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이 월등한 직원과 한 팀으로 조직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느낌일 것 같습니까? 그 직원을 보고 배울 수 있을 거라 생각 들까요? 아니면 왠지 위축되고 피하고만 싶을까요?
크리스테나 클리브랜드(Christena Cleveland)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사전에 '작전'을 모의한 2명의 공모자들과 1명의 실험 참가자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애너그램 문제(철자가 섞인 단어의 원단어를 맞히는 문제)를 풀게 하는 과제를 수행토록 했습니다. 공모자들은 이미 어떤 단어인지 알고 있었기에 참가자보다 애너그램 실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참가자에게 인식시킬 수 있었습니다. 참가자부터 시작해서 12초 안에 답을 큰 소리로 말하면 공모자가 이어서 자기 문제를 풀고 역시 큰 소리로 말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클리블랜드는 공모자에게 참가자가 알아 맞히는 데 걸린 시간의 절반만을 써서 문제를 맞히라고 지시했습니다. 앞서 참가자가 10초 만에 답을 말하면, 5초 만에 자신의 답을 말하도록 한 것이죠.
클리브랜드는 각자 누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맞히는지 경쟁하는 조건('개인 조건')으로 게임을 진행하도록 하고, 참가자와 공모자들이 한 팀이 되어 팀 점수를 합산해 보상하는 조건('단순 팀 조건')으로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애너그램 게임에 들어가기에 앞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팀 빌딩 활동을 하도록 한 다음에 실험에 임하도록 했죠('친밀한 팀 조건').
참가자들의 몸에는 혈압, 심근 수축 정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부착되었습니다. 각 실험 조건에서 참가자들이 애너그램 실력이 월등한 공모자를 접하고 느끼는 '위협'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어떤 조건에서 참가자들은 가장 큰 위협을 느꼈을까요? 세 명이 서로 경쟁하는 '개인 조건'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압박을 받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애너그램 게임에 참여하기 전에 팀 빌딩 활동을 거치면서 '심리적 친밀감(Psychological Closeness)'을 쌓았던 '친밀한 팀 조건'의 참가자들이 같은 팀 내의 공모자들에게서 큰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순 팀 조건'일 때 참가자들은 압박을 가장 덜 경험했습니다.
우리는 보통 실력이 월등한 사람과 한 팀을 이루게 하면 다른 팀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 잘하는 친구'를 보며 배울 수 있을 거라 가정하죠. 하지만 클리브랜드의 실험은 오히려 '하이 퍼포머'와 팀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심리적 위축을 가져온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팀 빌딩 활동을 통해 서로에 대해 친밀감을 가질 때 '사회적 비교'에 의한 심리적 위축이 더욱 강화된다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나와 모르는 사람이 뛰어난 성과를 거둘 때보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놀라운 일을 이루었을 때가 심리적으로 더 충격을 준다는 뜻이죠. 모르는 사람이 땅을 사는 것보다 '사촌'이 땅을 살 때 더 배가 아프듯이 말입니다.
물론 그러한 심리적 위축이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동기로 승화될 수도 있죠.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하이 퍼포머와 한 팀을 이루는 것이 효과적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클리브랜드의 실험은 모르던 사람끼리 최근에 팀을 이룬 경우에 한정되어 있고 실제 성과(애너그램 성적의 변화)를 추적한 것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으니 말입니다.
클리브랜드의 실험은 조직에서 TFT를 구성할 때 하이 퍼포머를 참여시키는 것이 다른 팀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지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정도로 갈무리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TFT를 구성한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려면 실력이 서로 엇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으는 것이 더 나을지 모릅니다. 적어도 하이 퍼포머가 평균적인 직원들에게 무조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생각을 의심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참고논문)
Christena Cleveland, Jim Blascovich, Cynthia Gangi, Lucie Finez(2011), When Good Teammates Are Bad: Physiological Threat on Recently Formed Teams, Small Group Research, Vol.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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