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셔도 잠만 잘 오는 이유는?   

2015. 2. 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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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12만톤의 커피를 수입하는 세계 6위의 커피 소비국이다. 전국적으로 약 2만개의 커피전문점이 성업 중인데, 도심의 거리를 걸으며 한집 건너 하나씩 있는 커피숍들을 보면 바야흐로 ‘커피 천국’임을 실감한다. 커피를 둘러싼 몇 가지 궁금증들을 과학으로 알아보자. 


가장 일반적인 의문, 커피를 마시면 왜 잠이 잘 오지 않을까? 알다시피 커피에 약 1.5% 가량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 때문인데, 커피 색깔 탓에 카페인 역시 짙은 갈색일 것 같지만 결정 상태의 순수한 카페인은 백색이다. 몸이 피로해지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생성되는데, 아데노신이 신경세포의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경세포의 활동을 둔화시키고 졸음이 오도록 만든다. 이것은 수면을 통해 아데노신의 농도를 감소시키고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자연스런 과정이다. 



문제는 카페인의 분자구조가 아데노신과 유사해서 아데노신 대신 수용체와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신체는 피로를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활력이 회복된 줄 착각한다. 또한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높이고 간의 혈당 분비를 자극해 근육에게 운동하기 좋은 상태로 각성시킨다. 이 때문에 커피를 마시면 잠이 달아나 버린다.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라 해도 카페인이 10mg 정도(일반커피의 1~3%) 함유돼 있기 때문에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은 잠을 설친다.


커피를 못 마시면 불안감을 느끼는 ‘커피 중독’ 증세는 거짓으로 피로를 풀었기에 더 많은 카페인을 몸이 요구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또한 카페인 중독은 ‘마약에 가볍게 중독’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카페인은 마약 성분이자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분비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데, 도파민은 다시 신경세포를 흥분시켜 쾌감을 높인다. 어떤 측면에서 “시간 있으면 저와 커피 한 잔 할까요?”라고 이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 고전적인 멘트는 나름 과학적인 효과가 있는 셈이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커피 마셔도 잠이 잘 오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CYP1A2라고 불리는 카페인 분해 효소가 간에서 많이 분비되거나 소변을 통해 카페인 배출이 잘 되는 경우에 해당된다. 하버드 대학 메릴린 코넬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커피와 관련된 유전인자를 대부분 가진 사람일수록 커피를 많이 마셔도 수면에 문제가 없기에 하루 4~5잔은 거뜬히 마신다고 한다. 몸으로 들어온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려면 보통 6시간이 걸리는데, 이들은 그보다 빨리 카페인을 배출한다.




하도 커피 소비가 많다 보니 ‘몸에 좋다 나쁘다’ 의견이 분분하다. 커피를 마시면 이뇨작용이 활발해져서 체내 수분이 감소하는데 이 과정에서 커피 한 잔 당 4~6mg의 칼슘이 빠져 나간다. 골다공증에 취약한 폐경기 여성이거나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골다공증이 생기거나 고관절 골절의 위험이 있으니 커피를 마신 후에 칼슘이 많은 음식을 꼭 섭취해야 한다. 


또한 커피는 철분과 아연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빈혈 환자, 신경기능 또는 생식기능 이상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식사 후에 커피가 당기는 까닭은 커피가 위액 분비를 왕성하게 하여 소화를 촉진시키기 때문인데, 빈 속에 커피를 자주 마시면 과도한 위액으로 위벽이 손상되고 위궤양이 발생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커피가 만성 스트레스, 주의력 결핍증, 알츠하이머병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는 터라 마냥 커피를 유해하다고만 볼 수 없다. 특히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과 폴리페놀 등의 성분이 간암, 뇌종양, 피부암 등의 예방에 좋다는 연구들은 커피 애호가들을 흐뭇하게 만든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갖추거나 핸드드립으로 추출해서 마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맛있는 커피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는 뜻이리라. 가장 맛있는 커피를 과학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미국 커피양조센터에서 수년간 커피맛 감별사들을 통해 실험한 결과, 최적의 커피 농도는 1250ppm이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원두에서 물에 녹는 성분은 28% 가량인데, 모두 추출하는 것보다 16~22%만 녹여내야 맛과 향이 우수하다고 한다. 과하게 추출하면 오히려 맛이 텁텁해진다는 이유다. 


그래도 무엇보다 가장 맛있는 커피는 추운 겨울날 방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는 커피가 아니겠는가? 낮은 기온이 커피의 향이 흩어지는 걸 막아줄 테니 말이다. 창밖에 눈이 내리면 그 향은 더욱 그윽할 것이다.



(*본 글은 월간 샘터 2월호(2015년)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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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만족도를 측정하는 간단한 방법   

2015. 2. 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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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7일부터 2015년 2월 4일까지 페이스북 등 SNS에 남긴 저의 짧은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2015년도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가 버렸네요. 연초에 세운 계획,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만일 작심삼일에 그쳤다면 새로 마음을 다잡기보다는 왜 작심삼일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먼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직원만족도를 간단히 측정하는 방법]


- 직원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 수십 개의 설문 문항을 돌린다. 그럴 필요 없다. 다음의 세 개 문항이면 충분하다('동의' 여부를 5점 척도로 질문).


(1) "우리 회사는 나를 배려하는 회사다"

(2) "우리 회사는 내가 믿을 수 있는 회사다"

(3) "나는 기꺼이 다른 이들에게 우리 회사의 좋은 점을 소개한다"





[개인에게 드리는 조언]


- 목표가 많은 사람은 불행하다.


- 세상에서 가장 실행하기 쉬운 일은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일이다.


- 열정이 안 생긴다며 지금의 일이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하고픈 말. "버티기라도 해봤는가?" 버티기가 곧 열정이다.


- 열등감의 가장 친한 친구는 게으름이다.


- 무언가를 배울 때 배울수록 어렵다고 푸념한다. 쉬우려고 배우는 게 아니다.


-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은 알고 보면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다.



[연말이면…]


- 많은 사람들이 새해 다짐을 위해 동해 일출을 보고 설산의 정상에도 오른다. 하지만 그런 이벤트 자체론 목표에 한발자국도 다가서지 못한다는 점만 염두에 두자.


- 연말이면 꼭 이런 고민하는 직장인들 있다.


1. 공부할까?(MBA나 갈까?)

2. 사업이나 할까?(커피숍 할까?)

3. (특히 여자들) 결혼이나 할까?

4. (특히 남자들) 이직이나 할까?

5. 이민 갈까?



[묻지 마라]


1.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지 마라.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를 물어라.


2. 회사 그만두고 뭘 해야 하는지를 묻지 마라. 왜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지를 고민하라.


3.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를 묻지 마라. 사람들에게 나를 어떻게 생각하도록 만들지를 고민하라.





[리더에게 드리는 조언]


- 경영자에게 무언가를 조언하면 다 해봤다고 한다. 상투적인 것 말고 새로운 건 없냐고 한다. 그러나 경영의 핵심은 상투적인 조언 속에 숨어있다. 상투적인 조언이 상투적인 이유는 그것이 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 서로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직원들을 '한 통'에 넣고 평가하고 서열을 매기는 건 참 넌센스다. 학생들에게 한 과목씩 따로 시험 보게 해서 석차를 매긴다고 하자. 얼마나 우습겠는가?


- R&D 예산 늘린다고 해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산을 늘려주면, 늘린 예산을 정당화할 일거리를 찾는 경향이 있다. 돈과 혁신은 별로 상관관계가 없다. 특히 요즘에는.


- 직원들과 의사소통 잘하라고 하면 술 사줘야겠다 말한다. 알고 보면 그 이유는 본인이 술을 마시고 싶기 때문인 것 같다.


- 구성원의 제안이 유용할수록 위험해 보이고, 위험해 보일수록 유용한 법이다.


- 합리적인 사람은 창의적이지 못하다. 창의적인 사람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직원 개개인에게 두 가지 모두를 바라는 CEO가 가장 불합리하다.


- 기업에게 변화를 주문하는 컨설턴트들... 알고보면 그들이 제일 변화를 거부한다. 특히 HR쪽 컨설턴트들이 그러하다.


- 보고 받는 것을 '직원들 일 시키는 방법'이라고 여기는 경영자들이 참 많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건데...


- 전략과 계획은 다르다. 계획은 단계적 절차를 사전에 정해놓고 그대로 따르기 위한 것인 반면, 전략은 상황에 따라 부단히 '바뀌기 위한 것'이다.



[변화의 공식] 


기업이든 개인이든 변화에 성공하려면...


1. 현재 상태에 대해 강한 '불만'을 느껴야 한다.

2. 기대하는 미래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

3.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4. 위의 1,2,3을 모두 곱한 것이 '저항'하려는 욕구보다 커야 한다.


이것이 David Gleicher(데이비드 글라이쳐)이 주장하는 '변화의 공식'

Dissatisfaction x Vision x First step > Resistance



[‘꼰대'가 되는 3가지 방법]


1. 대접 받고자 한다.

2. 가르치고자 한다.

3. 상대방 입장을 고려치 않는다.




[리더십에 대해]


- “이순신, 나폴레옹, 히딩크, 스티브 잡스, 이건희...." 

훌륭한 리더들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나오는 대답들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훌륭한 리더의 상(像)은 왜 전쟁이나 경쟁의 수장들이어야 하는가?


- ‘리더는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통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는다. '리더십의 법칙' 따위는 없다.


- ‘타인을 이끌거나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이 '내 안의 리더'를 찾아내기 위한 첫 발걸음이다.


- 리더십은 '타인을 이끌거나 조직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이끄는 것',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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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2015. 2.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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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가 되면 사람들은 으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다이어트하기, 담배 끊기, 영어 공부하기 등의 목표를 다이어리에 쓴다. 독자 여러분도 이미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리라. 하지만 그 계획들은 작년 다이어리의 첫머리에도 똑같이 언급됐을 테고 아마도 내년 다이어리의 첫장을 장식할 확률이 높다. 작심한지 삼일만에 죽어버린 계획들이 매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작심삼일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새해가 밝은지 벌써 여러 날 흘렀지만 이제라도 심리학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


우리는 목표 달성에 힘겨워하는 사람에게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목표 자체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런 조언은 섣불리 해선 안 된다. 심리학자 에일렛 피시바흐는 목표에 집중하면 오히려 달성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체육관에 다니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의 참가자들에게 운동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 예를 들어 ‘나는 살을 빼기 위해 운동한다’라는 결과에 집중하며 운동하도록 했다. 다른 그룹의 참가자들에게는 “나는 스트레칭을 먼저 하고 그 다음에 러닝머신을 뛴다”와 같이 운동하는 과정에 몰두하면서 운동하라고 했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운동한 시간을 살펴보니 ‘결과에 집중’했던 사람들은 ‘과정에 집중’했던 사람들보다 10분 가량 적게 운동했다. 결과에 집중하면 오히려 동기가 오래가지 못했던 것이다. ‘결과에 집중하라’, ‘결과를 생생하게 그려라’, 이런 조언은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마라톤을 뛰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조언은 ‘완주했을 때의 너의 모습을 상상해 봐’가 아니라, ‘네가 뛰는 한 걸음, 한 걸음에만 집중하라’란 말이다.


목표 달성의 동기를 높이는 방법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심리학자 피터 골비처는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반드시 해야 할 과제를 2개씩 정하라고 지시했다. A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각자가 정한 2개의 과제를 ‘언제’가 되면 실행할지, 그리고 ‘어디에 있을 때’ 실행에 옮길 것인지 제출하도록 했다. B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과제 2개만 정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고 학생들이 얼마나 과제를 완료했는지 점검하니 때와 장소를 정했던 A그룹이 B그룹보다 어려운 과제를 실행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이처럼 목표를 정할 때 ‘그것을 언제 실행에 옮길지’, ‘어디에 있을 때 수행할지’와 같이 구체적인 조건문으로 바꾸어 놓으면 성공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다이어트하기’를 목표로 정했다면 “감자튀김을 보면 당장 그 자리를 피하겠다.”와 같이 “X이면, Y를 한다.”의 형태로 목표를 조건문으로 바꾸면 작심삼일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너무 많이 정하는 욕심도 작심삼일을 부추긴다. 심리학자 에이미 달튼은 한쪽 참가자들에게 하나의 목표를, 다른 그룹에게는 ‘즐겁게 책 읽기’, ‘건강에 좋은 음식 먹기’, ‘전화한 적 없는 이에게 전화하기’ 등과 같이 6개의 목표를 부여했다. 5일 동안 살펴보니 6개의 목표를 받은 참가자들의 달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목표에 대한 몰입도 훨씬 저조했다. 왜 그랬을까? 목표가 많으면 ‘언제 이걸 다하지?’란 생각에 목표 달성의 어려움을 더 크게 느끼고 그러다 보니 목표 외의 것들에 신경이 분산된다. 새해 목표를 여러 개 세웠다면 지금이라도 3개 이내로 줄일 것을 권한다. '목표가 많은 사람은 불행하다.'





목표를 한 두 개만 세웠다 해도 ‘담배 끊기’, ‘다이어트하기’ 등의 목표는 엄청난 의지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이때 ‘한 발 들여놓기’ 전략을 쓰면 도움이 된다. 린 키베츠는 스탬프를 10개 찍어야 공짜 커피를 주는 쿠폰과 12개를 찍어야 하는 쿠폰을 준비했다. 하지만 12개 짜리 쿠폰에는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혀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무작위로 나눠주고 공짜 커피를 얻기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했다. 똑같이 10개의 스탬프를 찍어야 공짜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이미 도장 2개가 찍힌 쿠폰을 가진 학생들이 20퍼센트나 더 빨리 공짜 커피를 받았다.


2개의 스탬프가 미리 찍힌 12개 짜리 쿠폰을 받으면 ‘벌써 2개나 찍혀 있네’라는 생각에 도장을 모두 찍고 싶다는 동기가 일어난다. 반면, 도장이 하나도 안 찍힌 10개 짜리 쿠폰을 보면 “이 빈칸을 언제 다 채우나?”란 생각에  중간에 포기하거나 공짜 커피를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다이어트가 목표라면 옷을 잔뜩 입은 상태로 몸무게를 재고 다음날에는 옷을 모두 벗은 상태에서 몸무게를 재보라. ‘어, 벌써 2kg나 빠졌네? 앞으로 10kg만 더 빼면 되겠어’라고 자신에게 트릭을 쓰면 어떨까? 비록 꼼수지만 다이어트의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책 많이 읽기’, ‘조깅하기’, ‘일기쓰기’처럼 분명히 삶에 도움이 되는 습관이지만 막상 하려면 귀차니즘에 발목을 잡히고 마는 목표는 어떻게 해야 달성할 수 있을까? 이럴 때는 ‘딱 5분만 법칙’을 활용해보라. ‘딱 5분만 책을 읽고 그 다음엔 미련없이 책을 덮어 버리자’라고 마음 먹은 후에 독서를 시작하는 것이다. 아마 10분, 1시간 후에도 책을 읽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귀차니즘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을 때마다 ’딱 5분만’을 외쳐보라. 내년 다이어리 첫장에는 다른 목표를 적게 될 것이다.



(* 본 글은 월간 샘터 2014년 2월호에 게재되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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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의미와 전략가의 역할   

2015. 2.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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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머리 수컷인 이에론은 젊은 수컷인 루이트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을 걸어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무리의 거의 모든 암컷을 독차지하는 즐거움을 누려왔던 이에론은 루이트가 자신이 보는 앞에서 암컷과 짝짓기를 하자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루이트가 또 다른 수컷인 니키와 연합을 형성하고 암컷들이 이 신진세력에 줄을 대기 시작하자 이에론은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었다. ‘루이트와 일전을 벌여야 하는가, 아니면 순순히 물러나야 하는가? 어떻게 하는 것이 나에게 최선인가?’ 고민을 거듭하던 이에론은 루이트에게 우두머리 자리를 내주고 니키와 손을 잡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래야 예전에 누리던 특권들 중에서 몇 가지라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관찰 연구를 주도했던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집단 내에서 가장 힘센 수컷이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빠른 자라고 해서 경주에 이기는 것이 아니고, 강한 자라고 해서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는 성경의 구절처럼 밀이다. 그의 연구는 정치의 뿌리가 인간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다는 점, 침팬지들도 자기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 계획을 수립할 능력이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침팬지들 사이에 일어나는 동맹의 형성과 권력 투쟁의 증거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말해 전략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그 기원은 인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명의 진화 과정에서 전략이 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론자들은 희소하고 필수적인 자원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머리를 쓰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유인원은 상대편을 만날 때 수적 규모와 수컷의 구성비율로 쌍방 간의 물리적인 힘의 균형을 계산하는 데 아주 능하다. 자기들이 약하면 도망가고, 자신들이 월등하면 싸움을 걸기 위해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적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생각할 줄 하는 능력이었고, 이러한 생존 투쟁의 자연스러운 결과가 ‘전략을 수립할 줄 아는 능력’으로 얻어진 것이다.


전략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나치게 남발되는 바람에 오히려 정의 내리기 어려운 단어로 전략이란 단어만한 게 또 있을까? 전략(strategy)의 어원은 ‘사기를 높이기 위한 건강한 정신’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스트라테제마타(strategemata)에서 왔다. 로마의 원로원 의원이었던 프론티누스는 “미래에 대한 통찰, 아군의 유리한 점, 계획과 결단 등과 관련해서 사령관이 성취하는 모든 것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전략은 목적과 방법 사이에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 혹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원과 수단을 파악하는 것이라는 말로 정의되지만 왠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전략은 단기적이고 사소한 관점이 아닌,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을 바라보는 것, 증상보다는 원인을 밝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전략을 학술적 관점이 아닌 실용적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략은 원래 ‘전쟁의 기술’을 가리키는 군사학 용어이지만 요즘에는 기업들이 더 많이 사용한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사업 전략, 마케팅 전략, 영업 전략 등과 같이 기업 조직에서 전략이라는 단어가 한번 이상 언급되지 않고 넘어가는 날은 없다. 1960년대 이전에 기업들이 전략이란 말을 쓴 적은 거의 없었다. 1970년대가 되어 경쟁사와의 각축을 ‘전쟁’으로 묘사하면서 ‘전략은 기업의 과제’이라는 이미지가 생겨났다. 이런 시각은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 마이클 포터가 <경쟁론>을 펴내면서 굳어졌다. 어쨌든 국가나 대기업과 같이 사활을 거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만 전략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문제에서도 전략적 사고가 유용하다. 전략은 ‘힘을 창조하는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인간의 활동 중에서 전략이 필요 없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가 낳은 위대한 병법서 <손자병법>의 손자는 전략의 의미를 좀더 실용적으로 접근했다. 그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백전백승보다 더 낫다”, “적이 다른 세력과 연합하는 것을 막으라”는 말을 함으로써 전략의 핵심은 ‘속임수’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손자는 적을 잘 속여 싸우지 않고 이기려면 ‘선견지명’이 있어야 하고 적의 작전계획과 특징, 장수들의 성격 등과 관련한 정보에 달통할수록 선견지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한다. 손자병법의 유명한 문구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는 훌륭한 전략의 기반이 정보에 있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이는 경영전략을 고민하는 경영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다.




동양에 손자가 있다면 서양에는 마키아벨리가 있다. 그는 아군보다 잠재적으로 더욱 강한 적의 힘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서 손자의 생각과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저서 <전술론>에서 가능한 한 모든 전투력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적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려면 속임수와 첩자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말도 손자의 관점과 일치한다. 하지만 그가 손자와 다른 점은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잠재적인 적’에 관하여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의 성공에는 내부 규율이 매우 중요하고 권력자가 규율에 소홀할 때 뒤통수를 맞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대표적인 저서인 <군주론>에서 겉으로는 비난 받을 짓을 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면서 은밀하게 바라는 ‘모든 짓’을 바로 실행하라고 서슴없이 주문한다.


많은 이들이 ‘계획’과 ‘전략’을 동일한 의미로 간주한다. 하지만 이 두 단어를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계획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절차를 상세하게 제안하는 과정을 뜻한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때 ‘계획대로’란 말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그러한가? 생각치도 못했던 돌발변수가 나타나기 마련이지 않은가? 바람이 적쪽으로 부는 것을 보고 화공을 펼쳤더니 갑작스럽게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방향이 바뀌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대한 군사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어떤 전쟁계획이든 애초에 의도대로 수행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로 불확실성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은 환경이나 타인(혹은 적)이 우리가 세운 전략을 망가뜨리려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설정한 목표대로 질서정연하게 나아가는 계획은 현실에서 거의 없다. 전략은 수시로 바뀌면서 진화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것이 우리의 전략이니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략가는 전략의 의미를 오해하는 셈이다. 유비무환이란 여러 시나리오를 미리 구상하고 각 시나리오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시나리오 플래닝)임을 기억해야 한다.


전쟁에서 보여준 나폴레옹의 천재성은 독특한 전략에 있다기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해석하여 응용하고 대담하게 실천했다는 데 있었다. 그는 적의 전선에서 약점이 노출되는 지점을 발견하면 그곳에 병력을 집중하여 가차없이 돌파하고, 적을 측면이나 후방에서 공격하는 전술을 즐겨 구사했다. 하지만 그는 무모하지 않았다. 연전연승의 비결은 돌파의 결정적인 시점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 신중함에 있었다. 그러던 그가 러시아를 굴복시키지 못하고 몰락한 까닭은 그런 집중력을 잃어버렸고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술의 변화를 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략은 ‘부단히 바뀌는 것’이라는 점을 망각할 때 위기가 찾아온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렇다면 전략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전략가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가? 군사 이론가 콜린 그레이는 모름지기 전략가라면 ‘어디에 노력을 기울여야 가장 큰 성과를 거둘지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변수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하나의 온전한 전체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각각의 부분들과 그것들 사이의 관계,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파악해야 하고, ‘큰 그림’을 보면서 전쟁과 관련된 모든 것에 익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이 과연 현실에 존재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전략의 실행에 불확실성은 반드시 제기되기 마련이라서 설령 사전에 모든 것을 꿰뚫어 봤다 하더라도 상황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변한다. 그러므로 모든 분야에 완벽성을 기함으로써 훌륭한 전략가가 되려는 시도는 무모할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위대한 전략가들은 갈등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무엇인지, 그 특징들이 어떻게 영향 받는지 파악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들의 재능은 다른 사람들을 ‘행동으로 설득하는 능력’에 있다. 조직의 리더들은 전략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역사적인 전략가들의 고민으로부터 혜안을 얻기를 바란다.



(*참고도서)

<전략의 역사 1, 2>, 로렌스 프리드먼 저, 이경식 역, 비즈니스북스,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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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대 빵집을 순례하다   

2015. 2.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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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에 걸쳐 전국에 산재한 유명 빵집 10군데를 '순례'하는 여행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빵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런 테마로 여행을 한 이유는 '지방의 작은 점포'에 불과한데 어째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는 빵집이 되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짧은 방문으로 각 빵집의 경영 철학이나 전략이 어떤지를 알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매장에 들어가서 빵 냄새를 맡아보고 빵의 구색이나 인테리어를 보면 '이래서 이 빵집이 유명할 수밖에 없구나'를 아주 조금은 느낄 것 같다고 생각했죠.


(사진이 많습니다. ^^ 스크롤 압박 주의)



1. 대전 성심당


아침 일찍 출발하여 도착한 첫 번째 빵집은 대전의 성심당입니다. 유명한 부추빵과 튀김 소보루를 맛봤습니다. 부추빵은 자주 먹어도 부담이 없고, 튀김 소보루는 바삭하지만 너무 바삭해서 입천장이 까질 수도 있겠네요. 주말이라 사람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다른 빵집들이 부러워할 만합니다. 하지만 빵을 구매하려는 손님과 계산하려는 손님들이 엉켜서 동선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았죠. 또한 설립 당시부터 만들어 팔던 빵이 무엇인지 알기 쉽게 진열하면 어떨까 싶었답니다. 반면, 빵을 파는 곳과 케잌을 판매하는 곳을 분리하고 2층에 관련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전략은 매우 스마트해 보였습니다.



성심당 건물





튀김 소보루와 부추빵 등


튀김 소보루의 속살


케잌 부티크의 먹음직스런 케잌들









부추빵의 속살




2. 군산 이성당


이곳에서는 1시간이나 줄을 서서 겨우 야채빵과 앙금빵을 손에 넣었네요. 많은 사람들이 1인 최대 구매 가능량인 10개씩 사던데, 오랫동안 기다린 탓에 많이 사가야 한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하나 봅니다. 1~2개 사려고 줄을 서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네요. 빵 나오는 시간을 통제해서 손님들을 줄 서게 만드는 것, 고도의 판매 전술인 듯 싶었답니다. 이성당의 대표빵인 야채빵은 부드럽고 감칠맛 납니다. 나머지 빵들은 전체적으로 투박해 보이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것 같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야채빵과 앙금빵이 워낙 유명해서 그 빵들이 외면 받는 것 같더군요. 한 두 가지 빵에 집중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다양한 빵들을 고객에게 맛보이는 게 좋을까, 제가 빵집 주인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봤습니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이란 게 과연 빵집에 어울리는 전략인가 싶었죠. 이런 고민은 뒤에 방문한 광주의 궁전제과와 부산의 백구당에서 해소되었답니다.




오래 기다려서 받은 앙금빵과 아채빵



줄이 너무 길어요


요즘 유행인 달달한 붕어빵, 여기서도 만들어 파네요.





3. 전주 PNB풍년제과


PNB풍년제과는 수제 쵸코파이가 유명한 곳이죠. 들어서자 마자 갓 구어져 나온 쵸코파이를 포장하는 종업원들의 바쁜 손놀림이 보였습니다. 빵집이라기보다는 마치 공장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쵸코파이를 제외하고 다른 빵들은 끌리지 않았죠. 조명도 좀 어두웠고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제한적이었습니다. 원래 전병으로 유명하다던데 초쿄파이에만 너무 집중돼 있어서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웠죠. 이성당과 마찬가지로 다른 빵들이 외면 받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하더군요. 유통기한이 길어서 관광객들의 선물용 구매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초쿄파이와 묘한 대비가 되었습니다.


어딘가 촌스러운 케잌들


초쿄파이를 포장하는 손길들


초쿄파이를 사려고 줄 선 사람들


좀 썰렁한 매장





맛보라고 둔 전병



4. 전주 원제과점


네번째 빵집인 원제과점은 6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어서 PNB풍년제과와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과연 전국 10대 빵집이 맞나 싶었죠. 대표빵이라는 바나나빵만 하나 사서 나왔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의 맞은편 동네에 위치해 있는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사람들이 덜 찾게 되나 봅니다. 


찾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손님도 별로 없고 진열대도 빈 곳이 많고.



5. 광주 궁전제과


다섯 번째인 광주의 궁전제과에서 유명한 공룡알 빵과 나비파이를 먹었습니다. 다른 빵집들은 마트의 매대같은 느낌이었는데, 이곳은 분위기가 따뜻하고 빵들이 먹음직스럽게 잘 진열돼 있어서 좋았습니다. 빵 냄새가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어서 '웰커밍'에 신경을 많이 쓰는 빵집으로 인정해 줄 만합니다. 2층에서 음료와 함께 빵을 먹을 수 있는 점도 좋았구요. 공룡알 빵과 나비파이가 대표빵이지만 그것들을 부각시키지 않고 다른 빵들에게도 손님에게 선택될 기회를 골고루 주고 있다는 점에서 군산의 이성당과 전주의 PNB풍년제과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습니다. 배가 불러서 다른 빵들을 못 먹는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느낌이 좋은 빵집 중 하나였습니다.




궁전제과 버전의 부추빵


나비파이


2층으로 향하는 나선형 계단


2층 카페의 모습


불고기 또띠아


따뜻한 느낌의 매장




공룡알 빵


아삭 소세지와 불타는 핫도그



간추려진 역사




6. 목포 코롬방제과


여섯 번째 빵집인 목포의 코롬방제과는 치즈크림 바게트가 대표빵이죠. 요거트 맛이 가미된 치즈크림이 바삭한 바게트와 잘 어우러집니다. 밀크셰이크도 옛스러운 맛인데 이성당 것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하지만 빵이 진열된 모습이 식욕을 자극하지 않았습니다. 동네 빵집을 보는 듯 했죠. 2층에 마련된 카페는 나름 운치가 있었지만, 빵집 특유의 따뜻함은 느낄 수가 없었죠. 분발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옛스러운 종이컵과 크림치즈빵



겉에서 보기엔 규모가 꽤 크네요


이런 모양의 빵은 없던데....



뭔가 초라한 진열대




7. 부산 OPS


일곱 번째 빵집인 부산의 OPS(본점이 아닌 해운대점)에서 '학원 가기 전에 먹는다'는 학원전 빵과 슈크림 빵을 먹었습니다. 슈크림이 가득 든 빵맛이 의외로 담백하네요. 학원전 빵은 우유랑 같이 먹으면 간식으로 훌륭할 듯 합니다. 다른 빵집들은 지역 빵집이란 느낌이 강했는데, 이곳의 인테리어는 뚜레쥬르나 파리 바케트 같았답니다. 그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지역 빵집으로서의 전통은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OPS 본점을 가면 좀 달랐을까요? 나중에 본점으로 가봐야겠습니다.


학원전 빵


초콜릿도 맛있어 보이네요


슈크림빵



슈크림빵의 속살



포장용 학원전 빵





8. 부산 B&C(비앤씨)


여덟 번째 빵집인 부산의 B&C의 대표빵인 사라다빵와 어묵 고로케, 만쥬를 샘플로 먹어 봤습니다. 사라다빵은 맛이 좀 평범했습니다. 단, 어묵 고로케 맛은 독특하더군요. 특별한 맛과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는데 부산이 아닌 서울에 이 빵집이 있었다면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느낌으론 그랬답니다.



과자로 만든 장식





사라다빵




9. 부산 백구당


비앤씨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밖에서 보기에도 역사와 전통이 엿보이는 곳입니다. 크람빵이 유명하다해서 먹어보려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군요.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손님들이 크람빵만 너무 찾는 바람에 다른 빵들이 외면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금은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다른 빵들이 훨씬 맛있는데 손님들이 크람빵만 찾는다면 빵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요?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소수의 대표빵에 집중하고 나머지 빵들은 병풍처럼 구색만 갖추고 돈을 벌면 되겠죠. 


하지만 그런 빵집에서 우리는 장인의 손맛을 느낄 수 없을 겁니다. 백구당은 제빵 명가로서 자부심이 느껴진 유일한 빵집이었는데, 크람빵을 만들지 않는 이유를 종업원들이 자신 있게 말하는 모습에서 더 신뢰가 갔습니다. 빵이 지겨워서 패스하려고 했는데 하마터면 좋은 빵집을 경험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크람빵 대신 콘샐러드가 들어있는 크로이즌이라는 빵을 먹었는데 어릴 적 먹던 빵맛이더군요. 독특했습니다.












10. 안동 맘모스제과


마지막 열 번째 빵집인 안동의 맘모스제과는 이름이 촌스러워서 이렇게 건물이 세련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울의 대형 빵집 못지 않았죠. 베스트라고 명찰이 붙은 사과 또띠아와 크림치즈빵을 먹었습니다. 호두와 사과맛이 어우러진 사과 또띠아가 입에 맞더군요. 주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도 재밌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 특히 외지 관광객들에게 '이 빵이 우리의 대표빵이다'라는 걸 알기 쉽게 표시해주는 건 좋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하는 바람에 다른 빵들이 외면 받고 있었습니다. 빵 종류도 다양하지 못해서 광주의 궁전제과에서 느꼈던 빵집 특유의 따뜻함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화장실은 건물 외양에 맞지 않게 초라했습니다.


케잌을 만드는 사람들


크림치즈빵






몇 개 안 남은 사과 또띠아





이번 전국 10대 빵집을 돌면서 처음으로 든 생각은 '버티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잘 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오래 살아남는 것이 빵집의 지향점이 돼야 한다는 것을 10대 빵집들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죠. 제빵과 같이 장인의 실력에 크게 의존 받는 업종일수록 '잘 버텨야' 합니다. 그러면 성장은 자연스레 따라 올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역의 유명 빵집들은 그 지역에 있을 때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답니다. 지역의 빵을 먹는다는 것은 그 지역의 분위기를 함께 먹는 것이니까요. 이성당 등 지역의 몇몇 유명 빵집들이 전국(특히 수도권)으로 확장하고 있는데, 제가 볼 때는 그리 좋은 전략은 아닌 듯 합니다. 처음에야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매출이 급증하겠지만, 확장 때문에 빵맛이 진부해지는 것은 시간 문제 아닐까요? 혹여 대기업 자본에 이용 당하지는 않을까 염려되기도 합니다. 1940~70년대 설립된 대부분의 유명 빵집이 2세 경영체계로 옮겨 간 듯 한데, 양적 확장을 통해 자신의 경영능력을 인정 받으려 하기보다는 선대부터 이어져 온 빵맛을 진화시키는 것을 본인의 임무라 여겨야 하지 않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라는 점을 미리 밝히면서, 제 나름대로 베스트 3와 워스트 3를 뽑았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이미 설명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베스트 3

- 백구당

- 궁전제과

- 성심당


워스트 3

- PNB풍년제과

- 이성당

- 코롬방제과


그나저나 저는 빵을 많이 먹는 바람에 당분간 빵은 못 먹을 것 같군요. 여러분도 이런 식으로 자기만의 테마를 가지고 전국 일주를 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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