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러분은 누군가의 부탁을 받을 때 무심코 “네”라고 답했다가 나중에 후회하거나 낭패를 겪었던 경험이 분명 있을 겁니다. 엄청난 감정적 데미지를 입기도 했을 테고요. 그런데도 왜 우리는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는 데 젬병일까요?
심리학에서는 이 현상을 ‘사회적 순응(social compliance)’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우리는 누구나 타인의 기대를 부응하려는 심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 불필요한 갈등을 웬만하면 피하려는 욕구, 자칫 관계가 틀어질까 두려운 감정 등이 거절을 주저하게 하죠.
실제 연구 결과(니콜라스 게겐(Nicholas Guéguen), 사람들은 “거절한 후 상대의 기분이 상할 것을 과도하게 걱정”하느라 예상보다 자주 무리한 부탁을 수락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집단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문화라면 더욱 그렇겠죠. 거절이 곧 ‘이기적이다’로 여겨지곤 하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에서 부드럽게 거절할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4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이 방법들 모두 ‘상대의 체면을 지켜주고 나의 경계를 명확히 인지시키는 것’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첫째, 감사를 표현하고 솔직하게 이유를 말하세요. “저를 믿고 부탁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어서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라고 말이죠. 상대방이 나를 무례하다고 여기지 않겠죠?
둘째, 대안을 제시하면서 거절하세요. “이번엔 어려울 것 같아요. 대신 다음 주에 시간 여유가 있으니 그때는 가능할 것 같아요.” 이것은 완전한 거절이 아니라 도와줄 방향을 ‘내’가 결정하겠다는 방법입니다. 단, 약속할 수 있는 대안만 제시하세요.
셋째, 원칙이나 일정 같은 ‘제3의 기준’을 언급하세요. “요즘은 제 일정 외의 요청은 모두 사양하고 있어요.” 이러면 상대방이 수용하기가 좀 쉽겠죠. 물론 좀 섭섭해 하겠지만요.
마지막으로, 시간을 버세요.“바로 답변드리기 어려워요. 좀 생각해보고 알려드릴게요.” 바로 “네”라고 말하지 말고, 고민할 시간을 가지세요. 어려운 부탁일수록 말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이렇게 거절을 ‘행사’하면 상대방에게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일까 봐 걱정하나요? 하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합리적인 이유와 예의 있는 태도로 거절할 경우, 상대방은 거절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관리가 잘 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해요. 또한, 반복적으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보다, 적절히 거절하면서 선을 긋는 사람이 더 신뢰를 받는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거절은 사실 ‘건강한’ 행동입니다. 모든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은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도 있으니까요.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적절하게 거절하는 법을 연습해 보세요. 그래야 진짜 도움이 필요할 때 상대방을 잘 도울 수 있는 법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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