 주사 바늘로 자신을 찌를 확률이 61퍼센트나 증가하고 자동차 충돌 사고를 일으킬 확률이 168퍼센트나 높아지며 일촉즉발의 상황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무려 460퍼센트나 증가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연일 계속되는 야근이 생산성의 향상은커녕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짜이슬러는 음주, 흡연, 성희롱 등에 관한 기준만 마련할 것이 아니라 수면에 관한 행동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의 조언에 따르면, 적어도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지 않도록 하고 절대로 16시간 이상(아침 8시에 출근하여 밤 12시에 퇴근) 연속으로 근무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루에 11시간 이상은 휴식을 취해야 하며, 일주일에 60시간 근무도 지양해야 합니다.
"어떤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일찍 퇴근시키면 어차피 밖에 나가 술 마시며 노느라 잠을 자지 않을 것이 뻔하다고 말합니다. 책임감 없는 일부 직원들은 그렇게 하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주일에 100시간씩 일하게 하면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회사 문화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짜이슬러는 말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야근을 계속해야 한다면 회사에서 그 후의 휴식을 충분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직원 개인의 건강과 회사의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서 말입니다.
기계를 가혹하게 사용하면 반드시 그 후에는 운행을 중단하고 충분히 정비해야 한다는 말은 상식에 속합니다. 그렇다면 일을 가혹하게 한(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후에도 쉬지 말고 계속 일할 것을 권장하는(은연 중 혹은 직접적으로) 문화는 과연 상식적인 문화일까요? 요즘 '스마트'라는 말이 유행하다보니 직원들에게도 스마트하게 일하라고 주문하는 모양입니다. 첨단기기와 시스템을 제공한다고 해서 직원들이 스마트 워커(smart worker)가 되지는 않습니다. 혹자들이 유행에 편승하여 운운하는 '스마트 경영'은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직원들이 누구나 가진 두뇌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도록 독려하는 데 있어 '충분한 수면 보장하기'만큼 스마트한 전략도 없습니다.
젊은 직원들에게 '야근은 축복'이라고 말하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발상은 이제 그만두어야 할 때입니다. 이제 야근은 축복이 아니라 음주운전이나 성희롱 같은 사회악이라고 인식해야 할 때입니다.
(덧불이는 그림)
우리나라가 1등을 놓치지 않는 부문!
(*참고문헌)
1) 독한 회장님들?..”금연해야 승진” 은근협박, 뉴시스, 2012년 4월 8일
2) 김중수 총재 “젊을때 일 안하면 습관 나빠져… 야근은 축복”, 동아일보, 2012년 9월 17일
3) Bronwyn Fryer, <Sleep Deficit: The Performance Killer>, Harvard Business Review(on-line version), Nov. 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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