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주변 사람들이나 유명인들 혹은 '선생님들'에게 얼마나 자주 조언을 구합니까? 여러분이 하는 일에 관한 조언, 어려운 결정에 관한 조언, 엉망이 된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언 등 여러 가지 주제로 조언을 구할 겁니다. 하다못해 '나와 비교하여 더 나을 것도 없는 친구'에게도 조언을 구하는 게 우리들 습성입니다.
그런데요, 이렇게 조언을 자주 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유능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엄정하게 실시된 연구의 결과로 나온 것이 믿어도 됩니다. 그리고 나보다 지위가 높거나 앞서간 사람들에게서 많은 조언을 받고 나면 마치 문제가 해결된 듯한 기분이 들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조언은 그저 조언일 뿐입니다. 이곳저곳에 조언을 '헌팅'하는 사람들은 유능해 보일 뿐이지 실제로 유능하다는 증거는 없습니다.조언을 받는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아직' 없으니까요. 이룬 것은 그저 '조언 목록' 뿐인 사람에게 실력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조언을 구할 시간에 '더 나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이가 나중에 유능한 사람으로 평가받기 마련이죠.
제 경험상, 조언을 자주 구하는 사람일수록 '실천하는 꼴'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만 만나면 입버릇처럼 "책을 쓰고 싶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몇몇 있었는데(지금은 만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글을 써봐라. 아무글이나 좋다. 블로그에나 페이스북 같은 곳에 그냥 써보라"라고 조언했지만 한두 번 끄적이다 말더군요.
조언만 받으려는 사람인지 아닌지,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를 구별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그가 조언을 구할 때 '명사'를 원하는지 '동사'를 원하는지를 살피면 됩니다.
'명사'를 원하는 사람은 '책을 쓴 저자'가 되고 싶어합니다. 반면에 '동사'를 바라는 사람은 '글쓰기'를 하고 싶어합니다. 저는 각각을 '명사형 인간', '동사형 인간'이라 명명해 봤는데요, 명사형 인간은 어떤 지위나 상태, 타이틀을 추구하고, 동사형 인간은 그 지위나 상태로 가기 위한 방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몇 가지를 대조해서 예시해 볼게요.
[명사형 인간] 살을 빼고 싶다
[동사형 인간] 군것질을 줄일 방법이 궁금하다
[명사형 인간] 부자가 되고 싶다
[동사형 인간] 주식투자하는 요령을 알고 싶다
[명사형 인간] 사업을 하고 싶다(사업가가 되고 싶다)
[동사형 인간] 내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방법을 알고 싶다
[명사형 인간] 남들처럼 멋진 집을 갖고 싶다
[동사형 인간] 공간을 멋있게 꾸미고 싶다
조언을 '쇼핑'하는 이들은 십중팔구 '명사형 인간'이더군요. 그들은 좋은 조언을 듣기만 할 뿐 마음에 새기지 않습니다. 좋은 조언은 모두 '원하는 지위나 상태로 가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해야 하는 것',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며 인내해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명사형 인간'이 애초에 마음에 들어할 조언은 아니죠. 겉으로는 "훌륭한 조언, 감사합니다."라고 하겠지만, 자신에게 '지름길'을 알려줄 또다른 사람을 찾아갑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으려고 '점집 쇼핑'을 하는 이들처럼 말입니다.
혹시나 여러분이 남들에게 버릇처럼 '명사형 조언'을 구하고 있다면 그 '콜렉팅'을 멈추시기 바랍니다. 조언 쇼핑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그저 '해야 할 것을 마냥 미루는 것'일 뿐입니다. 조언 수집으로 게으름을 합리화하지 마세요.
*참고논문
Brooks, A. W., Gino, F., & Schweitzer, M. E. (2015). Smart people ask for (my) advice: Seeking advice boosts perceptions of competence. Management Science, 61(6), 142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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