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아무도 허니 버터칩을 먹지 않는다   

2025. 10.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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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말을 떠올려 보세요. 그 시기를 대표하는 과자가 있다면 바로 ‘허니버터칩’이었습니다. 광기에 가까운 유행이 우리나라를 휩쓸었는데요, 알다시피 꿀과 버터를 결합해 ‘단짠’이라 독특한 맛으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이 과자는 “편의점에 깔리면 1시간 안에 동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품귀 현상이 이어졌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한 봉지에 만 원이 넘는 웃돈이 붙기도 했습니다.

해태제과는 이러한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고자 2015년에 허니버터칩 전용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고, 2016년에는 실제로 공장을 준공했습니다. 그러나 판매는 기대 이하였죠. 허니버터칩의 인기는 2015년 중반을 기점으로 빠르게 하락했고, 이후에는 과잉 생산으로 인한 부담이 커졌죠. 증산 전략은 단기 수요에 대응하고자 장기적 투자를 감행했던 것이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허니 버터칩의 실패는 ‘Fad(일시적 유행)와 Trend(지속적 흐름), 그리고 Core(핵심 사업)’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Fad는 갑작스럽고 일시적인 열풍을 말합니다. 소비자의 감정에 따라 단기간에 불타 올랐다가 빠르게 식는 현상을 뜻하죠. 허니버터칩은 정확히 이 Fad에 해당합니다. 단맛과 짠맛의 조합이라는 새로움에 호기심이 폭발한 것이었지, 지속적인 제품 충성도에 기반한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반면 Trend는 보다 넓고 깊은 흐름입니다. 점진적이지만 꾸준히 확산되며, 소비자의 생활 습관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방향을 뜻하죠. 예를 들어,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나 구독형 콘텐츠 소비는 트렌드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Core는 소비자(고객) 입장에서는 ‘없으면 안 되는 아이템’을 의미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것을 중심으로 조직이 돌아가야 한다’에서 ‘그것’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미네랄 워터, 이동통신, 커피, 인터넷 등이 대표적입니다.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는 트렌드였다가 이제는 Core로 진입 중이죠.

문제는 허니 버터칩이 Fad였음이 분명한데도 해태제과가 ‘Core 전략’으로 접근했다는 점입니다. 단기 수요를 따라잡으려고 전용 공장이라는 물리적 인프라에 투자한 것은 일시적 유행에 장기적 자산을 매칭시킨 실책이었습니다. 수요가 고꾸라지면 공장 가동률 하락, 고정비 증가, 재고 손실 등 소위 ‘성장의 저주’에 빠지고 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Fad, Trend, Core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요?

첫째, 지속 기간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수개월 내에 반짝 유행하고 급속히 사라지는 현상은 대부분 Fad입니다. 반면 몇 년에 걸쳐 꾸준히 확산되는 소비 패턴은 Trend이며, 10년 이상 유지되는 고정 수요는 Core라고 판단하면 됩니다.

둘째, 소비자의 구매 동기를 분석해야 합니다. 'SNS에 인증하고 싶어서', '요즘 다들 하니까'라는 심리는 Fad에 가깝죠. '요즘 건강 생각에 시작했다', '편리해서 자주 쓴다'는 반응은 Trend이고, '없으면 일상에 지장이 있다'는 소비는 Core입니다.

셋째, 기업 입장에서 ‘해당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조직과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는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 기존 조직 구조에서도 충분히 커버 가능하면 Fad, 일부 조정 혹은 소폭 확대가 필요하면 Trend, 전면적인 조직 구조 재펀과 자산 재배치가 필요하다면 Core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유행에 대응하되, 그 ‘반짝 유행(Fad)’이 기업의 핵심사업(Core)’이 될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세요. Fad, Trend, Core를 구분하는 능력이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스킬입니다.

AI는 Fad일까요, Trend일까요, 아니면 Core일까요? 적어도 Fad는 아닌 것 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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